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270화 (270/383)

제270화

32-33시즌 종료까지 아스날이 남겨둔 경기 수는 두 경기였다.

프리미어리그 최종 라운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두 경기 모두 중요한 경기라 선수들은 훈련에 집중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한국에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 아스날, 아시아투어 확정! 】

【 아스날 측, “모든 아시아국을 돌아다니고 싶지만, 일정상 축소.” 】

【 유지우, “아시아투어를 하게 되어 기쁘다.” 】

【 아시아투어 일정 공개! 】

7월 10일 중국.

7월 15일 일본.

7월 20일 한국.

3개국 투어로 일정이 정해졌다.

각국의 커뮤니티도 난리가 났지만, 한국은 그 열기가 남달랐다.

- 오!!!

- 아시아투어 ㅠㅠㅠㅠㅠㅠㅠ

- 내가 이것만 기다렸다.

- 챔스 우승하고 오면 진짜 금의환향 아니냐?

- 이미 금의환향인데 무슨.

- 얼마 만의 아시아투어냐 ㅠㅠㅠㅠ 그리고 갓지우가 이끄는 아스날이라니 ㅠㅠㅠㅠ

- 구너는 웁니다.

- 진심…. 음지의 구너들 다 오겠다.

- ㄹㅇ 암흑기 때문에 양지에서 음지로 숨은 사람들 다 올 듯 ㅋㅋㅋㅋ

- 아스날이 아시아투어라니, 귀하다.

- 챔결에서 레알 잡고 투어 다니면 난리 난다 ㅋㅋㅋㅋㅋ

한국 축구 팬들은 전부터 유지우가 국가대표 소속이 아닌 아스날 소속으로 국내에서 뛰는 걸 보고 싶어 했다.

그 니즈가 충족되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는 난리가 났고 해외 축구 갤러리는 연신 해당 기사를 퍼 나르며 이야기에 불을 붙였다.

【 한국 축구협회 측, “아스날의 아시아투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 】

그렇게 아스날의 아시아투어는 많은 화제를 불러오며 차근차근 준비되어갔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은 아스날의 행보에 집중됐다.

* * *

32-33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종 라운드.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두 클럽의 승점 차이는 2점이었다.

즉, 여기서 이기는 클럽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라 영국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아스날이 이기게 둘 순 없어!”

“아스날 녀석들은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대비해야 하는데 전력으로 나올까?”

“선발 명단 공개된 거 못 봤어?”

“급한 일 때문에.”

“아스날은 전력으로 나왔어. 그 녀석들도 우승에 간절하니까 로테이션을 돌릴 리가 없지.”

사전에 공개된 선발 명단을 본 사람들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머리를 굴리며 얘기를 나눴다.

“디에고와 오스마르가 득점 폭격을 해줘야 이길 가능성이 높아.”

“오스마르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많이 하더라, 득점은 디에고한테 기대해야 해.”

“유를 막지 못하면 결국에 이기기 힘들겠지.”

맨체스터 시티 팬들은 경기가 열릴 ‘에티하드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거리를 뒤덮은 푸른 물결과 붉은 물결.

양 클럽 팬들은 이른 시간부터 관중석을 채워갔다.

“하필 시티 홈이라니, 좀 힘들 수도 있겠어.”

아스날 팬 중 몇몇은 스타디움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웠다.

“그러니까 최종전이라 홈의 분위기는 평소랑 다를 거야.”

“하지만 괜찮아, 우리 애들도 그거 다 알고 있을 테니까.”

“맞아. 이런 분위기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도 뜨거운 열기지만, 최종전이라 맨체스터 시티 팬들은 시작 전부터 공격적으로 신경전을 펼쳤다.

“저것들이.”

그것을 본 아스날 팬들은.

“우리도 질 수 없지!”

-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그 기세에 눌리지 않았다.

그들 또한 아스날을 향한 자부심이 있었으니까.

.

.

.

선수들 워밍업이 끝난 뒤.

양 클럽 라커룸은 진지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아스날 라커룸 안.

폴 사르는 지겹도록 설명한 전술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

그리고 마지막은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작년, 우리가 결과를 만들어냈다곤 하지만 여전히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최고라기엔 부족하다.”

작년 리그 우승으로 부활을 알렸으나 정상을 차지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꾸준함’이 필요했으니까.

“우린 1년 반짝하고 사라질 클럽이 아니야. 아스날은 아주 먼 미래까지 밝게 빛날 클럽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너희들의 손으로 만들어라.”

선수들은 경청했다.

“상대 홈이라고? 그게 어쨌다고.”

다소 불리한 원정 경기.

하지만 폴 사르는 그런 것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우리를 응원해주는 팬들만을 생각해라, 그리고 작년과 마찬가지로 결과로서 보답해라!”

- “네!”

“가자!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클럽이 어디인지 모두에게 보여주자!”

선수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라커룸 밖을 나섰다.

폴 사르는 선수들의 등을 일일이 강하게 쳐주며 힘을 불어넣어 줬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오는 유지우의 등을 치며 말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자.”

