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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에서는 간도가 명백하게 자국영토로 인식하고 있었고 영토와 주민들을 위해 청국과의 마찰을 예상하면서도 관리까지 정식으로 파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에는 강성한 청국의 봉금령을 어쩔 수 없이 따르기 위해 간도에 거주하던 주민들을 한반도로 소개한 후 그동안 비워 놓고 있었던 영토일 뿐이었다.
그 후 청국이 약해진 19세기 중엽부터 다시 우리주민들의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청국은 그들에 의해 강제로 시행되었던 봉금령을 핑계로 대한제국국민들의 이주에 이의제기를 하고 있었지만 대한제국에서는 이를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조선 숙종 때 청국에 의해 반 강제적으로 맺어졌던 영토획정은 백두산정계비에 적힌 바와 같이 백두산에서 발원하는 토문강과 그 강이 흘러들어가는 송화강을 경계로 그 동쪽영토전부가 정확히 대한제국영토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는 우수리(烏蘇里)강 동쪽 연해주지방도 백두산정계비에 따른 분명한 대한제국영토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력이 약해 1860년 청국과 러시아간의 일방적으로 맺어진 조약으로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러시아에게 억울하게 빼앗긴 땅이라는 인식도 정확하게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의친왕이 간도주민들이 당분간 겪어야할 어려운 처지를 걱정하자 차준혁이 현재 상황을 설명하며 그를 설득했다.
“간도주민들의 처지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으로서는 해산된 병력을 먼저 수습하는 문제와 친일파숙정을 비롯한 정국안정이 최우선입니다.”
걱정스런 표정을 풀지 못하던 의친왕도 차준혁의 말에는 동감을 표시했다.
“그래야겠지. 그래야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고.”
그러면서 의친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인은 황궁에 들어가 부황께 지금까지 전황을 보고 드리도록 하겠네.”
“그러시면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그러지. 같이 가세.”
차준혁이 의친왕과 동행하여 삼군부를 나서자 넓은 육조거리에는 많은 주민들이 왕래하고 있었고 주민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 있었다.
마차를 타고 경운궁으로 가던 의친왕의 귀에 커다란 호객소리가 들려왔다.
“호외요. 호외. 용암포와 평양에서 일본군을 몰아내고 마침내 수복되었답니다. 빨리 사세요. 늦게 오시면 보고 싶어도 못 봅니다.”
신문판매원의 호객이 있자마자 신문가판대 앞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너도 나도 신문을 사려고 아우성이었다.
의친왕이 그 모습을 보고 한마디 했다.
“허! 요즘 신문이 새 소식을 정말 빨리도 알리는구나. 전투가 끝난 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호외가 나온단 말인가.”
차준혁도 이렇게 빠른 호외는 의외였다.
“전투가 끝이 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호외가 발행되다니 정말 빨리도 나왔습니다.”
차준혁도 의외라고 말할 정도로 평안도지역전투소식이 이렇게 빨리 호외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삼족오군이 세운 민족자존감회복계획의 일환이었다.
국민의식고취운동의 일환인 민족자존감회복계획은 삼족오군이 한성에 입성하자마자 친일파색출과 더불어 정훈참모 장주현 중좌의 주도로 최우선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9월23일 한성수복이 되자마자 그날 오후 장주현 중좌는 한성에서 발행하는 신문 중 황성신문사장 장지연(張志淵)과 대한매일신보사장인 영국인 베델사장과 그리고 제국신문사장인 이종일(李鍾一)사장을 삼군부로 불러들었다.
“어서 오십시오.”
장주현이 세 명의 언론사사장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인사를 받은 세 명의 사장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이 궁금했다. 하지만 일부 마음속으로는 강력한 일본군을 단 번에 쓸어버린 삼족오군의 무력이 두렵기까지 해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이렇게 쭈뼛거리는 세 명의 사장에게 장주현이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
“여러분들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오시라고 한 것이 아니니 안심하시고 이리로 앉으십시오.”
장주현이 웃으며 자리를 권하자 세 명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를 잡고 앉았고 그런 그들 앞에 찻잔이 놓여졌다.
