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 회: 2-12화 -->
“그게 무슨 소린가. 무선 교신이 되지 않다니. 통신기가 고장이란 말인가?”
“정상 작동은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다른 함정과 전혀 교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도고 제독은 지난번 황해에서의 러시아와의 해전을 기억해 내고는 소리쳤다.
“전파 교란 때문이다. 분명 이 근방에 아직 적이 남아 있다.”
“예?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귀관은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겠는가?”
“예! 그…….”
가토 소장은 도고 제독의 질책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사이 다시 또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아키야마 중좌의 외침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
“각하! 타카치高千橞도 포격을 받았습니다.”
도고는 또다시 표격을 받았다는 말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아! 저럴 수가!”
도고 제독은 아사마와 동급의 순양함 타카치도 아사마와 같이 불길에 휩싸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콰앙~!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시 또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온 것이다. 이번에는 도고의 머리가 먼저 소리를 향해 고개가 돌려졌고 그런 그의 눈에 불길에 휩싸인 순양함 아즈마가 들어왔다.
“아! 아즈마까지 도대체 어디서…….”
도고 제독은 순양함 아즈마까지 어디서 날아오는지 파악도 되지 않는 함포사격을 받아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여 버리자 말을 잇지 못했다.
참모장 가토도 반쯤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중얼거렸다.
“이건 대체 어디서 날아오는 포탄이란 말인가. 얼마나 폭발력이 강하기에 단 한 발의 포탄에 수천 톤의 순양함이 기동력을 잃어버릴 정도란 말인가.”
도고 제독과 가토참모장이 이렇게 어, 어 하던 그 순간이었다.
쐐액~~.
이번에는 도고는 물론 참모장 가토의 눈에도 날아오는 포탄의 궤적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림같이 날아온 한 발의 포탄은 미카사의 바로 옆에 있던 일등순양함 이즈모를 정확히 타격했다.
콰앙~~~.
그러나 이즈모의 폭발은 이전 3척의 타격과 전혀 달랐다.
꽈광, 꽝! 꽈과광!
이즈모를 강타한 포탄은 여파가 탄약고를 덮쳤는지 바다를 뒤흔들 정도의 폭발음과 함께 엄청난 유폭이 일어난 것이다.
꽝! 꽈광~! 꽝!
유폭이 발생하자 이즈모는 눈 깜빡 할 사이에 그대로 배가 두 동강이 나면서 어떻게 손쓸 틈도 없이 바닷속에서 누가 빨아들이듯 순식간에 침몰해 버렸다.
연합함대 참모 중 침착하기로 소문난 아키야마 중좌는 자신의 눈앞에서 순양함 이즈모가 너무도 허망하게 침몰하는 것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발악적으로 소리쳤다.
“으아! 안 돼!”
아키야마 중좌가 소리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디서 쏘아대는지도 모르는 함포에 연합함대가 보유하고 있는 8척의 순양함 중 1척은 침몰하고 3척은 대화재와 함께 기동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연합함대의 불행은 이제 시작이었다. 기동력을 잃고 불길에 휩싸여 있던 3척의 일본 순양함에 이번에는 서애유성룡함에서 발사된 두 번째 포탄이 들이박기 시작한 것이다.
꽝! 꽈광! 꽝!
이번 폭발은 처음과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초탄과 달리 두 번째 포탄은 충격 지연 신관이 장착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두 번째 포탄은 순양함의 장갑을 강타하며 폭발하지 않고 선체 장갑을 뚫고 들어간 후 잠깐의 시간을 두고 폭발했던 것이다.
내부에서 폭발한 강력한 포탄은 초탄으로 취약해진 순양함을 순식간에 두 조각 내 버렸다.
쩌적! 쩍!
도고 제독은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너무도 허탈해 헛웃음까지 나왔다.
“허허!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단 두 발의 포탄으로 10,000톤의 순양함이 단번에 두 동강 나다니…….”
도고가 잠시 혼이 나간 듯하자 참모장 가토가 아키야마 중좌를 보고 지시했다.
“아키야마 중좌! 최대한 빨리 바다로 떨어진 승조원을 구조하도록 각 전함에 수기신호를 보내도록 하라.”
잠시 넋이 나갔던 아키야마 중좌는 가토가 부르자 황급히 자세를 바로 한 후 대답했다.
“하이!”
