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317화 (317/383)

제317화

2033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된 유지우는 영국으로 돌아와서 지인들에게 축하받으며 이틀의 휴식을 가졌다.

잠에서 일어난 유지우는 침대맡에 놓인 트로피를 가만히 바라봤다.

“…보면 볼수록 믿기지 않네.”

황금빛을 내는 축구공 모양의 트로피는 꿈꾸기만 했지, 이렇게 빠르게 획득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

만약 수상하게 된다면 적어도 20대 후반이나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그는 시상식 이후 잠을 잘 때면 트로피를 끌어안고 잤다.

혹시라도 꿈이라면 깨지 않도록.

“지우야! 밥 먹어!”

유민하의 목소리에 유지우는 침대에서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갔다.

“트로피는 그만 장식장에 넣어놓지? 안 없어지는 거 확인했잖아.”

“이따가.”

“내려놓고 와서 밥 먹어, 엄마가 너 좋아하는 거 다 해서 상다리가 부러질 거 같으니까.”

1층 주방에 있는 식탁에는 여러 음식이 있었다.

죄다 유지우가 좋아하는 메뉴였다.

“자자-! 우리 아들 고생했는데 많이 먹어~”

“잘 먹겠습니다.”

“…엄마. 저는요?”

“우리 딸은 한국에서 맛있는 걸 많이 먹어서 그런지 살이 좀 붙었다?”

서설희는 장난스레 유민하의 볼을 꼬집었다.

“저 살 안 쪘어요! 운동해서 근육 붙은 거예요!”

“그게 그거지.”

“…아니에요! 요새 헬스 다니거든요!”

“아이고, 힘 키워서 누굴 패려고?”

“얘요.”

유민하가 밥 먹을 준비하는 유지우를 가리키자, 그녀의 등 위로 손바닥이 날아왔다.

“네 동생 때릴 곳이 어디 있다고! 때리려면 과르디올라 감독이나 가서 때려!”

“잘하는 사람을 왜요!”

“잘해서 맨날 우리 아들한테 져?”

“아스날이 이상한 거죠! 시티도 다른 팀한테는 안 진단 말이에요!”

서설희와 유민하가 티키타카를 하는 사이, 어느새 온 유한우가 난입했다.

“어허, 언제부터 아스날 집안에서 시티팬이 목소리를 높이는 게 가능했지?”

유지우는 옆에서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이 합심해서 유민하를 놀리는 건 항상 있던 일이었으니까.

“두 분도 맨유 팬이었잖아요!”

“맨유? 그런 클럽이 프리미어리그에 있었나?”

“2부에도 없던데요?”

“어허, 맨유라…. 맹구라는 클럽은 아는데 맨유는 처음 들어보네.”

한때는 열렬한 맨유 팬이었던 두 사람은, 어느덧 90% 이상 아스날 팬이 되어 있었다.

“…아빠!”

“여보, 오늘 메뉴는 뭐죠?”

“아스날처럼 아주 붉은 닭볶음탕과 고추장찌개, 김치전이 되겠습니다!”

“이런. 시티 팬이 먹을 게 없겠는데….”

“다음엔 민트초코라도 준비해놔야겠어요.”

“아 엄마, 좀!”

“흐흐, 밥 먹자. 식겠다.”

유민하를 제외하곤 모두 즐거운 식탁이었다.

네 사람은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누나는 일주일 뒤에 돌아간다고 했나?”

“응, 그동안 달려오기만 해서 좀 쉬고 들어가려고.”

“관광지는?”

“엄마랑 같이 돌아다닐 예정.”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 식사는 마무리됐다.

유지우는 발롱도르를 유리 장식장 제일 가운데에 넣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네.”

유한우도 연신 발롱도르를 닦으면서 애지중지했다.

“더 많이 채워놓을게요.”

“부담 갖지 말고 지금처럼만 해. 그럼 장식장이 저절로 채워질 거다.”

“네.”

“욕심부리지 말고. 욕심이 모든 걸 망칠 수도 있어.”

“명심할게요.”

유한우의 따뜻한 조언에 유지우는 마음을 다잡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걸어간다면.

장식장에 트로피가 가득 채워질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며.

* * *

1월 6일.

33-34시즌 후반기 첫 경기인 리그 20라운드의 날이 밝아왔다.

애슈버턴 그로브.

아스날의 홈으로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유가 발롱도르를 탄 후 첫 경기라 그런가. 평소보다 사람이 많은 거 같지 않아?”

그 이유는 간단했다.

유지우가 발롱도르를 수상하고 난 뒤에 치르는 첫 경기였으니까.

“무슨 소리야, 원래도 관중석 꽉 채웠는데 그냥 기분 탓일걸.”

