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 회: 3권-24화 -->
“정 소장.”
“예, 전하.”
“국방과학연구소가 만든 총·포탄시범사격은 언제쯤 가능하겠나?”
“제주에서부터 연구하고 있어서 곧 시연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시연을 마치면 총·포탄의 대량생산이 바로 가능한 것인가?”
“며칠 있으면 독일에서 공작기계가 들어옵니다. 거기다 이번에 아주 유능한 화약제조기술자를 찾아냈으니 시간만 조금 더 주시면 총포탄은 종류대로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네이팜탄의 제작도 가능한가?”
“그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네이팜탄 제조에 필요한 물질은 우리가 가져온 것이 상당량이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공작기계가 들어올 때도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미리 많이 주문해 놓아서 제작에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이네.”
“그런데 지금 구리가 전시물자로 되어 있어 수입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장병일 상좌가 구리수입을 걱정하자 재무대신 이상재가 설명에 나섰다.
“지난 7월부터 화폐개혁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비록 일본화폐로 바꿔주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후일 다시 교환을 해주더라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대공 전하의 명으로 지금 그대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 일본이 책정했던 것과 달리 한성이 수복되면서 백동화를 상중하로 구분하지 않고 모두 동일가치를 인정하며 교환하고 있어서 주민들도 아주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은 구리로 만든 상평통보 등의 엽전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공 전하께서 내각의 어명을 내려주시면 구리돈 수집에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장병일 소장이 손뼉을 쳤다.
“아! 재무상각하의 말씀이 아주 좋은 의견입니다. 상평통보 등의 엽전은 통용되는 것보다 집에 재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 엄청나게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전국은 승전으로 온통 들떠 있습니다. 이러한 때 만주주둔일본군을 무찌르기 위한 총탄에 사용해야 한다면서 상평통보 등의 엽전을 신권으로 바꾸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홍보하면 아마도 전국적인 호응이 있을 것입니다.”
이상재가 찬성을 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빠른 시간 내 화폐개혁을 이룰 수 있어 경제활동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고 국방성은 원료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박충식이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
“좋은 의견이니 그대로 시행하십시오. 과인이 모든 지방관서에 특별명령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박충식이 이번에는 박은식을 불렀다.
“문교상(文敎相)”
“예, 전하.”
“내년도부터 실시될 의무교육 준비를 특별히 잘하셔야 합니다.”
“반민특위조사위원 중 전국의 시장군수로 내려가신 분들이 최대한 도움을 주시기로 해서 학교문제는 크게 어렵지 않으나 교사수급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아마 지금 상태로는 교사를 모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겠지요?”
“솔직히 지금 그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그럼 이렇게 하십시다. 이번에 교사로 선발되는 사람들은 5년간 교사로 복무하면 대체복무를 인정해 준다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문교대신 박은식이 깜짝 놀랐다.
“아! 그거 참 좋은 생각이십니다. 만일 전하의 말씀대로 교사들에게 병역특전을 부여하면 아마도 엄청난 숫자의 교사지원자들이 몰려들 것입니다.”
박은식이 내심 양반출신들이 모여들 것을 생각하고 쌍수를 들고 환영하자 박충식이 회의참석자 모두에게 물었다.
“과인의 의견이 어떻습니까?”
그러자 가장 먼저 국방대신 김종석이 찬성했다.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 하지만 교사는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 스승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의무복무기간을 7년으로 늘였으면 합니다.”
그 말에 박은식도 동의했다.
“저도 국방상의 제안에 찬성합니다. 본래 우리 대한제국은 스승을 하늘로 섬기는 미풍양속이 있습니다. 비록 이번에 선발하는 교사들이 초등학교교사들이기는 하나 나라의 동량이 될 아이들을 가리키는 정말 중요한 스승이 되는 일입니다. 권리와 함께 의무도 같이 부여해야 합니다.”
‘허참. 황제의 황족들 입대와 의친왕의 자원입대에서 이젠 박은식대신까지 권리와 의무란 말을 자연스럽게 쓰니 정말 괄목상대가 따로 없어.’
박충식이 이런 생각을 하며 박은식을 바라보자 박은식은 자기가 잘못 말했느냐는 표정을 하자 박충식이 얼른 웃음을 지었다.
“아! 문교상께서 아주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각자의 권리와 의무를 반드시 이행하고 지켜야 할 때입니다.”
