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318화 (318/383)

제318화

2월 초가 되면서 본격적인 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가 진행됐다.

아스날의 16강 상대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모나코였다.

【 아스날 vs 모나코! 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의 시작을 알리다! 】

아스날과의 경기를 앞두고 모나코는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예선에서 탈락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토너먼트에 진출한 만큼, 갈 수 있는 곳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뻐---엉!

“오, 제레미의 컨디션이 좋나 보네.”

“원래도 정확도가 높기로 유명하잖아.”

“리그 패스 성공률 2위를 아무나 할 수 있겠어? 평소에도 저렇게 잘하니까 그런 기록이 나오는 거야.”

1시간 동안 진행하기로 예정된 오늘의 공개 훈련에는 취재진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기자들은 대중의 주목도가 높은 선수들을 우선으로 촬영했다.

제레미 코만이 그중 첫 번째였지만, 모나코는 원맨팀이 아니었다.

기자들은 모나코의 또 다른 스타에 주목했다.

“토마의 슈팅 정확도도 좋아.”

토마 클리시.

프랑스 리그 득점 3위로 모나코의 전사로 불리는 선수였다.

“보면 모나코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는 거 같아.”

모나코의 가장 무서운 점은 두 명의 에이스를 중심으로 맞춰진 조직력이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한 팀으로 움직이는 그 모습은 의외의 결과를 기대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거, 다음 경기가 기대되네.”

기자들은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취재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훈련이 끝난 뒤.

UEFA 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는 모나코에 기적을 불러온 감독 마르크 소리아노였다.

그는 5년 전, 모나코에 부임한 이후로 팀을 뜯어고치는 데 성공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감독이었다.

“아아, 들리십니까?”

그는 웃으며 기자들을 바라봤다.

“그러면 시작해볼까요? 너무 무서운 질문은 조금만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유쾌한 성격의 그는 기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여러 질문이 나왔고 그는 차분히 그것들에 대답해줬다.

“곧 아스날과의 경기인데 긴장이 되지는 않으십니까?”

“긴장은 항상 하는 거니까 크게 감흥이 없습니다. 다만 아스날이 어떤 축구를 하는지 분석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그는 매일 밤을 지새우며 아스날의 전술을 분석하고 있었다.

아무리 완벽한 팀이라고 하더라도 약점이란 있기 마련.

그것을 찾을 수만 있다면, 모나코에게도 승산이 있을 터였다.

“모든 클럽이 유를 막지 못했는데 막을 방법이 있으신가요?”

“…음, 솔직히 말하자면 유의 플레이를 통제할 수 있는 건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막을 생각이시죠?”

“그건 아직 구상하는 단계라 말하기가 곤란하네요. 다음 질문받겠습니다!”

마르크 소리아노 감독의 인터뷰 후, 다음 인터뷰 대상자는 모나코의 주장 제레미 코만이었다.

“보얀, 요새 밥 잘 못 먹고 다녀요? 살이 빠진 거 같네요.”

그는 친한 기자에게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첫 번째 질문부터 가겠습니다.”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레미 코만은 시원시원하게 답변해줬다.

그렇게 나온 질문 하나.

“최근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유럽 최고의 자리에 오른 유와 맞대결을 하게 됐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민한 질문에도 제레미 코만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유가 뛰어난 선수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기는 건 우리 모나코가 될 것입니다.”

그는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고 들어간다는 생각 따윈 조금도 하지 않았다.

축구에서 100%의 승률을 가져가는 클럽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아스날이 무적이라고 불린다고 해도 적어도 대등한 경기를 했다고는 말할 정도는 해야지.’

최고의 클럽으로 불리는 아스날을 상대로 처음부터 기죽고 들어가는 건 죽어도 싫었다.

* * *

16강 1차전은 프랑스 모나코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아스날 선수들은 경기가 있기 이틀 전부터 프랑스에 입국해서 현지 적응을 했다.

전술을 맞추며 훈련을 하니, 시간은 금방 흘렀다.

그렇게 경기 당일이 다가왔다.

【 16강 1차전, 모나코 vs 아스날! 】

모나코의 홈구장인 ‘스타드 루이 2세 (Stade Louis II)’.

아름다운 경기장이지만, 수용 규모는 적었다.

2만 명.

모나코의 인구수가 많지 않은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3년 전부터 부쩍 축구의 인기가 많아져 증축에 관한 이야기가 스멀스멀 나오는 중이었다.