씩.

“네.”

벼랑 끝 승부.

누군가는 떨어져야 하는 필드로 향하는 선수들의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가벼웠다.

벼랑 끝에 떨어지는 건 자신들이 아니라는 걸 굳게 믿고 있었기에.

* * *

입장 터널로 양 클럽 선수들이 모였다.

리그 최종전.

우승을 가리는 경기라 친분이 있는 선수들도 가볍게 인사만 하고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

침묵만이 가득 찬 터널.

취재진도 심판진도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 알기에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도 있는 행동을 일절 하지 않는 거였다.

유지우와 디에고 로시도 각 팀의 가장 뒷줄에서 조용히 주먹을 맞댔다.

서로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 와아아아아아아!!!

그렇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결정지을 필드에 선수들이 입장했다.

[이 열기를 보십시오! 32-33시즌 동안 이렇게 뜨거웠던 적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만석을 기록하고 영국! 아니 온 유럽이 주목하는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을 가릴 경기가 잠시 후 시작될 예정입니다! 화장실을 다녀오실 분은 빨리 다녀오십시오! 시작하면 눈을 뗄 새가 없을 테니까요!]

맨체스터 시티의 홈.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뒤덮은 수많은 관중.

그들이 내뿜는 열기로 이미 필드 위는 뜨거웠다.

선수들은 그런 열기를 느끼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잘 들어.”

선수들은 악수한 뒤, 각자 진영으로 갔다.

아스날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원형을 이루며 어깨동무를 했다.

“이제 라스트야. 다시는 오지 않을 하루다.”

데릭 레드먼드가 말을 시작했다.

“감독님의 말대로 겨우 한 시즌 우승했다고 우리가 달라지는 건 아니야. 기나긴 암흑기의 그늘을 치우려면 두 번, 세 번 그 이상을 싸워나가야 해.”

선수들은 캡틴의 말에 집중했다.

“우리가 흘린 땀은 저 녀석들보다 많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죽어라 싸워 결과를 만들어내자! 그리고 우리 손으로 황금기의 시작을 알리는 거다!”

- “아아아악-!”

크게 소리친 선수들의 표정은 비장하게 변했다.

절대 질 수 없는 경기.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이 올라간 상태로 각자 자리로 갔다.

후우.

유지우는 긴 호흡을 내뱉으며 전방을 응시했다.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

그중에서도 바로 정면에 있는 디에고 로시와 눈을 마주쳤다.

씩.

별다른 말은 없었다.

눈빛으로도 서로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으니까.

삐---익!

최종전 경기 휘슬이 울렸다.

그리고 취재진의 카메라는 유지우와 디에고 로시.

양 클럽 에이스들을 향했다.

* * *

마틴 그라임스 – 아드리안 로마오 – 유지우.

카이 베일로브 – 크리스티안 페레스 – 마테오 크리스단테.

스튜어트 바슬리 – 데릭 레드먼드 – 레이턴 버트란드 – 카를로스 로호.

다비드 바르트라.

4 – 3 – 3의 아스날.

디에고 로시 – 오스마르 토레스 – 저메인 팔머.

율리안 쿠겔 – 데일 모리슨 - 윌리엄 폴크.

브래들리 포스터 – 스콧 메이시 – 디오구 바렐라 – 루벤 헨더슨.

글렌 테일러.

4 – 3 – 3의 맨체스터 시티.

두 클럽 모두 기반은 빌드업을 이용한 축구였다.

맨체스터 시티는 자신들만의 패스 축구로 초반에 점유율로 압도했다.

툭.

툭.

툭.

선수들은 간격을 좁게 유지하며 아스날의 강한 압박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볼을 짧게 주고받았다.

평소에 얼마나 훈련했는지 엿보일 정도로 그들의 패스는 빠르고 정교했다.

퍼---억!

아스날은 끝까지 쫓아가서 부딪쳤다.

상냥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거칠게 맨체스터 시티를 흔들라는 것이 폴 사르의 지시였으니까.

[강하게 맨체스터 시티 진영을 흔드는 아스날! 볼을 빼앗지 못하더라도 빌드업을 방해합니다!]

[저렇게 압박하면 맨체스터 시티는 볼을 뒤로 돌릴 수밖에 없죠.]

아스날의 압박이 거세자 맨체스터 시티는 사이드로 전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앙으로 가다가 사이드 전개.’

과르디올라는 아스날전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의 역할을 세밀하게 조정했다.

‘사이드에서 다시 중앙으로.’

툭.

‘간격을 짧게 유지하되 아스날 진영으로 넘어가면 단번에 펼쳐져서 공간을 넓혀라.’

과르디올라는 아스날의 내부를 흔들 셈이었다.

간격을 좁혀 밀집 형태에서 빌드업하다가.

갑작스럽게 산개 형태로 변화를 줘 공간을 넓혀버리면 중앙에 밀집되어 있던 아스날 선수들이 사이드로 가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중앙에 선수들이 침투할 공간이 만들어져 그곳을 공략하는 전술이었다.

