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348화 (348/383)

제348화

짝짝짝짝짝.

홈과 원정 팬을 가리지 않고 나오는 박수는 서서히 퍼지며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가득 채웠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원정팀 선수를 보는 게 얼마 만이죠?]

[7년 전, 파리 생제르맹의 윌리앙 주니오르 이후로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단하네요…. 다른 곳도 아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한국 선수라니.]

제라르 레오의 대항마였던 윌리앙 주니오르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마지막 원정 선수였다.

그리고 7년 만에 새로운 전설을 쓴 유지우가 그 주인공이 됐다.

놀란 것도 잠시.

유지우는 홈팬들에게 박수로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는 라인 밖으로 나가서는 허리를 굽혀 팬들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곧이어 그를 맞이한 것은 폴 사르였다.

이미 승리가 확정이 된 순간이라 폴 사르는 활짝 웃으며 유지우를 와락 안아줬다.

“어때?”

“뭐가요?”

“새로운 시대를 열었잖아, 아주 멋지게 말이야.”

아마 이 경기 이후에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건 제라르 레오가 아닌 유지우가 될 거였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은 유지우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순간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을 안 유지우는 주위를 둘러봤다.

- 와아아아아!!!

기립박수를 보낸 홈팬들과 응원가를 부르는 원정 팬.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 실감은 안 나요.”

“하하-! 그럴 거다, 하지만 내일이면 완전히 달라지겠지.”

지금도 유지우는 아스날의 에이스이자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 이상이었다.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을 제패한 선수.

발롱도르를 받은 선수이자 굳건했던 제라르 레오의 왕좌를 빼앗은 새로운 왕으로 기억될 것이었다.

그 뒤로 벤치로 가서 앉아서 쉬고 있자.

삐익-! 삐익-! 삐----익!

종료 휘슬이 울렸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2차전의 모든 경기가 진행되고 결승 진출팀은 아스날로 정해졌다.

최종 스코어 5 – 2.

그야말로 압승이었다.

[아스날이 레알 마드리드를 꺾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갑니다! 트레블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할 겁니다!]

[결승 상대는 내일 열릴 맨체스터 시티 vs 유벤투스의 경기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아스날이 우승할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경기가 끝났음에도 아스날 원정팬들의 응원가는 멈추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 원정.

그곳에서 훌륭히 결과를 얻은 선수들을 향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줬다.

아스날 선수들은 그 응원가를 들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곧이어 유지우와 제라르 레오가 만났다.

스타디움 내 카메라의 90% 이상이 두 사람의 모습을 찍었다.

“후우.”

“한숨을 왜 그렇게 쉽니까?”

“내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라서.”

“리그 우승은 거의 확정이고 컵 대회도 결승에 올라갔다면서요.”

레알 마드리드는 라리가를 지배하는 중이었다.

라이벌인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승점 차이를 벌리며 라리가 우승도 거의 확정을 지어놨다.

“챔피언스리그는 다르지.”

그런 그들에게도 UEFA 챔피언스리그는 달랐다.

이 대회는 유럽에서 뛰는 모든 선수의 꿈과도 같은 대회니까.

“제라르랑 마드리드의 몫까지 꼭 우승할게요.”

“약속한 거다?”

“예, 반드시 우승할 겁니다.”

“다음에 보자, 비시즌에 한 번 놀러 와.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한번 생각해볼게요.”

제라르 레오와 유지우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이제 새로운 세대의 아침이 밝았다고.

* * *

【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의 꿈이 무너진 레알 마드리드. 】

【 레알 마드리드, 홈에서 충격의 패배. 】

【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레알 마드리드, 결국 아스날에게 티켓을 양보하다. 】

【 제라르 레오, “유지우는 나를 넘어섰다.” 】

【 루카 모드리치, “아스날이라면 결승에 올라갈 자격이 있다. 그들의 우승을 응원한다.” 】

경기가 끝나고 커뮤니티 사이트는 뜨겁게 달궈졌다.

[마드리드가 홈에서 패배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

[홈에서 승률이 70%가 넘어가는 팀이잖아.]