박충식의 말에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내각회의에서 결정된 교사들 선발과 7년간 대체복무병역특례인정은 양반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가뜩이나 편하게 살던 것이 몸에 배어 어떻게 힘든 군대에 입대를 할까 고심하던 양반들에게 학생을 가르치면서 예우도 받는 초등학교교사선발은 그야말로 최상의 도피처나 다름없었다.
물론 7년간의 의무복무기간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스승을 섬기는 풍조에서 기간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 최소한의 월급까지 준다는 공고가 나가자 전국 250여개 시군소재지에 우선 한 개씩 세워질 초등학교의 교사 5,000여 명 모집에 무려 20대1의 경쟁이 붙을 정도였다.
이상재가 제안한 상평통보의 교환방법도 대단한 호응을 거두었다. 특히 장병일의 말대로 지방토호들은 재물로 보유하고 있던 막대한 양의 상평통보 중 상당부분을 국가에 헌납할 정도로 국민적인 호응이 엄청나 총·포탄에 사용될 구리문제를 단번에 해결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미르부대 공병단출신 대한광업공사 탐사대장 구태희 대위는 부평에 있는 산 정상에 올라 사방으로 고개를 돌려 주변지형을 둘러보면서 독백했다.
“휘~ 이쯤이 맞는 것 같은 데 이거 이전시대와 주변이 너무 달라서 확실한지 모르겠네.”
인천 부평출신인 구태희 대위는 자신이 살던 지역에 있던 부평광산의 위치를 비교적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100년이 넘는 시간차로 주변 환경이 너무도 달라서 아직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행한 탐사부대장 하진권 소위가 물었다.
“탐사대장님 이곳이 맞습니까?”
“맞는 것 같은데 주변이 이전과 너무도 달라서 확실한지는 지형지물을 좀 더 살펴봐야겠어.”
“그럼 저는 먼저 지표측량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난 주변을 더 살펴보고 올게.”
구태희 대위는 이때부터 온산을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샅샅이 산을 훑은 끝에 자신이 처음 찍은 곳이 이전에 알고 있던 부평광산이 맞은 것을 확신 할 수 있었다.
“하 소위 이곳이 확실한 것 같다.”
“그럼 제가 내려가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 인부들을 올려 보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난 이곳을 좀 더 살펴보고 있을게.”
하진권이 밑으로 내려갔고 잠시 후 백 명의 인부들을 인솔하고 올라왔는데 인부들은 바로 여의도에 수용되어 있던 일본인죄수들로 전부 발에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하진권은 그런 인부들을 한 차례 훑어보고는 그들을 인솔하고 온 반장들에게 지시했다.
“이곳에 부지조성부터 해야 하니 각 조 반장님들은 자신들이 맡은 인부들에게 먼저 터다지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한국인감독자들이 자신이 맡고 있는 일본인인부들에게 지시했다.
“이리로 가자.”
그러나 감독들의 지시가 있어도 일본인인부들은 말이 통하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인부들은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 당연히 반장들은 그런 인부들을 잡아끌다시피 했으나 일본인인부들은 이런 일을 왜 자신들이 해야 하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반장들의 지시에 잘 따르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 구태희 대위가 허리에서 총을 빼 하늘을 향해 쐈다.
탕!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자 한국인반장들의 말을 듣지 않던 100명의 일본인포로들은 그 자리에서 동작을 멈췄고 인부들을 인솔하고 온 군 병력은 소총에 실탄을 장탄하고는 포로들을 겨눴다.
구태희가 잠시 인부들을 노려보다 소리쳤다.
“통역관!”
구태희의 외침에 통역관이 황급히 달려왔다.
“통역관은 지금부터 내가하는 말을 단 한자도 바꾸지 말고 그대로 전달해라.”
“예, 대장님.”
“인부들은 들어라. 그동안 너희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면 평생감옥에서 썩게 해야 하나 광부는 너희들이 자원해서 선발되었다. 우리는 광부로 일정기간 열심히 노력하면 방면을 해준다는 약속도 분명히 해주었다. 그렇다면 이를 고맙게 생각하고 감독자들의 지시에 잘 따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이유 없이 모조리 여의도에 재수감 조치를 당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지 지금 바로 결정해라. 원한다면 바로 돌려보내겠다.”
부르르
구태희의 말에 인부들의 몸이 저절로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