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340화 (340/383)

제340화

경기가 시작되면서 관중석의 모든 시선이 필드로 향했다.

필드에는 초반부터 맹렬하게 붙는 두 클럽 선수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자 관중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거야! 아스날 녀석들한테 볼을 내주지 마!”

“무조건 선제골을 먼저 넣어서 분위기를 가져와야 해!”

경기 초반.

맨체스터 시티는 침착하게 볼을 돌리며 점유율을 지켜갔다.

아스날의 강한 압박에도 밀리지 않는 정교한 패스.

이것은 그들의 강점이었다.

“시티의 빌드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야. 아스날이 무리하게 압박했다간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가 있어.”

전문가들의 시선도 날카로웠다.

“과르디올라의 축구는 한층 정교해졌죠.”

“무엇보다 공격과 수비 시의 변화가 다양하니, 아스날 입장에선 까다로울 수밖에 없어.”

“스위칭 플레이가 많아요.”

“그렇게 혼란을 주면서 공간을 공략하는 게 시티의 전술이지.”

맨체스터 시티의 포메이션은 4 – 3 – 3으로 고정된 게 아니었다.

큰 틀이 4 – 3 – 3이지 공격과 수비에서 정밀한 포메이션 변화가 있었다.

공격 시에는 3 – 2 – 4 – 1이라는 세부적인 포메이션으로 세밀한 움직임을 요구했다.

윙백들이 중원 쪽으로 많이 움직이며 빌드업에 관여했고 패스 길을 여러 갈래로 만들어냈다.

그로 인해 아스날이 압박해도 패스를 돌릴 루트가 많아져 점유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아스날이 저런 걸 두고 볼 리가 없지. 폴 사르도 중원 점유를 중요시하는 감독이니까.”

그들이 점유율을 챙겨가며 여유롭게 볼을 돌려도 아스날의 압박은 조금도 멈추지 않았다.

타다다다닷-!

마치 전반전에 모든 걸 쏟아부으려는 듯한 플레이였다.

“…저러다가 방전되지 않을까요.”

“쉽게 방전되지는 않을 거야.”

“어째서요? 활동량이 많잖아요.”

“아스날 선수들의 체력이 좋은 점도 있지만, 무리해서 따라가지 않고 적절한 거리에서만 압박하고 있어.”

자세히 살펴보면 아스날도 무식하게 맨체스터 시티의 패스를 따라가며 압박하지 않았다.

그들 또한 맨체스터 시티의 빌드업이 수준급이라는 걸 알기에 대비하고 있어 나오는 행동이었다.

“따라가지 말고 간격만!”

양 클럽은 천천히 공간을 점유해갔다.

어떻게든 공간을 찾아 들어가려는 맨체스터 시티.

어떻게든 전진만은 막으려는 아스날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고.

“오, 아스날이 볼을 빼앗았네요.”

그 순간.

맨체스터 시티가 하프 스페이스로 공략하려는 걸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차단하며 볼의 소유권을 가져왔다.

“허, 폴 사르가 단단히 준비했군.”

“시티가 하프 스페이스로 들어오는 거요?”

“과르디올라의 전술은 빌드업이 주가 됐지만, 공격 전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바로 저 하프 스페이스거든.”

아스날이 그 부분을 정확하게 찔러 들어가며 볼을 가져와 공격을 전개했다.

“시티의 백업이 빠르네요.”

“아스날도 그걸 알고 템포를 살짝 죽였어.”

서로가 얼마나 분석했는지 알 수 있는 플레이들이 자주 나왔다.

“중원 장악력이 좋네요.”

“시티의 중원 장악력이 압도적이지만, 아스날도 밀리지 않아. 그리고 저기서 만들어지는 빌드업이 잉글랜드는 물론 유럽을 휩쓸고 있지.”

마테오 크리스단테 – 카이 베일로브.

두 선수를 비롯해.

데릭 레드먼드 – 레이턴 버트란드.

아스날은 수비 진영에서도 라인을 올려 볼을 받아주며 후방 빌드업을 체계적으로 쌓아갔다.

