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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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군 최고 지휘관들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본 참모장 가토 도모사부로加藤 友三郎 소장은 아키야마 중좌에게 지시했다.

“항복한 함정의 무장해제와 함께 함정 인수인계를 실시하라.”

“하! 알겠습니다.”

잠시 후 기함 미카사에서 항복한 함정을 인수인계하라는 통신이 송전되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연합함대 함정들에서 장병들을 가득 태운 수십 척의 보트가 내려지더니 각자 배정된 러시아 함정으로 다가가서는 미리 내려져 있던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잠망경으로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의 상황을 처음부터 살피고 있던 잠수함 고선지의 함장 김필규는 일본 해군의 상황을 확인하고는 부함장에게 지시했다.

“연합함대가 러시아함의 인수인계가 시작되었다. 부함장은 마라도에 이와 같은 상황을 보고하라.”

“알겠습니다.”

부함장이 급히 무전 통신으로 보고했으나 마라도함에서는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을 전투 초기부터 전장에 떠 있는 송골매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비서실장 이현호가 영상을 보며 상황 설명을 했다. 

“연합함대가 드디어 러시아 함대의 무장해제에 나섰습니다.”

미르 부대장 김종석이 아주 흥미 있어 했다.

“지금부터는 연합함대에게 가장 긴장된 시간이로군.”

“승전한 일본 해군으로서는 마지막 남은 전후 처리를 위해 긴장의 끈을 절대 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자칫 잘못하다 러시아 전함이 사령관의 지시를 어기고 자침하겠다고 배를 포기하거나, 일부 전함이 항복에 반발해 다시 포격전을 벌이기라도 한다면 일본 연합함대로서는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격이 되겠지.” 

“바로 보셨습니다. 무장해제를 마치고 함정의 인수인계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일본은 절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아! 그리고 저기 로제스토엔스키 제독과 참모들이 드디어 하선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아마도 러시아군 부상자들을 자기들 수송선으로 먼저 육지로 수송시켜 주려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박충식이 입을 열었다.

“도고가 승자의 자비를 베풀어 주고 있는군. 그게 항복한 적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겠지.”

박충식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송의식을 불렀다.

“송 참모장, 러시아 함대의 무장해제와 러시아 지휘관들을 모두 이함시키려면 잠시 시간이 걸릴 것이니 송 참모장은 그 사이 우리 함대의 전투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해 놓도록 하게.”

지시를 받은 송의식은 곧바로 상황실을 나와 함교로 올라가서는 각 함정과 일일이 직접 교신하면서 준비 상황을 꼼꼼히 점검했다.

송의식이 이렇게 정신없이 점검을 하고 있는 동안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기함인 니콜라이1세를 비롯한 러시아 함대의 각 전함들에게서 무장해제를 끝냈다는 상황 보고가 속속 마카사에 접수되었다.

참모장 가토 도모사부로 소장은 함별로 보고되는 상황을 일일이 점검하다 항복한 7척의 상황이 모두 종료되자 도고 제독의 방을 찾았다. 

“각하! 모든 전함의 무장해제를 마쳤습니다.”

“모두들 수고했네. 참모장은 미카사에 승전 깃발을 올리고 대본영에 지금 이 시간 부로 승전보를 보내도록 하라. 전문 내용은 ‘적 함대 격멸하였음. 일본해에 더 이상의 적함은 없다.’ 이상이다.”

“알겠습니다, 각하.”

드디어 기함 미카사에서 승전 깃발이 올라갔다.

항복한 러시아 함대를 에워싸고 있던 연합함대의 모든 전함에서는 드디어 기다리던 승전 깃발이 마스트 끝까지 올라가자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 

“이겼다~~~!”

“천황 폐하 만세!”

“천황 폐하 만세!”

그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연합함대는 환호와 함께 만세 삼창 소리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미카사에서 타전된 승전보는 대기하고 있던 대양 함대에게는 연합함대의 승전보가 ‘동해 작전’의 시작 명령이었던 것이다.

참모장 송의식은 기다리고 있던 연합함대 승전보가 타전되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이미 열어 놓고 있었던 함대 공 용통신망으로 박충식에게서 미리 지시받은 작전 명령을 전 함대에 하달했다.

“전 함대 전투준비.”

에엥~~~~!

명령이 떨어지자 마라도함은 순식간에 사이렌 소리로 뒤덮였다.

송의식의 다음 명령은 거침이 없었다.

“적 전파 교란 시작.”

