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308화 (308/383)

제308화

A매치 일정으로 클럽을 떠났던 선수들이 돌아오며 아스날은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 와아아아아아!!!!

그들은 리그를 비롯해 컵 대회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카라바오컵.

FA 컵 하위 격인 대회라 우승해도 얻는 것이 크게 없지만, 아스날은 이 대회에서도 우승하고자 했다.

32강.

아스날 vs 노팅엄 포레스트.

“간격을 좁혀! 볼을 더 빠르게 돌리고!”

노팅엄 포레스트의 압박이 촘촘하게 이뤄져 있자 폴 사르 감독은 곧장 지시를 내렸다.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아스날의 축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해졌다.

유지우가 없어도.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없어도.

Y.M.C.A라인이 없어도.

뻐---엉!

그들의 축구는 여전히 공격적이었다.

[주요 멤버들이 빠졌지만! 아스날의 공격은 매섭습니다!]

[노팅엄 포레스트도 역습을 가져가 보는데요! 하지만 아스날의 수비벽을 넘지 못합니다!]

이적생들도 빠르게 적응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로만 아일츠 – 해리 펠티어 – 마루앙 카라스코.

세 명의 공격수와.

“다니!!!”

그 뒤를 받쳐주는 공격형 미드필더 다니 아라우호였다.

오늘 아스날의 공격을 이끄는 네 선수의 합은 굉장히 잘 맞았다.

상대 진영에서 빌드업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폴 사르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연습한 대로 잘해주고 있어.’

그렇게 공간을 만들자마자 다니 아라우호는 패스길을 발견했다.

“마루앙-!”

다니 아라우호가 볼을 잡고 끌면서 상대 수비진을 끌어당기고.

뻐—엉!

무너진 벽 사이로 찔러준 스루패스.

그 패스는 상대 진영을 꿰뚫으며 쇄도하는 마루앙 카라스코의 앞으로 갔다.

- 오오오오!!!

골 기회가 오자 관중들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그러나 상대 팀도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클럽이라 만만치 않았다.

[노팅엄 포레스트의 백업이 빠릅니다-!]

수비진들은 금세 백업을 오며 마루앙 카라스코가 들어올 공간을 차단했다.

노팅엄 포레스트의 골키퍼는 니어포스트로 붙어 골 각도를 좁혔다.

툭.

그러나 마루앙 카라스코가 선택한 건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노룩 컷백.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찔러준 패스는 수비진의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았다.

그렇게 볼은 가만히 있던 해리 펠티어의 발 앞으로 흘렀다.

툭.

방향만 살짝 튼 슈팅.

철렁.

볼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가며 두 팀 간의 차이를 더 벌렸다.

[해리 펠티어와 마루앙 카라스코!!! 아스날의 신생 공격라인이 제대로 발동합니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해요! 아스날의 공격이 풀럼의 심장에 볼을 꽂아 넣습니다!]

주전선수들은 모두 뺀 채 오로지 벤치 멤버들로만 가동한 포메이션.

그들로도 아스날은 본인들의 색채를 필드에서 보여줬다.

.

.

.

【 아스날, 폭발하는 2군! 】

【 그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

【 포효하는 폴 사르 감독, “우리는 패배할 생각이 없다.” 】

【 아스날, 무패 우승을 재현할 수 있을까? 】

주전선수들을 쉬게 한 것은 물론, 후보진들의 활약으로 승리까지 거머쥔 아스날은 두 마리 토끼를 챙겼다.

커뮤니티는 그 부분을 언급했다.

[아스날 선수단 엄청 단단해졌다.]

[난 다니랑 마루앙 보고 미친놈들인 줄 알았어.]

[그 둘이 이번 경기를 완전 캐리했지. 로만이랑 해리도 잘해주고 있고. 이렇게만 되면 주전들도 부담 없이 쉴 수 있어서 다음 경기를 더 준비를 잘 할 수 있을 거야.]

[이러다가 진짜 무패 우승하면 레전드지?]

[그대로 역사책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거야. 예전 무패 우승도 기적이었지만, 현대 축구에서 무패 우승은 진짜… 힘들거든.]

과거와 현재 축구 전술 차이는 컸다.

이전보다 수준이 많이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끝없는 투자로 팀간의 격차도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그만큼, 리그 무패 우승은 불가능에 가까운 기록이라 할 수 있었다.

03-04시즌에 일으켰던 기적.

자그마치 30년이 흐른 지금.