골키퍼인 다비드 바르트라도 발밑이 좋은 선수라 폴 사르가 원하는 빌드업 그림을 만들기 충분했다.

“…이거 경기가 고작 5분밖에 안 흘렀는데 벌써 여러 장면이 나왔군.”

프리미어리그 정상 대전.

이 이름에 걸맞은 경기력에 사람들은 초반부터 눈을 돌리지 못했다.

* * *

10분이 눈 깜짝할 새에 흘렀다.

스코어는 0 – 0.

양 클럽 모두 치열하면서도 신중하게 전개하는 게 느껴졌다.

마틴 그라임스 – 아드리안 로마오 – 유지우.

크리스티안 페레스.

마테오 크리스단테 – 카이 베일로브.

사울 키르키치 – 데릭 레드먼드 – 레이턴 버트란드 – 카를로스 로호.

다비드 바르트라.

4 – 3 – 3의 아스날.

디에고 로시 – 오스마르 토레스 – 저메인 팔머

율리안 쿠겔 – 데일 모리슨.

윌리엄 폴크.

마르크 아흐나흐 – 스콧 메이시 – 디오구 바렐라 – 루벤 헨더슨.

글렌 테일러.

4 – 3 – 3의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시티는 윌리엄 폴크를 중심으로 빌드업을 짰다.

압박이 타이트하게 들어오면 스위퍼 형태로 있는 디오구 바렐라까지 패스가 가며 아스날의 압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툭.

그는 영리하게 아스날의 압박을 절묘하게 피한 뒤, 타이밍이 보이면.

뻐---엉!

과감한 전진 패스를 보냈다.

아스날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선수는 율리안 쿠겔이었다.

그는 볼을 잡은 뒤.

자신에게 오는 압박을 보고선 원터치로 방향만 틀었다.

[오오오오-! 율리안 쿠겔이 데일 모리슨과 짧게 패스를 주고받으며 카이 베일로브의 압박을 따돌립니다!]

순간적인 반응속도가 정말 빨라 카이 베일로브가 놓쳐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카이 베일로브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 붙었다.

뒤에서 쫓아오는 압박에도 율리안 쿠겔은 침착하게 리턴을 받은 후, 빠르게 볼을 처리했다.

투---욱.

수비수들의 시선을 빼앗으며 왼쪽으로 보낸 노룩 패스.

그것을 받은 건.

탁.

맨체스터 시티의 에이스, 디에고 로시였다.

[디에고 로시입니다-! 카를로스 로호를 따돌리고 안으로! 그리고 컷백-!]

그는 슈팅을 때리지 않았다.

특유의 간결한 드리블로 수비진을 흔든 뒤에 오스마르 토레스에게 기습적인 패스를 보냈다.

오스마르 토레스가 발을 뻗어보지만.

촤---악!

그보다 먼저 들어온 레이턴 버트란드의 태클이 패스를 차단했다.

“데릭-! 걷어내요!”

데릭 레드먼드는 흘러나온 볼을 달려와 멀리 걷어냈다.

[위기를 넘기는 아스날!!! 레이턴 버트란드의 수비가 실점 위기에서 팀을 구합니다!]

짝.

“잘했어! 레이턴!”

“악! 데릭, 아파요.”

“하하-! 이게 뭐가 아프다고! 자! 다시 집중해서 가자! 시티 녀석들에게는 슈팅 하나도 주지 말자!”

“예.”

수비에서 분위기를 가져온 덕분에 경기의 흐름도 맨체스터 시티에게서 아스날에게로 넘어왔다.

[빠르게 전진하는 아스날!!!]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볼을 받고서 한 번 템포를 죽여 맨체스터 시티를 중심으로 다소 빨라진 리듬을 진정시켰다.

그 사이에 오른쪽으로 올라오는 한 선수.

뻐—엉!

유지우를 보고선 타이밍을 맞춰 앞 공간으로 스루패스를 찔렀다.

볼이 향하는 공간은 마르크 아흐나흐가 더 가까웠지만, 유지우가 속도로 찍어눌렀다.