“그래도 뭔가 마음이 이상하지 않아?”

“…그건 그렇지, 우리 클럽에서 발롱도르 선수를 배출할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냐.”

금방 채워진 관중석.

워밍업을 마친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시작한다.”

본 경기가 시작되기 전, 팬들이 기다리던 이벤트가 진행됐다.

그 이벤트는.

- 와아아아아아아아!!!!

유지우가 발롱도르를 들고 팬들에게 인사하는 거였다.

그가 필드로 나와 단상에 마련된 발롱도르를 들어 올리자 엄청난 환호성이 귀를 울렸다.

[시청자 여러분! 유지우 선수가 발롱도르를 들어 올렸습니다!]

[저도 이렇게 행복한데 아스날 팬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클럽의 역사를 새롭게 쓴 선수를 향해 쏟아지는 환호성은 좀처럼 멎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환호성을 멈추게 한 건 유지우의 손짓이었다.

그저 손을 들었을 뿐인데 마법을 부린 것처럼 관중석은 일제히 조용해졌다.

“아아-”

그는 마이크를 들고 소감을 말했다.

“이렇게 발롱도르를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기쁩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구단주님과 단장님, 그리고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지우는 멀리서 보고 있는 구단 직원들을 향해 웃음을 지었다.

직원들의 헌신적인 지원이 아니었다면, 발롱도르를 수상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그 마음을 담아 그들을 향해 한번 고갯짓하고, 다시 관중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언제나 열정적으로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분들이 없었더라면 이 상도 없었을 겁니다.”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프리미어리그, 아니 전 세계에서도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평가를 받는 선수답게 그는 팬들의 지분을 강조했다.

그 말을 듣는 팬들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본인들이 사랑하는 선수가 최고의 상을 수상했고.

나아가 자신들이 수상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거였다.

“항상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 트로피의 개수를 계속해서 늘려나가겠습니다.”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새로운 목표를 밝히는 당당한 포부에 환호성이 한 번 더 터져 나왔다.

* * *

아스날 vs 레스터 시티.

리그 1위와 8위의 경기였던 만큼 흐름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대로 흘러갔다.

3 – 0.

전반전에만 3 – 0의 스코어가 나왔고 유지우는 두 골을 기록했다.

“볼 돌려! 압박이 빨라졌다!”

그는 공격만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까지 올라와 선수들을 지휘하는 리더쉽을 보여줬다.

그에 맞서 레스터 시티는 에이스 제이미 포든을 앞세워 공격을 풀어가 보았지만.

[후반전이 되면서 레스터 시티가 초반 공격을 해보지만! 통하지 않습니다!]

슈팅은 골대를 빗나가거나 골키퍼 다비드 바르트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아스날 선수들의 집중력이 뛰어납니다. 리그 1위와 8위의 경기인데도 전혀 방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리그 순위를 보면 레스터 시티가 이길 가능성이 희박했다.

그러나 축구는 100% 승률을 장담할 수 없는 스포츠였다.

그렇기에 폴 사르는 항상 선수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주지시켰다.

‘리그 최하위와 경기를 할 때도 우승을 다투는 경기처럼 해라.’

이런 말 덕분에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었다.

물론, 이것이 가능할 수 있던 이유는 필드 위에서 솔선수범하는 선수들 덕분이기도 했다.

“압박하는 게 늦잖아! 더 붙어!”

후방에서 데릭 레드먼드가 선수들이 잡을 수 있는 거리도 못 잡으면 불같이 화를 냈고.

“거기서는 패스를 주면 됐잖아! 왜 갑자기 늦추는 거야?”

전방에서는 한 골이라도 더 넣으려는 유지우의 간절함이 돋보였다.

어떤 상황에도 최선을 다하려는 그들의 모습은 선수들로 하여금 저절로 따라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오오오-! 꽤 높게 올라와서 헤딩으로 패스를 잘라낸 데릭 레드먼드! 흐른 볼은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돌아서지도 않고 노룩 힐패스를 했다.

그 패스는 등 뒤로 붙으려는 선수의 다리 사이를 통과해 흘렀다.

그렇게 흐른 볼을 잡은 건 아드리안 로마오였다.

[살짝 내려와서 받아주는 아드리안 로마오-! 아닙니다! 원터치로 방향만 틉니다!!!]

아드리안 로마오가 발을 가져다 대며 방향만 튼 볼은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유지우에게 흘러갔다.

[유지우 선수가 올라오면서!!!]

유지우는 압박 타이밍이 빠르게 들어오는 바람에 볼을 잡아두지 않았다.

