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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함대는 마산과 부산을 동시 공격하기 위해 2개전대로 함대를 나누었다. 마산상륙작전에 투입되는 1전대는 기함 윤집을 비롯해 순양함1척과 3척의 구축함으로 구성되었으며, 부산상륙작전을 벌이는 2전대는 흑벌무 함을 기함으로 전함인 김충선 함을 비롯해 3척의 순양함과 4척의 구축함으로 전대를 편성했고 거기에 상륙작전을 위해 10척의 북한산 고속침투함정을 배속되었다.
이윽고 다음날이 되었다.
여명이 밝아 오자 조기순 참모장의 보고대로 가덕도해안포폭격을 위해 윤집 함에 탑재된 회전날틀 2대가 윤집 함에서 차례로 이륙했다.
가덕도 외양포는 진해만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형태로 포구가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외양포 진해만요새사령부사령관 하시모토 포병중좌는 잠결에 들리는 비상타종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가덕도해안포대 경비병은 회전날틀이 보이자마자 비상종을 타종했던 것이다.
땡! 땡! 땡! 땡!·····
하시모토 포병중좌는 비상종타종에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하고 잘 때 입은 훈도시(일본 전통 속옷)차림 그대로 막사 문을 열어젖혔다.
그런 하시모토의 눈에 하늘에서 다가오고 있는 회전날틀이 들어왔다.
타! 타! 타! 타!······
“하늘에 다가오는 저게 도대체 뭐지?”
처음 보는 회전날틀에 하시모토는 당황했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비상! 적이 쳐들어 왔다. 즉시 포격을 준비하라.”
평상시 하시모토가 얼마나 군기를 엄정하게 했는지 명령을 받은 요새사령부병사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포는 대함포지 대공포가 아니었기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지만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일본군의 신속한 대응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리온은 요새 바로 위로 날아갔다.
곧이어 열려진 문으로 연함함대 함포포탄인 시모세화약 포탄 4발이 지상으로 투하되었다.
“피해라 포탄이다.”
하시모토는 떨어지는 것이 포탄임을 직감하고는 부하들에게 대피명령을 했지만 이는 하시모토의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콰앙!~ 콰앙!~····
4발의 포탄은 정확히 해안포진지에 떨어져 해안포를 모조리 고철로 만들었고 이어서 떨어진 포탄은 각 건물을 정확히 타격해 건물을 무너트렸다.
더구나 2동의 탄약고에 떨어진 포탄은 거대한 유폭까지 일으켰다.
꽝!~ 꽈광!~ 화악~~ 꽈앙!~····
탄약고에 있던 포탄도 투하된 것과 같은 시모세화약이 장약된 포탄이었는지 유폭은 엄청난 불길을 일으키며 일본군진지일대를 완전히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면서 모조리 불길로 쓸어버렸다.
솟아오르는 불길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하늘에 떠 있던 회전날틀이 황급히 이동을 할 정도였고 본대에서 이탈해 부산으로 향하던 2전대에서도 부산방면에서 육안으로 관측될 정도로 불길이 치솟았다.
1전대 기함인 윤집 함의 함장 공성기 대좌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불길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야. 저렇게 불길이 거센 것을 보니 해안포대의 탄약고에도 시모세화약이 장약된 포탄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었나 봅니다.”
김성태 제독은 요새전체를 뒤덮은 불길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런 것 같아. 저 정도 폭발이면 포진지가 초토화 되었을 테니 바로 함대를 기동시켜도 문제없겠지?”
“충분합니다.”
“참모장은 1전대 각 전함에게 기동명령을 지시하게.”
김성태 제독의 지시를 받은 1전대는 기함인 윤집을 비롯한 소속 함정들은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1전대는 진해만으로 들어서기 위해 가덕도와 대죽도 사이 해역을 통과했다.
거친 물살로 유명한 가덕도해역으로 들어서자 일본순양함 닛신(日新)이었던 여여문(呂汝文) 함의 함장 최형진 중좌는 다른 전함처럼 속도를 줄이기 위해 함교에 있는 여러 개의 전성관(傳聲管 관을 통해 말소리를 주고받는 관) 중에서 기관실로 통하는 관에 입을 대고 소리쳤다.
“기관실, 속도를 늦춘다. 보일러압력을 줄여라.”
치~~~익~~~
“속도를 줄인다. 압력을 줄여라.”
