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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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혁이 설명하는 화면에는 아직 육지와 이이지지 않은 월미도의 전경과 수십 동이 나란히 지어져있는 러시아의 석탄 창고는 물론 러일전쟁이 발발하면서 일본군이 설치한 포대와 빨간 벽돌로 지어진 일본군 주둔지도 한눈에 들어왔다. 

차준혁이 다시 다른 화면을 보고 설명을 했다.

“지금 보시는 저 화면은 상륙 부대인 미르 부대 기계화 대대의 수륙양용 장갑차와 공기 부양정이 공군의 폭격에 이은 상륙 작전을 감행하기 위해 바다를 가르며 전진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차준혁의 말대로 화면에는 20대의 수륙양용 장갑차가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나아가고 있었고 공기 부양정 LCAC 2척이 마라도함의 선미에서 빠져나와 흑표 전차를 비롯한 전투장비와 미르 부대 상륙 병력을 싣고 수륙양용 장갑차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항진하고 있었다. 

마치 연사가 무성 영화의 장면을 설명하는 것처럼 작전 계획대로 진행되는 상륙 작전을 차분히 설명하는 차준혁의 목소리에 황제와 의친왕은 물론 민영환과 양성환 참장이 갈수록 몰입되어 갔다.

오후 1시 인천의 일본 조계지는 국경일이라 대부분 관공서가 문을 닫은 탓에 오전의 행사를 마친 일본인들이 삼삼오오모여서 나른한 휴일의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러일전쟁 중 조계지에 거주하는 자국민들 통제를 쉽게 위해 허가를 받지 않고 벗어나지 못하도록 방침을 정한 일본군 사령부의 지시를 철저히 지키며 일본인들은 조계지 안에서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이 무렵 인천의 외국인조계지는 3개 지역으로 나눠있었고 가장 큰 지역은 당연히 일본 조계지로 5,000여 명의 일본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 조계 지역 뒤에 있는 응봉산에는 1889년 러시아의 유명한 건축 기사 사바틴Sabatin이 설계한 대한제국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만국공원(萬國公園, 지금의 자유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 만국공원 정상 바로 밑에 자리하고 있는 제물포 구락부는 역시 사바틴이 설계한 건물로 인천에 주재하는 각국영사들은 물론이고 인천에 거주하는 주요 외국 인사들이 모이는 사교장이다.

인천의 미국 영사 윌리엄 스트레이트는 인천 유일의 외국인 전용 사교 클럽답게 자신의 입을 늘 만족시키는 양식을 맛있게 먹고는 자신이 애용하는 쿠바산 시가를 빼들었다. 윌리엄 영사는 커팅 가위로 시가의 양 끝을 자른 후 성냥으로 불을 붙여 맛있게 한 모금 빨았다. 

“후~!” 

독일 무역 회사 세창양행의 대표 하인리히 마이어 대표가 윌리엄 영사가 아주 맛있게 담배 연기를 내뿜는 모습을 보고는 웃으면서 특유의 독일 악센트가 강한 영어로 물었다.

“하하! 담배 맛이 아주 좋은가 봅니다.”

“다른 담배를 아무리 피워 봐도 나는 이 쿠바 시가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하하! 저는 비싸기만 하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던데 영사 각하의 취향이 아주 각별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두 사람이 그렇게 한담을 나누고 있을 때 전혀 들어 보지 못한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타! 타! 타! 타! …….

회전날틀 특유의 소리가 밖에서 들리자 윌리엄 영사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저도 처음 듣는 소리입니다.”

마이어 대표도 이상한 소리에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월미도가 보이는 창문으로 다가섰다.

“영사 각하, 저게 뭡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저기 월미도 하늘을 보십시오. 이상한 것이 하늘에 떠 있지 않습니까?”

윌리엄 영사는 마이어의 손끝에 걸려 있는 회전날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도대체 저게 뭐지?”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처음 보는 것입니다.”

웅성웅성~.

마이어와 윌리엄의 호들갑에 제물포 구락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창문으로 몰려 갔고 처음 보는 회전날틀을 보고 저마다 한소리씩 해 대자 실내는 순식간에 도떼기 시장이 되어버렸다. 

세창양행 마이어 대표가 다시 소리쳤다.

“아! 저것이 뭔가를 떨어트립니다.”

그리고 잠시 후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콰앙~~! 콰앙…….

폭음과 함께 시꺼먼 연기와 엄청난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회전날틀이 투하한 포탄은 연합함대에서 가져온 시모세 화약이 장약된 포탄으로 회전날틀이 폭격이 있자 월미도는 마치 네이팜탄에 폭격된 듯 섬전체가 온통 불길로 뒤덮였다.

