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293화 (293/383)

제293화

【 아스날, 유지우와 5년 재계약을 맺다! 주급 무려 73만 2,000유로! 】

【 페르난두 레앙을 넘어 프리미어리그 최고 주급을 받게 된 유지우! 】

【 아스날 측, “에이스에게 합당한 대우.” 】

【 성급하다 vs 당연하다, 엇갈리는 시선! 】

유지우가 프리미어리그 최고 주급으로 계약한 사실이 알려지며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궈졌다.

[아스날 재정 상태가 좋다고는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한다고?]

[작년에도 높은 금액으로 재계약 맺지 않았어? 그런데 1년 만에 또 이런 금액으로 계약을 한다고?]

[유의 나이가 스무 살이잖아, 벌써 저 정도 금액이면…. 나중에 대체 얼마나 줄 생각이지?]

[난 유가 저 주급을 받을 자격은 있다고 보지만, 너무 빠르지 않나 생각이 들어. 이 결정이 결국에 아스날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잖아.]

팬들의 반응은 반반.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됐고! 유가 재계약했으면 좋은 거지 뭐가 그렇게 말이 많아?]

[맞아. 니들 돈이냐?]

[우리 구단주 재산이 얼만지나 알고 하는 소리인 거지?]

그냥 유지우가 재계약해서 좋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

재정적인 문제는 결국에 구단이 결정짓는 거라 몇몇 불편한 팬들을 제외하곤 반기는 분위기였다.

[데릭을 포함해서 마테오랑 레이턴도 계약했던데?]

[챔피언스리그 우승 효과지, 그리고 직원들도 보너스 받았다고 하더라.]

[아스날은 받을 만해!]

[또 이적 준비 중이던데 누구를 데려올까?]

[우리 애들 빼가려던 클럽들 난리 났다. 구단주가 마음만 먹으면 제라르 레오 연봉도 맞춰줄 수 있잖아.]

유지우를 시작으로 아스날은 다른 선수들과도 재계약을 맺었다.

이적설에 휘말린 크리스티안 페레스도 사인하며 아스날에 남는 것을 택했다.

“유!”

유지우가 영국으로 오고 3일이 지난 후.

그는 아스날 훈련에 참여했다.

내부 트레이닝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선수들은 그를 반겨줬다.

“저 왔어요.”

“재계약 맺은 김에 밥 사야 하는 거 아니야?”

데릭 레드먼드가 슬쩍 말하자 유지우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술은 빼고요.”

“…눈치만 빨라선.”

“시즌 준비 중이잖아요. 술은 입에도 대지 말아야죠.”

“오자마자 잔소리냐.”

“잔소리 아닌데요?”

“이런.”

“왜요?”

“방금 유의 모습에서 우리 어머니가 보였어!”

데릭 레드먼드가 경악하며 소리를 지르자 선수들은 빵 터졌다.

트레이닝장이 웃음소리로 가득 찬 가운데, 33-34시즌이 서서히 다가왔다.

* * *

매년 8월은 클럽들이 전력 보강을 하는 시기였다.

【 레알 마드리드, 제라르 레오와 재계약 협상 중. 】

【 파리 생제르맹, “수비진을 보강할 예정.” 】

【 맨체스터 시티, “관심이 가는 선수는 몇몇 있다.” 】

【 이적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은 어디? 】

여러 클럽이 분주히 움직였다.

확정된 소식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선수도 있었고, 소문에 둘러싸인 선수들도 있었다.

각양각색의 그림을 만들어내며 이적 시장의 열기가 뜨거워지던 중, 아스날에 태풍이 몰아친 것도 한순간이었다.

마틴 그라임스에게 꾸준한 관심을 표현하던 유벤투스가.

【 유벤투스 FC, “아스날의 마틴 그라임스와 접촉하는 중.” 】

아예 공식적으로 관심이 있다고 밝혀버린 것이었다.

아스날 팬들은 유벤투스의 과감함에 깜짝 놀랐다.

이 같은 기사가 나왔다는 것은 단순히 관심 표현을 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더욱이 로테이션 멤버가 아닌 주전 멤버에게 제안을 했다는 사실에, 그들로서는 선수단 구성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닌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뻐—엉!

이적 제의가 온 마틴 그라임스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훈련에 몰두했다.

“마틴이 갈까?”

그가 들을 수 없는 거리에서 선수들은 저들끼리 얘기를 나눴다.

“모르지, 떠날지 안 떠날지는 마틴의 마음이잖아.”

