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7화
- 와아아아아아!!!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아스날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애슈버턴 그로브에서 펼쳐지는 경기는 전반전이 끝나고 어느덧 후반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스날 2 – 0 뉴캐슬 유나이티드]
폴 사르는 4 – 3 – 3포메이션에서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두 선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며 기존 전술과 약간의 차이점을 뒀다.
‘작년에도 효과적이었던 전술.’
이미 한 차례 검증이 끝난 포메이션이었다.
“크리스.”
잠시 볼이 나간 틈에 유지우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대화를 했다.
“뉴캐슬이 후반부터 중앙으로 몰린 느낌이지?”
“응, 사이드가 좀 비어 보여.”
두 사람은 끊임없이 소통하며 상대의 틈을 분석했다.
그들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가슴이 뛰는 기분이었다.
‘…어떤 걸 하려고 그러지?’
31-32시즌부터 아스날의 중심이 되어준 에이스 듀오.
오늘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선발로 나와 놀라운 활약을 해내며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박살 내는 중이었다.
삐—익!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두 선수를 막으려고 내놓은 수는 반칙뿐이었다.
[계속해서 반칙으로 흐름을 끊으려는 뉴캐슬! 하지만 아스날의 공격이 매섭습니다!]
[유지우 선수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두 선수가 나란히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걸 보니 과연 어떤 클럽이 저 두 선수를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두 선수는 끊임없이 기회를 만들었고, 결국에는 66분에.
철렁.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골망이 한 번 더 흔들렸다.
[로만 아일츠의 마무리-! 니어포스트를 향해 낮게 깔아 찬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흔듭니다!]
[스코어는 3 – 0! 아스날의 공격력이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 최고임을 다시 증명합니다!]
.
.
.
그 골로 경기가 끝난 건 아니었다.
그로부터 10분 뒤.
아스날은 다시금 공격 기회를 잡았다.
[유지우 선수!!!]
전방에서 자리를 잡은 유지우에게 향하는 패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바짝 붙으며 압박했다.
돌아서지도 못하게 하려고 몸무게까지 실어보지만.
‘크리스.’
유지우는 자신을 향한 압박을 눈치채고 원터치로 볼의 방향을 살짝 틀었다.
타다다다다닷-!
그리곤 압박하는 선수를 따돌리며 페널티 에어리어 쪽으로 달렸다.
투—웅!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원터치 로빙패스.
볼은 유지우의 발 앞으로 정확하게 흘러갔다.
퍼---억!
상대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고 어깨로 밀고 들어왔지만, 유지우는 스텝 오버로 가볍게 벗겨내고선 전방을 봤다.
아드리안 로마오는 상대팀 선수들 사이에 묶여 있는 상태.
이때, 양 사이드에서 들어오는 선수들이 보였다.
스르르르륵.
그들을 보고선 유지우는 타이밍을 재기 위해 발바닥으로 볼을 한 번 끌었다.
그리고선 수비수들이 당겨지자.
뻐---엉!
제자리에 선 상태로 스루패스를 찔렀다.
수비수 사이의 균열을 정확하게 찌르며 도달한 곳에는 마루앙 카라스코가 있었다.
[유지우 선수의 절묘한 패스---! 침투하는 건 마루앙 카라스코입니다!!!]
수비수들은 마루앙 카라스코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번뜩이는 움직임.
아스날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주력.
그리고.
철렁.
깔끔한 결정력까지.
애슈버턴 그로브의 붉은 물결이 요동쳤다.
[4 – 0으로 격차를 벌리는 아스날!!]
[로만 아일츠를 비롯해 마루앙 카라스코까지! 아스날의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냅니다!]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활약이 대단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로테이션 멤버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와, 아스날은 후보진도 단단해졌네.”
아스날은 지난 시즌의 우승이 운으로 해낸 것이 아니었다는 듯 시즌 초반부터 우승 후보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 * *
33-34 UEFA 챔피언스리그.
첫 번째 경기는 다름 아닌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였다.
