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0화
봤다.
그는 그런 선수들의 시선을 보고는 말했다.
“다들 고생했다! 너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강한 팀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 감독의 전술적 역량.
둘, 그 전술을 수행할 선수들의 능력.
현재 아스날에서는 이 두 가지가 잘 합쳐졌다.
그렇기에, 오늘 같은 기적이 생겨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오늘은 마음껏 기뻐해도 좋지만! 우리에겐 아직 남은 경기가 있다는 걸 명심하고 끝까지 집중하자!”
폴 사르다운 말에 선수들은 피식 웃고선 트로피 세레머니를 했다.
빛나는 트로피를 데릭 레드먼드는 힘차게 들어 올리자, 관중석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33-34시즌! 잉글랜드 FA컵 우승팀은 아스날입니다-!]
아스날의 트레블까지의 걸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
* * *
【 아스날, FA컵 2연속 우승! 】
【 트레블에 한 발 가까워진 아스날! 구단 최초의 트레블을 이뤄낼 수 있을까? 】
【 폴 사르, “우리는 역사에 이름을 새길 준비가 됐다.” 】
아스날과 관련된 기사가 쏟아질 때.
과르디올라가 한 인터뷰가 화제가 됐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선 그는.
“저는 더 이상 맨체스터 시티를 맡을 자격이 없습니다.”
감독직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무려 17년 동안 맡았던 감독직이었고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은 수도 없이 했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만큼은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2시즌 연속 무관을 하자 그는 버티고 있던 줄마저 놓게 되었다.
[안 돼!!!]
과르디올라가 사퇴 의사를 내비치자 가장 놀란 건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이었다.
[왜 감독이 그만둔다고 하는 거야? 펩은 언제나 우리의 기대 이상을 보여줬잖아.]
[다른 우승 타이틀은 다 있지만, 챔피언스리그가 없다는 게 그에게 부담이겠지.]
[이게 다 타이틀에 미친놈들 때문이야. 챔피언스리그 타이틀이 없으면 뭐 어때서? 우리가 어디서 꿀리는 클럽이야?]
[펩이 오고 나서야 시티는 정체성이라는 걸 가지게 됐어. 그를 버리는 건 근본을 버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팬들은 과르디올라를 지지하는 글들을 올렸다.
그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제외한 모든 대회의 우승을 그들에게 안겨준 감독이었으니까.
‘시티는 과르디올라 부임 전과 후로 나뉜다.’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과르디올라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대단했다.
【 과르디올라 사퇴 의사 표명, 과연 그 결말은? 】
33-34시즌의 종료까지 최종라운드를 남겨놓은 어느 날.
프리미어리그에 큰 나무의 뿌리를 뽑을 만큼 강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 * *
33-34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종라운드.
아스날 vs 번리 FC.
애슈버턴 그로브에서 열리는 경기라 아스날 홈팬들로 관중석이 가득 찼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팬들이 주목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기기만 하면 무패 우승이다! 제발!”
“설마 번리에 지겠어?”
“무승부만 해도 돼. 그래서 폴 사르도 1.5군을 기용했잖아.”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아스날의 무패 우승이 확정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조기 우승은 이미 했으나 무패 우승은 아직이었다.
무패라는 것 자체가 시즌 최종라운드가 종료될 때까지 모르는 부분이었으니까.
- 와아아아아!!!
환호가 들리는 곳.
유지우가 가운데서 볼을 잡고 돌아섰다.
[오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온 유지우 선수! 벌써 한 골, 한 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2 – 0 스코어를 만들었습니다!]
유지우가 돌파하려고 할 때.
번리 선수들은 자세를 낮추고 경계했다.
어차피 쉽게 막을 수 없는 선수라는 건 증명됐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삐---익!
반칙으로 그가 찬스를 얻지 못하도록 끊어두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유럽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아스날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건 불가능했다.
뻐---엉!
그들의 패스는 심장을 찌를 만큼 치명적이었고.
철렁.
마무리는 시선을 빼앗길 만큼 화려했다.
[마루앙 카라스코의 고오오오오올! 오늘만 두 골을 신고하며 차이를 벌립니다!]
60분이 지나가며 스코어는 3 – 0.
사실상 승리 팀이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가슴이 뛰었다.
아스날의 무패 우승.
시즌 초만 해도 불가능할 것 같다던 목표가 마침내 눈앞에 도달했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64분에 아스날은 기회를 추가로 만들어냈다.
왼쪽 측면에 있던 로만 아일츠를 이용한 역습에 번리의 사이드가 무너졌다.
“라인을 내려!”
번리는 과감하게 라인을 내리며 텐백을 세웠다.
사이드는 포기하더라도 중앙은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틈은 크게 벌려져 있었고, 유지우가 왼쪽으로 살짝 이동했다.
“로만!”
그의 이름을 부르자 발아래로 빠르게 패스가 왔다.
번리는 유지우에게 바짝 붙어서 수비하려고 했다.
조금의 기회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러나.
툭.
유지우는 다가오는 선수를 스텝 오버로 제친 뒤에 슈팅 각을 만들었다.
그의 근처에는 슈팅을 방해하는 선수가 없었다.
