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 회: 2-29화 -->
한강을 넘어선 회전날틀 편대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일본군은 사령부 참모 마쓰모토 공병 소좌였다.
타! 타! 타! 타! 타! …….
마쓰모토가 처음 보는 회전날틀을 보고 소리쳤다.
“각하! 한강 쪽을 보십시오. 이상한 것들이 하늘 가득 날아오고 있습니다.”
하세가와 요시미치는 추계 황령제에 참석하기 위해 사령부를 찾아온 친일파인 박제순, 이지용, 이완용 등과 반갑게 환담을 나누고 있을 때 들려온 마쓰모토 소좌의 호들갑에 인상을 찌푸렸다.
“귀관은 뭐가 그렇게 호들갑인가?”
다시 또 질책을 들은 마쓰모토의 목소리가 기어들었지만 보고는 다시 했다.
“각하, 그게 아니라 저 쪽을 한번 보십시오.”
마쓰모토의 보고에 인상을 찌푸리며 한강 쪽을 바라보던 하세가와 사령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음, 저게 대체 뭐지?”
이완용도 처음 보는 회전날틀에 깜짝 놀라서 물었다.
“어, 각하! 저게 대체 뭡니까?”
당연히 하세가와도 처음 보는 회전날틀에 대해 선뜻 설명해 주지 못했다.
웅성웅성.
연병장에 모인 사람들은 거의 하늘을 뒤덮으며 한강을 넘어 오는 회전날틀을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들을 죽이러 오는 것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는 일본인들은 좋은 구경거리가 생긴 듯 손가락질을 하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러한 지상의 상황과 관계없이 하늘은 긴장의 시간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도착 1분 전.”
최경석이 잠시 깊은 호흡을 하고는 시간에 맞춰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목표 상공이다. 계획한 대로 편대별로 포탄 투하를 실시한다. 지금부터 각 회전날틀은 포탄 1클립 두 발을 연속 투하한다!”
최경석의 지시가 있자 기관총 사수들은 잠금장치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덜컹.
잠금장치가 풀린 포탄은 바로 투하되었고 뒤이어 다른 한 발도 잠금장치가 풀리며 투하되었다. 10대의 회전날틀에서 좌우로 두 발씩 총 40발의 포탄이 연병장 하늘을 덮으며 동시에 투하되었다.
포탄을 투하한 회전날틀은 순간적으로 가벼워진 기체 때문에 순간적으로 떠올랐다가 올 때와 똑같이 열을 지어 주차군 사령부 연병장을 그대로 통과했다.
타! 타! 타! 타! …….
이렇게 한강 방향에서 날아온 회전날틀이 포탄을 투하하고 연병장을 통과한 시간은 불과 몇 분이었다.
하세가와 요시미치를 비롯한 연병장에 모여 있던 일본 지휘관들은 회전날틀이 포탄을 투하하고 가는 것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 하세가와에게 질책을 들었던 사령부 참모 마쓰모토 공병 소좌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저것들이 뭔가를 떨어트리고 갑니다.”
‘저게 도대체 뭐지?’
하세가와는 조금 전과 같이 마쓰모토를 질책하지 않고 떨어지는 것이 뭔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마쓰모토 소좌가 다시 소리쳤다.
“각하! 한강 쪽에서 조금 전과 같은 것들이 이쪽으로 다시 날아옵니다.”
타! 타! 타! 타! …….
마쓰모토의 외침에 하세가와가 급히 고개를 돌리자 10대의 수리온이 날아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세가와는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오타니 참모장을 불렀다.
“오타니 참모장.”
“하이! 각하.”
“저것이…….”
이 말을 끝으로 하세가와 요시미치는 더 이상 입을 열수 없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
먼저 투하된 포탄이 터지면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모든 것을 녹여 버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열기가 순식간에 자신을 덮치자 하세가와 요시미치는 순간적으로 의식이 끊어져 버렸다.
회전날틀에서 투하된 시모세 화약이 장착된 40발의 포탄은 일본 주차군 사령부 연병장을 완벽하게 덮쳤고 그중 1번 회전날틀에서 투하된 네 발의 포탄은 정확하게 일본군 지휘부와 친일파 머리 위로 정확히 떨어지면서 그들을 모조리 지옥으로 날려 버린 것이다.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
앞서 온 10대의 뒤를 이어 두 번째 날아온 10기의 회전날틀에서 투하된 40발의 포탄이 다시 연병장을 덮치자 연병장은 완전히 불바다가 되어 버렸다.
“으아~~!”
“아악~~!”
