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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친왕이 마라도함에 온 지 며칠이 지난 이른 새벽, 드디어 제주도 수복 작전을 개시하는 날이었다.
수복 작전은 선봉으로 회전날틀을 이용한 특수부대의 투입과 함께 시작될 예정이었다.
대양 함대의 전함 일부는 본토와 제주와의 왕래를 차단하기 위해 전날 밤 출발하여 지금은 제주 앞바다에 대기하고 있다는 교신을 이미 보내왔다.
특수부대장 강명철은 마라도함 갑판에서 걱정이 한가득한 얼굴을 하고 의친왕을 설득하는 중이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슨 말씀을요. 국권을 수복하기 위한 작전입니다. 과인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습니다.”
“하! 이거 참.”
강명철 소장은 입이 썼다.
전날 있었던 작전 회의에서 의친왕은 제주 수복 작전에 직접참여하겠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의친왕이 직접 참전을 하는 것이 제주 주민 위무를 위해서도 작전에 득이 된다는 박충식과 참모진의 설득에 강명철은 의친왕의 동행을 동의했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는 수없이 방탄복을 입혀 동행시키기는 했지만 총격전이 벌어져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냥 모든 작전이 끝난 후 사령관과 같이 상륙하면 될 것을 구태여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친왕의 고집에 걱정이 한가득한 강명철은 재차 다짐을 받았다.
“같이 가시겠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반드시 동행한 차 비서와 함께 움직여야지 절대 혼자서 앞으로 나서면 안 됩니다.”
“물론입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차 비서는 전하를 잘 모시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차준혁이 사령관 비서실로 자리를 옮기고부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차준혁에게 비서란 호칭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었는지 강명철은 이어서 호위를 맡은 지휘관에게도 별도의 지시를 했다.
“자네는 책임지고 전하를 호위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의친왕의 호위를 맡게 된 송인수 소위는 대답은 씩씩하게 했지만 입이 댓 발은 나와 있었다.
제주도수복 작전을 개시한다고 들었을 때 가장 선발로 참전하여 일본군을 직접 몰아낼 꿈에 부풀었던 송인수였다.
하지만 의친왕을 호위하라는 명령에 속으로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위 명령이 떨어진 이상 어쩔 수없이 마음을 접고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특기인 회전날틀 하강도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쉬움까지 전부 없어질 수는 없었다.
의친왕도 그런 송인수의 심정을 이해했는지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과인 때문에 자네가 고생이 많겠네.”
자신의 속이 보였다는 생각에 송인수가 정색했다.
“아닙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강명철은 그런 송인수를 보고는 웃으며 물었다.
“이봐, 송 소위. 선봉에 서지 못해 불만인가?”
“아닙니다. 선봉에 서지 못한 것은 아쉽기는 하지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것도 작전의 일환입니다.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그래야지. 이번 작전 중 어떻게 보면 자네 임무가 가장 중요할 수가 있어. 제주 수복이야 힘으로 밀어붙이면 간단하겠지만 주민들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야.”
일개 소위의 마음을 위로하느라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강명철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을 느낀 송인수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세 사람이 이렇게 말을 주고받는 사이 함 갑판에 대기하고 있던 회전날틀들이 드디어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위~잉~~~.
육중한 기계음과 함께 서서히 돌기 시작한 프로펠러는 곧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타! 타! 타! 타! 타!
“사령관님! 회전날틀이 이륙 준비를 끝냈다고 합니다.”
마라도함의 함교 브리지에 나와 있던 박충식은 참모장의 보고가 있자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그럼, 선발대부터 출전하라고 하게.”
박충식의 지시가 있자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회전날틀들이 넓은 갑판을 이용해 2열로 상갑판을 박차고 떠오르기 시작했다. 상갑판의 회전날틀이 모두 떠오르자 이번에는 하갑판에 실려 있던 회전날틀들이 차례로 상갑판으로 올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상갑판에 올려 진 회전날틀도 특수부대원을 태운 후 바로 이륙해 제주도 방향으로 곧장 날아갔다.