마틴 그라임스의 바이아웃은 2,200만 유로였다.

한화로 약 301억의 금액.

마틴 그라임스는 아스날의 암흑기 시절에 계약을 진행했던 선수였던 탓에 바이아웃이 다소 낮게 책정되어 있었다.

‘유벤투스라면 바이아웃을 충분히 지급할 능력이 있는 곳이고… 마틴이 원하면 떠나게 되겠지.’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말들이 나왔다.

그렇게 훈련이 종료되고 짐을 챙기던 마틴 그라임스에게 아드리안 로마오가 다가갔다.

“야.”

아드리안 로마오가 평소와 달리 진지했던 탓에, 지켜보던 선수들은 살짝 놀랐다.

“왜?”

“얘기 좀 하자.”

“그냥 여기서 하면 되잖아.”

“…다들 보고 있잖아.”

“…….”

근처에 선수들의 시선이 느껴지자 마틴 그라임스는 군말 없이 아드리안 로마오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간 곳은 휴게실이었다.

훈련이 끝났던 터라 바깥에 남아있는 선수들을 제외하면 이곳엔 사람들이 없었다.

“너 떠날 거야?”

빙빙 둘러서 말하는 성격이 아닌 아드리안 로마오는 자리를 잡자마자 곧바로 질문했다.

“…말하는 거 봐라. 바로 본론이네.”

“나 돌려서 말하는 거 못하는 거 알잖아.”

“그렇지.”

“그래서 답은?”

마틴 그라임스는 흔들렸다.

자신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고 싶다는 명문 클럽의 제안.

이것에 안 흔들릴 선수는 없었다.

“너는? 너도 바르셀로나에서 제안 왔다며.”

“난 안 가지.”

“왜?”

“같이하고 싶은 선수들이 여기 있으니까.”

“…….”

“유랑 크리스티안, 마테오, 데릭… 여기 있는 모두랑 우승할 때가 제일 행복했어. 그래서 다시 그 행복을 느껴보고 싶고.”

아드리안 로마오는 제안이 오면 걷어차 버렸다.

‘안 갑니다.’

마치 방문판매를 거절하는 사람들처럼.

“뭐든 네가 결정할 문제긴 해, 내가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한 가지 말하자면, 난 지금의 아스날에서 누구도 안 떠났으면 좋겠어.”

“…….”

“아! 아니다, 그냥 떠나버려! 그래야 내가 유랑 크리스티안의 패스를 독점하지.”

다소 분위기가 딱딱해지자 아드리안 로마오는 농담을 던지며 씩 웃었다.

마틴 그라임스는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보다 아드리안 로마오와 함께한 시간이 더 길었다.

그 힘든 시기를 같이 버텨낸 동료.

그렇기에, 그의 말은 다른 동료의 것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었다.

마틴 그라임스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뭐였을까.’

그는 진심으로 고민했다.

무엇을 원하는지.

떠나게 된다면 뭐가 이득이 되는지.

.

.

.

다음 날.

훈련장으로 온 마틴 그라임스의 표정은 평소보다 밝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거취를 정한 것이었다.

저벅.

그는 걸어서 스트레칭을 하는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다가갔다.

동료 선수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내가 너 좋은 꼴은 못 보지! 내가 축구는 끊어도 너 괴롭히는 건 못 끊어.”

마틴 그라임스의 입에서 나온 말에 동료 선수들은 웃음을 지었다.

그 말을 즉, 떠나지 않겠다는 거였다.

“그냥 이탈리아로 꺼져---!”

아드리안 로마오는 귀찮은 티를 내며 말했지만,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아스날의 개와 고양이.

어느덧 아스날의 명물이 된 그들은 아스날에 남는 것을 택했다.

【 마틴 그라임스, “제의가 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난 떠나지 않고 아스날에 남겠다. 아스날은 내 전부니까.” 】

* * *

한바탕의 이적 태풍이 몰아치고 있던 어느 날.

“왔나?”

폴 사르는 유지우와 면담을 했다.

“감독님 얼굴이 굉장히 밝아 보이시네요?”

“그야 네가 무사히 돌아와서 그렇지.”

“…부모님도 그렇고 감독님은 쓸데없는 걱정이 많으신 거 같아요.”

“하하, 그게 감독의 숙명 아니겠어?”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얘기를 나눴다.

여러 얘기 끝에 폴 사르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를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부주장 건 때문이다. 스티븐이 부주장을 내려놓기로 했다.”

