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4화
가나전에서 승리한 후, 16강 진출을 확정 짓자 대한민국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 이게 다이내믹 코리아다!!!
2030 월드컵에 이어 2034 월드컵도 16강 진출을 하며 대한민국에는 축구 열풍이 불어왔다.
경우의 수를 따지며 마음을 졸일 필요가 없이 강팀들처럼 시원시원하게 올라갔으니, 팬들의 어깨도 절로 올라갔다.
- 우승 후보들 다 덤벼!
- 갓지우만 있다면 무서울 게 없지 ㄹㅇ
- ㅋㅋㅋㅋㅋ 한국 축구팬들이 월드컵 시즌에 언제 이렇게 어깨를 펴고 다녔냐.
- 방구석 여포에서 ㄹㅇ 여포가 됐음.
반응이 뜨거운 건 한국만이 아니었다.
다른 국가인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1승 1패로 3차전의 결과에 따라 운명이 정해지는 터라 일본 축구팬들은 한국팬들을 부러워했다.
[한국의 축구 수준은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올라왔어. 그들의 16강 진출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야.]
[그들의 선수들을 봐, 해외에서도 각 클럽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이잖아.]
[우리 선수들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유럽에서 활약하는 엔도랑 카와베가 있으니까…. 근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게 입증됐어.]
일본 팬들은 한국을 부러워했다.
그리고 월드컵에 출전도 하지 못한 중국 팬들은 조용했다.
[왜 우리는 저기 없는 거야?]
[14억 인구에서 축구를 잘하는 녀석이 한 명도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아. 이게 현실인가?]
[한국이랑 일본은 세대별로 대표하는 선수들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대체 뭐야? 조금 더 육성 정책을 강하게 펼치란 말이야! 중국이 왜 밀리는 건데!]
[남미 국가 녀석들 돈 줘서 귀화시키면 뭐해, 아시아 예선도 못 뚫는 쓰레기들인데.]
그들을 본 한국 팬들의 어깨는 펴지다 못해 하늘로 승천할 기세였다.
‘너희는 유지우 없지? 우린 있는데.’
월드컵만 되면 유럽 강대국들에 밀리며 주눅이 든 세월을 보상받듯.
그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세계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를 보유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자부심이 생겼다.
.
.
.
“오, 한국 사람들!”
현지에서도 외국인들이 한국 축구팬들을 알아봤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그만큼 존재감이 있다는 의미였다.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은 한 남성이 브이로그를 찍는 사람에게 다가와 유쾌하게 인사를 건넸다.
“잉글랜드 16강에 올라간 거 축하드려요.”
한국 팬들은 겸손하게 그들을 대했다.
“고마워요, 잉글랜드도 올라가고 한국도 올라가고! 유가 16강에 올라가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잉글랜드 팬은 그렇게 말하며 국가대표 유니폼을 슬쩍 올렸는데, 그 안에는 유지우의 아스날 유니폼이 있었다.
“유의 유니폼을 입고 있군요!”
“이건 저에게 부적과도 같아요, 그가 아스날에 기적을 불러온 것처럼 월드컵에도 기적을 불러왔으면 좋겠어요.”
“좋은 말 고마워요.”
“유의 나라! 한국! 사랑해요!”
어색한 한국말로 주변을 미소 짓게 했다.
“저기 유의 얼굴이 보이잖아요. 전 항상 저기를 보며 기도를 합니다.”
그가 가리킨 곳.
그곳은 빌딩 벽면에 크게 걸린 유지우의 포스터가 있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의 대형 포스터를, 도시 중심부에 걸어놓은 것이었다.
세계에서 단 10명의 선수만 선정되는 것인데, 가장 중심에는 유지우가 있었다.
“저와 마찬가지군요.”
“잉글랜드와 한국이 결승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두 국가의 팬들은 웃으며 인사한 후 헤어졌다.
세계인이 하나가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이곳 월드컵이었다.
* * *
다른 조에서는 3차전까지 종료되며 조별 예선을 마무리하는 곳이 속속들이 나왔다.
예상대로 아르헨티나, 스페인, 브라질 등 우승 후보로 뽑힌 나라들은 일찌감치 16강에 올랐다.
그리고 D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C조의 결과도 공개됐다.
1위 프랑스.
2위 카메룬.
이 결과가 대한민국에 가장 중요했다.
16강에 올라가서 붙을 나라들이었으니까.
만약 1위로 올라가면 C조 2위인 카메룬과.
벨기에에 패배하고 2위로 올라가면 우승 후보 프랑스와 붙게 되는 대진.
