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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해병대작전참모 정태수 중좌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특히 이곳 북방은 지금부터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만주의 겨울은 혹독해서 병력의 여유가 없고 물자까지 부족한 일본군은 이 겨울을 넘기는 것이 가장 선결과제라 아마도 전투는 그 다음 문제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계획대로 병력을 추스르면 충분히 누구와도 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정태수까지 거들고 나서자 양근모는 더욱 안심이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공진규 사령관이 정태수에게 물었다.
“본래 안동방면 폭격도 예정되어 있었던 것 아닌가?”
“신의주작전이 종료되고 난 후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곧 시작되겠군. 저 건너편의 기차역 근방에도 군수물자가 상당히 쌓여 있던데 기왕이면 모조리 날려버렸으면 좋겠어.”
“효자 노릇하는 일본산 폭탄이 있으니 충분히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래 맞아. 시모세화약이 장약된 폭탄이 이번 본토수복작전에 완전 효자야 효자.”
“나중에 일본군이 알면 아마 땅을 치고 통곡하지 않겠습니까?”
공진규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 프랑스에서 훔쳐온 기술로 어찌해보려다 제 놈들이 꼼짝없이 당했으니 아마도 땅을 치고 통곡하겠지. 그것만 있나? 철도는 어떻고.”
“맞습니다. 대륙을 넘본다고 국민성금까지 거둬 만든 철도를 우리가 잘 활용하고 있는 알면 아마도 일왕이 입에 거품 물 것입니다.”
정태수의 말에 세 사람이 통쾌하게 웃었고 이렇게 세 사람이 통쾌하게 웃는 목소리는 압록강 변에 넓게 울려 퍼졌다.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공진규와 두 명의 지휘관이 이렇게 웃음을 터트리고 1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회전날틀의 안동 폭격이 시작되었다.
쾅! 쾅! 쾅!······
시꺼먼 연기와 함께 엄청난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자 공진규는 그 열기가 강을 넘어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불길이 어마어마하군. 열기가 여기까지 미치는 것 같아.”
옆에 있던 작전참모 정태수 중좌가 거들었다.
“아마 유폭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저 폭격으로 일본의 보급이 완전 끊기게 되는 건가?”
“해상수송에 다시 나서지 않겠습니까?”
“올라오는 족족 잡아들일 테니 쉽지 않을 거야. 그나저나 자네 말대로 일본군이 이번 겨울을 어떻게 넘길지가 이제는 정말 기대되는군.”
“최악의 경우에 몰리면 일본이 러시아와 사생결단을 내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불가능해. 적은 병력도 아니고 수십만이 격돌하는데 보급이 지원되지 않는 전투를 벌이는 것은 그냥 죽으러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정도는 일본군지휘부도 알고 있을 거야.”
그렇게 말을 하며 한동안 안동방면을 바라보다 몸을 돌린 공진규가 정태수에게 물었다.
“기차를 이용해 청천강으로 내려간 병력은 어떻게 되었나?”
“거의 도착할 시간이 되었으니 곧 보고가 들어올 것입니다. 그보다 평양전투에 참가한 시위연대병력 중 사상자가 꽤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왜? 수리온의 기동시간이 적어서 지원을 받지 못해 그렇게 되었나?”
한성에서 평양까지는 250km로 수리온의 제원으로는 왕복을 하며 작전을 전개했을 때 평양상공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20여 분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보다 평양의 일본군이 상당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공진규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뭐라고? 일본군이 대비를 하고 있었다니, 그렇다면 누군가가 밀고를 했단 말이잖아?”
“아마도 그렇게 추측됩니다. 거기다 시위연대가 그동안 일본군의 횡포에 쌓인 게 많아서인지 제국출신 지휘관이 무모할 정도로 과격하게 부대를 운용했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공진규가 무척 아쉬워했다.
“일본군이 그동안 저지른 일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냉정해야 할 지휘관이 아쉽게도 먼저 흥분했었나 보군.”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 병력피해는 얼마나 났다고 하던가.”
“중대병력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뭐라고? 중대병력이나.”
“그렇습니다.”
“흠!~”
공진규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 한 명의 병사가 얼마나 귀중한데 대한제국군 중에서 그나마 가장 훈련이 잘된 시위대 일개중대 병력이라면 정말로 큰 손실이야.”
