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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진위대대의 도움을 받은 특수부대에게, 대한제국군 병력 감축으로 김포 진위대가 해산되어 경계 병력조차 없어 무방비 상태가 된 한강 하구를 침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수송 수단이 별로 없던 탓에 특전 부대가 모두 침투를 마치는 데는 사흘이나 걸렸다. 그렇게 침투한 특전 부대는 한성 일대 요소요소로 잠입해 들어갔다.
부대장인 강명철이 관악산에 지휘 본부를 설치한 것은 1대대와 같은 20일 밤이었다. 무전기를 내려놓은 강명철이 박관준 중위에게 지시했다.
“송골매, 화면을 병기창으로 조정하라.”
부대장의 지시가 있자 박관준은 송골매를 원격 조정하여 화면을 병기창에 맞췄다.
“조정되었습니다.”
“마라도의 송 참모장에게 연결해라.”
“알겠습니다.”
박관준은 바로 부대장의 지시를 이행했고 무전은 곧바로 연결되어 무전기가 건네졌다.
“송 참모장님 나왔습니다.”
“송 참모장, 나요. 강명철.”
“강 소장님, 매복하느라 고생 많습니다.”
송의식의 위로에 강명철이 앓는 소리를 했다.
“아! 이거 나이를 먹었는지 이제는 매복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게 마라도에서 지휘하시라니까. 고생을 사서 합니다.”
“그래도 직접 실전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꾸 감이 떨어져요.”
송의식은 강명철의 앓는 소리에 실전을 몇 번 치렀냐고 놀리려다 작전 개시 직전이라 꾹 참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지금 송골매 화면 보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두 사람이 각각 인천 앞바다와 관악산 지휘 본부에서 보고 있는 영상에는 일본 주차군 사령부 영내에 별도의 이중 철조망이 둘러쳐 있는 일본군 병기창이 자세히 비치고 있었고 기관총 등으로 중무장한 병력이 엄중하게 경비를 서고 있는 것도 화면에 들어왔다.
강명철이 화면을 보며 설명했다.
“보시는 데로 이 용산 병기창에는 만주 주둔 일본군으로 보내는 소총과 탄약은 물론 수많은 무기류 등이 엄청나게 쌓여 있습니다.”
“예, 여기서도 확인됩니다.”
“그리고 차 비서가 보고한 바로는 지난 4월 대한제국군의 병력 감축 때 함께 압수한 무기류와 실탄도 이 병기창에 별도로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공군에 지시해 폭탄 투하 때 절대 주의하라고 다시 한 번 더 일러 주시기 바랍니다.”
“공군에 다시 주의를 환기시켜 놓겠습니다.”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꼭 이행하라고 하십시오. 만일 폭격 때 병기창 일대를 분리하기 힘이 들면 폭격에서 아예 제외하라고 하십시오. 만일에 대비해 우리 부대 저격수들이 이미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 주변은 절대 폭격하지 말라고 하십시오.”
“꼭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예, 성공을 빕니다.”
강명철과 교신을 마친 송의식은 바로 공군과 교신해서 강명철의 당부를 그대로 전달했다.
최경석 공군 소장과 교신을 마친 송의식이 수화기를 내려놓자 박충식이 옆에 앉아 있다 입을 열었다.
“그렇게 성격이 급했던 강 장군이 이번 제주 훈련을 하면서 많이 변했어.”
“이제 강 장군도 최고 지휘관이 되었으니 아마도 자리가 성품을 변하게 만든 것 아니겠습니까?”
박충식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일리가 있어. 이번 작전이 무사히 끝나고 나면 앞으로 대한제국 전 병력을 휘하에 거느려야 하니 더욱 진중해져야 하겠지.”
“그렇습니다. 아무리 저와 강 소장 같은 대좌 출신들이 이전 시대에 최고 지휘관 교육을 받았다고는 하나 아직 대단위 부대를 지휘한 경험이 전무합니다. 더구나 이제는 부하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실전이니 당연히 신중해져야 할 것입니다.”
송의식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던 박충식이 생각이 난 듯 질문했다.
“2함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송의식이 현황판을 보며 설명했다.
“지금 본토와 제주 중간 해역에 머물고 있습니다.
“2함대가 잘해 내겠지?”
