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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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양이洋夷들이 쳐들어왔다.”

“괴물이다.”

얼룩무늬복장에 얼굴까지 위장크림으로 위장한 특수부대원들을 본 제주 주민들은 등에 지고 있는 지게는 물론이고 머리에 이고 있는 소쿠리까지 내던지고는 황급하게 사방으로 도망쳤다.

황윤식은 자신들을 보고 놀라서 쫙 갈라지는 사람들 사이를 거침없이 내달리다 드디어 목적지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다.”

특수부대원들이 이렇듯 목적지를 쉽게 찾는 이유는 그동안 무인정찰기 송골매를 비롯해 회전날틀을 이용하여 제주 지역을 샅샅이 항공 정찰했기 때문이다. 

황윤식이 부대원을 이끌고 도착한 곳은 바로 제주 우편국(지금의 우체국)이었다.

“쾅.”

부대원들이 발로 우편국 문을 박차고 들어서자 그 안에는 몇 명의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 중앙에 일본 전통 복식인 하오리羽織를 입은 일본인 국장이 앉아 있었다.

복장을 보니 우편 업무를 보고 있던 손님들은 전부 일본인들이었다. 그중 한 명이 용기도 가상하게 일본말로 소리쳤다.

“웬? 놈들이냐?”

누군가 하며 황윤식이 고개를 돌리자 우편국장과 같은 하오리 차림의 일본인으로 제법 덩치가 있는 자였다. 하지만 황윤식은 거침이 없었다. 

“모두 일본 놈들이다. 제압하라.”

우당탕 쿵쾅.

지시를 받은 부대원 몇 명이 그대로 접수대를 뛰어 넘자 우편국 여사무원들은 비명을 질렀다. 

“꺅~~~!”

퍽!

“우욱.”

그런 모습을 보자 조금 전 소리친 일본인이 부대원에게 달려가서는 업어치기로 그대로 넘겨 버렸다.

휘익. 와당탕!

업어치기를 당한 부대원이 날아가 구석에 그대로 처박혔다.

“이놈이.”

황윤식은 그 장면을 보고는 몸을 날려 개머리판으로 그자의 턱을 날려 버렸다.

우직.

그와 동시에 옆에 있던 부대원이 그자에게 달려들었다.

퍽! 퍽! 퍽! 퍽!

황윤식의 개머리판 타격에 이미 정신을 잃었던 그자는 부대원이 날린 전투화와 개머리판 몇 방으로 아예 곤죽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인정사정 보지 않고 일본인 한 명을 밟아 버리자 우편국에 있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 버렸다. 

“무선 통신기를 찾아라.”

“중위님, 찾았습니다.”

황윤식이 부대원의 손짓에 다가가니 통신기는 손가락 굵기의 굵은 철창 속에 모셔져 있었다. 철창이 큰 자물통에 잠겨있는 것을 본 황윤식이 국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열쇠를 내놔!”

제주도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국장은 한국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으나 정황으로 열쇠를 달라는 것을 본능으로 알았다. 국장은 황윤식이 무서워 벌벌 떨었으나 요구대로 열쇠를 내 주지는 않았다.

고개를 젓는 국장을 보고 피식 웃은 황윤식은 소총으로 국장자리를 난사했다.

타타타탕. 퍼퍼퍼퍽…….

나무 책상이 총탄을 맞아 완전 박살났고 황윤식은 총구를 국장에게 돌렸다.

“으헉!”

책상과 같이 자신도 박살나며 죽을 것 같다는 공포에 국장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오줌을 지렸다. 그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일본인 사내가 떨리는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저, 저곳에 있습니다.”

그가 가리킨 벽에는 둥그런 쇠고리에 걸린 열쇠가 걸려 있었다. 부대원이 재빠르게 다가가 열쇠를 떼어내 문을 열자 황윤식이 바로 지시했다.

“접수해.”

제주 수복 작전을 거행하면서 삼족오군이 특별하게 신경을 쓴 것은 육지와의 교류 및 정보 차단이었다.

섬의 특성상 제주도는 육지에서와 달리 모스 무선 통신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몇 곳 있었고 그중 한 곳이 우편국이었다. 일제는 1905년 4월 통신권을 강탈하면서 관공서 중 가장 먼저 일본인 관리자를 모든 우편국에 배치하여 한반도의 정보망을 완전 장악했다.

“보아하니 손님들 모두 일본 놈들인가 본데. 이놈들도 함께 모조리 묶어 가두어라.”

“알겠습니다.”