33–34시즌의 아스날이 그때의 느낌을 내고 있었다.

로테이션 멤버들의 활약.

주전선수들의 여유로운 일정.

그 모든 것들이 합쳐져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연승을 거두는 아스날의 행보는 서서히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 * *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아스날 vs 레딩 FC.

장소 : 애슈버턴 그로브.

-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환호로 가득 찬 스타디움에서 후반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 아스날 폼 미쳤다.”

“쟤네는 원래 미친놈들이야, 몰랐어?”

“쟤네들은 단체로 무슨 훈련을 하는 거야 대체?”

팬들마저 경악할 정도의 경기력.

그만큼 아스날은 작년보다 더한 임팩트를 주고 있었다.

아스날 2 – 0 레딩 FC.

아스날은 1.5군을 기용했지만, 레딩 FC를 압도했다.

레딩은 빠른 압박과 거친 몸싸움으로 좋은 수비 조직력을 보여줬지만, 아스날은 그들의 미세한 틈을 계속해서 찔러댔다.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패스를 받은 아드리안 로마오! 그대로 돌아서 슈우우우웃!]

폼이 무너지면서 시도한 그의 슈팅은 골대 옆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빗나가는 슈팅-!]

[수비수에게 밀리면서 밸런스가 무너진 게 컸어요.]

그 뒤로도 아스날이 주도하는 그림은 달라지지 않았다.

레딩은 이따금 역습을 전개하며 속도감 있는 축구를 하려고 했으나.

촤---악!

아스날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뒤는 맡겨.”

마테오 크리스단테와 카이 베일로브로 만들어진 3선 라인은 강한 수비력을 자랑했다.

그들은 상대의 공을 가로챈 뒤, 경기 중 터치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으로 공을 보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곳은.

타다다다닷-!

사방으로 뛰며 공간을 만드는 유지우의 발아래였다.

유지우는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패스가 빠르게 오는 것을 보고 자리를 잡았다.

퍼--억!

두 명의 선수가 볼이 오기 전부터 유지우 곁에 강하게 붙었다.

팔꿈치로 옆구리를 찌르고.

의도적으로 발을 밟으려고 하고.

짧은 욕설까지 했으나.

그 압박을 버텨낸 유지우는 퍼스트 터치로 볼을 안정적으로 잡아놓고 돌아서서 달리려고 했다.

‘여기서 또 놓칠 순 없어.’

유지우를 막는 수비수의 머릿속에 스친 생각이었다.

그를 놓치는 바람에 오늘 경기는 완전 주도권을 뺏기고 말았다.

그런 만큼 이제라도 그를 막아야만 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유지우를 못 지나가게 하려고 손을 뻗었다.

삐---익!

[저런 행동은 아니죠! 팔을 잡아끌었습니다!]

주심이 휘슬을 불자 유지우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이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리그 최하위를 달리던 레딩이 어떻게든 승기를 잡기 위해 전반 초반부터 그에게 거친 수비를 가했기 때문이었다.

척.

[그대로 옐로카드가 꺼내집니다!]

아스날 팬들은 입을 쉬지 않았다.

“저 더러운 새끼들!”

“우리 에이스한테 무슨 짓이야!”

“그렇게 팔을 잡고 싶으면 네 아내한테 가서 잡아달라고 해!”

“2부로 꺼져! 더러운 레딩 녀석들!”

유지우는 반칙을 당한 지점에서 킥을 준비했다.

차분히 선수들의 위치를 보면서 어떻게 전개할지 생각하는 순간.

옆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시간 끌지 말고 얼른 해!”

험상궂은 외모를 가진 레딩의 코치였다.

하필 프리킥을 얻은 지점이 레딩 벤치와 가까운 라인 근처라 말소리가 더 또렷이 들려왔다.

“야! 그레이엄! 뭐 하는 짓이야!”

“저 새끼가 시간을 끌잖아요!”

“진정해! 아무리 그래도 상대 선수한테 언성을 높이면 안 되지!”

다른 코치진이 놀라며 그를 말렸다.

“…….”

유지우는 그에게 한 번 시선을 준 뒤에 그냥 무시했다.

저런 것에 일일이 반응해주면 본인만 손해라는 걸 아니까.

그가 한 행동은 그저.

으쓱.

주심을 보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주심도 옆에서 듣고 있었기에 유지우와 눈이 마주치자 한숨을 쉬며 다가갔고.

“다음에 또 이런 행동을 하시면 퇴장 조치를 할 겁니다.”