함장의 지시를 받은 기관장이 다시 소리쳤다.
그러자 보일러압력을 줄이기 위해 여여문의 굴뚝으로 엄청난 수증기를 토해내면서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전함이 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한 함장 최형진 중좌가 망원경으로 가덕도방면을 살펴보자 아직도 요새에서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저 정도면 해안포대가 완전히 박살났겠네.”
최형진이 망원경을 내리고는 옆에 있던 일본군복을 입은 초급장교를 불렀다.
“이보게. 야마모토소위.”
“예, 함장님.”
“폭격장면을 본 소감이 어떤가?”
일본군초급장교는 자신이 본 느낌을 그대로 대답했다.
“정말 대단합니다. 소관이 보기에 앞으로 해전은 반드시 공군력이 지원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까지 덧붙여 말하는 그를 보고 최형진도 동의하며 다시 질문했다.
“그렇지? 공군력이 지원되어야겠지?”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고 함정만으로 해전을 치루는 것은 앞으로 절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대답하는 일본군초급장교는 본 역사에서 2차 대전 당시 일본연합함대총사령장관인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였다.
야마모토는 해군병학교(海軍兵學校 일본제국이 해군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학교)를 졸업하자 곧바로 견습소위가 되어 동해해전에 참전했다가 대양함대에 의해 연합함대가 나포되면 포로가 되었다.
한국말을 배운지 불과 4개월 밖에 되지 않아 아직은 약간 어색한 발음이지만 그래도 능숙하게 한국말로 대답하는 야마모토를 보며 최형진은 대단한 어학능력에 감탄했다.
“자네의 한국어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는군.”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자네를 왜 이번 전투에 참관시키는지 아는가?”
“짐작은 하고 있지만 정확히는 모릅니다.”
“한·일 두 나라가 지금은 비록 총칼을 맞대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관계가 지속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후일 양국이 지금과 같은 불편한 관계가 청산되면 자네와 같은 젊은 장교들이 나서서 두 나라의 선린우호에 앞장서라는 이유로 자네를 이번 작전을 참관시킨 것이네.”
최형진 함장의 설명에도 야마모토는 납득이 되지 않는 표정을 했다.
“그 문제라면 다른 장교들도 많은데 구태여 소관만을 참관시키는 것이 궁금합니다.”
“우리는 자네가 앞으로 일본을 이끌어갈 최고지휘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네. 그런 자네가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은 일본으로서도 좋은 일일 것이고 또 최고지휘관이 될 자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대한제국으로서도 앞으로 분명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네. 그래서 자네를 참관하도록 한 것이네.”
“소관을 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게. 그리고 최고지휘관은 어떤 상황이 발생되어도 절대 흔들리지 않아야한다는 것도 명심하고.”
“함장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야마모토는 대답하며 절도 있게 고개를 숙였다.
최형진 함장의 말대로 삼족오군은 야마모토 소위를 친한파로 만들 계획으로 그동안 함대 훈련은 물론 이번 작전도 참관시키고 있었다. 야마모토 소위도 다른 포로들 같이 강제노역도 시키지 않고 자신만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그동안의 훈련에도 성실히 참여하고 있었다.
1전대가 정속 항진하며 진해를 지나갔다.
진해는 앞으로 많은 발전이 있겠지만 지금은 개발의 손길도 미치지 않은 한가한 어촌에 불과했다.
진해를 지나 삼십여 분을 더 들어가자 드디어 마산 항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마산 항이로군.”
김성태 제독이 목에 걸린 망원경을 들어 마산 항을 관측했다. 망원경으로 십여 척의 증기선박과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것이 들어왔다.
1전대가 이렇게 가덕도해안포를 폭격으로 박살내고 마산 항에 도착한 때와 거의 같은 시각 2전대도 부산만 입구에 도착했다.
2전대는 흑벌무 함을 기함으로 전함인 김충선 함과 순양함 여여문의 자매함인 김성인(金誠仁) 함 등 10척의 전투함과 상륙병력을 수송하는 수송선 등이 편성되어있었다. 부산만으로 들어가기 전 2전대는 상륙을 할 해병부대를 실은 수송선단을 다시 분리했다. 수영만의 광안리방면에 상륙할 병력을 수송하는 선단을 위해 2전대 전대장직을 겸직하고 있는 흑벌무 함의 도기진 함장은 10척의 고속침투함정도 함께 딸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