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 회: 3권-3화 -->
경상도를 제외한 한반도 남부지역이 수복되고 있을 때 제2함대는 마산 앞 남해바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제2함대사령관 김성태 제독은 한성과 인천수복작전이 성공적으로 전개된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
“이제 우리만 성공하면 한반도남부지역은 완전 수복되겠구나.”
제2함대 기함 윤집 함의 함장 공성기 대좌도 김성태 제독의 말에 기분 좋게 동조했다.
“더구나 인명피해가 예상보다 적게 나왔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일본군이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공격을 받아서 그렇겠지. 하늘에서 폭격이 있을 거라고는 어떤 일본군도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야.”
“우리도 내일 잘 마무리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잘 될 거야. 해병대 개인화기성능이 비록 우리와 현격한 차이가 나지만 전투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거야. 몇 개월의 지옥훈련을 이겨낸 해병대가 아닌가. 분명히 좋은 결실이 있을 거야.”
“훈련대로만 해주면 좋겠는데 실전경험이 전혀 없어서 걱정이 됩니다.”
“공 대좌, 너머 걱정하지 말게. 우리도 실전을 쌓고 여기에 온 것은 아니잖아.”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인천은 다행히 일본군이 월미도에 몰려 있어 폭격으로 예상외로 쉽게 잠재울 수 있었지만 마산과 부산은 그렇지 않잖습니까?”
“그래도 인천보다 병력이 적게 주둔하고 있어서 큰 문제없을 거야. 상륙할 해병대가 걱정된다면 함포사격을 대대적으로 실시해 적을 철저하게 괴멸시키면 될 것이고 말이야.”
김성태의 말에 공성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지만 걱정이 완전 가시지는 않았다.
전함 아사히(朝日)를 개명(改名)한 김충선(金忠善) 함의 함장 백종철 상좌는 함장지원자들이 많아 자신이 김충선 함의 함장이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같이 근무한 적이 있던 김성태 제독이 백종철 상좌의 능력을 인정해 가장 큰 15,000톤급 전함인 김충선 함의 초대함장에 임명되자 지원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대양함대는 2함대에 편입한 일본함정들의 함 명을 항왜장수(降倭將帥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항복하여 조선을 도와 일본과 싸운 일본출신 장수)들의 이름으로 명명했다.
“부함장, 우리 김충선 함의 성능이 이정도면 정말 괜찮지 않나?”
백종철 상좌의 물음에 부함장 이조한 중좌가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함장님 벌써 몇 번이나 그 말씀이십니다. 이 김충선 함이 그렇게도 맘에 드십니까?”
“그럼 당연하지. 이 김충선 함이 동급전함보다 신형이라고 했지만 아직 전함건조기술이 정립되지 않은 시기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배의 성능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 배를 운항하면 할수록 정말 맘에 들어.”
“하긴 우리가 봐서 쓸데없는 구조물들이 많아서 그렇지 제가 생각해도 대단한 기술입니다. 이 시대 영국의 전함건조기술이 상상이상입니다.”
“그렇지 쓸데없는 부포가 많아서 그렇지 이 정도면 드레드노트 급전함에 뒤지지 않을 정도야.”
“이번 전투가 끝나면 이번에 노획한 전함을 전면 개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술 인력이 부족해서 당장 전면개장은 어려울 거고 아마도 독일연수생이 돌아와야 시작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
함장의 의견에 이조한 부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우리함대가 이번 작전에 직접 투입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었습니다.”
“제주에서 징병한 장병들 해상훈련성과가 의외로 좋았기 때문 아니겠나. 나도 이정도로 훈련성과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어.”
“훈련성과가 이렇게 잘 나온 것은 일본포로들이 잘 도와준 것도 크게 한몫했습니다.”
백종철은 부함장의 말에 기분 좋게 동조했다.
“그렇지. 난 그게 제일 마음에 들어. 지금 일본이 만든 함대로 자기들 발목이 잘리는 형국이잖아. 나중에 일본 놈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뒤로 넘어갈 놈들이 한 둘이 아닐 거야.”
“하하! 그럴 것입니다.”
제2함대가 함대를 편성해 처음 기동훈련을 실시할 때는 함정의 사정을 잘 아는 일본해군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일본해군은 처음 실시했던 기동훈련에는 당연히 아주 비협조적으로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상황은 돌변했다.
그것은 훈련에 참여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혹독한 강제노역에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대양함대는 배를 기동시키는데 필요한 초급장교와 하사관 그리고 수병들만 별도로 기동훈련에 동원하고 고급장교들은 처음부터 훈련동원에서 배제하면서 이들의 태도를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었다.
