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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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구락부의 창에서 내려다보던 윌리엄영사는 일본군들이 월미도를 도망 나오는 도중 총격을 받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자 크게 놀랐다.

“아니? 일본군이 총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 러시아군이 벌써 상륙을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며 러시아군을 찾기 위해 몸을 쭉 빼서는 월미도 건너편을 바라봤다. 세창양행 하인리히 마이어 대표는 러시아군이 상륙한 것보다는 총소리와 똑 같이 일본군이 넘어지는 정확한 사격술에 더욱 시선이 갔다.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단 번에 모조리 쏘아 맞출 수가 있는 것입니까?”

“아마도 러시아군 중 최정예저격부대가 미리 침투해 있었나 봅니다.”

“아! 그렇겠군요. 그래서 저렇게 사격술이 정확한 것이군요.”

이렇게 마이어가 거듭 감탄하자 구경을 하던 사람들 대부분도 한 마디씩하며 동감했다.

그때 뒤에 있던 한 사람이 윌리엄 영사를 찾았다.

“윌리엄 영사각하, 러시아가 여기까지 들어왔다면 우리 각국조계에서도 뭔가 방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윌리엄 영사가 뒤를 돌아보자 이렇게 말을 한 사람은 영국영사 조지 스티븐슨이었다. 윌리엄은 걱정 말라는 표정으로 태연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별다른 방비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일본과 전쟁 중인 러시아라고 해도 민간인들과 외교관이 머물고 있는 각국조계에 위해(危害)를 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귀국과 우리 영국이 일본에 막대한 차관을 제공한 것을 러시아도 알고 있는데 지난번 발트 해에서 러시아함대가 미친척하고 우리 어선에게 포격을 가한 것과 같이 전투를 핑계로 우리에게 무슨 짓을 벌일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조지 스티븐슨이 대책을 강구하자고 윌리엄을 설득하고 있을 때 계속 바다를 주시하던 마이어대표가 소리쳤다.

“러시아함대다!”

마이어의 외침에 윌리엄과 조지 영사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보자 러시아함대로 오인되고 있는 대양함대가 눈에 들어왔다.

윌리엄영사도 대양함대를 보자 조금 전의 느긋함과 달리 서둘렀다.

“이거, 러시아가 대규모 함대까지 동원했다면 한반도가 전화에 휩싸일 수도 있으니 실례지만 먼저 돌아가 본국으로 상황보고를 해야겠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그래야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는 두 명의 영사가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그들보다 먼저 문이 열렸다.

벌컥

문을 연 사람은 바로 미르부대 병력들이었다. 

이 시대 사람이 보면 특이하게 생긴 전투복과 정말 특이하게 생긴 소총을 들고 얼굴에는 얼룩덜룩 위장크림까지 발라서 살벌한 모습인 미르부대장병을 보자 실내는 순간적으로 정적이 흘렀다.

가장 앞에 서 있던 윌리엄 스트레이트 미국영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 누구요?”

윌리엄의 물음에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유창한 영어로 대답했다.

“본관은 미르부대 111소대 소대장 한인경 중위입니다.”

“미르부대?”

“그렇습니다.”

“러시아군이요?”

‘이 사람들이 우리를 러시아군으로 오해하고 있구나.’

한인경 중위는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했다.

“자세한 대답은 해줄 수 없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인경이 즉답을 하지 않자 윌리엄은 러시아병사라고 짐작하고는 온 목적을 물었다.

“그런데 이곳은 왜 방문했소?”

“밖이 지금 교전중이라 외부로 나갔다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잠시 동안 여러분은 이곳에 그대로 대기해 주기 바랍니다.” 

“아니 됐소. 우리는 각자가 할 일이 있으니 모두 돌아가겠소.”

이렇게 말을 하며 윌리엄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한인경이 바로 제지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곤란합니다.”

“뭐요? 그럼 귀관이 우리를 억류하겠다는 것이오? 우리는 면책특권이 있는 외교관이고 이곳이 대한제국에서 인정한 조계지라는 사실을 모르시오? 비키시오.”

그러면서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그 순간부대원들의 총구가 윌리엄영사에게 쏠렸다. 

총구가 쏠리자 순간 실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한인경이 잠시 윌리엄을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당연히 이곳이 대한제국의 법이 미치지 않는 조계지역이고 귀하께서 특권을 가지고 있는 외교관이란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합중국 영사인 나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할 수 있소? 후일 귀관의 이렇게 무례한 행동이 그대의 군복을 벗길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한인경은 윌리엄영사의 말을 무시했다. 

“뭐라고 말씀하시던 상관은 없겠지만 잠시 동안은 반드시 우리의 지시를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가 신변을 보장해 줄 것이나 만일 우리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무단행동을 하신다면 이후 벌어지는 불상사는 절대 우리 책임이 아니란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더구나 숙녀 분들도 계시는데 신사 분들의 무모한 행동으로 숙녀 분들까지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인경이 반발하는 윌리엄영사에게 협박과 설득을 반씩 섞어서 말하자 이번에는 조지영국영사가 나섰다. 

“본관은 대영제국 인천주재 영사 조지 스티븐슨이요.”

“아! 그렇습니까?”

자신의 신분을 밝혔어도 한인경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자 조지영사의 목소리는 바로 낮춰졌다.

“언제까지 우리를 이곳에 붙잡아 둘 것이오?”