황윤식의 지시가 있자 우편국이 졸지에 일본인을 수용하는 감옥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이들이 우편국을 장악하는 사이 또 다른 조들은 제주 경무국(경찰서)을 장악하면서 제주도 전체의 정보망을 육지와 완전히 차단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제주도 내륙을 장악하고 있을 때 제주항에서는 상륙 작전이 실시되고 있었다.

부아아앙~~~!

엄청난 속도의 공기 부양 함정(LCAC) 2척이 마라도함에 선적되어 있던 장비들을 싣고 제주항으로 날아갔다. 그 뒤로 5척의 고속 침투 함정을 앞세운 상륙 부대는 수륙양용 장갑차 20척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제주항으로 접근해 들어갔다.

제주 진위대대가 너무도 쉽게 제압되고 난후 별도의 저항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삼족오군의 상륙은 일사천리였다. 

본대가 제주항을 상륙할 때 수리온은 몇 차례 마라도함을 왕복을 하며 특수부대원들을 수송해 제주 관아는 물론이고 대정과 정의 군관아까지 동시에 장악해 놓았기에 상륙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크르르르릉.

의친왕과 강명철은 상륙 장갑차와 함께 상륙했다.

의친왕은 쇠로 만들어진 차가 물에 뜬다는 것이 신기했지만 상황이 전투 상황인지라 그 이치를 묻기 위해 입을 열지는 않았다.

쿵! 끼리리릭…….

한동안 바다를 가로지른 상륙 장갑차는 해변에 도착하자 바로 문을 열고 병력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항구는 이미 특수부대가 장악하고 있어서 상륙은 순식간에 마무리되었다. 삼족오군은 마라도함에 있는 2척의 윤영하함은 물론 민간 수송선에 실려 있던 5척의 로미오 급 잠수함을 백록함에 장착된 기중기를 이용하여 제주 앞바다에 내려놓기 시작했다.

상륙 병력과 함께 항구에 상륙한 차준혁과 의친왕은 부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제주 관아로 가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차준혁은 강명철과 의친왕과 함께 걸어가면서 주변을 둘러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제주항 일대는 일본인 소유로 추정되는 상점들이 일본 간판을 걸고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서둘러 걷던 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은 높게 쌓여 있던 쌀이었다. 의친왕은 노적봉 같이 쌓여 있는 쌀을 보며 의아해했다.

“아니, 지금 같은 춘궁기에 이렇게 많은 쌀이 어디서 난 것인가?”

강명철도 모르는 일이라 동행한 차준혁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받은 차준혁도 당연히 어떻게 된 사실인지는 알 수 없어서 쌓여진 쌀가마니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항구에는 민간인이 한 명도 없어서 차준혁이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쌀가마니에 청국에서 들여왔다는 표시가 눈에 들어오자 다시 돌아와서 강명철에게 보고했다.

“확인해 보니 청국에서 들여온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의친왕이 탄식했다.

“아! 일본인들이 청국에서 쌀을 들여왔다는 말인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자세한 것은 확인해 봐야겠지만 쌀가마니에 붙어 있는 표식으로는 상해에서 선적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청국에서 들여온 쌀이라는 말에 의친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일본인들이 하삼도의 쌀을 있는 데로 긁어모아 일본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농사를 직접 짓는 우리 농민들조차도 먹을 양식이 없다고 하더니 종내는 외국에서 쌀을 수입해 들여야 하는 이런 참담함을 당하는구나.”

강명철이 탄식을 하는 의친왕을 위로했다.

“그런 일들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제주도를 안정시키고 나서 본토로 진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합니다. 고통 받는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그리해야겠습니다.”

세 사람이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상륙을 마친 부대원들은 부대 단위로 움직이며 제주항을 개미 새끼 하나 빠져 나가지 못하게 장악해 들어갔다. 

세 사람은 항구를 나와 제주 관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제주의 중심 상권이랄 수 있는 길은 역시 일본인 상점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차준혁이 일본의 경제 침탈이 이렇게 제주도까지 차고 넘친다면 본토는 더 심각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의친왕은 갑자기 코끝으로 전해 오는 매운 냄새에 자신도 모르게 격한 기침이 튀어나왔다.

“쿨룩쿨룩.”

강명철은 맵기는 하나 그래도 군에서 평생 특수 훈련을 받은 탓인지 참을 만 했다. 차준혁은 의친왕처럼 기침할 정도로 심한 것은 아니지만 얼굴이 화끈거리고 눈이 매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최루가스가 많이 매우실 것입니다.”

“아! 네. 쿨룩쿨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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