“…아.”

유지우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긴 했다.

32-33시즌이 종료 후.

스티븐 하머가 얼핏 떡밥을 던지긴 했었으니까.

“알고 있었나?”

“어느 정도는요. 스티븐이 힘들어하는 게 보이기도 했으니까요.”

부주장직을 맡았던 스티븐 하머는 아스날의 어머니라고 불리며 선수들을 보살펴주었던 정신적 지주였다.

그가 부주장직을 내려놓는다는 건 유지우에게도 그랬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이었다.

“잘 봤네.”

폴 사르도 그의 부담은 알고 있었다.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으로 전력이 높아지며 우승까지 연달아서 했지만, 기존에 있던 스티븐 하머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그걸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까지 했으나 스티븐 하머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부주장을 뽑아야겠네요. 주장은 데릭이고 데릭이랑 호흡을 맞추려면….”

유지우는 폴 사르가 부주장을 맡을 선수를 추천해달라는 줄 알고 고민했다.

그런 그를 보며 폴 사르는 미소를 지었다.

“난 네가 다음 부주장이 되어주길 바란다.”

유지우는 깜짝 놀랐다.

두 눈이 커지고 말을 하려고 할 때, 폴 사르가 이어서 말했다.

“이 일은 스티븐만이 아니라 선수단 모두가 동의했다.”

스티븐 하머의 부주장직 사퇴.

그리고 유지우의 부주장직 추천까지.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선수단이 만장일치 될 정도로 유지우가 부주장직을 맡는 데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나도 네가 그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네 생각은 어때?”

갑작스러운 제안에 유지우는 침을 삼켰다.

“왜 저입니까?”

궁금했다.

단순히 에이스라서?

그러면 더 이해되지 않았다.

팀의 중심을 잡아줄 자리는 단순히 실력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부주장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선수여야 했다.

“네가 에이스라는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선수들을 대하는 너의 태도에서 진심을 느낀 게 컸지.”

스티븐 하머의 부주장직 사퇴는 1년 전부터 얘기가 된 문제였다.

그래서 폴 사르는 32-33시즌을 진행하며 진심으로 다음을 이끌 선수를 찾았다.

그러면서 눈에 들어온 것이 유지우였다.

‘오.’

정규 훈련이 끝난 뒤에도 개인 훈련을 하며 선수들의 중심이 되는 그를 봤다.

그리고 그를 믿고 따르는 선수들이 보였다.

‘유, 이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내 생각에는….’

어린 나이인데도 주변을 감싸는 포용력.

선수들이 믿고 따르는 리더쉽.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실력.

삼박자가 고루 섞인 선수는 드물었다.

그것을 본 폴 사르는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아스날의 다음을 이끌 주장.

그 이름에 가장 걸맞은 선수는 유지우뿐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어린 나이에 그런 자리면 부담되겠지.”

유지우는 별말을 하지 않고 폴 사르가 하는 말을 경청했다.

“유, 네가 생각하는 리더의 덕목은 뭐라고 생각하나?”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든든한 기둥이요.”

“그 말도 정답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주장의 덕목은.”

그는 유지우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자신에게 엄격하며 타인에게는 관대해야 한다고 본다.”

“…….”

“너는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타인을 대할 때는 따뜻하게 대하지.”

이건 유지우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말이었다.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유지우는 곰곰이 생각하곤 입 밖으로 말을 꺼냈다.

그 말에 폴 사르는 활짝 웃었다.

“넌 그저 늘 하던 대로만 하면 돼, 그러면 자연스럽게 선수들이 너의 뒤를 따라갈 테니까.”

사람들을 따르게 하는 건 어쩌면 간단할 수도 있었다.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

하지만 이 단순하면서도 쉬운 길을 걷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부분은 꾸준함을 보이지 못하니까.

그런데 유지우는 달랐다.

프로를 데뷔하고 나서 단 한 순간도 패턴을 달리한 적이 없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인 제라르 레오와 어깨를 나란히 했어도, 그는 꾸준했다.

타다다닷-!

아무리 힘든 훈련에도 숨을 토해내고 달리고 또 달렸고.

뻐—엉!

아무리 정교한 킥을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정해진 숫자의 볼을 찼다.

그러한 꾸준함이야말로 유지우가 이 자리에 있게끔 해준 원동력이었다.

“잘 부탁한다. 새로운 부주장.”

유지우는 폴 사르가 내민 손을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망설인 끝에 그 손을 힘차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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