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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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3대대장 윤석기 상좌가 부하들과 석조전 안으로 들어갔다.

황제는 이때 2층 테라스에서 접견실로 내려와 기다리고 있었다. 접견실로 들어선 윤석기는 황제 앞으로 다가가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처음 듣는 경례 구호였지만 황제는 근엄한 자세로 윤석기의 군례를 받았다.

“어서 오시오.”

손을 내린 윤석기가 자신을 소개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삼족오군 특전 부대 3대대장 상좌 윤석기입니다.”

황제는 거두절미했다.

“그렇지 않아도 공이 들어오면 짐이 묻고 싶은 것이 있었소.”

“저희 삼족오군에 대해서 궁금하신 것입니까?”

“그렇소이다.”

윤석기도 한마디로 설명했다.

“저희들은 대한제국을 일본의 압제에서 구하기 위해 다른 세상에서 온 군대입니다.”

“다른 세상이라고 했소?”

황제가 두 눈을 휘둥그레지며 묻자 시종무관장인 민영환이 옆에서 준엄한 표정을 지으며 꾸짖었다.

“귀관은 말을 삼가시오. 폐하의 안전에서 그 무슨 희언이오.”

윤석기는 민영환의 꾸짖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제가 하는 말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잠시 기다리시면 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바로 알게 되실 것입니다.”

그러면서 황제에게 의견을 물었다.

“보여 드릴 것이 있는데 여기다 장비를 설치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시오.”

황제의 제가를 받은 윤석기는 동행한 장병들을 돌아보며 지시했다.

“폐하의 제가가 떨어졌으니 이 자리에 영상 장비를 설치하라.”

지시가 떨어지자 뒤에 있던 장병들은 가져온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 등 영상 장비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저것이 무엇인고?”

황제가 처음 보는 장비를 보며 궁금해서 묻자 의친왕이 대답했다.

“저 장비는 영상 장비들입니다.”

“호오!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소자 벌써 몇 개월 전 저 장비들로 영상을 시청한 적이 있사옵니다.”

“그런 적이 있었느냐. 그런데 영상이 뭔고?”

“움직이는 사진이라고 보시면 되옵니다.” 

황제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사진이 움직인다고 했느냐?”

“그렇사옵니다.”

사진 찍기를 아주 좋아하는 황제는 사진이 움직인다는 말에 아주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을 찍을 때도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찍어 놓은 사진이 움직인다는 말이더냐?”

“그게 바로 삼족오군의 기술력이옵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소자의 말을 모두 이해하실 것이옵니다.”

“흐음! 알았느니라.”

황제는 의문이 들었지만 의친왕의 말이 있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영상 장비는 모두 설치가 끝이 나서 창문의 커튼이 닫히고 전기도 경운궁에 설치된 전선에 연결을 끝마칠 수 있었다.

“대대장님, 설치가 모두 끝났습니다.”

윤석기 상좌가 황제를 바라봤다.

“지금부터 보여 드릴 것은 극비사항이라 이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내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음~!”

한번도 주변에 사람이 없던 적이 없었던 황제는 잠시 곤혹스러웠다. 

그때 민영환이 강하게 반발했다,

“그건 아니 될 말이오. 무엇을 보여 줄지 알 수 없으나 폐하의 호위를 책임지는 시종무관장으로서 폐하를 혼자 계시게 할 수는 없소.”

이번에는 의친왕이 나서서 정리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여기 계정(桂庭, 민영환의 호) 대감께선 황실과 족친이고 또 그 성정이 올 곳아 믿을 만한 분입니다. 그리고 평생 동안 부황을 보좌해 온 상선尙膳 영감도 믿을 만한 분이니 이 두 분은 그대로 두셔도 무방합니다.”

윤석기 상좌는 의친왕의 말을 듣고 황제를 바라보자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두 분은 여기계서도 좋습니다.”

그러자 민영환과 상선이 나서서 자신의 아랫사람들을 모두 접견실에서 물러나게 했다. 사람들이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한 윤석기가 지시를 내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상영을 시작하라.”

지시를 받자 윤석기와 동행한 장교 한 명이 앞으로 나와 황제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삼족오군 특수부대 정훈 참모 홍기훈 소좌입니다. 폐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금부터 시청하실 영상은 우리 삼족오군에 관한 내용으로 시청을 하시다 궁금하신 내용이 있으시더라도 일단은 모든 시청을 마치시고 난 후 질문을 하시기 바랍니다.”

