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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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복전쟁 때 본토에서 포로가 된 일본인들의 숫자는 상당했다. 일본인포로가 가장 많았던 것은 부산으로 그 숫자가 5만 여명이나 되었고 인천을 비롯한 다른 개항장의 일본인까지 포함하면 무려 7만 여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일본군포로는 3,000여 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전투당시 일본군들을 대부분 사살해 버렸기 때문이다.

“하여 친일파를 포함 해 여의도에 수용되어 있는 죄수들은 모두 9만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금 이들을 먹이는 식량만 해도 엄청난 양이 들어가고 있어 자칫 잘 못하다간 국가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 이들을 어떤 방식이든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이 지금으로선 가장 급선무입니다.”

심순택이 경과보고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 황제가 박충식에게 물었다.

“대공, 대공은 여의도에 수용되어 있는 자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이 세워져 있소?”

“물론입니다. 장 처장. 폐하께 보고 드리게.”

“예, 보고 드리겠습니다.”

장주현이 신호를 보내자 화면에 지도가 나타났다.

“앞으로 정부는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국토개발계획에 따라 개발을 실시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국토개발계획에 대한 설명이 시작됐다.

“·······이렇게 전국 각지의 개발에는 막대한 인력투입이 예상됩니다. 이 개발계획에 여의도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들을 탄광과 광산 철도건설 등 중노동현장에 집중 투입하려고 합니다.” 

그러자 최익현이 다시 또 의문을 제기했다.

“도로공사와 건설현장에는 저들을 투입하지 않소?”

‘어이구. 저 양반만 입을 열면 이상하게도 공연히 식은땀이 나네.’

장주현은 내심 투덜거렸으나 겉으로는 웃으며 대답했다.

“예, 도로공사와 건설현장도 중노동현장이기는 하나 앞으로 전국각지의 도로를 포장하려면 자국노동자들의 기술습득이 선행되어야 일을 빨리 추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로공사 같은 기술습득을 할 수 있는 토목공사현장과 새로운 공법이 도입되는 건설현장에는 되도록 일본인들을 투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는 철도건설의 주요기술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익현이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도로를 포장하려면 엄청난 석재가 들어가는데 그게 가능한 일이오?”

장주현은 마치 선생의 질문을 대답하는 제자와 같이 성실하게 설명했다.

“도로 포장은 석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석회를 신기술로 가공한 시멘트와 석유의 부산물인 아스팔트를 사용해 포장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건설되는 전국의 도로는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될 것입니다.”

“아! 그런 것들이 있었구려. 그런 게 있다는 것을 내가 미처 몰랐소이다. 늙은이의 지식이 짧았소.”

최익현이 선선히 모른다고 사과하자 장주현은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이 양반 깐깐한 줄만 알았는데 쉽게 사과도 하고, 의외로 소탈한 면도 있네.’

장주현은 묻지도 않는 설명을 더해주었다.

“시멘트는 서양에서 건설에 많이 쓰이고 있고 아스팔트는 역청(瀝靑)이라고 불리는 물질입니다.”

“아! 역청이라면 나도 알고 있소이다.”

최익현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장주현은 그 모습이 우스워 살짝 고개를 돌렸다. 

“다음 안건은 국방력강화방안입니다. 이 안건은 국방대신 김종석 대장께서 말씀하시겠습니다.”

국방대신 김종석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지난 4월 일본에 의해 강제 해산되었던 군대는 이미 폐하의 칙명으로 경향각지의 친위대와 시위대장병들은 한성을 비롯한 전국의 각 도청소재지에 마련된 훈련소로 속속 집결하고 있어서 곧 모든 병력의 집결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삼만여 명의 병력으로는 내년에 있을 만주주둔일본군과의 본격적인 전투를 감당하기가 거의 어렵습니다.”

김종석의 설명을 듣자 참석자들의 안색이 심각해졌다.

“지금까지 대한제국은 물론 이전의 조선은 개국이후 방어개념의 소극적인 병력만을 운용해 왔었습니다. 이렇게 소극적인 병력운용은 항상 외적의 침입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어왔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양란(왜란과 호란)이 끝나고 조금 개선의 시도는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자 다시 국방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이렇게 군사력이 약해 질대로 약해졌지만 개항을 하고도 전혀 개선되지 않는 바람에 일본의식민지가 될 처지까지 이르렀던 것입니다.”

김종석이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소극적 병력운용으로 외세에 당하기만 했던 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사물의 잘못된 것이나 지나간 일중 잘못된 일에서 가르침을 얻는다) 삼아 앞으로는 공격개념이 도입된 대대적인 국방개혁을 실시하려고 합니다.”