“오늘은 관중석이 꽉 채워졌네?”

“우리 클럽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아스날을 응원하는 인파도 적지 않잖아.”

2만 석의 관중석은 금방 매진이 됐다.

특히 홈팀 좌석뿐만 아니라 원정팀 좌석도 전부 매진됐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아스날이 최근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결과였다.

유럽 챔피언인 그들의 경기는, 타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 와아아아아아아!!!

선수들은 뜨거운 열기 속에 워밍업을 마친 뒤,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아스날의 라커룸 안.

폴 사르는 작전판을 두드리며 오늘 사용할 전술에 관해 설명한 뒤, 선수들을 바라봤다.

“…전술 설명은 여기까지다. 궁금한 거 있는 사람 있나?”

“없습니다.”

“좋아, 본격적인 토너먼트의 시작이다. 1차전은 확실하게 잡고 가자. 알겠나?”

“네!”

“모나코의 저력은 절대 무시하지 못한다. 그들이 일으키는 돌풍에 휩쓸리지 마라.”

선수들은 집중력을 높이며 라커룸을 나와 터널에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유지우는 차분히 심호흡하며 앞을 바라봤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반갑다-!”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선수는 제레미 코만이었다.

“널 꼭 만나고 싶었어! 우리 아들이 네 팬인데 사인 좀 부탁해도 될까?”

상대 팀인데도 살갑게 다가오는 그를 보며 유지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경기 끝나고.”

“아! 이런! 내가 눈치가 없었네! 하하하!”

그는 너스레를 떨며 모나코 쪽 대열로 걸어갔다.

과연, 주장은 주장인지 그는 모나코 선수들에게 일일이 하이 파이브를 해주며 그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긴장하지 마! 긴장해서 실수하는 놈들 있으면 엉덩이 걷어차 줄 테니까!”

불어로 말을 한 탓에 아스날 선수들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제레미 코만 덕분에 모나코 선수들의 긴장이 풀렸다는 것.

저절로 따르고 싶은 매력을 갖춘 주장.

그것이 바로 제레미 코만이었다.

“가자-! 우리의 홈을 뜨겁게 만들어보자고!”

그는 여태 만났던 상대 선수 중에서 가장 유쾌한 선수였다.

* * *

4 – 3 – 3의 아스날.

4 – 4 – 2의 모나코.

두 클럽의 핵심은 중원 싸움이었다.

퍼—억!

치열한 몸싸움.

촤—악!

절묘한 태클.

힘겨루기 끝에 볼을 가져온 것은 아스날이었다.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볼을 빼앗고 오른쪽으로 길게! 유지우 선수를 봅니다!]

유지우는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고서 중앙으로 올라왔다.

그의 시선이 정면을 향하자 보이는 건 모나코 수비진이 내려앉아 두 줄 수비를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모나코의 수비가 단단한 이유가 이거구나.’

전반전 15분이 지나는 동안 아스날의 공세를 막은 그들의 성벽.

수비에서 모나코의 호흡은 미친 수준이었다.

서로 말을 하기 전에도 필요한 곳으로 협력수비를 하니, 아스날의 공격은 막힐 수밖에 없었다.

툭.

유지우는 드리블하면서 차분히 상대 진영의 배치를 파악했다.

어느 위치로 균형이 쏠려 있는지.

동료 선수가 어디에서 혼란을 주는지.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곤 압박하는 선수를 플리플랩으로 제치고 공간을 만들어 중앙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스윽.

유지우의 눈에 길이 보였다.

그 길대로 올라가자 유지우는 지체하지 않고 슛 자세를 잡았다.

[어어어어-!!!]

중거리 슈팅을 하기에는 조금 먼 거리라 모두가 당황했다.

그래서 모나코의 압박도 한 박자 늦고 말았다.

‘여기서 슛을?’

도저히 예상하지 못한 거리에서의 슈팅 자세.

제레미 코만은 찰나의 순간 생각을 정리했다.

‘슛 페이크일 가능성이 커.’

페이크를 주면서 압박을 끌어내 수비에 균열을 주겠다는 의도로 파악했다.

제레미 코만은 그렇게 생각한 뒤, 적절하게 앞으로 나와 신경만 쓰이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뻐---엉!

“…어?”

유지우는 정말 슈팅을 때렸다.

