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 회: 2-13화 --> (48/268)

<-- 48 회: 2-13화 -->

“와~~~!”

“대단하다!”

짝! 짝! 짝~!

50명의 우국지사들은 상황실에 입실을 하기 전 정숙해야 한다는 주의를 들었다. 하지만 4척의 순양함이 침몰할 때까지는 가만히 참고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10척의 일본 구축함이 깨져 나가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환호했다. 이상재를 비롯한 50명은 흥분을 참지 못하고 환호와 함께 두 손에 불이 날 정도로 박수를 쳐 댔고 간간이 눈물까지 흘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박충식은 환호하는 지사들을 제지하지 않고 그대로 두게 하였다. 이현호 실장은 기뻐서 눈물까지 흘리는 우국지사들의 모습을 보며 박충식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우려의 말을 했다.

“우국지사 분들에게 이제 그만 자제를 부탁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동안 일본에 당해 왔던 피해와 억울함이 어디 하나둘이었겠나. 잠시 동안 이대로 속에 있던 울분을 토해 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송골매가 전해 오는 화면에 도고 제독 등의 모습이 비춰졌다.

“도고 제독이 완전 넋이 나간 모습입니다.”

이현호의 말에 박충식이 냉정하게 대답했다.

“도고 제독이 승리의 축배를 들기도 전에 패배의 독배를 마시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겠지.”

이때 가만히 앉아 있던 의친왕이 화면을 노려보다 흥분했는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입을 열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동안 우리 대한제국이 일본에 당한 것을 이제부터 철저하게 응징해 주어야 합니다.”

육군 출신으로 해전에 대해 크게 지식이 없어 그동안 말을 아끼고 있던 김종석 장군도 의친왕의 말에 호응하여 무거운 입을 열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일본인은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자들이라 그동안 대한제국에서 피도 눈물도 없이 악랄한 짓을 수없이 많이 자행했었으니 이제부터 철저하게 응징해 줘야 합니다.”

강명철이 김종석의 말을 호응하며 적극 거들었다.

“우리 민족이 그동안 일본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까? 정말 별도의 계획이 없었다면 저 일본 연합함대를 모조리 수장을 시켜도 시원치 않을 것입니다.”

박충식도 세 사람의 강경 발언을 저지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 자신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마저 동참하게 되면 상황이 계획과 달리 과격하게 흐를 것을 우려하여 최고 지휘관으로써 냉정해지려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박충식이 수화기를 들어 송의식을 호출했다.

“송 참모장, 작전 계획대로 다음 작전을 시행하라.”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박충식이 생각했다.

‘도고 제독이 계획대로 움직여 주어야 할 텐데 걱정이로군. 하지만 도고 제독이 우리의 예상과 달리 끝까지 도발해 온다면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이 전부 수장시켜야겠지.’

박충식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도고 제독은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날아오는 함포인가. 방금 전 러시아 함대가 항복한 것이 거짓이라는 말인가?”

하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가시거리(바다에서 날이 맑을 경우 40킬로까지도 나온다.) 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바다를 둘러보던 연합함대 참모진은 누구도 도고의 물음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 놓지 못했다.

그때 아키야마 중좌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각하, 방금 전 구축함들을 공격한 것이 어뢰로 추측이 됩니다.”

“뭐라! 어뢰라고?”

도고 제독의 물음에 아키야마 중좌가 용기를 내서 설명했다.

“그렇습니다. 침몰된 순양함들은 분명 함포 공격을 받은 것이 분명하였습니다만 구축함들은 함포로 공격당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관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구축함이 당한 공격은 적의 잠수함에서 발사된 어뢰로 추측됩니다.”

도고는 자신이 흥분하여 잠시 잠수함의 존재에 대해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 잠수함이 있었어.”

도고는 서둘러 가토를 보고 물었다.

“우리 잠수함들은 어떻게 되었나?”

“러시아 함대가 항복한 것을 확인한 후 벌써 귀환시켰습니다.”

“끄응~~.”

도고는 그제야 자신이 잠함의 귀환 명령을 내렸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연합함대가 보유한 잠수함은 전장 20.3미터, 폭 3.63미터, 105톤에 13명의 승조원이 탑승하는 초기형이다.

두 발의 어뢰를 탑재하고 항속 거리가 297킬로로 원양 작전은 거의 불가능하였고 잠항 심도는 겨우 선체가 물에 잠기는 정도인 38미터에 불과했다. 더구나 수중 속도 7노트 정도인, 그야말로 초기형의 조악한 잠수함이지만 당시로는 최고 기술력의 함정임에는 틀림없었다. 

