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1화
2034 호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셀럽들은 SNS에 글을 올리며 월드컵을 향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개막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져. 어서 빨리 그들의 플레이를 보고 싶어!]
[심장이 왜 이렇게 뛰는 거지?]
[스페인도 스페인이지만, 아르헨티나의 전력도 무시 못 해. 난 그들이 다시 결승에서 만날 거라고 확신해.]
[화려함의 브라질이랑 조직력의 프랑스, 독일. 어느 나라가 결승에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아.]
우승 후보들을 거론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그 가운데, 유지우와 관련된 글들도 간혹 보였다.
[유가 놀라운 선수인 건 맞아. 하지만 대한민국이 결승까지 올라갈 거 같지는 않아.]
[그가 스페인이나 아르헨티나 국적이었다면 진작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을 거야.]
여전히 그의 국적이 단점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아무래도 월드컵 우승을 노리기에는 대한민국의 이름값이 낮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한 시선이 쏟아지는 데도 유지우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타다다다닷-!
“유, 너를 향한 압박이 상상보다 더 강할 거야. 주변을 최대한 이용해!”
“네!”
“패스하는 빈도를 넓히고! 기회가 있다면 파고들어! 자신 있게 네가 가장 잘하는 걸 보여줘!”
대한민국 훈련장에선 선수들의 땀이 잔디를 적셔갔다.
삐—익!
주앙 달루트의 휘슬은 멈추지 않았다.
“윙백들 뭐 하고 있는 거야! 빌드업에 관여하려면 측면을 넓게 써야 한다고 했잖아!”
“네!”
“안정적으로 빌드업하는 건 좋아, 하지만 너무 후방에서만 볼을 돌리면 상대가 수비하는 게 쉬워하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해!”
“알겠습니다!”
훈련이라서 실수가 나와도 된다?
그의 사전에 그건 용납되지 않았다.
완벽한 틀에 짜인 플레이가 완성되어야 비로소 훈련이 끝나는 거였다.
“한 사이클 더 간다! 지는 팀은 두 세트 더 하고 들어갈 줄 알아!”
뻐---엉!
그들이 훈련하는 건 비공개로 진행되어 촬영팀도 들어오지 못했다.
그렇게 훈련이 종료된 후.
선수들은 수분을 보충하며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형님!”
얼마 전부터 강현오는 유지우를 선배님이 아닌 형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왜?”
“이따가 저녁에 제육쌈밥 나온 데요.”
“…넌 걸어 다니는 메뉴판이냐? 메뉴를 다 외우고 있네.”
“이게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 아닙니까! 하하하!”
유지우가 짐을 챙기는 동안 강현오는 옆에서 말을 쉬지 않았다.
처음 막내로 왔을 때도 꽤 말이 많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속사포로 쏟아냈다.
“이제 첫 경기까지 얼마 안 남았어요.”
월드컵 첫 번째 경기까지 남은 날은 15일.
많이 남은 듯 보였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정말 눈 깜짝할 새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으니까.
“그만 떠들고 가자, 네가 좋아하는 저녁 먹으러.”
“예!”
월드컵 개막까지의 시간은 그렇게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 * *
【 6월 10일, 월드컵 화려하게 개막하다! 】
첫 경기까지 4일을 남겨놓고 월드컵이 개막했다.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무려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메인 스타디움에서 개막식 행사가 진행됐다.
여러 공연부터 출전한 국가의 전통이 담긴 춤, 그리고 사람들이 제일 기대한 것은.
“그랜트 공연이 다음이지?”
그랜트 개릿.
노래를 냈다 하면 빌보드 차트 석권에 전 세계 막강한 팬덤을 지닌 가수였다.
돈 주고도 보기 어렵다는 그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분위기는 고조됐다.
“이게 다 유 덕분이네.”
“그러게, 누가 알았겠어? 유 덕분에 이런 공연을 보게 될 줄이야.”
특히 화제가 된 것은 그가 개막전 공연에 참여한 이유였다.
그는 자신의 SNS에 왜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됐는지를 담백하게 밝혔다.
‘유와 같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준다고 해서 참여했다.’
그는 알아주는 아스날 팬이었다.