“알겠네.”

“그럼 상영을 시작하겠습니다.”

홍기훈의 설명이 끝나자 웅장한 음악 소리와 함께 영상이 상영되기 시작했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겨레는…….”

이렇게 동해 일출과 함께 시작된 영상은 상영 시간이 불과 20분 남짓에 불과했지만 삼족오군 정훈부가 황제를 위해 몇 개월간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것이었다.

황제는 처음 천연색으로 나오는 동영상에 깜짝 놀랐고 영상 안의 인물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에 더욱 놀랐지만 모든 의문은 시청을 마치고 별도로 질문을 하라는 말에 시청을 계속했다.

그러나 처음의 놀라움과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영상을 보던 황제는 점점 놀라움이 충격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시청이 끝나고 나서도 황제는 엄청난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고 충격은 황제뿐 아니라 민영환과 상선 또한 다르지 않았다.

한동안 입을 열지 못하던 황제가 잘게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했다.

“저, 저 내용이 전부 사실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하~~~!”

영상 내용은 황제에게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금년 말 맺어질 을사늑약으로부터 시작해 헤이그밀사와 강제 퇴위, 이어진 국권 상실과 일제 강점.

일본을 반대하다 의문의 죽음을 당해야 했던 자신과 일제 강점 기간 동안 혹독한 수탈에 엄청난 고통을 받는 국민 등 이전 시대 수십 년의 세월을 담기에는 상영 시간이 짧았지만 그 내용은 황제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개항 이후 지금까지 수십 년간 행해지고 있는 일본의 작태와 청일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침략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현실 상황은 황제에게 상영 내용을 반박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황제가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정말 저 내용들이 전부 사실이란 말인가?”

홍기훈 소좌의 대답은 너무도 단호했다.

“단 한 점도 빼지도 더하지도 않은 역사적 사실이었습니다.”

윤석기 상좌가 홍기훈의 말을 이었다.

“방금 보신 것들을 막기 위해 우리 삼족오군이 이곳에 온 것입니다.”

상영 기간 내내 그 내용에 엄청난 충격을 받아 계속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민영환이 무언가 생각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일본 연합함대가 실종되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혹시 그대들이 벌인 일이오?”

“그렇습니다. 일본 연합함대는 우리 대양 해군의 공격을 받아 전멸했습니다.”

설마했던 민영환이 깜짝 놀랐다.

“연합함대 전력이 어마아마하다고 들었는데 정말 전부 전멸시켰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전함은 격침시켰고 격침되지 않은 나머지 전함은 전부 항복을 받아 우리가 나포하여 단 1척도 도주하지 못했습니다.”

“아! 그랬었구나. 그랬었어. 그래서 연합함대가 실종되었다는 소문이 돌았어.”

민영환이 크게 감탄을 하자 윤석기 상좌가 홍기훈 소좌에게 지시했다.

“홍 소좌, 동해 해전을 상영하도록 하게.”

지시를 받은 홍기훈이 부하들에게 손짓을 하자 스크린에 동해 해전 상황이 곧바로 상영되었다.

상영과 동시에 접견실의 분위기가 완전 반전됐다.

조금 전 너무도 암울하고 참담했던 내용에 침통하기 그지없던 황제는 대양 함대가 연합함대를 손쓸 틈도 없이 일방적으로 박살 내는 장면을 보면서 체면도 잊은 채 두 손을 불끈 쥐면서 수없이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아~!”

“대단하구나.”

그러다 일본이 항복을 하고 도고 제독이 명치일왕에게 하사받은 지휘도를 박충식에게 두 손으로 들어 바치는 장면에 이르자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 손뼉까지 치며 기뻐했다.

거기에 이번 본토 수복 작전에 나포한 일본 함정들로 편성한 2함대까지 참전한다는 말에 체면도 잊은 채 환호까지 했다. 

이윽고 방영이 모두 끝나자 황제의 용안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져 있었다.

“정말 장한 일이로고. 정말 장한일이야.”

민영환도 감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삼족오군의 전력이 정말 대단하구려. 정말 감탄했소이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 넓은 바다에서 싸운 해전을 활동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것이오?”

“우리 삼족오군이 보유한 송골매라고 하는 하늘을 나는 정찰기에서 촬영을 한 것입니다.”

그 말에 황제가 다시 또 감탄했다.

“아! 그대들 기술력이 참으로 대단하오.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단 말이오.”