“김성태 제독은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지휘관입니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산에 일본 민간 선박들이 엄청나게 모여 있던데 상륙에 문제가 없을지 걱정이로군.”
“공격 시간이 내일 새벽이니 충분히 임무 완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믿고 기다려 보십시오."
“그래, 이제 시위를 떠난 화살이니 기다리고 있어야겠지.”
삼족오군이 몇 개월 동안 육지와 해안 등 제주 전역에서 지상 병력의 훈련이 실시되는 동안 대양 함대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2함대 편성이었다.
삼족오군은 나포한 함정 중 상태가 양호한 함정을 선별하였고 이렇게 선별된 함정은 주로 일본 연합함대 소속 함정이었다.
일본 함정 중 가장 포격을 심하게 받았던 기함 미카사를 제외한 1만 5,000톤 급 전함 아사히와 카스가와 닛신 등 순양함 4척과 구축함 7척은 동해 해전에 참전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선체가 아주 깨끗해서 이 12척의 함정이 전부 선별되었다.
대양 함대는 이렇게 선별한 함정 12척과 대양 함대 전함 중 충무공이순신 급 구축함 흑벌무와 이지스 구축함인 윤집을 배치시키고 윤집함을 기함으로 한 제2함대를 출범시킨 것이다.
디젤을 엔진 원료로 사용하는 대양 함대는 원료 보급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그동안 거의 기동훈련을 하지 못하고 제주도 주변 해상에 거의 정박한 채 방어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포전함 원료인 석탄은 해상 훈련을 무리 없이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보유량이 충분했다.
그것은 10척의 러시아 수송선 중 석탄이 가득 실려 있는 석탄 수송선이 3척이나 있었고 거기에 나포된 러시아 전함에는 배의 흘수(吃水, 선박이 물에 떠 있을 때 선체가 가라앉는 깊이)를 깊게 만들 정도로 석탄이 많이 적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양 함대는 승조원 중 나포 전함에 승선할 승조원을 지원받았다. 특이한 것은 같이 넘어온 민간 수송선의 선원 중에서 많은 선원들이 자원한 것이었다.
삼족오군은 이런 민간 선원들의 지원도 모두 받아들여 경력에 맞는 계급을 부여한 후 전원 임관시켰다.
이후 삼족오군은 많은 석탄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지난 몇 개월간 기동훈련을 비롯해 각종 해상 훈련을 입에 단내가 나도록 실시했다. 이러한 강도 높은 훈련으로 제주에서 징병한 승조원들의 항해 및 해상 전술 숙련도는 몰라보게 향상되어 삼족오군 출신 승조원들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러시아 함대의 과도한 석탄 적재는 함정의 기동력을 크게 떨어트려서 동해 해전의 중요한 패전 요인이 되었을 정도였지만 삼족오군은 러시아 함대에 패전 요인이었던 석탄을 몇 개월간의 훈련에 적절히 사용하면서 승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강도 높은 훈련을 마친 제2함대는 부산과 마산을 공략하기 위해 별도의 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충식이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부산에 상륙할 해병대 장병들의 인명 피해가 최소화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야.”
“지금까지 흘린 땀이 얼마입니까? 얼마간 피해는 예상되지만 훈련대로만 해 준다면 아마도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삼족오군 본대야.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 새로 징병한 해병 대원들이 문제 아닌가. 개인 화기도 겨우 일제가 쓰려던 38식 단발총에 방탄복도 제대로 지급해 주지 못했잖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나마 고장이 잦은 30식 소총이 아니라 이번에 새로 보급되는 38식 소총을 지급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 않습니까?”
“하긴, 지난번 나포한 일본 수송선이 일본군에 보급할 신형소총과 총탄을 수송하는 수송선인 것이 그나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르겠어.”
“맞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얼마 되지도 않은 해병 병력도 동일한 제식 소총으로 무장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박충식도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겠지. 잘못했다간 진위부대가 보유한 여러 잡다한 총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겠지.”
“그렇습니다. 무장이 통일되지 않으면 총탄 보급이 어려워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인명 피해가 났을 것입니다.”
“후~ 그래도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
박충식은 그렇게 말하며 답답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충식의 답답한 마음과는 다르게 마라도함을 이륙한 회전날틀 편대는 거칠 것 없이 한반도의 하늘을 날고 있었다.
타! 타! 타! 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