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 회: 2-7화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본에 잠수함을 판 업체가 미국의 조선 업체인 일렉트릭보트(EBC)로 미국의 유명한 유태 자본인 크라운 가문 소유라고 하더군. 더구나 이 회사가 후일 미국의 거대 군산 공룡인 제너럴 다이나 믹스(GD)의 모회사라는 게 문제야.”
“아! 그렇습니까? 벌써부터 미국 놈들이 무기 시장에 설치고 있는 것입니까?”
“지금부터 미국 군수 업체를 경계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참모부에서 앞으로 미국 군산 업체와 세계 무기 시장을 놓고 한판 붙을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말이지.”
“하긴 지금 우리가 주변 인프라가 전혀 없는 게 문제지 인재를 양성하고 기반 산업을 육성해서 우리가 보유한 기술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미국이 아니라 그 누구와도 충분히 싸워 볼 만합니다.”
“내 생각도 그래. 지금은 사람이 없어 어렵겠지만 앞으로 사람만 제대로 육성한다면 미국이 문제겠어?”
소나가 없는 시대의 잠수함은 정숙이란 것은 당분간 잠수함 행동 지침에 들어 있지 않은 터라 강병익은 부함장 전의성 소좌와 한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이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마라도함을 이륙한 회전날틀 10대는 돈스코이함 인근 해상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10대의 회전날틀 편대를 이끌고 있는 편대장인 1호기 기장 조민성 중좌는 삼족오군 교신 공동 주파수를 열었다.
“여기는 수리온, 수리온 1호기 기장 조민성 중좌다. 윤집함과 강이식함 나와라.”
“여기는 윤집함, 감지했다.”
“여기는 강이식함, 감지했다.”
“목표 지점 도착 10분 전. 목표물의 상황을 알려 달라.”
돈스코이에 근접 감시를 하고 있던 강이식함의 함장 강병익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다.
“강이식함의 함장 강병익 상좌다.”
“반갑습니다. 조민성 중좌입니다.”
“목표물 상황을 알려 주겠다. 지금 돈스코이는 일본 함대와의 교전으로 동행하던 구축함이 격침되어 단독 항해 중에 있다. 함정은 많은 포격을 받아 상황이 아주 좋지 못한 상황이다.”
“화재 발생은 없습니까?”
“화재는 발생했었으나 지금은 진화되었다.”
“러시아 승조원들 상황은 알 수 있습니까?”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사상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알겠습니다. 교신 끝.”
“잠시 후에 보자. 교신 끝.”
1대대장 김영문 상좌는 자신의 헤드셋을 통해 두 사람의 교신을 모두 듣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이번에는 조민성 중좌가 김영문을 찾았다.
“대대장님, 도착 5분 전입니다.”
“알겠다.”
김영문이 대대 전용 주파수를 열었다.
“대대장이다. 목표 도착 5분 전이다. 전 대원은 개인 장비를 점검하라.”
철컥, 철커덕…….
김영문의 지시가 있자 여기저기서 장비를 점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기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도착 3분 전. 전기 옆문 개방.”
조민성의 목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자 모든 회전날틀의 양옆문이 힘차게 열렸다.
촤악 쿵!
이어서 먼저 하강할 특수부대원이 옆문에 각각 다리를 내리며 걸터앉았다. 그러는 사이 멀리서 항해하는 돈스코이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몇 차례 교전으로 적에게 위치가 노출된 탓인지 돈스코이는 등화관제도 하지 않고 노쇠하고 지친 몸을 그대로 노출한 채로 마치 거친 숨을 몰아쉬듯 시꺼먼 연기를 내뿜으며 북으로 항진하고 있었다.
김영문의 시야로 이곳저곳이 뚫려 있고 온 갑판에 불이 난 흔적이 산재해 있는 돈스코이의 누더기와 같은 몸체가 들어올 때였다.
“목표 도착 1분 전.”
조민성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김영문이 소리쳤다.
“도착 1분 전. 1·2호기 밧줄 투하.”
김영문의 명령이 있자 김영문이 타고 있는 1호기와 바로 옆에서 날고 있던 2호기에서 밧줄이 순식간에 내려졌다.
“도착 30초 전.”
타! 타! 타! 타! 타! 타! …….
하늘에서 난리가 나고 있을 때 레데베프 대령은 몇 차례 교전으로 피곤해서 의자에 주저앉아 깜빡 잠이 들어 있었다.
벌~컥.
“함장님, 큰일 났습니다.”
레데베프 대령은 블로닌 중령의 호들갑에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휘청~.
갑자기 몸을 일으킨 레데베프 대령은 순간 몸을 휘청거렸지만 다행히 곧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늘에 이상한 것이 떠 있습니다.”
“응? 하늘?”
레데베프 대령은 황급히 밖을 내다보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밝은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레데베프 대령이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불빛인가?”
