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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위원 총관 양성환 참장參將은 이때 경위원 대원들과 함께 경운궁 뜰에서 3대대 장병들에게 제압되어 있었다. 그런 그가 황제가 석조전을 나오자 특전 부대원들에게 포로가 된 줄 알고 깜짝 놀라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폐하, 어디로 가시나이까?”

“아! 경은 경위원의 양 총관이 아닌가?”

“그렇사옵니다, 폐하.”

황제가 양승환이 제압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윤석기에게 부탁했다.

“여기 양 총관은 짐의 충직한 신하이니 이만 풀어 주었으면 좋겠소.”

장주혁의 보고서를 통해 양승환의 성향에 대해 알고 있던 윤석기가 양승환에게 직접 다가가서 묶였던 팔을 풀어 주며 사과했다.

“부하들이 양 참장님을 친일파로 오해한 모양입니다.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양승환은 윤석기의 사과에 도리어 어리둥절했다.

“아니, 그대들은 도대체 누구요?”

그러자 차준혁이 나섰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러지 마시고 지금 폐하를 호위해 주십시오.”

차준혁이 양승환까지 데리고 가려하자 황제가 바로 나섰다.

“양 총관은 짐을 호종하라.”

양승환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어리둥절했으나 황제가 호종하라는 말에 무조건 허리를 숙였다.

“알겠사옵니다, 폐하.”

이렇게 해서 황제를 수족같이 시종하는 상선과 민영환과 양승환, 그리고 의친왕을 대동한 황제 일행은 석조전을 나와 경운궁을 가로질러 회전날틀이 대기하고 있는 대한문을 나섰다. 

대한문 앞 광장은 잠시 전 벌어졌던 격렬한 전투로 사방이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고 그 피비린내가 조금도 가시지 않고 있었다. 

황제는 처음 맡는 피비린내에 내심 크게 당혹했으나 내색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그렇게 하여 대한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회전날틀 2대에 황제 일행과 차준혁 등이 나눠 탑승하자 회전날틀은 곧바로 땅을 박차고 올랐다.

*상륙 작전上陸作戰

황제가 탄 회전날틀이 한성을 이륙했다는 보고는 곧바로 마라도함으로 전달되었다.

“사령관님, 황제가 한성을 출발했다고 합니다.”

박충식이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잘 되었다. 역시 차 비서가 잘해 내고 있어.”

“지금 한성을 출발했으니 아마도 우리가 인천 상륙 작전을 막 시작할 때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잘 되었네. 하늘에서 우리 부대 출동 장면을 내려다본다면 그것이 황제에게 더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을 거 아닌가.”

“그건 그럴 것입니다. 특히 수십 대의 회전날틀 이륙 장면을 황제가 직접 내려다본다면 아주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장면이 연출되겠어. 자, 그럼 우리도 황제를 영접할 준비를 하자.”

이때 대양 함대는 인천 상륙 작전을 펼치기 위해 인천항을 향해 전 함대를 기동하고 있었다.

강화 진위대대 대대장 이동휘 참령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9월 23일을 맞이했다.

이동휘는 지난번 독일 연수생과 함께 들어왔던 의친왕과 차준혁에게 삼족오군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연수생들이 교육받는 사이 제주도를 다녀온 후 완전히 삼족오군의 맹신자가 되었다. 

제주도를 다녀온 이동휘는 곧 수복 작전이 전개된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의 휘하 병력 200명을 독려하며 밤낮없이 훈련시켰다. 이 훈련은 8월 말 독일 연수생이 강화를 떠난 후에도 계속되었고 그러던 열흘 전 본토 수복 작전을 위한 미르 부대 선발 대원들이 강화 진위대로 비밀리 잠입해 들어왔다.

이동휘는 미르 부대원들이 잠입한 비밀이 새어나갈 것을 우려하여 그동안 숙식을 함께했다. 여흘 동안 이동휘는 일본군 때문에 직접적인 출동 훈련은 하지는 못했지만 선발 대원들의 지휘로 수없는 도상 훈련圖上訓鍊을 실시했다. 