“이번 전투가 끝나면 아무래도 문책이 뒤따라 있을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사람이 없는데 지금 지휘관을 어떻게 문책해.”
“그래도 중대병력의 사상자가 나왔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허! 이거 참!”
두 사람이 이렇게 말을 주고받고 있을 때 한성의 지휘본부는 경향각지에서 보내오는 전황보고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의친왕은 평양과 신의주수복작전이 시작된 9월 28일 아침 일찍부터 지휘본부가 설치된 구 삼군부에 나와 있었다.
여명부터 시작한 용암포전투는 물론 평양에서의 전투도 가을의 짧은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는 오후 3시가 넘어서자 상황이 거의 종료되면서 평안도지역의 전황보고도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별다른 병력의 피해 없이 평안도수복작전이 끝나가고 있군.”
의친왕이 작전현황판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했으나 옆에 있던 차준혁은 반대로 아주 아쉬워했다.
“평양전투에서 1개 중대병력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정말 우리에게는 큰 손실입니다.”
“지금까지 치러지는 많은 전투에서 그 정도 병력손실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꼭 그렇지가 않습니다. 지금은 일본군이 회전날틀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는 상태라 폭격후의 전투는 거의 일방적인 전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일본군이 아무리 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해도 연대병력을 상대해서 중대병력이 인명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상당한 피해입니다.”
비서실장 이현호 소좌가 끼어들었다.
“차비서의 의견이 맞습니다. 평양에 주둔해 있던 일본군이 연대병력이었기는 하나 전투부대가 아니라 보급업무를 취급하던 병참지원부대입니다. 그런 부대와의 전투에서 짧은 기동시간의 제약은 있었지만 10대의 회전날틀까지 투입된 전투에서 중대병력이나 되는 병력손실을 입은 것은 지휘관의 지휘능력이 심히 우려되는 사항입니다.”
차준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이번 작전이 마무리되면 대한제국군출신 지휘관들의 지휘능력향상을 위한 대대적인 간부훈련 등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흠~”
의친왕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준혁의 말대로 군 지휘부는 수복전쟁이 끝난 후 각 지역전투평가에서 평양수복작전 중 시위연대의 병력전개를 실패로 규정한다. 이렇게 실패한 평양에서의 병력전개는 전투력향상을 위한 교육용자료로 채택되었으며 이후 각급지휘관들의 전술훈련은 물론 정신교육에서도 실패한 전투사례로 항상 소개된다.
의친왕이 차준혁에게 질문했다.
“차비서 함경도지역의 원산과 성진수복작전은 내일 실시한다고 했는가?”
“그렇습니다. 두 작전은 내일새벽 여명과 동시에 실시되며 이제 한반도수복은 내일의 작전을 끝으로 종료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간도수복은 언제 되는 건가?”
의친왕이 기대감을 가득 갖고 질문했으나 차준혁은 그 그대에 부응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간도로의 진군은 지금 당장의 병력으로는 곤란합니다. 새로 병력을 확충하고 훈련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압록강을 넘는 것은 아마도 내년 봄은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자 의친왕의 얼굴이 기대감에서 걱정이 한가득하게 바뀌었다.
“간도주민들이 그동안 일본군군홧발에 어떻게 견디어 낼지 심히 우려되는구나.”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말에 의친왕의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 큰일이구다. 간도에 사는 우리주민들이 앞으로 일본군들에게 보복이나 당하지나 않을지 참으로 걱정이구나.”
차준혁이 이 시대에 와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간도에 대한 자기 자신이 갖고 있던 영토인식이었다. 차준혁을 비롯한 대부분의 삼족오군들은 일본이 만주철도부설권을 얻는 대가로 청국에 간도를 넘기기는 했으나 간도는 정확한 지역이 획정되지 않은 북방의 영토로만 알고 있었다.
이런 인식들을 하고 있어서 이전시대에서는 통일을 한 후 본격적으로 대한제국영토에 대한 자격이 없던 일본이 청국과 채결한 간도협약은 원천무효이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에 중국과 영토반환협상을 해야 하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1905년의 대한제국은 그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