[제라르가 고개를 숙이는 거 보고 눈물이 나더라, 내 젊은 시절을 함께했던 영웅이 사라지는 느낌이었어.]

[유의 퍼포먼스는 엄청나더라, 아스날이라는 클럽에 관심이 없었는데 플레이를 보고 있으니까 어떻게 유럽을 제패하는지 알겠더라.]

[기립박수에 압도가 됐어. 원정 선수를 향한 기립박수가 없던 건 아니었지만, 다 유럽과 남미 선수들이었잖아. 그런데 아시아 선수에게 기립박수라니. 축구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내가 보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아.]

가장 큰 이목을 끄는 건 유지우의 기립박수였다.

스페인 축구팬들은 자부심이 굉장했다.

그들이 응원하는 팀이 세계 최고라 불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팀의 팬들이 원정 선수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

그것도 축구 중심인 유럽과 남미가 아닌 변방국인 아시아권 선수에게?

이것은 사건이었다.

<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원정 선수는 전설적인 선수가 된다. >

이런 말이 있을 만큼 그들의 기립박수는 의미가 컸다.

해당 영상은 너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축구팬들을 큰 충격에 빠트렸다.

그러면서 하나의 기사가 보도됐다.

【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

이러한 제목의 기사를 올린 기자는 에릭 카리에.

프랑스 출신의 스포츠 기자로 그의 기사는 전 세계 축구 팬들이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우 영향력이 컸다.

[축구계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시대의 중심에 선 선수는 21세의 나이에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대한민국 국적의 축구선수 지우 유다.

그는 지난 4월 30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UEFA 4강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아스날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지우 유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찾은 레알 마드리드 홈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는 윌리앙 주니오르 이후, 7년 만의 일로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 후….]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동양인에게 냉정한 기사를 쓰기로 유명한 그가 유지우를 극찬했으니 당연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라.”

축구계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연못에 일렁이는 파문처럼 점점 커져 거대한 파도가 되어 전 세계 곳곳으로 흘러갔다.

* * *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을 치른 다른 클럽들도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유벤투스 1 – 0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시티는 유효 슈팅 수나 점유율 부분에서 모두 압도했지만, 1차전을 합산한 최종 스코어 3 – 2로 유벤투스가 진출하게 됐다.

《 맨체스터 시티의 저주 》

결국 사람들은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시티했다’고 봤다.

압도적인 전력으로도 매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지 못하는 그들을 조롱하듯.

“…모든 것은 저의 실패입니다. 선수들은 제가 시킨 전술대로 플레이했고 훌륭했으니, 비난의 화살은 저에게만 향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호셉 과르디올라는 인터뷰를 하면서 착잡한 표정을 드러냈다.

평소에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그였기에 그것 또한 화제가 됐다.

그리고 모두가 그 이유를 알았다.

UEFA 챔피언스리그 타이틀.

모든 걸 가진 맨체스터 시티에게 없는 유일한 타이틀이기에 그들은 시즌마다 죽어라 하고 노력했다.

그런데도 우승컵은 들어올 듯 그들의 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전히 꿈속의 허상일 뿐이었다.

“그러면 이만.”

호셉 과르디올라가 한 인터뷰는 그대로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그렇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일정은 모두 끝이 났다.

【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아스날 vs 유벤투스! 】

【 영국의 창과 이탈리아의 방패가 만나다! 】

유벤투스가 맨체스터 시티를 이긴 후에 김재민이 한 인터뷰가 있었다.

“결승에서 같은 국적인 유를 만나는데 어떻습니까?”

현재 세리에A 수비 베스트 4를 뽑으라면 김재민이라는 이름은 꼭 들어갔다.

그만큼 수비의 본고장인 세리에A에서 김재민의 수비력은 여러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 엄청난 무대에서 그를 만난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엄연히 적으로 만나는 만큼 최선을 다해 이탈리아로 빅이어를 가져가겠습니다.”

그의 인터뷰는 국내로 전해졌다.

여러 뉴스에서도 그 부분을 다뤘다.

‘코리안 더비.’

다른 경기에서 몇 차례 성사되긴 했으나 UEFA 챔피언스리그, 그것도 결승전에서는 전무후무한 만남이었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 반응이 폭발했다.