“얼마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길어야 하루를 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윌리엄과 달리 조지 영사는 바로 수긍했다.

“좋소. 본관은 귀관의 말을 따르겠소. 하지만 여기계신 숙녀 분들은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주시오.”

“그건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바로 조치할 수는 없으니 잠시 시간을 주시기 바랍니다.”

“너무 오래 숙녀 분들을 기다리지 않도록 해주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지영사는 방금 전 한인경에게 무시당했다고 화가 나있는 윌리엄영사를 다독인 후 실내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을 조건으로 제물포구락부가 미르부대에게 장악되었다. 

제물포구락부의 장악은 바로 인천각국조계가 장악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미르부대 111소대가 이렇게 제물포구락부를 장악하는 동안 다른 소대는 각국조계에 세워져있던 각국영사관은 물론 청국영사관도 수색해 무선 통신기를 모조리 압수했다.

한편 일본조계지 장악명령을 받은 12중대 병력은 일본조계장악을 실시했다. 가장 선두로 중대장 홍병철 대위가 일본조계지에 진입하면서 경비를 서고 있던 일본군을 서슴없이 사살했다.

탕! 탕! 탕!

“저항하는 자들은 모조리 사살해라.”

12중대장 홍병철 대위는 헤드셋으로 부대원들을 독려하며 그 자신이 가장 먼저 영사관문을 발로 차고 들어갔다.

하지만 공휴일이라 일본영사관정문이 잠겨있었다.

“이런 제길 잠겼잖아.”

그때 뒤에서 김현수 원사가 소리쳤다.

“중대장님 비키십시오.”

홍병철은 중대선임하사인 김현수 원사의 말을 듣고 바로 뒤로 물러서자 김 원사는 지체 없이 소총을 갈겼다.

타타타····탕 

경쾌한 소음과 함께 열쇄부분을 난사한 김현수가 발로 문을 박차자 이번에는 거칠 것 없이 정문이 활짝 열렸다. 

홍병철 대위는 자신이 인솔한 십여 명의 병력에게 지시했다.

“안으로 들어가 수색하라. 문서 확보에 최대한 신경 써서 조심하고.”

영사관 안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홍병철 대위가 막 이층으로 올라가려할 때 부하 한 명이 헤드셋으로 알려왔다.

“중대장님 지하실이 있습니다.”

“그래? 바로 가겠다.”

몸을 돌린 홍병철이 서둘러 지하로 내려가자 철문으로 된 입구가 있었고 굵은 열쇠로 잠겨있었다.

홍병철이 열쇠를 살피자 쉽게 부서질 것 같지 않았다.

“폭탄.”

홍병철이 소리치자 곧바로 부사관 한 명이 앞으로 나와 C4폭탄으로 열쇠를 감쌌다.

“피하십시오.”

부사관의 지시에 모두 1층으로 올라가자 부사관이 바로 뒤따라 올라와서는 격발장치를 눌렀다.

쾅!~

홍병철이 다시 지하실로 내려가자 부사관 폭파실력이 출중해서 열쇠뭉치만 오롯이 부서져 있었다.

“문을 열어라.”

그러자 두 명이 달려들어 마치 금고와도 같이 무거운 지하실철문을 힘겹게 열었다.

끼이익~~

철문이 무게 탓에 쇳소리를 내며 문을 열렸고 홍병철 대위는 소지한 전등을 켜서 안을 살펴보다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런, 개 같은 놈들 다 있나. 이게 다 뭐야.”

영사관의 지하실은 넓이가 상당했으며 그 넓은 지하실에는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이 엄청난 양의 대한제국문화재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김 원사. 본대로 연락해 상황보고를 하고 전 중대에게 지시해 인천에 있는 일본의 다른 관공서에도 우리 문화재가 숨겨져 있을 수 있으니 수색에 만전을 기하라고 하게.”

홍병철 중대의 보고는 즉각 대대장인 이문준 상좌에게 보고되었고 곧바로 마라도로도 보고되었다.

당연히 마라도에서는 일본조계지 장악 때 주의를 기울여 수색하란 지시가 특별히 내려졌고 이 문제는 차준혁이 황제에게도 보고했다.

“일본인들이 우리 문화재를 빼돌리고 있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아직 문화재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지금 일본이 조직적으로 국보급문화재를 빼돌리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황제는 차준혁의 보고에 의아해했다.

“우리의 우수한 문화가 타국에 전파되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

“물론 문화의 전파는 좋은 일이지만 문화재는 우리 후손들이 대대로 지켜 나가야할 선조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그런 문화재를 절대 일본의 손에 넘어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차준혁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황제가 문화재보호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듯 했다.

“유산이라~ 그렇지 정말 소중한 유산이지.”

황제는 좋은 물건이 있으면 사람들에게 하사했던 적이 비일비재 했던 터라 아직 문화제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서지 않은지 몇 번이고 되뇌었다. 

차준혁은 속으로 이 문제는 앞으로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이상 황제를 설득하지는 않았다.

12중대는 이후 인천에 주둔해 있는 일본헌병대도 급습해 대부분의 일본군들을 사살했고 3곳의 일본은행지점을 비롯해 모든 기관을 동시에 장악했다.

세 곳의 일본은행 금고에는 영사관 같이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질로서는 더욱 귀중한 문화재들이 수십 점 발견되었으며 일본화폐도 상당한 액수가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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