【 아스날 vs 바르셀로나! 】
【 유지우와 아우미르의 맞대결! 】
축구팬들 사이에서 이름이 서서히 알려지고 있는 아우미르 파투.
바르셀로나의 No. 10으로 2년 전 브라질 리그에서 넘어온 선수였다.
비록 최근까지는 또래 선수들보다 주목도가 낮았으나 32-33시즌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바르샤 DNA.’
이것을 가장 잘 물려받았다고 평가받는 선수였다.
게다가 그의 뒤를 받쳐주는 ‘마 – 앙 – 사’라고 불리는 라인.
마누엘 바예호.
앙토니 페레이라.
사미르 투레.
이 세 명의 미드필더는 바르셀로나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그 기둥 앞은 제라르 레오와 득점 경쟁을 하는 스트라이커 아우미르 파투가 있었다.
“아우미르!”
“여기요!”
“잠깐만 몇 마디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스날전을 앞두고 바르셀로나 트레이닝 센터 앞에 기자들이 모였다.
선수들이 나오자 기자들은 일제히 마이크를 내밀었고, 그들이 기다리던 아우미르 파투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아스날은 훌륭한 클럽입니다. 그들이 최근에 이뤄온 성과는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 클럽과 싸울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아우미르 파투는 상대를 존중하는 선수였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먼저 비난하는 일이 없었다.
“사람들은 당신과 아스날 에이스 유의 맞대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할 말이 있나요?”
유지우의 이름은 아우미르 파투도 잘 알고 있었다.
또래 중 가장 발롱도르에 가까운 선수.
그렇기에 그와 맞대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행복이었다.
“한 번 필드에서 보고 싶었던 선수였습니다. 이번 경기가 정말 기대됩니다.”
.
.
.
며칠 후.
아스날 선수들이 바르셀로나로 입국해 짧은 적응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경기 당일.
바르셀로나의 홈, 캄프 누 스타디움으로 수많은 인파와 취재진이 몰렸다.
“아우미르와 유의 대결이라.”
“자네는 어떻게 생각해?”
“이곳이 바르셀로나의 홈이라고는 하지만… 아스날의 유가 이길 거라고 보지.”
“왜? 아우미르도 밀리지 않잖아.”
화려한 개인기와 스피드, 그리고 스타성까지.
아우미르 파투도 대단한 선수였다.
“히카르지뉴.”
그런데 취재진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다른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 녀석도 유한테는 못 이겼어.”
아우미르 파투가 바르셀로나의 차세대 스타이자 브라질 국가대표라고 하지만, 히카르지뉴는 이미 브라질 국가대표 에이스로 올라간 선수였다.
그런 선수와의 대결에서도 유지우가 승리했는데 그보다 낮게 평가되는 아우미르 파투와의 대결에서는 당연히 유지우가 이기리라는 거였다.
“혹시 모르지 않아? 승리의 여신이 바르셀로나에 손을 흔들어줄지.”
“잭.”
“어?”
“내가 여러 곳을 취재 다니면서 든 생각이 하나 있어.”
취재진은 입을 여는 이에게 집중했다.
그는 10년 동안 유럽 전역을 돌며 수많은 경기를 지켜본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기자였다.
그의 말의 무게를 모르지 않는 기자들은 숨죽이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여신? 그래. 아우미르 뒤에 여신이 있다고 해도 돼. 그런데 유는 말이지.”
그렇게 필드를 보는 그의 시선에 들어오는 한 선수.
유럽을 충격에 빠트리고 세계 최고에 가까워진 유지우였다.
“유는 신에게 사랑받는 것을 넘어, 신의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야.”
* * *
아스날 vs 바르셀로나.
두 클럽의 선수들은 워밍업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경기를 앞두고 집중력을 올리고 있자, 폴 사르가 라커룸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 여기를 봐라.”
폴 사르는 라커룸으로 들어오면서 선수들을 집중시켰다.
“긴장한 표정이 아니구나.”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했는데 조별 예선에서 떨겠어요?”