둘 중 상대적 약팀인 카메룬을 상대하는 것이 더 유리했던 만큼, 대한민국에겐 승리가 필요했다.
【 프랑스 에이스 마르쿠스, “유와 만나고 싶다.” 】
【 대한민국의 16강 상대는 어디가 될까? 】
프랑스에서는 유지우와 인연이 있는 선수들이 있었다.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만났던 마르쿠스 디뉴.
제라르 레오의 라이벌로 불렸던 윌리앙 주니오르 등.
유럽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된 선수단이었다.
그런데 그 전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 벨기에의 황금세대를 이끄는 마루앙 카라스코, “유지우와 적으로 만나는 것이 설렌다.” 】
같은 아스날 소속의 선수, 마루앙 카라스코가 이끄는 벨기에와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였다.
월드컵 D조 3차전을 앞두고 한국 축구 레전드들은 너튜브를 통해 토크쇼를 진행했다.
“분명히 1, 2차전과 똑같이 벨기에도 지우를 집중적으로 마크하려고 들 거라고 봐요.”
그들은 2002 전설부터 국가대표에서 굵직한 발자국을 새긴 사람들이었다.
“벨기에한테는 그게 당연하지.”
“지우를 막으면 일단 대한민국 공격의 절반은 막는 셈이니까.”
해외파들이 늘어나고 수준이 늘어났다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유지우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없으면 안 되는 선수.
그렇기에 그는 집중 견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선수들이 지우를 조금 더 자유롭게 해줘야 해요. 윙어들이 중앙으로 오는 빈도도 높여야 하고요.”
“프리롤이 제일 좋지, 지우는 프리롤일 때, 공포 생산력이 좋잖아.”
“주앙 달루트 감독도 그걸 노릴 거 같아요. 그게 대한민국이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술이니까요.”
그들은 지금까지 나온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데이터는 물론 다음 상대인 벨기에의 데이터까지 살폈다.
“벨기에는 역시 이 선수죠, 지우 동료기도 한 마루앙 카라스코.”
벨기에의 에이스이자 1, 2차전 모두 골을 기록한 선수였다.
“스피드도 빠르고 볼을 다루는 능력도 좋아요. 괜히 아스날 팬들에게 유없카왕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죠.”
유지우의 백업이라는 이미지가 있긴 했지만 마루앙 카라스코의 재능은 확실했다.
다른 클럽으로 가면 바로 에이스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 많았으니까.
“결국에는 이 두 선수의 대결이 되겠네요.”
“후, 내가 다 긴장이 되는군.”
그렇게 경기 날이 서서히 다가왔다.
* * *
6월 23일.
대한민국 vs 벨기에.
D조 1위 결정전답게 관심도가 높았다.
스타디움 앞에서부터 인파들이 몰리자, 방송국 카메라는 그들을 찍었다.
-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한국팬들은 입구서부터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
관중석을 채우기 시작한 팬들.
그 시각, 선수들은 워밍업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자, 여기를 봐라.”
라커룸으로 선수들이 모이자 주앙 달루트는 쪼그려 앉아 선수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선수들이 잘 보이게 바닥에 작전판을 내려놓은 뒤, 매직으로 그림을 그렸다.
“벨기에는 속도와 조직력을 갖춘 팀이다. 중원의 빌드업과 사이드의 속도, 그것들로 가나와 미국을 꺾었지.”
유력한 우승 후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벨기에도 우승 가능성을 충분히 논할 수 있는 팀이었다.
도박사들이 배팅 명단에 그 이름을 적어넣을 정도로, 벨기에는 분명 강팀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기지 못할 팀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는 어제까지 지겹도록 얘기했으니까 다들 최대한 집중해서 역할을 수행해주면 좋겠다.”
그렇게 전술 설명이 끝나자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16강에 올라갔지만! 나는 그걸로 만족하지 않아! 눈앞에 있는 경기는 모두 이기겠다는 의지!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하려면 그러한 각오를 품어야 한다고 믿는다!”
단체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선수들의 눈이 빛났다.
그들의 가운데 서 있던 주앙 달루트가 손뼉을 크게 쳤다.
짝!
“내가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맡을 때까지 여러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왜 경력도 부실한 나를 감독직에 앉히냐 물었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지. 그러던 날 구해준 게 너희들이다. 2030 월드컵,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을 보며 이어서 말했다.
“너희는 내 축구 경력에서 가장 환상적인 순간을 만들어줬다. 그러니 너희 스스로를 믿어. 너희는 최고로 잘한다. 빌어먹을 승률? 벨기에가 이길 확률이 73%라고?”
