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 회: 2-31화 -->
경운궁 외곽을 경비하고 있던 일본군은 중무장 중대 병력으로 노무라 마사이치 대위가 지휘하고 있었다.
노무라 대위는 주한 일본군에서 가장 촉망받는 장교답게 용산 사령부 방면에 엄청난 폭발 소리와 시꺼먼 연기가 솟아오르자 변고가 생긴 것을 직감했다.
노무라는 놀라서 허둥대는 중대원들을 다독이며 실탄을 장전하고는 엄중 경계에 들어갔다.
타! 타! 타! 타! …….
그러던 차에 용산 방면 하늘에서 회전날틀이 날아오자 노무라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저게 대체 뭐지?’
한동안 넋을 놓고 하늘만 쳐다보던 노무라 대위는 회전날틀이 경운궁으로 다가서자 곧 정신을 수습하고는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이상한 것이 이쪽으로 날아온다. 모두 경계를 철저히 하라!”
삐익~~ 삐익~~.
노무라가 지시를 하자 소대장들은 담장을 따라 길게 경계를 서고 있던 부대원들에게 호각을 부르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대궐을 포위한 채 방금 대대장과 교신을 마친 류원형 대위는 노무라 대위의 빠른 대처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적군 중대장이지만 상당히 침착한 놈이군.’
그렇게 류원형이 생각하고 있을 때 철모에 달려 있는 헤드셋에서 ‘줄 내려.’라는 지시가 들리자마자 중대원들에게 명령했다.
“전 중대, 사격 개시.”
류원형의 지시에 중대 선임하사인 정민규 상사가 가장 먼저 적장인 노무라 대위를 저격 소총으로 머리를 날려 버렸다.
탕! 퍽!
노무라 대위의 머리가 터져 나가는 것을 신호로 32중대원들은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타타타탕! 타당! 탕!
퍽!
“으악!”
퍼벅…….
가장 많이 32중대의 집중사격을 받은 대한문 앞은 삽시간에 일본군의 피로 물들었다.
하지만 일본군 경비 중대도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만은 아니었다.
탕! 탕! 탕! …….
32중대의 집중사격으로 일본군 기관총은 모두 잠재울 수 있었지만 일본군 중 최정예인 경비 중대원들답게 곧바로 대응사격을 하며 거세게 반격했다.
“위생병.”
반격을 당함과 동시에 32중대원 중 누군가 부상을 입었는지 위생병을 찾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때 윤석기를 비롯한 회전날틀에 탑승한 부대원들의 하강이 일제히 시작되었다.
하늘에서 검은 꽃이 내려앉듯 10대의 회전날틀에서 경운궁으로 하강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황제는 경운궁을 둘러싸고 격렬한 총소리가 들렸지만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차준혁은 격렬한 총소리에도 전혀 흔들림 없는 황제를 보고 ‘역시 일국의 황제는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황제가 감탄과 함께 질문했다.
“허~! 차 비서, 저기 날틀이라는 것에서 하강하는 자들이 삼족오군인가?”
“그렇습니다. 저들이 바로 삼족오군 특전 부대입니다.”
10대의 회전날틀이 하강한 곳은 경운궁의 정문을 비롯한 경운궁의 각문을 비롯해 석조전 일대였다.
3대대 부대원들은 하강을 하자마자 순식간에 경운궁문 전부를 안에서 장악했다. 그러고는 일본군 병력이 궁문을 넘지 못하도록 밖을 향해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3대대를 내려놓은 회전날틀은 기체를 이동시켜 궁궐 담장 밖으로 포진해 있던 일본군 경비 중대에게 무차별 기총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타타타타! 타타타타탕! 퍼벅! 퍽! 퍽! 퍽!
하늘과 땅에서 합동 공격을 받게 되자 남아 있던 일본군들은 상상하지도 못한 공격에 제대로 반격도 못하고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윤석기 상좌는 석조전 앞에 가장 먼저 하강했다.
땅에 내려서자 곧바로 주변 경계에 들어갔고 부대원들이 모두 하강을 마치자 석조전으로 이동했다.