매년 시즌권을 끊어 시간이 날 때마다 경기를 직관하고는 했는데, 불운하게도 유지우와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 유지우와 대화까지 나눌 기회를 준다고 하니, 냉큼 공연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천재 가수와 천재 선수의 만남이라.”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잖아.”
그리고 잠시 후.
기다리던 그의 무대가 시작되자 관중석은 조용해졌다.
“시작한다!”
필드 한가운데 마련된 무대.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풍기는 아우라가 달랐다.
그곳에서 그가 월드컵 주제가를 부르자 스타디움이 울리기 시작했다.
‘Best Wishes.’
전주부터 모두를 소름 돋게 했다.
월드컵 주제가로 공개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들리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그걸 최고의 가수가 부른다?
가슴이 안 뛰는 사람이 없었다.
계속해서 그의 노래가 이어졌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우는 존재감, 그가 왜 전세계에서도 탑이라고 불리는 가수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느껴졌다.
- 와아아아!!!
사람들은 열광했고.
훌쩍.
몇몇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했다.
노래 하나로도 여러 가지의 감동을 끌어내며 그의 공연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펑!
마지막은 불꽃놀이가 터지며.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의 개막을 전 세계에 알렸다.
* * *
【 화려하게 개막한 월드컵! 】
【 월드컵 개막 무대를 빛낸 그랜드 개릿, “유를 보기 위해 왔다.” 】
【 FIFA 회장, “최고의 월드컵이 될 수 있기를.” 】
월드컵과 관련된 소식은 국내에도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나 그랜트 개릿의 무대였다.
- ㅋㅋㅋㅋㅋ 원래 개성이 강한 스타일인데 노빠꾸로 대답하는 거 보소.
- 갓지우의 위엄이다. 진짜.
- 수십억짜리 광고 걷어차고 월드컵행의 이유가… 갓지우를 보기 위해서라니.
-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미국 브랜드 가치 1위인 사람이 ㅋㅋㅋㅋㅋㅋ
- 그래서 갓지우랑 사진 찍어?
- 찍지 않을까? 그거 때문에 월드컵 개막 공연에 선 사람인데.
그 시각.
한국 국가대표 훈련장에서는.
“고마워요! 유! 당신을 만나러 온 이 순간이 저에게 정말 행복한 순간이에요! 마치 첫 앨범을 낼 때와 비슷하군요!”
그랜트 개릿이 대한민국 대표팀 훈련장으로 찾아와 유지우와 만나고 있었다.
사전부터 허락받았기에, 유지우를 포함한 선수단은 모두 그를 환호로 맞이해주었다.
“한국 응원해주실 거예요? 저희 첫 경기에서 만나는데?”
월드컵 D조 첫 경기는 대한민국 vs 미국.
그랜트 개릿의 조국과 경기였다.
살짝 당황한 눈치의 그랜트 개릿은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
“미국의 승리를 원하긴 하지만 유의 활약도 원합니다. 그러니…. 무승부 정도면 어떻습니까?”
“그건 안 되겠는데요?”
“오, 이런! 유, 제발 우리 좀 봐주세요. 미국도 알고 보면 불쌍한 나라입니다!”
그 후에도 웃으며 얘기를 나눴다.
훈련 스케줄이 있어서 긴 시간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랜트 개릿은 만족했다.
이렇게 시간을 내준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큰 결심이었을 테니까.
스윽.
그는 헤어지기 전, 유지우에게 사인 유니폼을 선물 받고선 손을 내밀었다.
“유, 당신이 목표로 한 것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그저 팬심을 담은 그의 한마디에 유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그와 악수했다.
“제 경기를 다 본다고 했죠?”
아까 대화했을 때, 그랜트 개릿은 유지우의 경기를 모두 챙겨보고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 길게 있어야 할 겁니다. 7월 15일까지요.”
7월 15일.
월드컵이 폐막하는 날짜였다.
즉, 월드컵 결승까지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이었다.
씩.
그랜트 개릿은 빠르게 눈치챘다.
“이미 16일까지 호텔 예약을 해놨습니다.”
“하루 더 있을 건가요?”
“당신이 월드컵 우승을 하면 파티를 해야죠.”
“하하하하, 기대해주세요. 잊지 못할 월드컵이 될 겁니다.”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함께 사진을 찍은 뒤에 헤어졌다.