* * *

아스날에게 남은 경기는 단 3개.

리그 38라운드.

FA컵 결승.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이었다.

리그는 조기 우승으로 확정 지었고 남은 두 대회만 이기면 아스날 역사상 최초의 트레블이 만들어지게 되는 거였다.

그렇게.

33-34시즌의 마지막 달.

5월이 밝아왔다.

FA컵 결승.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 와아아아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두 클럽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디에고 로시의 프리킥이 빗나가고 맙니다!]

[힘이 너무 들어가서 떠버리고 말았어요. 이게 10cm만 낮았어도 득점이 되었을 겁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에이스 디에고 로시의 공격력은 모두에게 인정받았다.

유지우의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그의 실력은 경기를 좌지우지할 정도였으니까.

“디에고! 잘했어!”

“다음에는 꼭 넣어보자.”

그의 공격력을 등에 업고서 맨체스터 시티는 아스날보다 기회를 더 많이 만들긴 했지만, 마무리 짓지 못했다.

아스날 0 – 0 맨체스터 시티.

전반 30분.

양 팀은 서로의 골문을 집요하게 노렸다.

골대를 맞추거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여전히 균형은 유지되고 있었다.

[양 클럽 모두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맨체스터 시티는 디에고 로시를 중심으로 여러 공격을 시도하네요.]

맨체스터 시티는 간절했다.

이번 시즌도 아무런 타이틀을 따지 못한 채, 마무리 짓고 싶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이 경기가 곧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만큼이나 가치가 있었다.

“패스해!”

디에고 로시는 활동량을 많게 가져갔다.

초반부터 왼쪽 사이드에만 있는 게 아니라 중앙으로 오며 율리안 쿠겔과 계속해서 사인을 맞췄다.

‘내가 들어갈 거니까, 타이밍 맞춰서.’

‘오스마르랑 연계해.’

그들은 사전에 맞췄던 대로 움직였다.

촤---악!

마테오 크리스단테와 솔 테일러.

카이 베일로브가 종아리 통증으로 출전하지 못한 가운데,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오랜만에 솔 테일러와 호흡을 맞추며 공세를 막았다.

그러나.

오랜만에 나오는 바람에 미세한 호흡 차이가 생기며 틈이 생겨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 틈을 디에고 로시가 비집고 들어갔다.

타다다다닷-!

디에고 로시의 순간적인 속도는 유지우 못지않았다.

그것이 차이를 만들었다.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반걸음 뒤에 있자.

스르르르륵.

그는 발 앞으로 온 율리안 쿠겔의 절묘한 패스를.

뻐---엉!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약발인 오른발로 온 코스라 제대로 된 임팩트를 하지 못했고, 슈팅은 다비드 바르트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위협적인 슈팅을 때리는 디에고 로시-! 아스날의 골문을 집요하게 노립니다!]

[벌써 네 번째 슈팅입니다. 지금 아스날은 계속해서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고 있거든요? 이러다가 크게 한 방 맞을 수가 있습니다!]

그는 슈팅하기 전에 압박을 온 레이턴 버트란드를 봤다.

‘이 녀석만 아니었으면 왼발 코스가 나오는 거였는데.’

지난 레알 마드리드전과 마찬가지로 레이턴 버트란드는 수비 프리롤을 부여받았고 그 덕분에 디에고 로시가 슈팅하기 전.

빠르게 거리를 좁히며 약발 슈팅을 유도할 수 있었다.

.

.

.

45분.

추가 시간 2분.

양 팀은 나란히 기회를 주고받으며 전반전을 보냈다.

점유율은 51 vs 49.

미세하게 아스날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후.

- 와아아아아!

한 선수가 볼을 잡자 웸블리 스타디움에 함성이 울렸다.

그는 다름 아닌 새로운 전설을 쓰고 있는 유지우였다.

[유지우 선수가 잡고서 맨체스터 시티 진영으로 볼을 몰고 올라갑니다!]

그의 지휘가 시작되자 웸블리 스타디움을 비롯해 이 경기를 보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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