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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사단장 이노우에 히카리(井上 光)중장은 한성이 점령되었다는 평양에서 올라온 보고를 듣자마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는 탁자위에 있던 정종술병을 바닥에 그대로 내리쳤다.
와장창~
“이런 긴급 사안이 이제야 보고되다니 도대체 그동안 평양의 도키오 대좌는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사단 참모장이 도키오 대좌를 변명했다.
“도키오 대좌가 한성상황을 확실하게 확인하느라 보고가 늦었다고 합니다.”
“이런 빠카야로(바보) 같은 놈이 있나. 이런 문제는 일단 상부로 먼저 보고를 했어야지. 제 놈이 주물럭거리고 있으면 도대체 어쩌겠다는 거야.”
“그 문제는 후일 문책하시고 지금은 수습대책을 마련하시는 것이 선결입니다.”
“끄응~~”
털썩
이노우에는 신음소리와 함께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의아해하며 참모장에게 물었다.
“그런데 도대체 조선에 어떤 병력이 있어서 한성을 점령했다는 말인가?”
“소장의 생각은 지난 4월 해산시킨 조선군 잔당들 같습니다. 그때 해산된 병력이 3만에 가까웠지 않았습니까? 아마도 그들이 은밀히 결집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오우에 사단장은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참모장을 질책했다.
“귀관은 그런 하찮은 전력의 오합지졸들이 대일본제국의 정규연대병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인가?”
“지금 상황으로는 그 병력이외에는 달리 생각할 수 있는 병력이 없습니다.”
“귀관의 말대로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정규연대병력이 지원요청 한 번 하지 못하고 적에게 넘어갔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노우에 사단장은 용산병력이 몰살되었다고 상상조차도 하지 않았기에 그냥 넘어갔다는 말을 썼다.
“방심은 모든 화의 근원입니다. 확실한 것은 후일 확인해 봐야겠지만 용산이 적도에 넘어갔다면 아마도 방심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후!~ 그나저나 당장이 큰일이로구나. 가뜩이나 만주로 보내는 군수물자가 부족해서 난리 아닌가. 그런데 한성이 적도에게 넘어갔다면 부산항을 통해 올라오던 보급물자수송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지 않겠나.”
“지금으로선 대본영으로 상황보고를 해서 지시를 받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됩니다.”
“귀관의 말대로 대본영과 만주군사령부로 긴급전문을 보내도록 조치하게.”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무선교신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것은 1함대가 실시하는 전파방해 때문에 무선교신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때 대한제국1함대는 이미 서한만 용암포앞바다에 도착해 있었다.
일본군의 교신시도는 유성룡 함에게 그대로 관측되었고 김우식 함장에게 바로 보고되었다.
“함장님 용암포의 일본12사단사령부에서 일본본토와 무선교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통신부장, 전파방해는 잘 실시되고 있는가?”
“그렇습니다.”
“혹, 전파방해가 실패하지는 않겠지?”
“일본군이 쓰는 모스통신기는 초기형태라 저희가 발신하고 있는 강력한 방해전파를 절대 뚫지 못합니다.”
“일본이 이를 눈치 챌 수는 있는가?”
“불가능합니다. 여러 곳에서의 교신이 문제가 되면 혹시 알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용암포에서만 교신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군이 전파교란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절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당분간 눈먼 봉사나 다름없겠군. 자네는 현 상황을 기함에 보고 하게.”
유성룡 함의 상황보고를 받은 1함대 참모장 홍종관이 김성태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김성태는 부산에서의 전투를 마치고 다시 1함대 지휘권을 맡았다. 이는 김성태에게 제독으로서 해전경험을 축적시켜주려는 박충식의 특별한 배려 때문으로 이렇게 해야 할 만큼 경험 있는 지휘관이 절대 부족했다.
“제독님, 유성룡 함에서 용암포에 주둔해 있는 일본12사단이 일본본토로 무선교신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흠! 일본군12사단이 벌써 한성의 상황을 알았다는 건가?”
“아마도 그렇게 추측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12사단이 무선교신을 일본본토가 아니라 용산으로 먼저 시도했을 것입니다”
김성태가 홍종관의 분석에 동의했다.
“그렇겠지. 한성상황을 몰랐다면 용산의 한국주차군사령부의 지휘를 받고 있는 12사단이 절대 지휘체계를 넘어 대본영과 직접교신을 시도하는 일은 없었겠지.”
“그런데 우리 대양함대출신 함정들은 이번 전투에서도 함포사격도 실시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왜? 부산에 있던 2함대 함정을 불러들인 것 때문에 1함대 함장들이 말이 많던가?”