거기에 훈련에 협조하는 일본해군들은 특전이 주어졌다. 협조적인 일본군들은 별도로 분리 수용되었고 훈련이 없더라도 강제노역 등에서 제외시키며 특별대우를 해주자 자발적 참여자까지도 크게 늘어날 정도로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훈련에 특히 협조적이었던 것은 러시아군이었다.
러시아해군은 일본에 먼저 항복했을 때 고급장교들 대부분이 부상병들과 먼저 일본본토로 이송되어서 함대와 같이 포로가 된 승조원들은 대부분 초급장교와 하사관, 그리고 일반 수병들이 전부였다.
대양함대가 러시아해군에게는 최소한의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었다. 포로가 되었지만 오히려 이전보다 좋은 대우를 받자 대부분 농노 등 낮은 신분 출신인 러시아승조원들은 대양함대의 지시에 아주 협조적이 되었고 일부 러시아승조원들은 대양함대에 편입을 희망할 정도였다.
대양함대는 이들을 대부분 받아들여 기관실승조원 등에 배치시켜 병력운용에 큰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저녁이 되자 김성태 제독은 함대전체회의를 위해 각 함의 함장은 물론 해병대지휘관을 기함의 사령실로 불러들였다. 간단한 저녁식사 후 지휘관들은 사령실 옆 회의실에 둘러앉았다.
“모두 모였으니 참모장이 내일 새벽 작전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하게.”
김성태의 지시에 2함대 참모장 조기순 상좌가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판 앞에 가서 섰다.
“내일 여명과 함께 시작될 상륙작전은 본 함대를 2개의 전대로 나눈 후 부산가덕도에 있는 일본군해안포대를 폭격하면서부터 공격이 시작됩니다.”
1904년. 대한제국에 진주한 일본군은 진해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섬인 가덕도에 러시아발트함대와의 격전을 대비한 해안포대건설을 결정한다.
일본군은 가덕도해안포대를 건설하기 위해 외양포 주민들에게 마을을 떠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마을주민이 고향을 버릴 수 없다며 떠나기를 거부하자 일본군은 집과 세간을 불태우고 총과 칼로 위협을 가하는 등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그 후 일사천리로 해안포진지가 구축되고 막사와 무기창고, 우물과 수리시설이 완료되면서 1905년의 외양포는 ‘진해만요새사령부’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외양포 전체가 대륙침략을 위한 해안포요새가 되어버렸고 이 해안포진지는 외부에서는 쉽게 관측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육로는 물론 해로 어느 곳에서도 확인이 쉽지 않게 자리 잡았다.
조기순 참모장이 화면을 보며 설명했다.
“화면에서 보시는 데로 이 해안포진지는 해안포 2문씩이 설치된 포대 3곳이 구축되어 있으며 탄약고 2동과 본부건물과 병영 2동의 건물이 있습니다. 더구나 이 포진지는 5~6m 높이로 토성을 쌓듯 돌아가며 제방을 쌓아 진지가 외부로부터 절묘하게 은폐되어있습니다.”
흑벌무 함의 함장 도기진 상좌가 화면을 보며 감탄했다.
“야. 정말 절묘한 위치에 해안포진지를 구축해 놓았습니다. 멋모르고 진해만으로 들어가다간 좁은 해안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고스란히 해안포세례를 받겠습니다.”
김성태 제독도 도기진 함장의 말에 동조했다.
“도 함장이 봐도 그렇지? 우리가 사전정보를 갖고 미리 항공관측을 하지 않았다면 정말 치명적 타격을 받았을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 조기순 참모장의 설명이 다시 이어졌다.
“이 해안포는 해상포격으로는 쉽게 무너트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회전날틀을 투입해 공중폭격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김성태 제독이 미르부대참모장에서 해병대사령관이 된 공진규 대좌에게 질문했다.
“공 사령관, 해병대는 상륙준비상황에 별문제가 없습니까?”
“그동안 고된 훈련을 무사히 잘 받아서인지 장병들이 사기충천해 있습니다. 저희 해병대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나저나 해병대 훈련성과가 예상보다 아주 잘 나와서 다행입니다.”
“훈련성과가 기대이상 잘 나온 것은 여기 있는 1대대장이 고생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해병사령관 공진규 대좌가 제주진위대대장출신 양근모 중좌에게 공을 돌렸다. 이제는 육군참령에서 해병중좌가 된 양근모는 본토수복작전에 자신의 대대가 직접 참여한다는 사실에 벅찬 가슴을 억누를 수가 없는지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아닙니다. 소관은 단지 주어진 훈련을 충실히 받았을 뿐입니다.”
양근모가 이렇게 자신을 낮췄지만 회의에 참석한 지휘관들은 그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을 받았고 또 휘하장병들을 어떻게 독려했는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이후에도 참모장의 작전설명은 이어졌고 지휘관들이 자신들 함정으로 돌아간 것은 밤이 늦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