“하늘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뭔가가 떠다니면서 이렇게 밝은 빛을 뿌리고 있습니다.”
순간 일본군이 이상한 무기를 들고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레데베프 대령은 말도 하지 않고 갑판으로 뛰쳐나갔다.
“으윽!”
하지만 레데베프 대령은 너무도 밝게 쏟아져 내리는 서치라이트에 순간적으로 시각을 잃어버렸다.
“저놈이 함장인가 보구만기래.”
“제가 잡겠습네다.”
레데베프 대령을 비추고 있는 7번 기에 타고 있던 남영철 중사는 주영진 상사의 명령도 듣지 않고 저격 소총으로 레데베프 대령을 조준했다.
탕! 퍽!
흔들리는 회전날틀에서 쏜 남영철의 총탄은 정확히 레데베프 대령의 머리를 박살 냈다.
탕! 퍽!
이어서 주영진 상사의 총에서 발사된 총탄도 부함장인 블로닌 중령의 머리에 정확히 명중시켰다.
순식간에 지휘관 두 명을 잃은 돈스코이 승조원들은 갑자기 닥친 사태를 수습할 겨를도 없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저격 소총의 총탄에 와르르 쓰러지듯 순식간에 사살되어 쓰러졌다.
어느 순간 김영문 상좌의 명령이 떨어졌다.
“하강 개시.”
김영문의 명령과 동시에 2대의 회전날틀에서 네 명의 대원들이 머리를 밑으로 해서 거꾸로 쏟아져 내렸고 그 순간 오인 사격을 우려해 회전날틀의 사격이 멈췄다.
이어서 나머지 대원들도 이어서 하강했고 순식간에 탑승 대원이 모두 하강한 2대의 회전날틀은 바로 위치를 이탈했고 대기하고 있던 3·4번 회전날틀이 바로 그 자리를 차지해서는 이어서 탑승 대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강한 김영문은 눈에 보이는 비무장 러시아 승조원들은 그대로 무시하며 앞으로 내달렸다.
“달려, 달려!”
러시아 승조원들은 대부분 개인 화기조차 소지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달리는 김영문의 양옆을 군정청장이 된 김진후의 뒤를 이어 1중대장이 된 박인호 대위와 대대선임하사인 구기주 원사가 호위하며 따랐다.
김영문이 지나친 러시아 승조원들은 뒤를 따르던 부대원들에게 곧바로 제압되었다.
퍽, 우당탕! 찌익.
제압된 러시아 승조원들을 부대원들에게 개머리판 등으로 얻어맞고는 대부분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렇게 정신을 잃은 러시아 승조원들은 대원들이 소지하고 있는 플라스틱으로 된 수갑으로 손발이 묶여 제압되었다.
김영문은 무기를 들고 앞을 가로막는 러시아 승조원들에게는 거침없이 소총을 내갈겨 버렸다.
탕! 두르륵 퍽 우당탕…….
김영문 상좌가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선실 복도를 달려 내려가는 이유는 단 하나, 창고 장악을 최대한 빨리 하기 위해서였다.
“밑으로, 밑으로.”
달려가던 김영문에게 구기주의 외침이 들려왔다.
“바로 밑이 창고입니다.”
김영문이 고개를 밑으로 숙이자 철망으로 된 발밑 바닥으로 창고가 내려다보였다.
“찾았다. 가자.”
김영문이 소리치며 마지막 계단을 뛰어 내려갔을 때였다.
탕! 퍽.
“우욱!”
김영문은 가슴에 강한 충격을 받으며 뒤로 튕겼다. 창고를 지키던 러시아 승조원이 쏜 총에 맞은 것이다.
김영문 상좌가 뒤로 튕겨져 나가는 모습을 본 박인호 대위는 눈에 불을 확 붙이며 전방을 향해 소총은 그대로 난사했다.
드르륵…….
퍼벅 퍽.
“으아악!”
“악!”
…….
좁은 선실 복도에서 경계를 서던 러시아 수병들은 앞에 달리던 김영문을 쏘아 맞추기는 하였으나 박인호의 난사를 피할 방도가 없었다. 순식간에 네 명을 사살한 박인호가 김영문을 대신해 앞으로 뛰쳐나갔고 구기주 원사는 뒤로 튕겨져 구석에 구겨져 있는 김영문에게 황급히 다가갔다.
“대대장님, 정신 차리십시오.”
강한 충격에 순간 정신을 잃었던 김영문은 구기주의 외침에 정신이 돌아왔다.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린 김영문이 물었다.
“어떻게 된 기야.”
“적탄에 피격되셨습니다.”
“그렇지, 으윽.”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낸 김영문은 아픔을 참고 몸을 살피자 방탄복 덕분에 다행히 총탄에 피탄되지 않은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