가토의 말대로 5척이나 보유하고 있던 잠함은 항속 거리가 짧아 동해 중심부에서 벌어진 전투에는 직접 참여는 하지 못하고 예비 전력으로 대기하고 있다 러시아가 항복하자 부상자들을 수송하는 수송선을 따라 귀환했다.

하지만 연합함대 지휘관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일본 잠수함은 수송선을 호위하며 귀환하는 도중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조성문 중좌의 로미오 1번 잠함에 킬 마크 5개를 새겨 주면서 모조리 수장되었던 것이다. 

“빨리 잠수함을 호출해 이곳으로 오도록 하라.”

“각하, 송구한 말씀이나 30분 전부터 전파 장애로 불통된 무선통신이 지금 전혀 작동을 하지 않고 있어 잠수함 호출은 불가능합니다.”

“이익!”

도고 제독은 잠수함이 온다고 해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30분 전부터 통신이 불통되었다는 것에 더 화가 났다.

도고 제독이 주먹을 불끈 쥐며 호통을 쳤다.

“무슨 대책을 강구해 봐라. 이렇게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일본제국 해군이 이렇게 허망하게 당할 수는 없는 일이야!”

“하이!”

대답은 분명하게 했지만 가토 참모장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내심으론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때였다. 난감해하는 가토 참모장을 도와주는 외침이 들려왔다. 

“비상! 비상!”

땡! 땡! 땡! 땡! …….

비상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견시수의 외침이 다시 들려온 것이다.

“좌측에 미확인 물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견시수의 외침을 따라 돌아가자 수평선에 무언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키야마 중좌가 망원경으로 살펴보다 소리쳤다.

“각하, 전함으로 보이는데 이상하게 연기가 전혀 관측되지 않습니다.”

도고 제독도 황급히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아키야마 중좌의 말대로 연기가 전혀 관측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으음! 이상한 일이군. 전함이 분명해 보이는 것 같은데 어떻게 연돌(煙突, 굴뚝)은 물론 연기도 전혀 올라가지 않는 것이지?”

도고 제독이 이렇게 의아해하고 있을 때 비상 종소리와 함께 견시수의 외침이 다시 들려왔다.

땡! 땡! 땡! 땡!

“우측 정면에 적함 발견. 우측 정면 적함 발견.”

미카사 갑판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고개는 기계와 같이 우측 정면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도고의 망원경에 함정이 정확히 관측되었다. 도고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적함 발견, 전 함대 전투 준비하라.”

도고의 전투 준비 명령은 기수 신호로 각 함에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마스트에도 깃발을 게양하여 전 함대로 전달되었다. 

잠시 후 각 전함에도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땡! 땡! 땡! 땡! 땡! 땡! …….

비상을 알리는 종소리가 온 바다를 울리며 일본 연합함대가 전투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대양 함대 전함 6척이 연합함대를 포위하여 사방에서 좁혀 들어갔다.

도고 제독은 6척밖에 안 되는 적함이 사방을 포위해 들어오자 어이가 없었지만 조금 전 구축함이 어뢰 공격을 받은 사실을 망각하지 않았다.

“적의 잠수함이 근방에 있을 것이다. 각 전함의 견시수들은 수면을 집중 수색하여 잠망경을 찾아라!”

또다시 미카사에서 수기신호가 발신되자 연합함대 전함들은 수면수색을 위해 분주해졌다.

그때 가토 참모장이 대양 함대 전함에서 연기가 갑자기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적함이 함포 사격을 하였습니다.”

“뭐라고! 저 먼 거리에서 함포 사격?”

도고 제독은 20킬로가 훨씬 넘는 거리에서 함포가 발사된 것에 깜짝 놀랐지만 위협사격일 것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도고의 추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쐐액~~.

도고는 대양 함대에서 발사된 함포의 궤적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날아온 포탄은 미카사를 넘어 뒤에 있던 미카사와 동급 전함인 시키시마敷島를 그대로 강타했다.

콰앙!

하지만 전함 시키시마를 타격한 함포는 한 발이 아니었다. 마라도함을 제외한 5척의 함정에서도 동시에 발사된 함포는 시키시마를 그대로 타격한 것이다.

꽝! 꽈꽝! 쾅!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다섯 발의 포탄을 동시에 타격받은 시키시마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불기둥을 뿜어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