그러던 9월 20일 이동휘는 특전 부대의 한성 침투를 도와주고는 9월 22일 염하鹽河 건너 김포에 있는 덕포진으로 병력을 이동시켜 놓았다.

한성 탈환 작전이 걱정되어 밤새 잠을 설친 이동휘는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속을 끓이고 있었다. 

그러다 정오가 다되어 한성을 무사히 탈환했다는 낭보를 전해 듣고는 그제야 시장기가 느껴졌다. 

이동휘참령은 미르 부대선발대인 구천서 대위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한성 탈환 작전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건 참으로 다행입니다만 인천도 같은 시간 작전을 벌이지 않고 이 시간에야 작전을 벌이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그건 우리부대가 보유하고 있는 회전날틀이 두 작전을 동시에 수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성 탈환 작전이 끝나는 오후 1시를 인천 상륙 작전 시간으로 잡은 것입니다.”

이동휘는 지난번 제주에서 본 회전날틀을 생각하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

강화 진위대대를 이번 작전에 투입되는 것은 일본인들의 황해도 방면 도주로를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가용 병력이 없는 미르 부대로서는 고육책으로 이동휘 대대장의 인품을 믿고 지리에 밝은 강화 진위대대를 김포 일대에 투입한 것이다.

이동휘는 김포 병력이 해산된 것을 아쉬워했다.

“김포 진위대대가 있었다면 참으로 좋았을 텐데 해체된 것이 너무도 아쉽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그래도 강화대대가 이렇게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로서는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부족한 병력이지만 최선을 다해 일본인들이 북쪽으로 도주하는 것을 최대한 막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곧이어 전개할 작전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부탁은요. 대한제국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임무입니다. 다행히 저희 부대가 이곳 지리에 밝으니 일본인들의 예상 이동로에 병사들을 미리 매복시켜서 단 한 명도 북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지키겠습니다.”

삼족오군이 오지 않았다면 독립투사가 되어 조국 광복을 위해 평생을 바쳤을 이동휘 참령의 결의에 찬 말에 구천서 대위는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바로 고개를 숙였다.

“대대장님만 믿겠습니다.”

잠시 후 든든히 식사를 마친 강화 진위대대는 대대장 이동휘가 매복조를 직접 일일이 점검하며 격려한 후 김포 각지로 흩어졌다.

경운궁에서 황제를 호종한 시종무관장 민영환은 자신들을 태운 회전날틀이 하늘로 급속히 떠오르자 발바닥까지 짜릿해지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회전날틀이 하늘로 떠오르면서 피가 순간적으로 아래로 쏠리는 느낌은 민영환이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느낌이라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공포심은 범인들 같았으면 호들갑을 떨 정도였지만 민영환은 황제를 호종해야 하는 임무를 생각하며 두려움을 떨치려고 이를 악물고 침착해지려 애를 썼다.

하늘로 급속히 상승하던 기체機體가 목표 고도에 올라섰는지 곧이어 동일 고도로 순항하자 기체는 바로 안정을 찾았고 민영환은 그제야 정신을 수습하며 창문 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발밑으로 한성일대 전경이 그림같이 펼쳐졌다.

‘아! 참으로 대단하구나. 내가 그동안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서양의 신문물을 보았지만 하늘을 나는 이런 기물이 있다는 것은 본적은 물론이고 들어본 적조차도 없었다. 삼족오군의 기술력이 정말로 대단하구나. 어떻게 이런 쇳덩어리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말인가.’

민영환이 그렇게 내심감탄하고 있을 때 이들을 태운 회전날틀은 유유히 한성을 벗어나 용산에 있는 일본군 사령부로 향했다.

잠시 후 연병장 상황이 생생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일본군 사령부는 완전히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폭격을 당한 일본군 사령부 연병장은 도처에 엄청난 구멍이 패여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으며 드넓은 연병장에는 시신들이 줄을 지어 수습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단 병력을 열병할 정도로 넓은 일본 사령부 연병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시신은 올바른 형태가 거의 없을 정도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내려다보는 민영환의 안색은 의외로 차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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