“일단 차부터 드십시오.”
그러나 누구한 사람 찻잔을 드는 사람이 없자 장주현 중좌는 자신이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 때문에 많이 궁금하실 것입니다만 먼저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삼족오군 정훈참모 장주현 중좌입니다.”
장주현의 인사에 세 명 중 성격이 가장 급한 장지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삼족오군이라니요. 우리 대한제국에 그런 군대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당연합니다. 저희는 지금까지는 대한제국군이 아니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까지는 아니었다니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대한제국군이라는 말씀입니까?”
“제 설명을 들어보시면 무슨 말씀인지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사장님들께 먼저 확인을 받을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장주현은 한 장의 서류를 세 사람에게 내밀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에게 설명 드리는 것은 일급군사기밀이니 절대 비밀을 지켜주실 수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세 명의 사장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시다면 여기 비밀엄수서약서가 있으니 읽어보시고 모두 서명해주십시오.”
세 사람은 장주현이 내민 한글과 베델을 위해 영문으로 작성된 서약서를 읽어보고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모두가 날인했다.
세 명의 사장들이 날인한 것을 직접 확인한 장주현은 황제에게 설명한 것 같이 약간의 각색을 첨부해서 삼족오군이 대한제국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사장들은 당연히 놀랐다.
장지연이 가장 먼저 의문을 제기했다.
“아니? 그럴 수가 있는 일입니까?”
장지연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만 말하였지만 이종일사장은 못 믿겠다는 듯 손사래까지 쳤다.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장주현이 그런 그들을 손을 들어 제지하였다.
“잠시 소개시켜드릴 분들이 있으니 잠시 진정들 하십시오. 밖에 계신 분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장주현의 말이 있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런 그들을 보고 사장들이 깜짝 놀라 저마다 소리쳤다.
“아니? 미스터 양 아닙니까?”
“아니? 박은식 선생님.”
“남궁억 선생과 여러분들 도대체 그동안 연락도 없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방안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박은식, 남궁억, 양기탁 등 10여명이었다.
세 명의 사장들은 그동안 갑자기 소식도 없이 사라졌던 사람들이 방으로 들어선 것에 놀라 그간의 사정을 물으려 하였으나 장주현 참모가 사장들을 제지했다.
“궁금한 점은 이분들께서 충분히 설명해 드릴 것이니 잠시 사장님들 좌정해 주십시오.”
하지만 사장들이 자리에 앉으려고 하지 않자 나이가 많은 박은식이 나섰다.
“그렇게 하십시오. 묻고 싶은 말이 많이 있으시겠지만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좌정하시면 우리들이 충분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박은식이 설득을 하고 나서야 세 명의 사장들이 겨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때부터 박은식과 남궁억 그리고 양기탁 등 10명이 돌아가면서 삼족오군에 대한 말을 설명해주었다. 사장들은 이들의 말에 일일이 의문을 제기했고 이러한 사장들의 의문을 박은식 등 10명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그대로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제가 본 동영상을 보여주자 신문사사장들인 탓인지 처음에는 내용보다도 먼저 영상기술에 놀랐지만 점점 그 내용에 빠져 들었다.
이윽고 모든 상영이 끝이 나자 사장들은 너무도 엄청난 것을 보고 들어서인지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고 방안은 잠시 동안 침묵에 휩싸였다.
사장들 중 먼저 입을 연 사람은 가장 연장자인 제국신문 이종일 사장이었다.
“후!~~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구려.”
이종일과 친분이 가장 두터운 남궁억이 말했다.
“믿으셔야 합니다. 저희들도 처음 제주에 갔을 때 꼭 사장님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한국인은 아니었지만 한국을 사랑해 한국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베델 사장이 질문을 했다.
“우리에게 이것들을 보여주는 것은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장주혁 중좌가 바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사장님들께서 해 주실 정말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말씀해 보십시오.”
“우리가 한성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반민특위를 만들어 그동안 외세에 힘을 업고 권세를 잡으려던 친일파와 친러파 색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다 아실 것입니다.”
장주현의 설명에 이종일이 바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