대양 함대가 연합함대의 승전 타전을 듣자마자 시작된 동해 작전 중 가장 먼저 시도된 것이 전파 교란이었다. e로란 방식을 이용한 대양 함대의 전파 교란은 일본 연합함대가 사용하고 있었던 36식 무선 통신기를 순식간에 먹통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전파 교란에 성공했습니다.”

헤드폰을 끼고 연합함대의 통신 상태를 주시하고 있던 마라도 통신부장 노범찬 중좌가 전파 교란이 성공한 것을 알려오자 송의식은 바로 박충식을 연결했다.

“사령관님 전파 교란이 성공되었습니다.”

박충식도 단호하게 명령했다.

“그럼, 서애함부터 전투를 시작하도록 하게.”

“명령, 접수합니다.”

송의식은 바로 명령을 하달했다.

“서애함 나와라.”

“서애유성룡함 함장 김우식입니다.”

“함포 준비되었나?”

“명령 대기 중입니다.”

“그럼 서애함에 배정된 적함에 함포사격을 시작하라. 정지된 표적 사격이니 만큼 포탄 손실에 유의해 주게.”

“알겠습니다.”

함포사격 명령을 받은 김우식은 함정 전용 통신망을 통해 서애함 포술장을 호출했다.

“최종석 상위.”

“예, 함장님.”

“포격 준비는 다되었나?”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김우식은 언제 재보급될지 모를 포탄을 아끼기 위해 단발포격을 지시하였다.

“그렇다면 입력된 좌표의 식별 번호 1번에 함포 한 발을 발포하라.”

“알겠습니다. 식별 번호 1번에 발포하겠습니다.”

최종석 상위는 교신이 끝나자 127밀리 함포(MK45 MOD4) 사수인 유인학 중사에게 지시했다.

“유 중사, 식번(식별 번호) 1번 함포 한 발, 발사하라.”

“포격 식별 번호 1번, 함포 한 발 발사합니다.”

유인학은 e로란 시스템에 의해 산출된 사격 제원을 바탕으로 미리 입력된 표적 좌표에 따라 첫 번째 포격을 시작했다.

뻥!

서애유성룡의 주포는 일반 함포의 평사 포격과 달리 곡사로 쏘아졌고 쏘아진 포탄은 곧바로 서애함의 레이더와 연동된 사격 통제 장치의 제어를 받기 시작했다. 서애함에서 최초로 발사된 포탄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된 사거리가 110킬로의 장거리 유도 포탄(ERGM)이었다. 

쐐액~~.

이전 시대 세계 최강이라 자부하던 대한민국 해군의 신기에 가까운 함포사격 기술이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목표물과 일정 거리에 다다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폭발하게 되어 있는 근접 신관이 장착된 포탄은 식별 번호 1번함이었던 연합함대 장갑 순양함 아사마棧間의 중심을 정확히 타격했다.

콰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살상 범위 160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포탄의 파괴력은 아사마의 상부를 완전히 초토화시키며 아사마의 갑판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어버렸다.

러시아 해군 제독을 데리고 와 함대 사령장관 도고 제독에게 항복을 하게 만들어 한껏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던 아키야마 해군 중좌는 순양함 아사마가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함포 포탄 한 발에 엄청난 타격을 받으며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자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아! 제독 각하, 장갑 순양함 이사마가 포격을 받고 있습니다.”

“뭐라고!”

도고 제독도 사령실에서 느긋하게 승리의 여운을 즐기다 장갑 순양함 아사마가 포격을 받았다는 소리에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황급히 갑판으로 나갔다. 그런 그의 눈앞에 불길에 휩싸인 아사마가 그대로 들어왔다.

“아니! 저럴 수가!”

도고 제독은 참모장을 보며 불같이 화를 냈다.

“이보게, 참모장. 갑자기 아사마가 포격을 받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아직 러시아 함대의 잔당이 남아 있었단 말인가!” 

도고가 불같이 노하자 참모장 가토 소장은 당황해하며 황급히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 이 일대는 항복한 러시아 함대 전함 이외에는 어떤 함정도 없습니다.”

그 자신도 인근 해역 수색에 대한 보고를 받은 터라 도고 제독은 더 이상 질책을 하지 않고 바로 지시를 내렸다.

“아사마의 현재 상황이 어떤지 빨리 교신을 하도록 하라.”

지시를 받은 가토 소장은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전실로 뛰어갔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가토가 다시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가토는 당황해하며 보고했다.

“각하! 조금 전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던 무선 교신이 전혀 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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