데릭 레드먼드가 선수들의 긴장을 풀려고 농담을 던졌다.
그 마음을 아는 폴 사르도 웃으며 받아줬다.
“오, 데릭. 그렇다면 이번에도 당연히 우승하겠네?”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러려고 대회에 출전하는 거잖아요.”
“호오, 만약 우승하지 못하면 데릭이 우승 상금을 채워놓으면 되겠군.”
“…예?”
“응?”
“아, 아니 감독님?”
폴 사르는 웃으며 말했다.
“그게 싫으면 우승하면 되잖아?”
“…네! 반드시 우승하겠습니다!”
데릭 레드먼드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선수들 모두가 웃었다.
“데릭의 말이 맞다. 우리는 우승하러 온 거지. 다른 클럽의 들러리를 서로 온 게 아니니까.”
아스날 선수들은 폴 사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폴 사르는 작전판을 두드리며 말을 시작했다.
“잘 들어라, 전체적인 틀은 그동안 말했던 것에서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필드 위에선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적절하게 변화하는 게 중요해.”
선수들은 폴 사르의 말을 경청했다.
“수비에서는 데릭, 그리고 공격에서는 유의 지시를 따른다.”
유지우가 부주장직을 맡으면서 폴 사르는 두 선수에게 필드 위 통제권을 맡겼다.
이전에도 두 선수가 리드했던 적이 많았지만, 이제는 직접적으로 두 선수를 필드 위의 감독으로 여기겠다는 의미였다.
“바르셀로나는 공수 전환이 빠르다. 간격을 너무 주지 말고 압박을 빠르게 가져가며 패스에 여유를 주지 마.”
폴 사르는 전에 이야기한 것도 다시 얘기하며 선수들에게 상기시켜줬다.
그렇게 잠시 후.
짝.
“그러면 가자-! 빅이어를 가져오기 위한 첫걸음을 승리로 장식하러!”
선수들은 라커룸을 나와 터널에 모였다.
양 클럽 선수들이 나란히 섰고, 유지우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그리곤 주심의 뒤를 따라 필드로 입장했다.
‘여기가 캄프 누.’
어린 시절에 TV에서만 봤던 곳.
그곳에 입장해 자리를 잡았고 곧이어.
삐---익!
주심의 휘슬이 들렸다.
UEFA 챔피언스리그 A조 1차전, 아스날 vs 바르셀로나의 경기가 시작됐다.
* * *
경기가 시작하고 5분.
두 팀은 서로 탐색전을 했다.
4 – 3 – 3의 아스날.
4 – 3 – 3의 바르셀로나.
같은 듯 다른 두 팀이 붙은 만큼 양 팀은 서로를 조심스레 파악하는 모습이었다.
먼저 나선 것은 바르셀로나였다.
바르셀로나는 볼을 먼저 가져가며 점유율을 높였다.
그들의 패스 플레이는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했다.
[아스날도 패스 플레이가 뛰어나긴 하지만 바르셀로나도 밀리지 않습니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툭.
툭.
아스날의 강한 압박에도 침착하게 원터치로 돌리는 티키타카였다.
하나의 마법을 보는 것처럼 그들의 패스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겼다.
[바르셀로나의 강점은 바로 저런 패스 플레이죠.]
[마치 전성기 시절의 바르셀로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좌우로 계속 벌려! 아스날의 압박을 분산시켜!”
마누엘 바예호는 후방에서 경기 전체를 조율했다.
“왼쪽으로! 공간이 났잖아!”
그의 넓은 시야와 패싱력은 바르셀로나 중원에서도 최고로 손꼽혔다.
촤---악!
그런 중원에 맞서 아스날은 라인을 올려 공격적인 압박을 했다.
폴 사르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내세운 것은 게겐 프레싱이었다.
“더 빠르게! 패스할 공간을 마크하고!”
중원은 치열한 공방전이 오갔다.
바르셀로나는 아스날의 압박을 뚫기 위해 원터치 패스 비율을 높였고, 곧 그들이 자랑하는 티키타카가 필드를 수놓았다.