* * *
【 스페인, 스위스를 상대로 3 – 0 완승!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빛나다! 】
【 브라질, 코스타리카에 2 – 0 승리! 】
【 아르헨티나, 디에고 로시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세네갈을 격파! 】
【 D조 첫 경기! 벨기에 vs 가나, 2 – 0으로 벨기에 승리! 】
2034 월드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우승 후보들의 경기 결과가 속속들이 나왔다.
국내에도 보도되며 월드컵의 열기를 한층 뜨겁게 했다.
굵직한 경기들이 종료되는 가운데, 세계인의 시선이 한 경기로 향했다.
6월 14일.
대한민국 vs 미국.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언급했던, 유지우가 첫 번째로 나오는 경기였다.
『 그와 토너먼트에서 만나길 원한다 – 히카르지뉴(리버풀 소속) 』
『 리그에서 이기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이기고 싶다. 그러니 최대한 높은 곳에서 만나자, 유! - 디에고 로시(맨체스터 시티 소속). 』
『 세계 최고의 타이틀에 어울리는 선수,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지지 않는다. - 제라르 레오(레알 마드리드 소속). 』
『 그의 수준은 뛰어나다, 첫 번째 경기가 기대된다. - 윌리앙 주니오르(파리 생제르맹 소속). 』
『 최고의 선수이자, 최고의 아이콘! 그의 플레이가 궁금해 한숨도 자지 못했다. - 폴 사르(아스날 감독) 』
이 외에도 유명 선수들의 말들이 이어졌다.
다 유지우와 인연이 있던 선수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인.
『 월드컵에 태풍을 일으킬 선수의 걸음이 드디어 내디뎌진다. - 리오넬 메시(전 축구선수) 』
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던 선수의 말에 축구팬들은 열광했다.
그러한 관심들이 쏠린 끝에.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했다.
이른 시각부터 찾아온 관객들로 스타디움은 점차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특히 붉은 악마들이 많았다.
선수들의 가족들을 비롯해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나온 연예인들.
유지우가 출연했던 그녀들의 리그 팀도 있었다.
“와.”
“이런 곳에서 축구하면 어떤 기분일까?”
“부담이 엄청나겠죠?”
“우리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크겠지.”
“지우 선수는 그걸 매일 겪고 있을 거 아니야, 더구나 주장이니까.”
그녀들은 스타디움 분위기에 국내에서도 직관을 갔던 경험이 있었지만, 월드컵 직관은 분위기가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 그녀들은 압도됐다.
“민하야! 저기 너 동생 나온다!”
그들이 기다리던 사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워밍업을 나오자 필드의 카메라들이 그들을 담았다.
두 국가 사이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유지우였다.
‘월드컵에서 주목해야 할 10인.’
이 명단에 들었기에 두 국가의 팬들만이 아닌 다른 국가의 팬들도 관중석에 있었다.
“워밍업부터 시작하자!”
주앙 달루트의 지시와 함께 선수들은 몸을 풀었다.
정해진 규칙대로 천천히 풀었고.
어느덧 다 풀자.
“오오오, 그거 보는 거야?”
“TV나 휴대폰으로만 봤는데!”
“이걸 내가 볼 줄이야!”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유지우였다.
경기 시작 전.
워밍업 단계에서 그의 루틴 때문이었다.
크로스바와 티키타카.
까—앙!
크로스바를 맞추면 다시 발아래로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묘기.
직관을 간 사람들은 봤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실제로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에 놀라움에 입을 벌렸다.
“…저게 가능한 거였어?”
“영상으로 봤을 때는 편집한 줄 알았잖아.”
“그만큼 놀랍긴 해.”
“얼마나 킥 감각이 좋으면 저런 걸 하냐.”
“이번에 월드컵 홍보 영상에서도 저런 거 나왔던데.”
환호성이 들려오는데도 유지우는 집중력을 높였다.
왼발 10개.
오른발 10개.
총 20개를 모두 성공한 뒤에 워밍업을 마쳤다.
- 와아아아아!!!
워밍업을 끝내고 걸어서 들어가는 길.
그 길에는 한국 팬들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해요!”
“후회 없이 즐겨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우리는 만족할 거니까 다치지 마-!”
진심이 담긴 그들의 응원을 받으며 유지우는 팬들에게 박수를 보낸 후,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경기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8만 석이나 되는 관중석이 대부분 채워지며 대한민국의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