윌리엄 영사는 순간적인 폭발 소리에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시가를 떨어트렸다. 허리를 숙여 시가를 다시 집어든 윌리엄영사는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인 월미도를 보고 크게 놀랐다.

“아! 조금 전 터진 폭탄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군요.”

세창양행 마이어 대표가 아는 척을 했다.

“러시아가 공격해 들어왔나 봅니다. 혹 귀국 정부에서 이에 관해 무슨 전문이 온 것이 있습니까?”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상한 일이군요. 지금 러시아는 이곳을 공격할 병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하늘에 있는 저것은 기구도 아니고 도대체 뭔지 모르겠습니다. 각하께서는 혹 본적이 있습니까?”

“글쎄요. 정말 신기한 물건입니다만 본 영사도 처음 보는 것이라 뭐라고 대답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설왕설래하고 있을 때 미르 부대 1대대장 이문준 상좌는 불타는 월미도를 바라보면서 감탄했다. 

“정말 대단한 폭발 위력이구나! 섬 전체가 완전 불길에 휩싸였어.”

미르 1대대는 전날 밤 야간을 이용해 송도 쪽으로 미리 상륙한 뒤 조계 지역을 넓게 포위하고 있었다.

1대대장 이문준 상좌는 대대 본부 병력을 이끌고 월미도와 1킬로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월미도 맞은편 육지 방면에 매복하고 있었다.

대대 작전 과장 전영진 중위가 이문준의 감탄을 거들었다.

“일본의 함포 포탄 폭발력이 예상 밖으로 정말 대단합니다. 이건 마치 네이팜탄이 폭발한 것 같은 위력이니 러시아 함대가 제대로 맞붙지도 못하고 전멸당한 것 같습니다.” 

“일본군이 저 정도 위력적인 포탄을 만들 정도라니 정말 만만히 볼 놈들이 아니야.”

“맞습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이전 역사에 인천 상륙 작전 당시 미군이 월미도에 100여 발의 네이팜탄으로 폭격하여 일본군이 건설해 놓았던 진지를 초토화시켰다고 하던데 지금 월미도가 다시 그 꼴이 돼 버렸어.”

“다 일본군의 자업자득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저 섬에 세워진 일본군 주둔지는 그곳에 살고 있던 민가 80여 가구를 강제로 쫓아내고 만든 자리라고 합니다.”

전영진의 설명에 이문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잘되었다. 이참에 모조리 태워 버려라.”

그때 몇 명의 일본군이 폭격을 피해 도망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군은 물이 빠져 월미도와 육지 사이가 개펄이 된 것을 이용해 서둘러 섬을 탈출하고 있었다.

이문준 상좌가 철모에 장착된 헤드셋을 열었다.

“부대 전투 준비.”

이문준의 지시를 받은 1대대 본부 병력은 바로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일본군이 도주하려면 저들같이 이동이 불편한 개펄을 지나야 한다. 크게 위험하지 않으면 전 병력은 단발 조준 사격을 하도록 하라.”

이문준 상좌의 지시가 있자 모든 소총이 반자동으로 조정되었다. 잠시 후 도망 나오는 일본군의 숫자가 늘어나 수십 명이 되었고 그들이 발목까지 빠지는 개펄을 중간쯤 건넜을 때였다.

“부대 사격 개시.”

탕! 탕! 탕! 탕! …….

미르 부대 제식 소총은 K-11 복합 소총이었다. 가격이 너무 고가였던 소총이라 처음에는 지원 화기로 보급되었던 K-11 복합 소총은 한반도 통일 무드가 조성되며 대대적으로 병력 감축에 들어간 한국군이 개인 장병들의 전투력의 극대화를 위해 특공 여단과 해병대 그리고 특전 부대 병력의 제식소총을 K-11 복합 소총으로 전부 교체하였다.

5.56밀리 총탄과 20밀리 폭발탄을 발사할 수 있는 2개의 총구를 가진 K-11 복합 소총은 열 영상 장비가 내장된 고배율 주야간 겸용 조준경과 레이저 거리 측정기가 통합 장착되어 있다. 

K-11은 이런 최첨단 사격 통제 장치 때문에 유효 사거리 내에서는 거의 100%의 명중률을 자랑한다.

퍽. 퍽. 퍽. 퍽.…….

백발백중이었다. 

일격에 바로 사살시키지는 못했지만 발사된 총탄은 단 한 발의 실수도 없이 일본군을 놓치지 않았다.

방탄복도 착용하지 않고 발목까지 빠지는 개펄을 허우적거리며 건너는 일본군은 표적이나 다름없어서 개펄을 건너던 일본군은 1대대 본부대대의 겨냥 사격에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모조리 개펄에 처박혔다.

(2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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