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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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탕!·····

1대대가 전진을 시작하고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일본군이 도심지 밖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는지 여기저기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신의주에 직접 투입된 특전부대는 2대대로 류용수 상좌가 부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민간인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라.”

“폭발 위험에 주의하라.”

류용수는 작전에 투입되고 나서 조심하라는 말만 하는 자신이 답답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신의주에는 중대규모의 일본군보급부대가 주둔하고 있었으나 만여 명이 넘는 한국인인부들이 상주하고 있었기에 거듭해서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그랬기에 회전날틀이 신의주에 도착해 일본군주둔지를 초토화시킨 후 하강한 특전부대원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이 한국인인부들 안전조치였다. 

탕!

“인부들은 도망가지 마라.”

“그 자리에서 엎드려요.” 

“죽기 싫으면 엎드려!”

러일전쟁의 시작과 함께 강제 징발된 후 그동안 거의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며 남이 시키는 말에 익숙해있던 한국인인부들은 공포탄을 쏘며 한국말로 엎드리라는 특전부대원들의 외침소리에 거의 기계적으로 그 자리에서 엎드렸다.

인부들이 엎드리자 서있는 자들은 노란색이 많이 들어간 누런색군복의 일본군들뿐으로 이들은 특전부대원 시야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일본제국군복이 모래색이라고 할 정도 노란색이 많이 들어간 것은 군대가 천왕의 직속인 황군(皇軍)이란 것을 나타내기 위해 천왕을 상징하는 노란색을 많이 넣었기 때문이다.

탕! 탕! 탕! 

퍽! 퍽! 퍽!

특전부대원들의 지시로 갑자기 엎드린 인부들로 인해 노란색의 선명한 표적지가 된 일본군들을 여지없이 사살했다. 이렇게 한국인인부들의 협조 아닌 협조를 받아 신의주공략은 보급부대 뿐인 신의주일본군을 예상보다 일찍 제압하면서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손쉽게 끝을 낼 수 있었다. 

해병사령관 공진규 대좌가 지휘부를 이끌고 신의주에 입성한 것은 정오가 되기 전이었다. 신의주에 입성한 공진규가 가장 먼저 본 것은 엄청나게 쌓여 있는 군수물자였다.

“휘~ 군수물자가 엄청나게 쌓여 있구나. 이건 영상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숫자가 많잖아.”

특전2대대장 류용수 상좌가 동조했다.

“여기도 그렇지만 저쪽에 쌓여 있는 화기도 그 수량이 엄청납니다. 그쪽 한 번 보시겠습니까?”

“그러지.”

류용수의 안내로 무더기로 쌓여 있는 군수물자들을 지나자 눈앞에 대단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야! 이거 도대체 몇 문이나 되는 거야.”

공진규가 놀란 까닭은 일본의 주력대포인 아라사카(有坂)식 75mm속사포와 역시 도쿄병기창에서 만든 아라시카식 산악포가 특유의 커다란 바퀴를 기준으로 나란히 줄지어 거의 백여 문이 넘게 도열해 있었기 때문이다.

“사령관님 여기도 보십시오.”

류용수가 공진규 사령관에게 보여준 것은 나무상자에 들어 있는 호치키스기관총으로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맥심기관총과 달리 공랭식기관총으로 100정이나 쌓여있었다.

“이거 호치키스기관총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호치키스기관총입니다.” 

“일본의 기관총이 맥심이 아니었나?”

“맥심은 러시아군의 주력기관총이고 일본은 호치키스기관총입니다.”

“작년에 있었던 여순 203고지전투에서 일본3군사령관 노기 마리스케 대장의 무모한 돌격명령으로 일본군이 5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낳게 한 것이 바로 러시아의 기관총 때문이라고 하던데 그게 맥심이었구나.”

“그때 정말 대단했나 봅니다. 당시 고지 곳곳에 일본군의 시체가 너무 많이 썩어서 시체 썩는 냄새와 전염병을 참지 못해 러시아가 어쩔 수없이 후퇴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말 참혹했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무모한 놈들이야. 돌격만 하면 무조건이기는 줄 알아.”

“지휘관들의 의식구조가 병사들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니 그렇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무모한 공격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기록을 확인해보니 외신기자가 3군 참모장인 이지치 고스케 소장에게 왜? 매달 26일에만 공격을 시도 하냐고 물으니까『화약의 준비가 딱 그때 되고, 26일은 남산을 돌파한 날이라 운수가 좋고, 26은 두 홀수(13)로 쪼개지기 때문에 뤼순 요새를 쪼개버리는 날이다.』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댔다고 하더군. 더구나 사령관인 노기대장은 병사들보고 나가서 그냥 죽으라는 것처럼 어처구니없게도 몇 개월 내내 같은 곳으로만 공격을 했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어.”