“미사일이야 다시 보급을 받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사용을 자제한다지만 포탄 정도는 재보급을 받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아니겠습니까?”
“자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함장들이 많이 섭섭해 하고 있나보군.”
“솔직히 말씀드려 그렇습니다.”
“나도 그 점 때문에 사령관님께 건의를 드렸지만 이번 작전까지는 2함대에 소속된 일본나포함정들을 이용하자는 말씀을 하시더라고. 지금으로선 그게 더 여러 면에서 효과적이고 나중에 국민계몽교육 때도 아주 좋은 교육 자료가 된다고 하시니 어쩌겠나. 자기들이 만든 포탄에 자기들이 죽어나갔다는 것을 일본인들이 알게 되면 얼마나 황당할 것이고 대한제국국민들은 얼마나 통쾌하게 생각하겠냐고 하시는데 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어.”
“함장들도 그런 사정이야 다 알고 있습니다만 동해해전이 후 직접전투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함정만 끌고 다니려니 답답한 가 봅니다.”
“걱정 말게. 이번 전투가 끝나면 다음에 더 화끈한 일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그때가 되면 충분히 답답했던 마음을 풀어 낼 수 있을 거야. 참모장은 혹 섭섭해 하는 함장들이 있으면 다음 작전계획을 설명해주며 다독여주게.”
“오늘 저년 최종작전회의 때 사령관님께서 함장들에게 직접 말씀해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 그게 좋겠군. 그렇게 하지.”
저녁이 되자 해병사령관 공진규를 비롯한 상륙부대 지휘관들과 최경석 공군사령관, 그리고 유성룡 함의 김우식 함장을 비롯해 1·2함대의 모든 함장들이 마라도 함으로 모여들었다. 김성태 제독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의 작전설명과 함께 대양함대전함의 함장들에게 충분히 상황을 설명해주면서 이해를 당부했다.
다음날 아직 여명이 밝기 전이었다.
마라도 상갑판은 대낮같이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송골매를 띄워라.”
최경석 공군사령관의 지시가 있자 무인정찰기 송골매가 가뿐하게 마라도를 이륙했다. 그것을 보고 마라도 함의 신임함장 민선우가 김성태 제독에게 보고했다.
“제독님. 송골매가 떴습니다.”
김성태 제독은 바로 명령을 내렸다.
“전 함대, 속도 15노트로 정속 항진하라.”
김성태 제독의 지시를 받은 함대는 차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 여를 항해하자 여명이 밝아졌고 함대는 용암포 30km해상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1함대가 이렇게 가까이 용암포에 접근을 하자 함대는 일본군관측병에 의해 바로 포착되었다.
땡! 땡! 땡! 땡!·······
“비상! 비상! 러시아함대가 출몰했다!!”
땡! 땡! 땡! 땡!·······
“비상! 비상! 러시아함대가 출몰했다!!”
용암포의 일본군12사단사령부가 비상종 타종소리로 발칵 뒤집혀졌다.
“각하. 큰일 났습니다.”
이노우에 히카리(井上 光)중장은 한성이 적도들에게 넘어갔다는 말을 듣고는 속이상해 밤늦게까지 혼자서 술을 마셨던 터라 비상종 소리에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노우에의 부관이 그의 귀에 가까이대고 큰 소리로 소리쳤다.
“각하, 러시아함대가 쳐들어왔습니다.”
적이 쳐들어왔다는 말에 이노우에 중장이 화들짝 놀라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 러시아함대가 쳐들어왔다고?”
“그렇습니다. 지금 해상에 러시아함대로 보이는 전함들이 수십 척이 떠 있습니다.”
“어서 나가보자.”
이노우에는 벗어놓았던 웃옷만 집어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자 부관은 모자와 권총집을 들고는 황급히 뒤따랐다. 이노우에가 바다를 관측하는 망루로 올라가자 사단참모장 참모장 이시이 대좌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각하.”
“적은 어디 있는가?”
이시이 참모장이 망원경을 건네주며 손으로 해상을 가리켰다.
“저쪽 방면을 보십시오.”
“흐음!~~”
이노우에 사단장이 망원경으로 해상을 살펴보자 이십여 척정도의 함정이 관측되었다지만 거리가 멀어 마스트의 국기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노우에 사단장은 다른 사람들 같이 대한제국함대를 러시아함대로 완전히 오판했다. 그러면서 전방을 예의 주시하던 이노우에 사단장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