연병장은 순식간에 사방에서 터지는 비병 소리에 아비규환이 되어 버렸다. 갑자기 지휘부들 잃고 너무도 엄청난 일을 당한 거의 만여 명에 가까운 일본군과 일본 민간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용산을 한 바퀴 돈 회전날틀 편대가 다시 그들을 덮쳤다. 연병장에 남아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던 부상을 입지 않은 자들이 이번에는 무작정 울부짖으며 사방으로 도망쳤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
하지만 그런 그들도 얼마가지 못하고 세 번째로 포탄 40발이 연병장에 다시 투하되자 연병장 상황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일제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육용 폭탄陸用爆弾이란 이름으로 폭격기를 이용해 지상 폭격 때 사용되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던 시모세 화약이 장착된 포탄은 수십 년 먼저 그것을 만든 일본군들에게 먼저 투하된 것이다.
드넓은 연병장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김영문 상좌는 120발의 포탄에 순식간에 만여 명의 인명이 너무도 처참하게 온몸이 터져 나가거나 불에 타 죽는 불지옥으로 변해 버린 연병장을 망원경으로 바라보다 잠시 넋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았다.
“저격수 준비하라.”
김영문의 지시가 있자 병기창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저격수들이 잠금장치를 풀었다.
“준비된 사수부터 사격을 개시한다. 목표는 병기창 경비 병력이다. 사격 개시.”
문경구는 상사로 북한의 신의주 출신이었다. 남북한 통합군이 창설되자 그는 가장 먼저 자원하였고 군단 최고 저격수였던 실력 덕분에 수많은 경쟁을 뚫고 당당히 특수부대원에 선발되었다.
순전히 자신의 사격 솜씨로 선발된 것을 알고 있던 문경구 상사는 통합 훈련 때도 가장 열심히 훈련을 받았고 그 덕분에 최고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그 후 갑자기 대한제국으로 왔어도 문경구 상사는 별로 흔들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만났다는 생각에 누구보다 좋아했다.
‘이번 작전을 성공하면 우리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어. 그리고 그 선봉에 내가 서 있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1대대장의 명령이 헤드셋을 통해 하달되었다.
민경구가 소지하고 있는 저격 소총은 드라구노프 저격 소총이었다. 10배율의 고배율 망원 조준경이 달린 이 저격 소총은 민경구가 군 생활 내내 소지한 저격 소총으로 역사적 유물이나 다름없을 정도의 구식소총이다.
하지만 민경구는 통합 훈련 중 최신 저격 소총이 새로 보급되었어도 자신의 손때가 묻은 이 저격 소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민경구의 망원 조준경에는 병기창 정문의 기관총 사수의 머리가 들어와 있었다. 이미 탄환을 장전시켜 놓았던 민경구가 호흡을 조절하고는 너무도 부드럽게 방아쇠를 당겼다.
탕! 퍽!
‘하나.’
순간 조준경에 머리에서 터져 나온 일본군의 붉은 피가 가득 찼다. 하지만 민경구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탄환을 다시 장전하고는 바로 옆에 있는 일본군을 다시 조준했다.
탕! 퍽!
이번에도 드라그노프는 민경구를 실망시키지 않고 망원 조준경 렌즈를 일본군의 피로 물들게 했다.
‘둘.’
속으로 자신이 저격할 일본군의 숫자를 센 민경구는 다시 탄환을 장전하고는 다음 목표물을 찾았다. 이번에는 망루에 있는 일본군이었다.
이번에는 일본군도 그대로 당하지는 않았다.
투투투투투…….
망루에 있던 일본군이 저격수의 공격에 사방으로 무조건 기관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누가 그런 눈먼 총에 맞는다고 무작정 쏘아 대는 거야.’
민경구는 그렇게 생각하고 실탄을 장전하고는 다시 숨을 골랐다.
탕! 퍽!
‘셋.’
이번에도 여지없이 일본군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사수가 갑자기 일어나 두 손을 들고 외쳤다.
“항복.”
“항복.”
하지만 아쉽게도 민경구는 그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 있지 않았다.
탕! 퍽! 쿠당탕!
손을 흔들던 일본군의 가슴에 민경구가 쏜 총탄이 그대로 적중하였고 총을 맞은 일본군은 그대로 뒤로 날아가 망루에 부딪쳐 허리가 뒤로 꺾였다.
‘이런 젠장, 표적이 흔들리는 바람에 머리가 아니고 가슴을 맞혔잖아.’
민경구는 자책하며 서둘러 탄환을 다시 장전하고는 망루를 노렸으나 망루의 일본군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 적군이 움직일까 잠시 동안 망루를 살펴보던 민경구는 일본군이 더 이상 움직임이 없자 총을 옆에 거두고는 임무를 완수했다는 생각에 그제야 깊은 숨을 내쉬었다.
“각 저격수 상황 보고.”
잠시 후 이번에는 본부 중대장의 목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들려왔고 민경구는 자신의 순서가 되자 서슴없이 보고했다.
“상사, 민경구. 네 명 저격, 임무 완료.”
그렇게 민경구가 자신의 목표를 완수하는 동안 나머지 저격수들도 목표로 한 경비병들을 실수 없이 저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