이미 모든 작전 계획이 서 있었던 탓에 20명의 부대원들은 순식간에 석조전 사방을 완전 장악했고 윤석기는 열 명의 병력을 이끌고 석조전 정문을 장악했다.
황제는 이러한 3대대의 움직임을 거의 고개도 돌리지 않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윤석기 상좌가 석조전장악을 마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32중대장 류원형의 목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들려왔다.
“경운궁 일대에 있던 일본군 경비 중대를 완전 제압했습니다.”
“수고했다. 류 대위는 현재 위치는 어딘가?”
“저는 대한문 앞에 있습니다.”
“인명 피해는 얼마나 났는가?”
“부상 세 명에 사망자는 없습니다.”
“많이 다쳤어?”
“한 명이 다리에 관통상을 입어 후송이 필요합니다.”
“일본군 상황은 어떤가?”
“포로는 없고 대부분 사살되고 일부 부상자는 있으나 전부 중상입니다.”
“알았다. 부상병은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일본군 사망자를 수습한 후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모든 사람의 경운궁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라.”
“알겠습니다.”
윤석기가 지시를 내리고 있을 때 33중대장에게서 별다른 인명 피해 없이 무사히 각국 공사관 점거를 마쳤다는 보고가 날아들었다. 이어서 31중대장으로부터 보고가 이어서 날아들었다.
“311소대가 경무청을 무사히 점거 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는가?”
“없습니다.”
“다행이다. 일본 헌병들은 어떻게 되었나?”
“지시하신 대로 경무청에 있는 자들은 모조리 사살했다는 보고입니다.”
“잘했다. 시위 연대의 움직임은 어떤가?”
“안이 상당히 소란스러운 것이 아무래도 안에서 무슨 일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 명의 장교들이 월담을 해서 지시대로 전원 사살했지만 아직까지 조직적인 움직임은 없습니다.”
“알겠다. 계속 경계 태세를 늦추지 마라.”
교신을 마친 윤석기가 다시 33중대장을 불렀다.
“류 대위.”
“예, 류원형입니다.”
“시위 연대에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르니 1개 소대를 빼서 31중대를 지원해라.”
“알겠습니다.”
윤석기의 지시를 받은 류원형은 1개 소대를 차출하여 남대문 옆의 시위 연대 주둔지로 보냈다.
용산 폭격이 감행되고 있을 때 시위 연대 병영에서는 밖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지만 내부에서는 시위 연대장 이근형 부령의 지시를 받은 1대대장 박승환 참령의 지휘로 대대적인 친일파 체포 작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시위 연대는 22일 저녁 한성경계를 마치고 병력들이 모두 귀대하자 연대장 이근형 부령의 지시로 장병들의 무기를 모두 수거해 무기고에 집어넣고는 밤새 삼엄한 경비를 세워 놓았다.
친일파인 2대대장 권태한은 이런 연대장의 지시가 이상했으나 혹시 일본군이 대한제국군의 무장을 완전히 해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아침 점호 때 연병장에 모인 장병들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영내를 벗어나지 말라는 연대장의 명령을 받자 서서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관의 명령이라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자신의 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용산 방면 일본군 사령부 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을 짐작하고는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급하게 연병장으로 뛰쳐나가려고 했으나 그보다 먼저 방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쾅!
문을 발로 차고 들어온 사람은 1대대장 박승환(1869) 참령이었다.
“박 참령,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짓이오?”
하지만 박승환은 권태한의 말을 무시했다.
“권태한 참령, 귀관을 친일 혐의로 긴급체포한다.”
“무엇이! 친일 혐의로 나를 체포한다고?”
“그렇다. 자세한 것은 앞으로 열릴 군법 재판에서 해명하도록. 권 대대장을 체포해라.”
지시를 받고 앞으로 나선 장교는 참령參領이었으나 병력 감축이 되는 바람에 아직 1대대 1중대장에 머물고 있던 이갑(李甲, 1877)이었다.
“권 참령님. 순순히 우리를 따르시지요.”
권태한은 헛웃음이 나왔다.
“허!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 친일을 했다고 나를 체포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너희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그 말에 뒤에 있던 박승환이 버럭 화를 냈다.
