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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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선단을 분리시킨 2전대 전투함들이 부산만으로 들어서자 도기진 상좌는 부산항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엄청난 선박의 무리가 망원경에 관측되었다. 도기진은 생각보다 많은 선박들이 부산항에 정박해 있는 것이 관측되자 크게 놀랐다.

“저게 전부 수송선박이라니 도대체 지금 몇 척이나 정박해 있는 거야?”

부함장 오진섭이 망원경을 내리며 대답했다.

“잠함 고선지의 조사에 따르면 대형수송선만 30척이 넘고 소형수송선을 포함하면 거의 100여척에 가깝다고 합니다.”

“일본 놈들이 해상수송이 어려우니 철도를 이용한 육로수송에 사활을 걸고 있었구나.”

“일본이 모든 배를 징발해서 보급수송에 투입하고 있나 본데 우리로서는 아주 잘 된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우리가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아도 저렇게 모여 있으니 잘 된 일이고말고. 이번 전투만 잘 치러 내면 일본의 수송능력을 이번기회에 완전히 꺾어버릴 수가 있겠어.”

“그렇게 되면 만주에 주둔해 있는 일본군에게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잠수함 전대는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고선지는 우리와 같이 기동을 하고 있고 로미오 3척은 영도를 돌아 도주하는 선박을 막기 위해 송도방면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도기진이 웃으며 말했다.

“잠수함이 어뢰가 아니라 기관총으로 배를 잡겠다고 한다더니 정말 그럴 계획인가 보군그래.”

“수송선박에 사용하기에는 비싼 어뢰가 아깝다고 잠함전대장님께서 특별지시한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앞으로 어뢰보급을 받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있어야 하니 말이야.”

“지난 동해해전에서 일본연합함대가 전함과 순양함을 침몰시키는 등 어뢰로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는데 어뢰를 새로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야 걸리겠습니까?”

도기진이 부함장의 말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건 상대적인 전과야. 동해해전에서는 러시아함대가 등화관제를 잘 못해서 표적이 된 것이고 제물포해전에서는 일본함대가 2척의 러시아전함을 격침시키기 위해 퍼부은 어뢰가 30분간 무려 6,000발이나 돼. 그렇게 많이 쏘아댄 어뢰 중에서도 겨우 5발만 성공했어. 그것도 러시아함정이 갑자기 인천으로 회항하려는 엉뚱한 짓을 하는 바람에 성공했지 그렇지 않았으면 일본해군은 완전히 개털 될 뻔했어.”

부함장 오진섭이 수긍했다.

“하긴 유·무선으로 유도되지 않는 눈먼 어뢰라면 완전 소 뒷발질로 쥐를 잡은 것이나 다름없지요.” 

 두 사람이 전투 전에 이렇게 많은 말을 주고받은 것은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서로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함이었다. 

이윽고 함대가 부산만으로 진입하자 도기진이 부함장에게 지시했다.

“흑벌무의 수리온을 띄우고 윤집 함으로 공격시작을 보고하게.”

“알겠습니다.”

도기진의 지시를 받은 회전날틀은 곧 흑벌무 함을 이륙해 부산방향으로 날아갔다. 

부산은 개항이전 조선시대 때에도 일본인 거주지가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초량왜관이다. 초량왜관은 그 넓이만도 33만㎡(10만 평)에 달했으며 150여 동의 건물이 세워져 있어서 평상시에도 수천 명의 일본인이 거주할 정도였다. 이렇듯 많은 일본인이 거주하며 자신들의 풍습을 전파하자 조선정부에서 미풍양속을 해친다며 특별단속 할 정도로 초량왜관은 조선시대에 아주 번성했다. 

물론 왜란 등으로 일시 폐쇄된 적은 있었지만 조선시대 내내 대일외교와 교역을 위해 왜관이 존재하던 부산은 개항과 함께 개항장으로 선정이 된다. 개항이 되자 초량왜관은 물론 지금의 동광동을 중심으로 용두산 일대지역에 일본조계가 만들어지면서 부산에는 일본인들이 폭발적으로 몰려들었다.

부산항은 일본과의 교역을 통해 발전한 항구답게 러일전쟁이 시작되고 일제가 침략야욕을 본격적으로 들어내자 일본인들의 거주가 더욱 늘어나 수만 명의 거주하는 일본인 천지로 변해있었다.

