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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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도 비슷한 비율이 될 것 같은가?”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가 파악한 대한제국 인구 수 2,000만으로 봤을 때, 전 인구의 1할 정도인 200만 명 정도가 신체검사 대상자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그중 3분의 2는 대체 복무자로 3분의 1인 70만 명 정도가 입영 대상자가 되겠군.”

“그렇습니다.”

두 사람의 말을 듣던 의친왕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 많은 병력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습니까?”

“처음에는 힘이 들겠지만 대한제국의 주변 상황으로 봐서 몇 년 안에 그 정도 병력은 유지해야 나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병력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병력 유지에 들어갈 막대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시려고 합니까?”

“어떻게든 마련될 것입니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또 그렇게 해야만 지금의 대한제국 같은 상황을 또다시 겪지 않을 것 아니겠습니까?”

의친왕이 걱정스럽게 다시 물었다.

“자금 마련 계획은 세워 두신 것입니까?”

의친왕의 물음에 참모장 송의식이 대답했다.

“지금 저희 참모부는 물론 비서실에서 수많은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부황께서도 3만 병력을 유지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는 것을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조금 전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던 박충식이 송의식의 말에는 정확하게 거들고 나섰다.

“지금의 대한제국이야 일본의 간섭과 부패한 관리들로 인해 국력을 결집시키지 못해서 겨우 몇 만의 병력도 유지하는데도 힘이 들고 있지만 일본을 한반도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나면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더구나 우리는 100년 이상의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력을 잘 활용한다면 병력을 유지시키는 자금 조달은 물론이고 대한제국의 국력 신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

“믿으십시오. 한반도에서 일본을 몰아내는 것은 물론 반드시 그들을 우리 민족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어 놓고야 말겠습니다.”

“예, 과인은 믿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 믿고 또 믿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결의를 다지고 있을 때 제주 관아 객사客舍인 영주관瀛洲觀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머물고 있었다.

삼족오군이 제주 장악과 동시에 추진한 것은 지원 세력의 포섭이었다. 이를 위해 특수부대원들은 지난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본토를 수없이 드나들어야 했다.

특수부대원들은 역사에 등장했던 지도자급 인물 중 이전 역사에서 일본의 회유와 협박에도 끝까지 변심을 하지 않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인물을 선별하였다. 그런 그들을 의친왕의 친서로 설득하여 제주로 불러들였던 것이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관료 출신인 유길준(1856)과 월남 이상재(1850)를 비롯하여 박은식(1859), 주시경(1876), 이동녕(1869), 남궁억(1863), 양기탁(1871), 안창호(1878), 안중근(1879), 김구(1876) 이회영(1867)과 이시영(1868) 형제 그리고 이상룡(1858) 신채호(1880) 등 50여 명이었다.

아쉬웠던 것은 당대의 인사라고 불리던 최익현과 후일 안중근에 의해 ‘관계官界 제일의 충신’이라는 평을 받은 허위가 투옥되어 있었고, 관직에 있던 사람들은 일본의 눈을 가리기 위해 데리고 오지 못한 것이다. 

박충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의친왕에게 권했다.

“전하, 지금 영주관에 있는 우국지사들에게 가려는데 같이 가 보시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까? 마침 과인도 그들이 궁금하던 참이었습니다. 같이 가십시다.”

두 사람이 객사에 도착하자 영주관에 보초를 서던 미르 부대원이 박충식 일행을 보고 경례를 했다.

“충성! 근무 중 이상 무!”

“수고한다. 모두 어디 있는가?”

“본관에서 합동 교육을 받는 중에 있습니다.”

초병의 보고를 받고 객사로 들어섰으나 모두가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인지 수십 명이 머물고 있음에도 넓은 객사에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박충식 일행이 넓은 객사 마당을 가로질러 영주관에 다가서니 그제야 건물 안에서 뭔가를 설명하는 정훈장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박충식은 그 말소리를 듣기 위해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지금까지 곧 있으면 동해에서 해전을 벌일 러시아와 일본의 해군 전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부터는 영상물 시청이 있겠습니다. 모두 전방에 있는 화면을 보시기 바랍니다.”

정훈장교의 설명이 끝나자 곧바로 영상이 상영되는지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부터 시청하실 영상은 우리 삼족오군이 보유하고 있는 지구상에 유일한 회전날틀인 수리온이 기동 훈련을 하는 모습입니다.”

정훈장교의 말이 들리자 곧이어 회전날틀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그동안 조용하기만 하던 객사에서 감탄사가 절로 터졌다.

“오! 저럴 수가!”

“엄청나구나.”

“저렇게 큰 쇳덩어리가 하늘을 날다니 참으로 대단하구나.”

우국지사들의 감탄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올 무렵 기동 훈련 중인 회전날틀에 탑재된 무기 시연과 함께 엄청난 폭음소리가 객사 밖까지 터져 나왔다.

꽈광 쾅 꽝.

“이야~~!”

꽈광 쾅 꽝.

“와~~~~.”

짝! 짝! 짝! 짝!

회전날틀에서 발사된 공대지 미사일에 표적이 정확히 박살나자 엄청난 파괴력과 정확도에 감탄한 지사들의 저마다 내지르는 환호와 박수 소리가 온 객사를 뒤덮었다. 

박충식이 객사 밖에서 한동안 서 있으면서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다 의친왕을 보고 물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아닙니다. 지사들이 저렇게 교육에 열정을 보이고 있는데 구태여 과인이 들어가 소란스럽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의친왕이 발걸음을 돌리려 하자 송의식이 나섰다.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저분들에게는 전하의 성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르실 것입니다. 귀찮지 않으시다면 잠시 기다렸다 교육을 마치고 저분들을 접견하셔서 격려해 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육군 참모장 남성진 대좌가 송의식 총참모장을 거들었다.

“송 장군님 말씀이 옳습니다. 전하께 이런 말씀드려 죄송하지만 지금까지 대한제국의 황실에서 지금의 전하와 같이 저분들에게 힘을 실어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분들은 황실을 대표한 전하를 믿고 이곳에 온 분들입니다. 앞으로야 상황이 많이 달라지겠지만 저분들에게 전하의 말씀 한마디가 천군만마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남성진의 말에 의친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 대좌가 질책을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과인은 물론 황족들이 해 온 처신은 정말 한심해서 오히려 저분들을 볼 면목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알겠습니다. 과인이 잠시 기다리겠습니다. 저분들에게 힘이 된다면 과인이 지금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전하께 송구한 말씀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박충식이 군정청장 김준후을 돌아봤다.

“일단 교육이 끝날 때까지 잠시 쉬도록 하지. 김 청장 객사에 잠시 쉴 만한 곳이 없는가?”

“있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김준후의 안내로 객사에 딸린 작은 정자에서 잠시 기다리자 김준후가 돌아와 영상시청교육이 끝난 것을 알려왔다.

박충식이 의친왕과 함께 영주관에 도착하자 비서실장 이현호가 안에다 도착을 알렸다.

“의친왕 전하와 사령관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벌컥.

이현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문이 열리고 정훈장교가 일행을 거수경례로 맞이했다.

“충성! 어서 오십시오.”

의친왕이 대표로 인사했다.

“수고가 많으시오.”

“감사합니다. 안으로 드십시오.”

의친왕이 안으로 들어서자 교육을 받고 있던 사람들이 그와 박충식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 일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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