[오오오오오-!!]
해설위원들도 감탄할 정도의 티키타카.
그 끝에 기회를 잡은 건 바르셀로나였다.
압박을 벗어난 마누엘 바예호가 전방으로 밀어준 볼.
그것을 잡은 앙토니 페레이라가 드리블로 수비진을 흔들었다.
스윽.
그는 들어오는 카이 베일로브의 태클을 드래그 백으로 피했다.
그 후에 라 크로케타로 한 번 휘젓자, 흔들리는 수비진.
그는 그 틈을 파고드는 선수를 발견하곤, 노룩 스루패스를 찔렀다.
뻐—엉!
타이밍을 빼앗겼지만, 데릭 레드먼드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는 길을 읽고 아우미르 파투의 앞을 막으려고 했는데.
뻐---엉!
아우미르 파투는 데릭 레드먼드가 압박하러 오는 것을 확인하곤 볼을 원터치 슈팅으로 빠르게 처리했다.
[아스날의 수비라인이 뚫렸습니다!! 그리고 파고드는 아우미르 파투의 슈우우우웃!!!]
데릭 레드먼드가 미처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슈팅.
볼은 왼쪽 구석으로 향했는데, 다비드 바르트라의 손끝에 걸리며 코너킥이 선언됐다.
[엄청난 반응의 다비드 바르트라! 아스날의 골문을 단단하게 지켜냅니다!]
그 후에도 몇 차례 실점 위기가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패스 축구.
아스날과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의 축구에 사람들이 빠져들 때쯤.
“유---!”
아스날의 반격이 시작됐다.
[몸을 날리며 바르셀로나의 패스를 끊어내는 마테오 크리스단테! 볼이 흘러나오는데요!]
[카이 베일로브가 오른쪽으로 길게! 유지우 선수를 봅니다!]
수비진들로부터 압박이 들어오는 것을 본 유지우는 발을 가져다 대며 볼을 한차례 띄웠다.
투—웅!
그의 장기인 솜브레로 플릭.
유지우는 압박하는 선수의 머리 위로 볼을 보내며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 오오오오오!!!
[폭발적인 스피드! 유지우 선수를 잡지 못하고! 마누엘 바예호가 백업을 갑니다!]
금세 벽을 세우는 바르셀로나의 후방 라인.
그 중심인 마누엘 바예호는 유지우의 움직임을 살피며 자세를 살짝 낮췄다.
‘어디로 올 거지?’
이 경기를 앞두고 마누엘 바예호는 수많은 비디오를 돌려보며 유지우의 움직임을 살폈다.
‘오른쪽? 아니면 왼쪽?’
하지만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유지우는 왼발이든 오른발이든 정교한 슈팅을 때릴 수 있는 양발잡이였기 때문이었다.
‘오른쪽? 아니다. 왼쪽이다!’
찰나의 순간, 그는 유지우가 플리플랩으로 치고 들어가는 길을 읽었다.
바짝 따라붙어서 타이밍에 맞춰 발을 뻗는데.
‘아.’
그는 탄식했다.
유지우가 한 번 더 치고 나가는 바람에 뻗은 발이 볼에 닿지 못하고 허공을 휘저은 것이다.
‘…내가 따라붙을 거라고 예상한 건가?’
마누엘 바예호가 상대가 돌파하고자 하는 길을 예측했다면.
유지우는 상대의 행동을 읽었다.
처음에는 그냥 밀고 가려고 했지만, 마누엘 바예호의 발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한 번 더 치고 나간 거였다.
털썩.
스텝이 꼬이면서 균형을 잃은 마누엘 바예호는 엉덩방아를 찧었고.
뻐—엉!
유지우는 왼발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유지우 선수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합니다-!]
[아-! 조금만 낮았으면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됐을 상황! 유지우 선수! 아쉬움에 얼굴을 쓸어내립니다!]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아스날 0 – 0 바르셀로나.
전반 20분도 되지 않은 시간.
양 클럽 에이스들이 나란히 날린 한 방에 관중석이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