강하게 경고했다.

코치는 똥 씹은 표정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레딩 감독은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그 제스처를 본 유지우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후우.

그의 눈은 오로지 레딩의 골문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 * *

유지우와 코치의 충돌 후에 레딩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유지우의 멘탈을 흔들었다.

물론, 유지우는 그런 말들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필드에서 집중해야 할 건 오롯이 볼과 그 자신이었으니까.

그가 조금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오기가 생긴 상대 팀 선수들은 다시 한번 거친 압박을 해왔다.

하나, 이제 그 패턴은 더는 아스날에 통하지 않았다.

아스날의 선수들도 태클이라면 이미 이골이 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퍼—억!

그들의 어설픈 시도는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앞에서 막혔다.

[센스 있게 패스 길을 읽고 볼을 차단하는 마테오 크리스단테! 정말 영리하게 수비합니다!]

[아스날에 오고 많이 성장했죠. 지금 아스날 중원에 마테오가 없으면 안 될 만큼 존재감이 대단합니다!]

후방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면서 공격진에 힘을 실어줬다.

그렇게 찾아온 흐름.

볼이 왼쪽으로 길게 넘어가며 마틴 그라임스가 역습의 시작점이 됐다.

- 오오오오오!!!

마틴 그라임스는 빠르게 공간을 열며 들어갔고 레딩은 급히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뻐---엉!

그들이 전부 자리를 잡기 전.

마틴 그라임스가 올린 크로스.

그 크로스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이 아닌 밖으로 휘어나가며 크리스티안 페레스를 겨냥했다.

‘어?’

그런데 궤적이 조금 이상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쇄도하며 앞으로 가는 움직임이었는데, 그는 오히려 살짝 뒤로 가는 듯했다.

모르는 이가 보기에는 밸런스가 어긋난 모습으로 보였다.

하지만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그런 실수를 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몸을 억지로 틀면서 발을 뻗었다.

그리곤 골대를 등진 채, 오버 헤더 킥으로 패스를 보냈다.

‘유-!’

보지 않고 보낸 로빙패스.

선수를 향한 강한 믿음이 담겨 있는 패스는 수비수들의 머리 위로 지나갔고.

[유지우 선수-!]

믿음에 응답한 선수가 나타났다.

유지우는 오프사이드 라인을 붕괴시키며 들어간 곳에서.

퉁.

가슴 트래핑으로 볼을 수비수의 반대 방향으로 떨어트렸다.

수비수가 역동작에 멈칫한 순간.

뻐—엉!

바로 이어지는 논스톱 슈팅.

반 박자 빠르게 파 포스트를 향해 때린 슈팅은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철렁.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이것으로 20골의 고지를 넘는 유지우 선수! 득점 경쟁에서 제일 먼저 20골을 넘겼습니다!]

[보셨습니까?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오버헤드킥 패스! 그리고 유지우 선수의 깔끔한 마무리! 이 두 선수가 아스날이 자랑하는 에이스 듀오입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는 유지우였고 2위는 디에고 로시, 3위는 기예르모 다린이었다.

- 와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앞에서 제일 빛나는 것은 당연히 유지우였다.

“유-!!!”

“넌 진짜 최고라니까!”

세레머니를 하려던 유지우를 향해 동료 선수들이 달려와 덮쳤다.

유지우는 그대로 제일 밑에 깔렸다.

“아-! 숨! 숨!”

“하하하하! 조금만 참아!”

“넌 꼭 100개 넘길 거야! 우리가 무조건 도와줄게!”

“아드리안, 네 도움보단 내 도움이 더 필요할걸?”

“…넌 이 순간에도 시비냐!”

선수들이 축하해준 뒤, 유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가 향한 곳은 레딩 벤치가 있는 방향이었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저.

스윽.

자신에게 언성을 높인 코치를 쳐다보면서 지나갔다.

그렇게 지나가는 유지우의 뒷모습을 보며 코치가 발끈했지만, 감독이 제지했다.

‘…그러게, 그레이엄은 왜 그런 짓을 해가 지고.’

그 뒤로 경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삐익-! 삐익-! 삐---익!

종료 휘슬이 울리며 경기는 종료됐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승리는 아스날이 했고 유지우의 기록에 자연히 시선이 갔다.

20골 9어시스트.

컵 7골 3어시스트.

총 39개의 공격 포인트를 달성하며 유지우는 100개 공격 포인트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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