“그렇게 무모한 작전을 벌이면서도 일본군이 만주에서 저렇게 버티는 게 참으로 용합니다.”

“러시아군의 무능력한 지휘관 때문이야. 어떻게 나폴레옹시대 때의 전술을 그대로 써서 병력을 계속 후퇴시키기 만 하는지 참. 만일 제대로 양군이 맞붙었다면 일본이 지금처럼 쉽게 견뎌내지 못할 거야.”

두 사람은 그렇게 말을 주고받으며 맥심기관총 옆에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나무상자로 갔다.

“어! 이건 소총인가보네?”

“그렇습니다.”

그들 앞에 야적되어 있는 소총은 일본의 유명한 무기제작자인 아라사카 나이아키라(有坂 成章)가 만든 소총으로 명치 38년인 1905년에 제식소총으로 채용되었다고 38식 소총이라고 불리는 소총이다. 

동경병기창(東京兵器廠)이란 글자가 낙인(烙印)(쇠로 글이나 그림을 만들어 긴 쇠꼬챙이에 연결 한 후 불에 달구어 찍는 도장)되어 있는 상판을 들어내고 소총을 집어 들어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공진규의 목소리가 거의 환호성에 가까웠다.

“이야. 이거 완전신품이잖아. 이것도 몇 만 정은 되겠어?”

“확인해 보니 오만 정이 조금 넘었습니다.”

“아! 이거 정말 귀중한 노획물이다.”

거듭 감탄하던 공진규가 소총이 쌓여 있는 옆을 보자 엄청난 양의 포탄과 총탄상자도 눈에 들어왔다.

“저기 있는 것은 전부 탄환인가.”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무기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본 공진규가 의아해했다.

“지금 여기 쌓여있는 이정도의 군수물자라면 엄청난 군비가 들어갔을 텐데 이상하군. 일본이 지금 전비가 없어 애를 먹는다던데 그게 아닌가?”

“저도 상황은 모르지만 어쨌든 이렇게 많은 군수물자가 노획된 것은 우리에게는 좋은 일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 일단 노획한 물자를 정리해서 한성으로 보고하게. 이걸 어떻게 쓸 것인지 하는 골머리 아픈 생각은 한성에서 알아서 하겠지.”

“알겠습니다.”

노획한 군수물자시찰을 마친 공진규는 곧바로 압록강 변으로 나갔다. 압록강에는 물자수송을 원활히 하기위해 일본군이 만들어 놓은 튼튼한 부교가 가설되어있었으나 이미 끊어진 후였고 고속침투함정이 강상(江上)을 빠르게 휘저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강변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던 1대대장 양근모가 그를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사령관님.”

“강 건너 안동의 상황은 어떤가?”

양근모가 망원경을 건네며 대답했다.

“한 번 보십시오. 난리가 났습니다.”

공진규가 망원경으로 안동방면을 둘러보자 양근모의 말대로 만주방면 압록강 강변에는 많은 수의 일본군들이 나와서 끊어진 부교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고 또 고속정을 보고 뭐라고 하는 등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1대대장 말대로 난리도 아니로군.”

양근모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만주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군이 이십만 명이 넘는다는데 문제없겠습니까?”

“일본군이 이십만 명이 넘는다고 하나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어서 병력을 이리로 쉽게 뺄 수는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이제 보급로가 끊겼으니 군수물자보급이 당장 발등의 불이야. 일본군은 우리나 러시아를 상대하는 것보다 병사들 먹일 식량부터 해결해야해.”

“그렇기는 합니다만 일본이 러시아와 종전협상을 하고 내려 올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공진규는 걱정하는 양근모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기 위해 단정(斷定)적으로 말했다.

“양국이 미국의 중재로 두 달 넘게 진행하고 있는 종전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이 일본연함함대 실종 때문이야. 그리고 며칠 지나면 우리가 한반도에서 일본군을 몰아냈다는 것이 러시아에도 알려지게 될 것이네. 물론 일본은 지금까지와 같이 한반도수복이 러시아의 짓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협상에서 일본의 약세로 기세를 잡고 있는 러시아는 일본이 원하는 데로 종전협상에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야.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히려 일본에게 항복을 하라고 압박할 공산이 더 클 걸세. 그렇다고 일본도 절대 항복하지 못할 것은 분명하고 말이야. 이러기 때문에 양군의 대치는 더욱 긴장이 고조되어질 것이라 만주의 일본군이 쉽게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네.”

공진규의 단정하는 말에 양근모는 한결 편해진 목소리가 되었다.

“사령관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안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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