그러니 유지우의 행동은 거침없었다.
뻐---엉!
오른발 인사이드로 강하게 감아서 찬 슈팅.
파 포스트로 날아가는 슈팅은.
까—앙!
골포스트를 맞고.
철렁.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골키퍼도 제자리에 굳어서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완벽한 골에 스타디움은 다시금 환호에 휩싸였다.
[이 각도에서 유지우 선수를 방치하면 안 되죠!]
[감아차기의 정석과도 같은 골이 나왔습니다-! 이걸로 2골 1도움을 기록하는 유지우 선수! 총 공격 포인트도 어느새 106개를 넘었습니다!]
그리곤 75분.
삐익---!
아스날에서 교체 카드를 꺼냈다.
IN: 다니 아라우호.
OUT : 유지우.
그가 걸어 나오자 애슈버턴 그로브의 모든 인원이 기립해서 박수를 보내줬다.
아스날에 기적을 불러온 선수.
100개 공격 포인트를 돌파하며 신의 영역에 들어선 선수를 향한 박수는 좀처럼 끊이지 않았다.
[제 가슴이 다 두근거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이토록 활약한 선수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선 것도 모자라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이 된 선수.
그 선수가 대한민국 국적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 * *
리그 52골 24어시스트.
컵 22골 8어시스트.
총 74골 32어시스트 [총 106개]
삐익-! 삐익-! 삐----익!
유지우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기록을 세우며 리그를 마무리 지었다.
[리그 최종라운드! 아스날이 03-04시즌 이후! 30년 만에 무패 우승을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무패 우승.
과거라면 모를까 전술적으로 많은 것이 발전한 현대 축구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기록을 세웠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무패 우승을 두 번이나 한 클럽은 아스날이 미래에도 유일할 겁니다!]
허공에 흩날리는 붉은 종이 꽃잎들은 아스날 구단 측에서 준비한 이벤트였다.
- 와아아아아아!!!
그게 신호탄이 된 듯 아스날 홈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필드로 쏟아져 나왔다.
선수와 코치진, 그리고 팬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기쁨을 만끽했다.
“유-!!”
“당신의 유니폼을 저에게 주세요!”
“사랑해요! 내 목숨보다 더요!”
“영원히 아스날과 함께하자 유! 내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네 연봉 지급해줄게!”
팬들의 가장 큰 환호를 받는 건 유지우였다.
대기록의 주인공이자 명실상부 아스날의 에이스인 그는 아스날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감사합니다.”
경호원들은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근접 경호를 했고, 유지우는 웃으며 필드 밖으로 떠났다.
.
.
.
팬들은 다시 관중석으로 돌아갔고 필드에 단상이 준비되자,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거 그거 맞지?”
“와…. 우리 세대에서도 저 트로피를 볼 줄이야.”
단상 위에서 빛나는 트로피.
그냥 트로피가 아닌 순금으로 된 황금 트로피였다.
[프리미어리그 기념비적인 무패 우승을 한 아스날에게 다시 황금 트로피가 증정되는군요.]
[프리미어리그 모든 클럽을 통틀어 아스날이 유일하게 두 개를 보유한 클럽이 되겠습니다!]
항상 보던 은빛 트로피가 아닌 금빛 트로피에 처음 보는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30년 만에 그것을 본 나이가 있는 팬들은 눈물을 흘리며 과거의 추억을 떠올렸다.
각자의 방식으로 기뻐하는 그때.
우승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이 단상에 올라섰다.
[역사에 이름을 남길 선수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지우 선수가 당당히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너무나 기쁩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이 장면을 보려고 밤을 지새우는 팬들도 많을 겁니다!]
한국에서도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스날이 대기록을 이룬 날이기도 했지만, 한국 국적의 선수가 역사를 쓴 날이기도 했으니까.
번쩍.
그렇게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자 스타디움에 우레와 같은 함성이 뒤덮였다.
[33-34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은! 아스날입니다-!]
30년 만에 무패 우승의 주역이 된 새로운 전설들.
그들을 향한 함성은 멈추지 않았다.
그 뒤, 함성이 잦아들자 선수들이 소감을 말했다.
한 명 한 명 소감을 말하곤 유지우의 순서가 됐다.
“유, 네 차례야.”
유지우가 마이크를 잡자 열광의 도가니였던 애슈버턴 그로브가 일제히 조용해졌다.
세 시즌 연속으로 팀을 리그 우승을 이끌며 유럽 최고의 자리에 올린 에이스.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모두가 집중했다.
“우리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무패 우승을 만들어냈습니다.”
- 와아아아아!!!
“하지만 이건 끝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중요한 경기가 하나 남았습니다.”
33-34시즌, 리그 최종라운드가 끝났음에도 아스날의 시즌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가장 중요한 경기가 남아 있었다.
“기뻐하시는 것도 좋지만, 그 여운을 좀 남겨놓으시기를 바랍니다. 더 큰 한 방이 남아 있으니까 샴페인은 그때 다 같이 터트리죠.”
- 와아아아아아아!!!
[38전 32승 6무 – 102점]
30승 이상의 성적으로 거둔 무패 우승이라 더욱 뜻깊었다.
이 소식은 금세 전 세계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