그리고 그 전술은.

- 와아아아아!!!

보기 좋게 통했다.

[브래들리 포스터가 깊은 곳까지 들어가면서 중앙으로! 율리안 쿠겔을 봅니다!]

[아스날의 중앙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요! 맨체스터 시티는 더 빠르게!]

미드필더의 중심을 잡는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패스를 읽고서 빠르게 압박했다.

퍼---억!

어깨로 밀며 율리안 쿠겔의 중심을 흔들었고 볼 터치 실수를 유발했으나, 율리안 쿠겔은 등진 상태에서 원터치로 살짝 방향만 바꿨다.

[감각적으로 원터치로 넘겨준 볼!!! 디에고 로시가 올라오면서 받으려고 하는 순간 레이턴 버트란드가 태클로 패스를 차단합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중앙을 흔들며 골문을 노렸으나.

아스날은 가만히 당할 클럽이 아니었다.

폴 사르는 파리 생제르맹전에서 발견한 레이턴 버트란드의 재능을 오늘 경기에서도 사용했다.

[아스날에는 데릭 말고도 또 다른 장군! 레이턴 버트란드가 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날.

절벽을 올라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르려는 두 클럽의 격전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었다.

* * *

30분 동안 사람들은 필드 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최종전다운 치열함 때문이었다.

삐----익!

주심의 휘슬에 침이 마를 틈이 없었다.

[브래들리 포스터가 유지우 선수를 반칙으로 끊어냅니다!]

[방금도 그렇고 오늘 유지우 선수를 향한 견제가 엄청납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유지우의 위험성을 절대 간과하지 않았다.

그동안 맞붙었던 경험을 통해 유지우에게 공간을 주면 실점이 나올 확률이 80%가 넘어가니.

조금의 기회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더 몰아붙여!”

우선 기본적으로 두 명의 압박이 붙었다.

브래들리 포스터는 물론.

데일 모리슨도 유지우의 공간 커버를 밥 먹듯이 왔다.

심지어 디에고 로시도 라인을 내려 수비에 관여했고 그들을 돌파하더라도 스콧 메이시가 그물을 펼치고 있어 골대로 접근이 어려웠다.

[유지우 선수를 막는 방법이 반칙 말고는 없죠.]

[과연 유지우 선수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넘어갈지!]

그러한 강한 압박에서도 유지우에게 가는 볼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늘어났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볼 줘.”

유지우의 요청이 있었다.

반칙으로 끊기는 것 말고는 돌파를 실패한 적은 없었다.

돌파할 공간이 없으면 패스를 찔러주며 주변을 이용했으니까.

“다시!”

잠시 후.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패스가 유지우에게 향했다.

탁.

유지우는 압박하는 브래들리 포스터를 따돌리며 빈 곳으로 나와서 볼을 잡았다.

하지만 바로 들어오는 데일 모리슨의 압박.

반칙할 생각으로 들어오는 발을 보고선 유지우는 드래그 백으로 볼을 빼냈다.

“유!”

그러자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지원을 왔다.

사각에서 접근하는 디에고 로시 때문이었다.

디에고 로시의 발이 볼에 닿기 직전.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두 에이스는 원투 패스로 압박을 벗어났고 유지우는 볼을 받으면서 브래들리 포스터 쪽을 바라봤다.

‘온다. 다리도 벌려졌고 반응이 좀 늦어.’

찰나의 순간.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파악하고선.

투---욱.

완벽하게 타이밍을 빼앗곤 오른쪽 뒷공간으로 길게 차 놓고 달렸다.

브래들리 포스터는 역동작에 걸려 유지우가 지나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유지우는 오른쪽 공간에서 얼리 크로스를 올렸다.

뻐---엉!

빠른 템포로 올린 크로스.

볼은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의 애매한 공간으로 날아갔고 아드리안 로마오가 침투했다.

스르르르륵.

아드리안 로마오가 침투하는 곳으로 볼이 휘었고, 그 뒤를 디오구 바렐라가 바짝 쫓았다.

볼의 낙하지점.

볼의 세기, 방향.

그것을 모두 파악하며 아드리안 로마오를 어깨로 밀면서 움직임을 막았다.

그리고 글렌 테일러가 안전하게 잡아낼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줬다.

[아아아-! 아드리안 로마오가 묶여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런 영리한 수비야말로 디오구 바렐라의 강점이죠. 저렇게 막아버리면 상대하는 공격수로서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드리안 로마오는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고 디오구 바렐라는 침착하게 수비진을 통솔했다.

그리고 유지우는 다시 진영으로 백업을 갔다.

그리고 가는 도중.

“…….”

디에고 로시와 마주쳤다.

말할 시간도 없이 지나쳤지만, 두 선수는 동시에 슬쩍 웃음을 지었다.

- 와아아아아아아!!!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프리미어리그 정상 대전으로 불리는 경기.

경기장은 용광로처럼 펄펄 끓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