당연한 말이었기에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국방성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징병제를 전격적으로 실시하고자 합니다.”

웅성, 웅성, 웅성

국방대신 김종석 대장의 발언에 회의장의 분위기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지금까지 군역은 양반들이 제외되었었고 대한제국에 들어서는 직업군인화 되었었기에 전 국민대상의 징병제는 자칫 대혼란을 일으킬 정도로 충격적인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를 미리 알고 있었던 황제는 담담했다.

처음 삼족오군이 계획한 병력확충계획은 대한제국군의 재소집과 자원입대였었고 황제에게도 당연히 이렇게 설명을 했었다. 그러나 한성에 입성 한 후 상황파악을 하자 비록 신분제도를 철폐하겠다는 황명이 있었음에도 아직도 전근대적인 신분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더구나 군역에 대한 비리가 근절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아예 이러한 비리와 신분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라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징병제로 계획을 선회했다. 

당연히 징병계획은 황제에게 가장 먼저 보고되었고 국정의 전권을 이미 박충식에게 넘긴 황제는 징병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는 두말없이 동의해주면서 확실히 힘을 실어주었다.

궁내부대신 한규설이 물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양반들도 군역을 져야 한단 말이오?”

김종석이 강하게 나왔다.

“제가 알기로 반상의 신분제도는 갑오개혁(1894년) 때 이미 폐지된 것으로 아는데 국가계획수립을 하는 이러한 공식회의석상에서 10년 전에 폐지된 신분제도를 다시 거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은 엄연히 현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소. 만일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징병제도를 실시한다면 양반들의 크나큰 반발이 있을 것이오. 제고해 주시기 바라오.”

한규설의 말에 김종석이 더욱 강하게 반박했다.

“신분제도는 이미 황명을 철폐되었습니다. 궁내상(宮內相)의 말씀대로 아직까지도 인권이 무시된 신분제도 같은 구습이 대한제국에 만연해 있다면 여기 계신 각료 분들부터 지금 당장 마음속에서부터 내려 놓으셔야 할 것입니다. 궁내상께서는 조선개국초기 일할도 채 되지 않았던 양반들이 지금 얼마나 되는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그건··”

김종석의 갑작스런 질문에 한규설이 당황해 하며 답변을 못했다. 

 “제가 알기로 지금의 대한제국에서 자칭 양반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전 인구의 칠 할이 넘어 팔 할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의 모든 주민들이 양반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들을 제외하고 병역을 논한다면 앞으로 누구를 뽑아서 나라를 지켜야 합니까?”

김종석의 질책성발언에 한규설이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김종석이 더 강력하게 나갔다.

“궁내부대신께서 지적하신대로 양반들의 반발도 예상하지 않을 수 없으나 앞으로 전 국민은 누구도 예외 없이 병역의무를 져야합니다. 병역은 대한제국국민이 가져야 할 가장 신성한 의무입니다. 나라가 있어야 개인이 있는 것이고 개인이 있어야 가족이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대한제국은 혈연·지연·학연이 우선된 나라였고 국가보다는 자신의 집안을 더 우선시 했지만 앞으로는 국가가 절대 우선인 나라로 완전히 탈바꿈되어야 합니다. 우리 대한제국이 허약한 군사력 때문에 또다시 청국이나 일본 같은 외세의 총칼에 무릎을 꿇어야 하겠습니까?”

이 말까지 나오자 회의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잠시 숨을 고르며 회의장을 천천히 둘러본 김종석이 강하게 말을 끝맺었다.

“징병제도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앞으로 강력하게 시행할 예정입니다. 물론 여기계신 대신님들께서는 누구보다 솔선하여 징병에 응해주실 것이란 것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규설이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시행하려고 하오?”

“18세 이상 25세 미만을 징병대상자로 3년을 현역복무하고 전역 후 5년간의 예비군을 거치면 병역을 완전히 면제해줄 계획입니다.”

이미 제주에서 징병을 경험한 적이 있는 재무대신 이상재가 적절한 시점에서 거들고 나섰다. 이러한 이상재의 적절한 개입은 미리 김종석과 의견조율을 마쳐놓은 상태였다.

“제주에서 보다는 징병대상범위를 줄였습니다.”

이상재가 거들고 나서자 김종석의 목소리는 더욱 자신만만해졌다.

“이천만 명이 넘는 제국의 인구를 감안해 징병대상범위를 줄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주에서와 같이 징병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현역입영기간과 같이 3년간 대체복무를 실시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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