왼발로 잔뜩 감아서 멀리 찬 슈팅.

스르르르륵.

강하게 날아간 볼은 안으로 휘면서 정확히 골대 왼쪽 구석으로 꽂혔다.

날아오른 골키퍼의 손에도 닿지 않은 절묘한 코스.

철렁.

오늘 경기의 선제골은 아스날의 히어로, 유지우의 발끝에서 만들어졌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원정 팬석에 모인 아스날 팬들의 환호가 모나코의 홈을 잠재웠다.

[고오오오오올-! 전반 23분에 유지우 선수가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저 위치에서 감아 차는 건 유지우 선수의 주특기 같은 슈팅이죠, 모나코는 저 슈팅을 막아야 했습니다!]

골을 넣고 세레머니를 하는 유지우를 멀리서 지켜보는 제레미 코만의 입꼬리는 슬며시 올라갔다.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미친 수준이잖아.”

* * *

선제골이 나오고 나서도 모나코는 흔들리지 않았다.

“뭐, 아스날의 공격력만 보면 한 골 실점할 건 각오했잖아?”

짝!

“다시 집중해서 가자!”

제레미 코만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모나코는 상대적으로 선수단 나이가 젊은 축에 속했다.

큰 대회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돌풍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했던 건 제레미 코만의 존재 덕분이었다.

뻐---엉!

“압박이 빠르잖아! 주변에서 계속 뛰어주면서 받아줘!”

그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능숙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아스날에게 중원 싸움이 밀리더라도 자신이 해야 할 것은 놓치지 않았다.

촤---악!

그런 그를 상대하는 건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역할이었다.

[깔끔한 태크으으으을! 이번 시즌 초반부터 보자면 크리스티안 페레스 선수의 수비력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공격력에서는 평가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만큼 대단하지만, 수비력에서는 약간의 의문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33-34시즌에 완벽하게 보완했습니다!]

아스날 선수들이 약점을 보완하게 한 것은 유지우와 데릭 레드먼드의 작품이었다.

유지우가 부주장으로 임명되면서 제일 먼저 한 것이 선수들이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거였다.

그리고 그 결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나며 필드에서 증명됐다.

30분.

40분.

45분이라는 정규시간이 다 지나가고 추가로 주어진 3분도 어느덧 다 흘러갔다.

“…이대로 끝나려나?”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제레미 코만이 아스날의 진영을 살피더니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뻐---엉!

아스날이 게겐 프레싱으로 라인을 올려 압박을 하는 사이에 생겨난 뒷공간을 노린 거였다.

타다다다닷-!

그러나 그 부분은 데릭 레드먼드에게 체크되고 있었다.

금세 백업해서 공간을 없애려고 했는데.

퉁.

[토마 클리시-! 데릭 레드먼드의 옆에서 쏜살같이 달려 나오며 볼을 잡아냅니다!]

토마 클리시는 패스를 가슴트래핑으로 받으며.

퍼---억!

데릭 레드먼드와 몸싸움을 했다.

피지컬이 좋은 데릭 레드먼드의 압박에, 토마 클리시의 균형이 무너질 무렵.

툭.

그는 등을 진 채, 발바닥으로 볼을 지키다가 무너지기 직전에 패스를 보냈다.

같은 라인에 있는 디디에 클에테르에게.

그를 견제하려고 레이턴 버트란드가 붙어있는데.

툭.

그는 원터치로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찔렀다.

그걸 받은 건, 감각적인 라인 브레이킹을 하며 마침내 데릭 레드먼드를 따돌린 토마 클리시였다.

- 오오오오오오!!!

바로 이 패턴이었다.

모나코가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키는 패턴은.

철렁.

그렇게 필승 패턴에 당하면서 데릭 레드먼드는 헛웃음을 지었다.

‘분명히 대비했는데.’

이 패턴이 그들의 주요 무기인 것을 알고 있는데도 막을 수가 없었다.

‘그걸 빠져나갔어.’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순간 속도.

토마 클리시가 왜 모나코의 또 다른 에이스로 불리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플레이였다.

[토마 클리시와 디디에 클에테르! 클클 듀오라고 불리는 두 선수의 합작품이 아스날의 거대한 성문을 뚫어냈습니다!]

[이걸로 1 – 1! 양 팀이 균형을 맞춘 채! 전반전이 종료됩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의 전반전은 그렇게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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