“조금 전 사람도 태우고 나는 회전날틀을 보지 않았습니까? 우리 기술력으로 항공 촬영은 크게 어렵지 않은 기술입니다.”

“정말 대단하구려. 대단해.”

그동안 대화에 끼어들 기회를 보고 있던 차준혁이 드디어 기회를 잡고 앞으로 나섰다.

“폐하, 오후 1시부터 인천 상륙 작전이 시작되는데 실시간으로 그 장면을 보시지 않겠습니까?”

“실시간이 무슨 뜻인가?”

“먼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촬영 기술을 통해 다른 곳에서 동시에 그대로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차준혁의 황제가 큰 관심을 표시했다.

“그래? 그럼 여기서 볼 수 있다는 말인가?”

“여기서는 볼 수 없습니다.”

황제가 크게 실망하며 다시 물었다.

“그럼 어디서 볼 수 있다는 말인가?”

“지금 인천 앞바다에는 대양 함대가 인천 상륙을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중 기함인 마라도함에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인천까지도 몇 시간이 걸리는데 거기서 다시 바다로 나가면 상황이 모두 끝나지 않겠는가?”

인천으로 간다는 말에 민영환이 반대했다.

“인천에 상륙을 한다면 전투가 벌어질 것인데 그런 위험한 곳을 폐하께서 직접 행차하시는 것은 절대 불가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방금 전에 보신 회전날틀을 타고 가시면 인천을 하늘로 넘어가게 되어 안전에는 절대 문제가 없고 또한 비행 속도가 빨라 상륙 작전 시간 전에는 충분히 도착하실 수 있사옵니다.”

차준혁의 설명에 황제가 의문을 나타냈다.

“회전날틀을 타고 간다고?”

“그렇습니다. 그곳에는 삼족오군 사령관이신 박충식 대장님께서 폐하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수십 년간 제위에 있으며 수많은 풍파를 겪었던 황제는 차준혁이 박충식을 만나게 하려는 의도를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황제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

“알았다. 짐이 가 보겠노라.”

민영환이 깜짝 놀라며 반대했다.

“폐하, 기물인 회전날틀을 타시다니 불가하옵니다. 신 폐하의 옥체가 상하실까 저어되옵니다.”

죽은 황후의 친정 조카이며 자신도 아주 아끼고 있던 민영환에게 황제가 말을 편하게 했다.

“짐이 상륙 장면을 직접 보고 싶은 것이니 경은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때 민영환이 계속 반대를 할 것 같아 이번에는 의친왕이 황제의 결정을 거들고 나섰다.

“소자가 아바마마를 모시겠사옵니다.”

황제도 의친왕이 나서자 마음이 든든해졌다.

“허허, 그렇게 하라.”

황제에 이어 의친왕까지 가겠다고 나서자 민영환도 더 이상 반대할 수 없었다.

“폐하께서 꼭 회전날틀을 타시겠다면 신도 같이 동행하겠사옵니다.”

황제가 같이 가도 되냐는 듯 차준혁을 바라봤다.

“함께 가셔도 충분히 타실 수 있습니다.”

“그럼 경도 짐과 함께 가세.”

“황감하옵니다.”

민영환이 감사를 표시하자 차준혁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폐하의 윤허允許가 필요한 사안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

“지금 관악산에 있는 특전 부대 지휘 본부를 작전을 용이하게 지휘하기 위해 도성 안으로 들어와 지휘 본부를 설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기회에 일제에 빌붙었던 친일파들을 모조리 색출해서 체포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는 폐하의 황명이 있어야 불상사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황제는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일은 짐이 당연히 제가를 해 줘야지. 상선은 지필묵을 대령하라.”

옆에 있던 상선이 미리 준비해 있던 지필묵을 곧바로 대령했다.

“지휘 본부는 어디에 설치하는 것이 좋겠느냐?”

“원수부가 사용하던 육조거리 삼군부 건물이 좋겠습니다.”

“아! 그게 좋겠구나. 그렇지 않아도 원수부가 해산되어 몇 달 전부터 비어 있었으니 바로 사용할 수 있겠어.” 

 그렇게 말을 하며 황제는 친히 붓을 들어 두 건의 칙지를 친필로 작성해 주었다. 두 건의 친필 칙지는 윤석기에게 건네졌고 칙명을 받아든 윤석기는 부대원들에게 황제를 호위하도록 지시했다. 

“폐하를 호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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