볼을 잡기 전부터 그의 눈은 패스 줄 곳을 찾고 있었으니까.

뻐---엉!

압박하는 선수가 유니폼을 잡아끌며 방해를 해도 유지우의 패스를 막아내지 못했다.

- 오오오오오오!!!

원터치로 쭉 밀어준 패스는 레스터 시티의 좁은 수비 틈을 총알처럼 지나갔다.

마치 슈팅처럼 강력한 패스.

그 패스는 수비수들이 뻗은 다리를 피해 침투했고.

스르르르륵.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가서 꺾이더니,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마틴 그라임스의 앞으로 갔다.

타다다다다닷-!

수비수보다 한발 빠른 그는 볼의 경로에 발을 가져다 댔다.

원터치로 방향만 바꾼 슈팅은.

철렁.

골키퍼 다리 사이를 지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 와아아아아아아!!!

.

.

.

그 후, 경기 종료 직전에 유지우가 프리킥으로 한 골을 더 신고하며 유지우는 3골 1어시스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리그 32골 14어시스트.

컵 10골 4어시스트.

총 42골 18어시스트 [총 60개]

후반기 첫 경기부터 그는 4개의 공격포인트를 추가하며 60개를 돌파했다.

‘발롱도르.’

이 상을 받은 선수라는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압도적인 활약 속에.

【 아스날, 무패 우승을 향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다! 】

33-34시즌 후반기가 시작됐다.

* * *

아스날의 1월은 빠르게 지나갔다.

유지우의 발롱도르를 시작으로 후반기에도 연전연승을 이어갔다.

【 아스날, 카라바오컵 4강에서 울버햄튼 원더러스에게 1, 2차전 승리! 결승 진출! 】

【 마루앙 카라스코! 2골 4어시스트로 맹활약! 】

【 FA 컵 64강, 아스날 vs 체스터 필드, 4 – 0으로 아스날 승리! 】

【 심상치 않은 아스날의 기세! 】

무엇보다 카라바오컵과 FA 컵을 병행하는데도 거둔 호성적이기에, 사람들이 보는 시선에는 놀라움이 묻어났다.

[로테이션 멤버들도 왜 이렇게 잘하냐?]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아스날의 약점은 로테이션이었다.

베스트 11은 어디에 내놓아도 인정받는 선수들이라면 로테이션은 그게 아니었다.

‘폴 사르의 아픈 손가락.’

이렇게 불렸던 이들이 죽도록 노력해서 33-34시즌에 빛을 내기 시작한 거였다.

[이러다가 우리 진짜 무패 우승하는 거 보는 거 아니야?]

[유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다른 선수들의 실력도 엄청나, 그들이라면 우리의 염원을 이뤄줄 수 있을 거야.]

[무패 우승의 중요한 키가 로테이션 멤버였는데 그들이 저렇게만 해주면 가능해지지.]

[다른 클럽들은 이제 우리 무패 행진 막으려고 굶주린 짐승처럼 달려들 거 같아.]

[작년에 그래서 첼시에 발목을 잡혔었잖아. 이번 시즌은 달라야 해.]

[근데 겨울 이적시장으로 누구 데려온다는 얘기가 있나?]

1월이 되면서 겨울 이적시장이 활성화됐다.

즉시전력감 위주로 영입하는 시기라 빅클럽들을 제외하고 중소클럽들은 명함을 내밀지도 못했다.

그러던 중.

토트넘 홋스퍼에서 오피셜을 냈다.

【 토트넘 홋스퍼, 대한민국 선수 김우일과 4년 계약 체결! 】

재작년부터 링크가 있던 김우일을 영입한 거였다.

토트넘 홋스퍼 팬들은 그가 박찬우처럼 든든한 기둥이 되길 원하며 반겼다.

그리고 또 하나.

【 대한민국 국가대표 수비수 강현오! AC밀란으로! 】

대표팀 막내 또한 수비를 중시하는 세리에A로 갔다.

그 외에도 해외리그로 가는 선수들이 나왔고 대한민국은 여러 명의 해외파들을 배출했다.

그렇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여러 선수가 팀을 옮겼지만.

【 아스날, “우리는 누구도 영입할 생각이 없다.” 】

아스날은 그냥 문을 잠가버렸다.

그 같은 아스날의 태도에 사람들의 태도는 모두 같았다.

괜한 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뭐 하러 데려와?”

“지금 선수들로도 다 이기고 있는데 굳이?”

“데리고 와서 또 언제 적응시키고 있냐? 지금 있는 선수들로 잘 꾸려나가면 되지.”

현재 보이는 아스날의 행보는 누군가를 영입하는 것보단, 내실을 다져 트레블을 노리는 것이 현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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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월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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