쾅!
“그딴 숫자놀음이 축구에 통했으면 어느 누가 축구를 사랑하겠어? 축구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늘 집중하고 간절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아주 멋진 스포츠지! 너희들이 그것을 증명해라!”
그의 연설이 끝나자 선수들의 눈빛은 투사로 변해 있었다.
“네!”
선수들은 파이팅을 하며 라커룸을 나섰다.
.
.
.
입장 터널에 모인 양 팀 선수들은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취재팀의 카메라가 향하는 곳.
그곳엔 유지우와 마루앙 카라스코가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었다.
“잘해보자, 마루앙.”
유지우의 말에 마루앙 카라스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너랑 경기할 날이 왔네. 늘 네 뒷모습만 봤는데.”
마루앙 카라스코에게 유지우는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하는 선수였다.
그에게 미운 감정이 있을 법하지만, 그는 그런 감정보다는 동경하는 감정이 더욱 컸다.
자신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항상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를 닮고 싶었다.
“후회 없이 다 쏟아부어 보자.”
“물론이지, 유. 혹시라도 졌다고 울면 안 돼.”
“내가 할 소리를 하고 있군.”
두 선수는 나란히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잠시 후.
양 팀 선수들은 주심의 뒤를 따라 필드로 입장했다.
- 와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함성이 들려오자 유지우는 뒤를 돌아보며 선수들을 향해 외쳤다.
“가자!!!”
짧은 말이지만, 선수들은 그 말에 긴장감을 날려버리고 같이 소리쳤다.
“이기자!”
“반드시!”
“전승으로!”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인파.
월드컵 D조 최종 라운드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경기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며 지켜봤다.
양 국가 팬들은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팀을 응원했다.
스타디움이 열기로 가득 차는 가운데, 초반 점유율은 벨기에가 가져갔다.
타다다다닷.
상대가 여유롭게 패스를 돌리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의 압박은 타이트하게 이뤄졌다.
“호흡 조절하면서!”
유지우는 선수들이 오버 페이스를 하지 않도록 관리했다.
동시에 대한민국은 중앙으로 밀집하는 압박 형태를 갖췄다.
뻐—엉!
그걸 보고 벨기에는 사이드로 볼을 보내며 공간을 넓게 썼다.
[왼쪽으로 길게 보내는 벨기에!]
[대한민국의 압박이 거세니, 우선 사이드로 보내며 압박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겠죠.]
중앙 미드필더, 마르턴 포르호프는 차분하게 주변을 인식하고 볼을 돌렸다.
넓은 시야와 안정적인 패스 능력.
그 발끝에서 시작된 패스의 종착지는.
[마루앙 카라스코가 잡습니다!]
에이스 마루앙 카라스코의 발밑이었다.
볼을 받기 전.
마루앙 카라스코는 압박하는 선수를 살폈다.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오는지.
그리고 계산을 끝내자.
탁.
바짝 붙는 장기현을 퍼스트 터치로 능숙하게 제쳐냈다.
- 오오오오오!!
열린 측면.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중앙으로 올라갔다.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라인을 통해 들어가 위협했다.
[위험합니다! 저기서 돌파를 내주면 안 되죠!]
벨기에 공격수들이 일제히 골대 쪽으로 쇄도했다.
김재민은 마루앙 카라스코를 막고자 반응했고.
마루앙 카라스코는 그것을 보고선 김재민이 붙기 전.
투—욱.
컷백을 내줬다.
김재민은 컷백 경로를 보고서 발을 최대한 뻗어보았지만, 늦고 말았다.
그렇게 스트라이커 놀란 드푸르의 앞으로 가는 볼.
놀란 드푸르는 오는 볼에 발을 가져다 대며 왼쪽 구석으로 밀어 찼다.
그대로 골이 되는 줄 알았지만.
촤---악!
그가 슈팅하자마자 앞을 막는 다리가 있었다.
그 다리의 주인은 강현오였다.
컷백이 올 것인 것을 알고 미리 반응했기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강현오 선수의 태크으으으을! 튕겨 나온 건 강인우 선수가 펀칭으로 쳐내며 위기를 넘깁니다!]
[와…. 저 태클 감각 좀 보십시오. 페널티킥을 무서워하지 않고 저런 태클을 보여주다니요. 강현오 선수가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머리보단 본능이 앞섰던 플레이였다.
- 와아아아아아!!!
강현오가 보여준 슈퍼 플레이.
이로 인해 벨기에에게 갔던 흐름이 서서히 대한민국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