잠시 후 아키야마의 지시로 바다로 떨어진 순양함의 승조원들을 구조를 하라는 기함의 수기신호를 받은 함정에서 보트가 내려지기 시작했다.
불과 10여 분 만에 4척의 순양함을 침몰 당한 연합함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었다.
연합함대의 이러한 모든 상황을 송골매를 통해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던 박충식이 비서실장 이현호에게 물었다.
“이 실장! 적 함대와의 거리가 얼마인가?”
이현호가 상황판을 보고 대답했다.
“함대간 거리가 60킬로로 아직 일반 함포 사거리까지는 거리가 조금 더 남았습니다.”
“흠! 그렇군.”
대답을 마친 박충식이 이번에는 함교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송의식을 불렀다.
“송 참모장.”
“예, 사령관님.”
“잠수함 전대를 호출해 다음 작전을 시행하라고 지시하게.”
“알겠습니다.”
박충식의 명령은 송의식을 거쳐 잠수함 전대장 김필규에게 전달되었다. 총 7척의 잠수함 중 이번 동해 작전에 동원된 잠수함은 5척으로 일본 연합함대를 사방에서 포위하고 잠망경 심도를 유지한 채 연합함대를 감시하고 있었다.
송의식의 명령을 받은 김필규가 잠함과 교신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각 잠함에 알린다. 사령관님의 명령이 떨어졌다. 각 함장들은 이미 지시받은 작계대로 개별 공격을 개시한다.”
지시를 내린 김필규 잠수함 전대 대장은 휘하 전함의 답변수신을 확인하고자 자신이 지휘하는 잠함의 어뢰 공격을 위해 명령을 내렸다.
“본 함 어뢰를 발사한다. 1, 2, 3, 4번 어뢰관 개방.”
고선지함은 이미 어뢰 발사 대기 상태에 있던 터라 함장의 명령은 바로 이행되었다. 4기의 어뢰관이 개방되자 압축공기소음이 들려왔다.
김필규는 이전 같았으면 잠수함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정숙유지를 위해 작은 소음 하나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겠지만, 소나가 없는 시대로 오면서 소음에 아무렇지도 않게 대응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김필규는 입꼬리가 올리며 다음 명령을 내렸다.
“부여된 식별 번호대로 각 번 표적에 2기씩 어뢰를 순차 발사한다. 어뢰 발사.”
순간 어뢰가 발사되는 추력으로 진동이 느껴지며
어뢰 담당 하사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뢰 발사하였습니다.”
무선 유도 방식으로 발사된 백상어뢰는 35노트의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돌진했다.
“목표 도달 3분 전, 2분 전, 1분 전, 카운터합니다. 10, 9…… 3, 2, 1. 폭발.”
자기 신관이 장착된 백상어뢰는 목표한 일본 전함 2~3미터 선저船底 앞에서 그대로 폭발했다.
콰앙!
대양 함대 잠수함에 하달된 타격 목표는 일본 연합함대 전함 소속 구축함이었다. 두 발의 어뢰 폭발은 엄청난 수압을 동반 일본 구축함이 뛰어오를 정도로 선저를 여지없이 강타했다.
꽝! 꽈광 꽝! 쩌적!
백상어뢰가 폭발하며 TNT 370킬로의 파괴력에서 나오는 엄청난 압력이 배 밑바닥을 강타하자 고선지함이 목표한 2척의 일본 구축함은 단번에 두 동강 내 버렸다.
고선지함의 어뢰 발사와 때를 같이하여 나머지 4척의 로미오 급 잠함에서 발사된 어뢰도 각 함에 두 발씩 8척의 일본 구축함을 동시에 강타했다.
잠수함 공격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일본 구축함들은 선저에서 폭발된 어뢰의 강력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선체가 두 동강이 나며 순식간에 침몰하고 말았다.
대양 함대 잠수함 어뢰의 보유 재고가 거의 없기 때문에 순양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갑 방어 능력이 약한 구축함을 공격한 전략은 완전히 성공을 거두었다.
콱! 부들부들.
도고 제독은 눈앞에서 10척의 구축함이 순식간에 침몰되는 장면을 보고는 온몸을 떨면서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렇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도고 제독만이 아니었다.
참모장 가토를 비롯한 참모들은 물론, 미카사 함장인 이지치 대좌 등 그 누구도 넋이 나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도고 제독의 참담함과는 정반대로 대양 함대 기함 마라도함의 상황실은 50여 명의 우국지사들이 내지르는 환호 소리로 뒤덮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