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353화 (353/383)

제353화

유럽 최고의 별을 정하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전 세계 축구 팬들은 어느 클럽이 정상에 오를지 기대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가 시작하고 10분은 금방 흘러갔다.

양 클럽의 초반은 잠잠했지만, 기회가 생기면 가차 없이 공격을 감행했다.

뻐—엉!

아스날이 빌드업을 만들 때, 유벤투스는 거칠게 압박했다.

가까이 붙어서 아예 돌아서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

그들의 압박을 본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바디 페인팅으로 압박하는 선수를 속인 뒤, 왼쪽으로 길게 넘겨줬다.

유벤투스의 수비가 금세 백업하며 라인을 구성했다.

[아스날이 측면으로 볼을 전개하며 공간을 벌립니다!]

유벤투스의 수비라인은 빈틈이 없었다.

아스날의 공격 속도가 빠르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수비 백업도 빠르게 이뤄졌다.

[유벤투스의 수비라인에서 그나마 많은 공간이 나오는 것이 왼쪽입니다. 오늘 마틴 그라임스의 역할이 큽니다!]

오른쪽은 유지우가 있어서 유벤투스 수비 비중이 그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었다.

그 덕분에 왼쪽에 있는 마틴 그라임스는 상대적으로 볼 터치 비율을 자주 가져갈 수 있었다.

‘좋아.’

그리고 이것은 폴 사르가 초반에 지시한 대로였다.

유지우를 향한 견제가 심할 테니, 반대쪽으로 전개해 빈틈을 노리겠다는 것이었다.

툭.

[줄 곳이 없자 뒤로!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받아줍니다!]

[급하지 않고 차분하게! 아스날이 신중하게 공격을 만들어갑니다!]

아스날은 하프라인 위에서 공격적인 빌드업을 가져갔다.

유벤투스는 그것을 보고 바짝 붙어서 압박했다.

센터백이 있는 최종 수비라인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촤---악!

타이밍을 재고 시도한 태클.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볼을 받기 직전, 그 태클을 보고선.

퉁.

발을 가져다 대 띄웠다.

띄워진 볼은 태클한 선수의 위로 지나가며, 뒤로 돌아 들어간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발 앞에 정확히 안착했다.

- 오오오오오오!!!

[저런 태클이 통할 리가 없죠!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공간을 연 뒤에 그대로 패스으으으으!]

그가 찌른 패스는 수비 뒷공간으로 들어가는 유지우를 겨냥한 것이었다.

풀백의 집중 견제를 받았으나, 유지우는 그 견제를 뚫고 뒷공간으로 달려갔다.

그의 시선은 볼에 고정돼 있었다.

타다다닷-!

그와 동시에 김재민도 반응했다.

[유지우 선수와 김재민 선수! 오늘 경기 처음으로 붙습니다!]

볼이 떨어지는 위치에 가까운 건 김재민이었다.

그는 최대한 달려 볼을 먼저 잡으려고 했지만.

툭.

간발의 차이로 유지우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다음 플레이를 막자.’

그러나 김재민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다음 행동을 이어갔다.

그는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가는 패스 길을 막고, 유지우를 코너킥 라인 쪽으로 밀어붙여 고립시키려고 했다.

유지우는 그런 김재민의 움직임을 보고선 드리블을 시작했다.

탓, 타닷!

순식간에 펼쳐진 라 크로케타.

김재민은 그동안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을 상대해왔다.

몇 번 뚫린 적도 있었으나 그래도 수비 성공률이 훨씬 높았다.

그래서 자신감이 있었다.

유지우가 어떤 플레이를 하더라도 10번 중 5번은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사라졌어.’

근데 유지우는 지금까지 상대한 선수들과 차원이 달랐다.

같은 편일 때는 그렇게 든든했던 선수였지만.

적일 때는 너무나도 두려웠다.

[김재민 선수를 제친 유지우 선수-! 그대로 왼발 슈우우우웃!]

유지우는 각도가 보이자 니어 포스트로 강하게 볼을 찼다.

땅볼로 빠르게 구석으로 향하는 슈팅.

궤적만 보면 들어갈 법했으나.

틱.

유벤투스의 골키퍼 안토니오 자카니의 손에 막히고 말았다.

[아아! 이게 골키퍼의 손에 걸리네요! 볼이 굴절되며 골포스트에 맞고 나옵니다. 골키퍼가 잽싸게 몸을 날려 볼을 품으로 안습니다!]

볼을 막는 데 성공한 안토니오 자카니였지만, 그는 내심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유지우가 세계 최고의 수비진들을 이토록 가볍게 제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역시, 대단해.’

그들이 진정으로 세계 최고의 방패로 거듭나기 위해선.

세계 최고의 창이라 불리는 아스날의 공격진과 유지우를 이곳에서 막아야 했다.

* * *

유벤투스는 아스날의 공세에도 자신들만의 축구를 하려고 노력했다.

“들어온다! 조심!”

“유와 크리스 사이를 막아!”

유벤투스의 수비 압박 강도는 높았다.

조직력도 뛰어나 아스날 선수들은 들어갈 타이밍을 잘 잡지 못했다.