[여기서 볼을 먼저 터치하는 건 유지우 선수입니다! 엄청난 스피드! 누가 필드에 치타를 풀어놨나요!]

[마르크 아흐나흐가 돌아서는 동작이 있어서 따라잡지 못했습니다만 바로 길목을 차단합니다!]

마르크 아흐나흐는 볼 경쟁에서 밀릴 것을 알고 빠른 판단을 내려 앞을 막는 걸 선택했다.

그렇게 볼을 터치한 유지우는 속도를 살려 파고들었다.

탓, 타닷!

타이밍을 재고 라 크로케타로 제쳐냈다.

단숨에 중앙으로 올라가는 그를 따라오는 마르크 아흐나흐와 앞을 막으려는 스콧 메이시.

스윽.

유지우는 고개를 들어 골대까지의 길을 확인했다.

슈팅 코스가 정확하게 보였다.

그걸 발견하곤 자세를 잡았다.

촤---악!

슛 동작을 본 스콧 메이시는 몸을 날려 슈팅을 막으려고 했지만.

스르르륵.

이때 유지우가 슛 동작을 멈췄다.

그는 슛 페이크로 스콧 메이스를 낚고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갔다.

높아진 득점 확률.

‘여기다.’

유지우는 기회를 보고서 왼쪽으로 낮게 깔아 찼다.

하지만 그때.

끝까지 유지우의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던 디오구 바렐라가 몸을 날렸다.

까---앙!

디오구 바렐라의 다리에 맞으며 굴절된 슈팅은 크로스바를 맞고 떨어졌다.

골라인 바로 앞에서 떨어진 볼.

아드리안 로마오가 몸을 날려보았지만, 그보다 먼저 글렌 테일러가 볼을 품에 안았다.

- 와아아아아아아!!!!

[이것이 라이벌이고 이것이 정상 대전이죠! 하나의 플레이도 대충 하지 않고 서로의 골문을 노리는 모습!]

[종료 휘슬이 울리고 웃는 클럽이 어디가 될지!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 * *

40분 동안 하이라이트로 뽑힐 장면들이 여럿 나왔다.

그 장면들을 만든 선수들은 다름 아닌 양 클럽의 에이스들이었다.

[다시 디에고 로시가 측면에서 볼을 잡습니다! 카를로스 로호가 바로 압박!]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유지우에게 살짝 밀리긴 하지만 그가 세운 기록도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하기 충분했으니까.

“디에고---!”

홈팬들은 에이스를 향해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볼을 잡은 디에고 로시는 카를로스 로호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피고선.

툭.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는 넛맥을 선보였다.

감각적인 볼 터치.

자신의 플레이를 믿으며 다음 플레이로 이어가는 동작까지.

- 디에고! 디에고! 디에고!

디에고 로시는 필드를 지배했다.

그렇게 뒷공간을 연 그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며 아스날의 골문을 위협했다.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 이 선수가 왜 유지우 선수의 라이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돌파할 때는 돌파를, 크로스를 올릴 때는 크로스를, 플레이 변화가 다양한 선수라 막는 게 힘들죠.]

웃으면서 플레이하는 그의 모습은 위협적이었고 뒤에서 받쳐주는 선수들 또한 위협적이었다.

디에고 로시를 중심으로 한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 패턴.

이것이 아스날에 대항할 메인 전술이었다.

몇 차례 공격이 이어졌고 골문을 노리는 결정적인 기회는 디에고 로시의 발에 맡겨졌다.

타다다다닷.

[율리안 쿠겔이 볼을 잡고 반 박자 빠르게 밀어줍니다-!]

수비수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찔러준 패스.

디에고 로시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트리며 들어오자 레이턴 버트란드가 따라갔다.

뻐—엉!

마지막에 살짝 방해받았지만, 그의 슈팅은 골대를 쭉 뻗어갔다.

철렁.

하지만 아쉽게도 정확도가 살짝 떨어지며 볼은 옆 그물을 흔들고 말았다.

[계속해서 아스날의 골문을 위협하는 맨체스터 시티! 디에고 로시의 플레이를 막지 못하면 아스날이 패배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디에고 로시가 공격에 날카로움을 더했다.