“네 이놈, 국가에 충성을 하려고 군인이 된 자가 충성을 하지 못할망정 왜놈의 앞잡이가 된 것이 그렇게 위세더냐. 이 참령, 뭐 하는가? 저런 친일 군인들은 다른 친일파들보다 더 나쁜 놈들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강제로라도 체포해.”
우르르 퍽!
“우욱!”
참령 이갑을 비롯한 몇 명의 장병들은 박승환의 지시가 있자 권태한을 무력으로 제압해 버렸다.
이렇게 권태한 참령만이 체포된 것이 아니었다.
이근형 연대장의 지시를 받은 박승환은 친일파가 아닌 장교들을 규합하여 시위 연대에서 친일파 장교인 자들을 모조리 체포하였다.
하지만 대한제국군 최고 정예라고 자부하던 시위 연대 친일 장교들은 쉽사리 체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을 체포하는 데는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몇 명의 친일 장교들이 월담을 감행했지만 이들은 시위 연대 병영을 포위하고 있던 31중대에 의해 그 자리에서 모조리 사살되었다.
류원형 대위에게 31중대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한 윤석기 상좌가 옆에 있던 통신병에게 지시했다.
“통신병, 관악산 지휘 본부를 연결해라.”
통신병이 잠깐 사이 지휘 본부를 연결하자 윤석기는 특전 부대 참모장인 안연태 상좌에게 지금까지 작전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무전기를 내려놓은 안연태는 곧바로 강명철 부대장에게 보고했다.
“부대장님, 3대대가 경운궁 장악에 성공했다는 보고입니다.”
그러면서 시위 연대 상황까지 보고를 하자 작전 지도를 보면서 시시각각 전해 오는 전황을 살펴보던 강명철의 안색이 크게 밝아졌다.
“그래? 황제는 어떻게 되었나.”
“지금 석조전 2층 테라스에 있다고 하는데 지금 3대대장이 석조전으로 직접 들어가 황제를 뵙는다고 합니다.”
“잘하고 있군. 황제가 많이 놀랐을 텐데 들어가서 잘 말씀드리라고 전하고 마라도함에도 상황 보고를 하도록 하라.”
그러자 한성의 상황은 곧바로 마라도함에 보고되었고 박충식은 큰 충돌 없이 한성을 장악한 것에 크게 안도했다.
“잘했군. 황제의 안위까지 무사히 확보했다니 큰 고비는 넘은 셈이다. 그런데 시위 연대에서 장교들이 월담을 하다니 내부적으로 무슨 돌발 상황이 생긴 것 아닌가?”
“병력이동이 아니라 장교들 일부가 개별적으로 월담을 한 것으로 봐서 이근형 연대장이 친일 장교들을 체포하고 있는 것에 반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송골매로 시위 연대 병영을 집중 관측하도록 조치하게.”
“알겠습니다.”
지시를 마친 박충식이 시계를 들여다보니 11시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예상보다 일찍 끝이나 다행이로군.”
“그렇다면 계획대로 황제를 이리로 모시게 되는 것입니까?”
“차 비서가 적당한 때를 봐 황제를 설득한다고 했으니 기다려 봐야겠지. 그런데 황제가 회전날틀을 타려고 할까? 아니 황제가 타려고 해도 주변에서 위험하다고 말리지나 않을지 모르겠구나.”
“충분히 그럴 소지가 있습니다만 기왕이면 차 비서가 잘 설득해 인천 상륙 작전을 황제가 직접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금상첨화지. 아무래도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황제에게 보다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황제를 우리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이번 수복 작전에서 가장 큰 작전성공인데 말입니다.”
“차 비서의 능력을 믿고 한 번 기대해 보자고.”
“하긴 작전 개시일을 오늘로 잡은 것도 다 차 비서의 제안 때문이었지 않습니까?”
“맞아, 그 바람에 한성에 주둔해 있는 일본군 연대 병력을 별도 힘들이지 않고 전멸시켰으니 모든 게 차 비서의 제안덕분인 것은 분명해.”
“이런 것을 보면 차 비서가 볼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같은 시대는 영웅이 필요한 시대 아닌가. 차 비서가 이대로 잘 성장하면 앞으로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저도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