그러던 중.

유지우가 측면에서 볼을 잡자 세 명의 선수가 붙어 그를 고립시키고자 했다.

“붙어!”

“패스 뿌리지 못하게!”

“차분하게! 집중!”

유지우는 그들의 압박에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지금까지 이런 압박에 수도 없이 당했으나, 모두 이겨내 왔기 때문이었다.

“유-!”

유벤투스 압박에 맞서 아스날의 Y.M.C.A라인이 가동됐다.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아드리안 로마오가 나란히 내려왔다.

그들은 원터치 패스로 유벤투스 진영에 균열을 냈다.

예술적인 그들의 패스 플레이.

툭.

툭.

툭.

그들은 단 세 번의 터치로 유벤투스의 압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와, 방금 제가 뭘 본 거죠?]

볼 하나만 간신히 지나가는 길 위를, 아스날은 어린 애들이 흙장난하듯 여유롭게 벗어났다.

[비어있는 곳으로 올라간 유지우 선수-! 왼발로 슈팅 자세를 잡지만, 유벤투스 센터백들이 각도를 없앱니다!]

김재민과 마르코 첼리에.

이 두 선수가 슈팅 각도를 없앴지만, 유지우는 오히려 웃음을 지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미소를 짓는 선수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유벤투스 선수들이 당황한 사이.

투—웅!

유지우는 측면에서 달려오는 Y.M.C.A의 마지막 퍼즐.

마틴 그라임스의 앞으로 로빙 패스를 찔렀다.

[마틴 그라임스-! 마틴-!]

마틴 그라임스가 가슴 트래핑으로 떨어트린 뒤, 곧바로 시도한 슈팅.

하지만 그 슈팅은 임팩트가 흔들려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다.

[이게 골대를 벗어나고 맙니다!]

마틴 그라임스는 시선을 옮겼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 있는 선수는 마르코 첼리에였다.

‘마지막에 그 거리를 좁혀서 방해했어.’

유지우를 견제하고 있다가 단숨에 패스가 가는 곳을 파악하곤, 균형을 옮겨 마틴 그라임스의 슈팅을 방해한 거였다.

왜 그가 이탈리아 최고의 수비수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아스날이 슈팅 수를 많이 가져가고 있지만, 유벤투스의 수비에 막혀 득점을 못 하고 있습니다!]

[유벤투스의 수비는 짜임새가 있습니다. 돌파를 허용하더라도 마무리를 짓지 못하게 하는 게 정말 영리하네요.]

얼핏 보면 아스날이 유리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점유율이나 슈팅 수, 볼 터치 비율을 따지면 아스날이 우위에 있는 건 맞았다.

그렇다고 유벤투스가 밀리는 그림은 아니었다.

그들은 장기인 수비를 중심으로.

‘앞으로.’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으니까.

* * *

유벤투스의 역습 전개는 사이드로 연결됐다.

빠른 주력을 겸비하고 크로스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어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측면으로 더 벌려!”

그 중심에는 루카 디 리비오가 있었다.

유벤투스의 홀딩 미드필더로 후방 빌드업을 책임지는 선수였다.

탁.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놓는 안정적인 터치.

스윽.

필드 전체를 보고 있다고 착각할 만큼 넓은 시야.

뻐—---엉!

단숨에 최전방까지 연결되는 미사일 같은 패스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홀딩 미드필더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그의 옆에는, 니콜로 만치니가 있었다.

박스 투 박스형 미드필더로 활동량이 뛰어나 공수 양쪽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였다.

“니콜로! 올라가!”

유벤투스의 허리는 이 두 선수가 지탱했다.

그들의 앞에는 제2의 제라르 레오라고 불리는 안젤로 마르케세가 있었다.

[볼을 돌리는 유벤투스! 그리고 안젤로 마르케세가 잡고 돌아섭니다!]

그는 주력은 평범했으나 뛰어난 패스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세리에A 도움 1위, 득점 3위.

이 기록은 괜히 만들어졌다는 게 아니라고 할 만큼.

뻐---엉!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압박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패스를 찌르며 아스날 진영을 단숨에 꿰뚫었다.

아웃프런트로 찔러준 패스는 스트라이커 프란체스코 루빈에게 향했다.

[기습적인 스루패스-! 아스날 수비 사이를 노립니다!]

이 패스가 빠져나갔다면, 치명적인 실점 위기를 겪었겠지만.

촤—악!

레이턴 버트란드가 슬라이딩을 해 패스를 잘라냈다.

그는 볼을 잡아놓은 뒤.

일어나서 비어있는 쪽으로 빠르게 내주며 클리어링을 했다.

[아스날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것은 레이턴 버트란드입니다! 저 수비 능력은 수많은 빅클럽에서도 탐을 내는 재능이죠!]

레이턴 버트란드.

이번 2034 월드컵에 잉글랜드 국가대표에 뽑힌 그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수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선수였다.

짝!

“잘했다! 레이턴!”

데릭 레드먼드의 솥뚜껑 같은 손길에 레이턴 버트란드는 날뛰었다.

“아아아악! 저 부상으로 내보내려고 해요? 아파요!”