.

.

.

맨체스터 시티가 홈 버프를 받고 아스날의 숨통을 조여가는 도중.

사고가 하나 벌어지고 말았다.

43분.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을 막아낸 뒤 찾아온 아스날의 공격 기회.

그들은 맨체스터 시티가 코너킥으로 라인을 올린 틈에 뒷공간을 노렸다.

오른쪽을 파고드는 유지우를 보고선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롱패스를 보냈다.

[그대로 뒷공간으로! 유지우 선수가 있는 방향으로 볼을 보냅니다!]

그런데 맞바람이 불며 볼이 앞 공간이 아닌 유지우의 머리 위로 오고 있었다.

유지우가 멈춰 있는 사이, 마르크 아흐나흐가 따라붙어 공중볼 경합을 했다.

‘여기서 밀릴 순 없어.’

그런데 공중볼 상황에서 너무나 막고 싶은 마음이 컸던 마르크 아흐나흐가 무의식적으로 팔꿈치를 써버렸고.

그게 그대로 유지우의 얼굴을 가격하고 말았다.

[어어어-! 무슨 일인가요!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유지우 선수가 마르크 아흐나흐와 충돌! 얼굴을 부여잡고 쓰러집니다!]

삐---익!

주심도 바로 휘슬을 불었고 선수들이 달려왔다.

그때.

카메라는 유지우를 타이트하게 잡았고.

주르르륵.

유지우가 얼굴을 부여잡은 손 사이로 피가 흘렀다.

* * *

【 Live)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vs 아스날, 0 – 0 진행 중. 】

- 아니 우리 애가 아프다잖아-!!!

- 피가 난다고? 저 새끼 죽이고 지옥 가겠습니다.

- 팔을 저따위로 쓰면 레드지! 무슨 경고야!!!

- 저 새끼 일부러 팔꿈치 든 거 아니야?

- 와… 예전에도 저것 때문에 한 번 다치지 않았었나?

- 아 ㅠㅠㅠㅠㅠ

사람들의 걱정이 심해졌다.

왜냐하면 전에도 유지우가 같은 부위에 충돌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국가대표 주장이자 에이스인 유지우가 부상 당하면 더더욱 안 됐다.

- ㅠㅠㅠㅠㅠ 제발 큰일이 아니길 ㅠㅠㅠㅠ

그래도 들것에 실려 나가지 않고 일어나서 코치진들의 부축을 받는 유지우의 모습에 사람들은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 부상이야? 빠지는 거?

- 설마 ㅠㅠㅠ

- 리플레이 보니까 심하게 충돌한 것 같지는 않아.

- 월드컵이 코앞인데 왜 이러냐고!!!!

.

.

.

“괜찮아요. 제대로 충돌하기 전에 바로 고개 돌려서 코끝에 스친 거예요.”

다행인 건 유지우의 반응속도가 빨랐다는 점이었다.

팔꿈치가 가까워지자 고개를 돌려 최대한 피해낸 것이다.

“후우, 다행이다.”

“골절은 아니고 코끝이 스치는 충격에 일시적으로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응급처치하면 경기 뛰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뇌진탕 증세는 없나?”

“당장은 보이지 않습니다. 떨어질 때도 머리가 아니라 등부터 떨어져서 다행이었습니다.”

“…흠.”

폴 사르의 고민이 깊어졌다.

경기를 계속 뛰게 할 것인가.

아니면 쉬게 해서 정밀 검사를 받게 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졌다.

그런 그를 보며 유지우는 미소를 지었다.

“전 괜찮습니다.”

“계속 뛰겠다는 거야?”

“뇌진탕 증세가 있다면 제가 제일 잘 알잖아요. 월드컵을 앞두고 무리할 리도 없고요.”

그의 말대로였다.

오늘 경기가 중요하긴 했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을 키우는 행동을 선수가 할 리가 없었다.

“루이스.”

폴 사르는 팀닥터와 다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 후.

폴 사르는 팀닥터의 이야기를 듣고선 곰곰이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

“여기까지만 하자.”

그 결정은 에이스의 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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