타! 타! 타! 타! 타!
40대의 회전날틀이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강명철은 거의 넋을 잃고 바라보는 의친왕에게 주의를 환기시켰다.
“우리도 이제 내려가야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가시죠.”
허둥거리는 의친왕을 보고 미소 짓던 강명철은 고개를 들어 함교를 올려다보자 브리지에는 박충식과 김종석이 함께 나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강명철은 그 두 사람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였고 답례를 받자마자 의친왕과 함께 상륙 장갑차를 타기 위해 갑판 아래로 내려갔다.
마라도함의 탑재 능력은 엄청났다.
갑판 길이가 220미터에 달하는 2층 격납 구조의 마라도함은 회전날틀 20대와 수직 이착륙기 8대, 그리고 흑표 전차 15대와 상륙 장갑차 20대, 트럭 20대와 K-9 자주포 15문과 장비와 병력을 육지로 나르기 위해 공기 부양 상륙정(空氣浮揚上陸艇, LCAC) 2척, 그리고 작전 병력 1,000명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었다.
거기에 미르 부대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을 위해 파견되는 20대의 회전날틀과 배수량 570톤의 윤영하함 2척이 추가로 실려 있었다.
제주 수복 작전이 시작되자 이 40대의 회전날틀이 모두 동원되었다. 회전날틀이 모두 이륙하자 마라도함은 제주도를 향해 속도를 높였다.
타! 타! 타! 타! 타!
회전날틀 편대가 마라도함을 이륙한지 20분이 지나자 제주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호 회전날틀에 직접 탑승한 최경석 공군사령관이 무전기를 들었다.
“지금부터 편대비행에 들어간다. 각 편대는 배정된 지역을 향해 산개하라.”
최경석의 지시가 있자 40대의 회전날틀은 배정된 작전 지역을 향해 날개가 쫙 벌어지듯 좌우로 거침없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중 이기만 소좌는 기수를 좌측으로 해서 자신의 편대를 이끌고 날아갔다. 이들이 날아가는 곳은 대정읍 모슬포항 뒤에 있는 모슬봉이었다.
해발 180미터가 조금 넘는 모슬봉은 봉우리의 높이가 낮기는 하나 남쪽 바다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지정학적으로 뛰어난 천혜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위치로 인해 일본군은 러시아 함대를 정찰하기위한 관측 망루를 모슬봉에 설치해 놓고 있었다.
이기만 편대가 몇 분을 날아가자 멀리 모슬봉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곧이어 정상에 일자 형태로 높게 설치된 송수신 무선 안테나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육안으로 바다를 관측하기 위해 높게 세워놓은 관측 망루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기 안테나와 관측 망루가 보입니다.”
부기장의 말에 이기만은 곧바로 편대 공용 통신망을 열었다.
“작전 지역 접근 5분 전. 손님들 하강 준비시켜라.”
이어서 편대기장들의 수신 확인을 받은 이기만은 곧이어 기내 통신망을 열었다.
“작전 지역 접근. 하강 5분 전입니다. 손님들은 하강 준비를 해 주기 바랍니다.”
이기만 회전날틀 편대에 동승한 특수부대는 민정수 대위가 이끄는 30명의 대원들이었다. 민정수 대위는 기내통신을 받자마나 헤드셋을 열고는 바로 작전 명령을 내렸다.
“작전 개시 5분 전이다. 전 대원 최종적으로 장비를 점검하라.”
민정수의 지시에 대원들은 서둘러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제주 수복 작전 최초의 목표는 일본이 러시아 발트함대를 발견하기 위해 모슬봉에 파견해 놓은 통신 분견대 접수였다. 모슬포 평야의 한가운데 서 있는 모슬봉은 조선 시대의 봉수대가 있을 정도로 정상에 서면 남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