“이거 가지고 엄살은.”

“데릭이 맞아볼래요?”

“어, 볼 온다.”

“…방금 걷어냈는데 올 리가 없잖아요!!”

“유가 보고 있잖아.”

“안 보는데요?”

“넌 상대 개인기에는 안 속으면서 이런 건 잘 속더라?”

“아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라는 엄청난 무대에서도 아스날의 방패는 흔들림이 없었다.

* * *

전반전은 어느덧 3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공격 주도권은 아스날이 가져갔지만, 유벤투스도 틈이 날 때마다 기회를 노렸다.

뻐---엉!

그들은 사이드로 전개하며 공간을 넓게 썼다.

[미하우 므로포차! 저 선수의 돌파력은 유벤투스에 없어서는 안 됩니다!]

폴란드 국적의 그는 유벤투스 오른쪽 측면을 책임지는 선수였다.

4 – 5 – 1의 윙어였으나.

공격 시에 4 – 3 – 3으로 변화하는 전술에 맞춰 윙포워드까지 소화 가능한 자원이었다.

[아스날의 공격을 끊어내며! 유벤투스가 역습을 전개합니다!]

[중앙에서 사이드로! 빠르게 볼을 전개하며 아스날의 뒷공간을 노립니다!]

아스날의 수비 백업이 이뤄지는 순간.

미하우 므로포차는 더 들어가지 않고 얼리 크로스를 올렸다.

그의 발끝에서 올라간 크로스는 정확히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 공간을 노렸다.

프란체스코 루빈이 그사이를 파고들며 크로스 궤적을 읽고 몸을 날렸다.

데릭 레드먼드가 붙어서 방해하는데도 그의 시선은 볼에 고정됐고.

툭.

놀라운 집중력으로 볼에 이마를 갖다 댄 그는, 골대 안이 아닌 왼쪽으로 볼을 보냈다.

“!”

모두가 놀랐다.

이건 분명히 골대 안으로 넣어도 될 궤적이었으니까.

그러나 프란체스코 루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주 짧은 시간.

다비드 바르트라가 각도를 좁히는 것을 보고 헤딩으로 승부가 되지 않을 것 같아 패스를 선택한 것이었다.

[여기서 기습적으로 패스를 내줍니다! 모두가 당황한 사이에 왼쪽에서 올라온 선수는 알렉산드로 모레아입니다!]

카를로스 로호가 바짝 붙어서 수비하고 있었지만.

알렌산드로 모레아가 한 발 정도 더 빨랐다.

이대로라면 그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 수도 있었다.

촤---악!

그러나 그의 발에 닿기 직전.

레이턴 버트란드의 슬라이딩 태클이 볼을 먼저 걷어내는 데 성공했다.

알렉산드로 모레아는 일부러 걸려 넘어지는 척을 해보았지만, 주심은 정당한 플레이라고 판정하며 경기를 속행했다.

- 와아아아아!!!

[레이턴 버트란드의 과감한 태클이 유벤투스의 공격을 끊어냅니다!]

[그리고 볼은 아웃이 되지 않았고 전방으로! 카이 베일로브가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내줍니다!]

상대의 공격 실패는 곧 기회의 시작이었다.

아스날은 역습을 전개했다.

일제히 선수들이 전방으로 달렸고 유벤투스가 공격하느라 차마 커버하지 못한 공간을 찢어갔다.

타다다다닷-!

공간을 본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오른쪽으로 달리기 시작한 유지우를 겨냥하며 패스를 찔렀다.

스르르르륵.

자로 잰 듯한 패스가 정확하게 유지우의 앞에 딱 맞게 전달됐다.

“막아!”

유벤투스 수비라인은 금방 라인을 구축했다.

들어갈 공간이 보이지 않았으나.

스윽.

유지우의 눈에는 보였다.

슈팅까지 이어지는 길이.

중앙으로 방향 전환을 하며 올라갔고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을 탔다.

[마르코 첼리에가 거리를 좁히는데요!]

슈팅 각도를 좁히려고 하는 그의 움직임을 보고 유지우는 스텝 오버로 벗어났다.

하지만 김재민이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그것을 본 유지우는.

뻐---엉!

그가 붙기 전에 왼발 인프런트로 잔뜩 감아서 슈팅을 때렸다.

골대 왼쪽으로 크게 벗어나는 슈팅을 보고 다들 실수했다고 생각했으나.

스르르르륵.

볼에 걸린 회전이 궤적을 바꿨고 골대 구석에 꽂아버렸다.

철렁.

그야말로 감아차기의 정석과도 같은 득점이었다.

[드, 들어갔습니다-! 환상적인 슈팅으로 선제골을 만들어내는 유지우 선수!!!]

[이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있자면 마치 게임을 보는 것 같습니다. 게임에서만 가능할 법한 플레이를 보여주며! 마침내 UEFA 챔피언스리그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인 17골과 타이기록을 만듭니다!]

이것은 그냥 단순한 선제골이 아니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단일 시즌 최다 골인 윌리앙 주니오르의 17골과 타이기록을 달성한 골이었다.

아스날 1 – 0 유벤투스.

분위기는 완전히 아스날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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