부산의 일본영사관은 초량왜관의 책임자였던 관수(館守)가 거처하던 관수가(館守家)자리에 건설되어 있었고 그 주변으로 일본헌병대를 비롯한 경찰서ㆍ은행ㆍ병원ㆍ상업회의소ㆍ전신국 등 각종관청들이 인천보다 더 밀집해 건설되어 있었다.

땡! 땡! 땡! 땡!·······

부산주재일본영사 아리요시 아키라(有吉明)는 잠을 자고 있다 갑자기 들리는 비상종소리에 억지로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전날 부산지역에 주재하는 일본고위인사들과 질펀한 술판을 벌였던 뒤 끝이라 남아 있는 숙취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때 그의 방문이 황급히 열고 영사관직원이 다급하게 들어왔다.

“영사각하. 큰 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가?”

“지금 바다로 러시아함대가 몰려와 있습니다.”

“뭐라!”

숙취로 꾸물거리던 아리요시 아키라영사는 러시아함대란 소리에 깜짝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창가로 달려갔다. 그런 그의 눈에 부산만으로 들어오는 2전대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니? 러시아함대는 우리 연합함대에 모두 격침되었다고 했는데 저렇게 많은 배들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지?”

“그나저나 큰일 났습니다. 지금 부산에는 저들과 맞싸울 전투함정이 한 척도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귀관은 빨리 한성의 주차군사령부로 연락을 하도록 하라.”

이렇게 지시를 하고 있을 때 바다 쪽에서 회전날틀이 특유의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타! 타! 타! 타! ·····

“각하! 하늘을 보십시오. 이상한 것들이 날아오고 있습니다.”

“아니? 저건 또 뭔가?”

아리요시 영사는 물론 영사관직원은 처음 보는 신기한 회전날틀을 보자 눈을 떼지 못했다. 신기한 회전날틀이 머리 위로 날아오자 이들은 창밖으로 몸을 빼면서까지 하늘을 바라봤다. 그런 그들의 머리위로 회전날틀이 포탄하나를 투하했다.

회전날틀은 포탄의 무게가 상당했는지 포탄을 투하하고는 기체가 높게 솟구쳐 올랐다.

휘~~

‘저게 뭘 떨어트리는 거지?’

군 출신이 아니었던 아리요시 영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포탄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꽈앙~~화악~~~~

회전날틀에서 투하된 것은 삼족오군이 보유한 네이팜탄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폭격에 투입된 것이다. 네이팜탄의 위력은 시모세 폭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3,000도가 넘는 고열과 2,500㎡의 넓은 면적을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폭발위력은 일본영사관은 물론 그 일대의 건물들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이것이 신호탄이었다. 네이팜탄의 엄청난 불길이 하늘로 치솟자 솟구치는 불길을 기점으로 도기진 함장이 포격명령이 내려졌다.

“각 전함은 함포사격을 시작하라.”

쾅! 쾅! 쾅! 쾅!······

도기진 함장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던 2전대 전함의 함포는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엄청난 포연을 뿜어내며 함포사격을 시작했다. 

드디어 한반도수복작전 최대의 함포사격이 시작된 것이다.

쾅! 쾅! 쾅! 쾅!······

2전대 함포사격은 삽시간에 대부분 목재로 지어진 일본조계건물에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초량역일대는 쌓여있는 폭탄의 유폭과 엄청난 군수물자의 노획과 다음 작전을 위한 계획에 따라 이 폭격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김충선 함을 비롯한 3척의 순양함과 4척의 구축함에서 무차별로 쏘아대는 함포는 초량왜관은 물론 일본조계지를 삽시간에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부산항방면의 2전대와 때를 같이하여 광안리해변에서는 대한제국해병대 최초의 상륙작전이 시작되었다. 해병사령관 공진규는 이미 많은 항공관측으로 광안리주변에 일본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석대로 고속침투함정으로 100명의 선발대를 먼저 상륙시켜 교두보를 확보하도록 지시했다.

10척의 고속침투함정이 새하얀 포말을 그리며 광안리로 날아갔다.

부아~~~~앙~~~~

수면을 날아가던 고속침투함정은 급격히 속도를 줄여 모래사장에 무사히 안착했다. 그러자 100명의 선발대가 10척의 함정에서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

“뛰어! 뛰어.” 

100명의 선발대는 지휘관의 독려를 받으며 광안리모래사장을 가로질렀다. 그러고는 미리 도상연습을 한 장소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고 선발대장은 곧바로 공진규에게 무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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