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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이후 잠시 환담을 나누고는 촬영을 위해 잠시 자세를 취해 준 후 국정홍보촬영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병일의 안내로 이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화약실험실이었다. 2월 말의 해주는 상당히 추운날씨였으나 국방과학연구소 화약실험실에서는 안대형의 지시를 받는 10여명의 연구원들이 추위도 잊은 채 열정적으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들은 장병일이 실험실로 들어갔어도 안대형을 비롯한 연구원들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일할 만 하십니까?”
안대형은 장병일을 보고 깜짝 놀라며 인사했다.
“아! 소장님.”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계십니까?”
“예 소장님이 내주신 과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성과가 있습니까?”
“예 방금 전 만든 것인데 한 번 보십시오.”
안대형이 보여 준 것은 화약을 막대모양으로 말아 기름종이로 감싸고 바깥에 심지를 꺼내놓은 전형적인 다이너마이트 폭약이었다.
장병일이 제품을 점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형상으로는 정확히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지시하신 대로 니트로글리세린을 6할 이상 규조토에 섞었습니다.”
“그렇다면 위력시험을 해보면 폭발력을 알 수 있겠군요.”
장병일이 안대형에게 가장 먼저 개발을 지시한 것은 바로 다이너마이트였다. 지금 전 국토에서 광산을 개발하고 도로를 뚫는 다고해서 다이너마이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군수물자이고 고가인 다이너마이트를 무한정 수입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에 안대형에게 개발을 맡겼던 것이다.
차준혁이 정병일이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아는 척을 했다.
“아! 이것은 다이너마이트 아닙니까?”
“맞네. 다이너마이트.”
“시제품인가 봅니다.”
“그래 안 수석이 대한제국출신연구원들과 만든 시제품이라네.”
“아! 이분이 안대형수석연구원이십니까?”
“그렇다네. 안 수석 인사하십시오. 총리실정책기획비서관인 차준혁 비서관입니다.”
차준혁이란 말에 안대형이 반갑게 인사했다.
“아! 차 비서관이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국가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계신다는 말씀 많이 듣고 있었습니다.”
“예, 저도 안 수석연구원님에 대한 말씀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칭찬을 하면서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자 그럼 시연을 해 봐야하니 모두 폭발시험장으로 갑시다.”
잠시 후 모든 사람이 연구소 뒤에 있는 폭파시험장에 도착해서는 안전수칙에 대해 간단히 교육을 받았다.
“모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윽고 통제관의 지시가 있자 차준혁을 비롯한 외부 인사들은 엄폐물에 몸을 의지하고는 망원경으로 폭발지점을 주시했다.
치이~~~~~
곧이어 시험조교는 심지에 불을 붙이고는 폭발지점을 향해 다이너마이트를 힘차게 던졌다.
콰앙!
안대형과 연구원들이 만든 다이너마이트시제품의 폭발력은 기대대로 확실한 폭발력을 보여주었다.
망원경으로 폭발장면을 확인한 장병일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훌륭합니다.”
“고맙습니다.”
폭발실험은 이후 몇 차례 더 진행되었고 단 하나의 불발탄도 없이 아주 성공적이었다.
“안 수석 고생했습니다.”
“아닙니다. 소장님께서 정확한 길을 알려주셔서 쉽게 완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차준혁이 질문했다.
“바로 생산이 가능합니까?”
“이미 화약생산 공장에서 시연이 성공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네.”
“아! 그러면 우리도 다이너마이트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는군요.”
“물론이지.”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동안 다이너마이트를 제대로 수입을 못해 애를 먹었다고 들었는데 이제 한시름 덜었습니다.”
“그게 다 저 안 수석과 연구원들 덕분이야.”
장병일은 그 자리에서 제품개발승인을 했다.
소장의 승인을 받은 시제품과 제조방법은 곧바로 해주공단에서 상당히 떨어진 산속 깊은 곳에 마련된 화약생산 공장에 전달되었다.
1905년의 겨울은 유난스럽게도 혹독하게 추웠다.
하지만 한반도전역은 이런 추위가 전혀 무색하게 훈련을 받는 병사들의 고함소리와 공사현장의 망치소리, 장애물을 깨트리는 폭발소리 그리고 서로서로를 독려하는 목소리들로 온통 들끓고 있었다.
대한제국은 그동안 일본의 혹독한 수탈로 쌀이 부족해 해마다 보릿고개를 아주 어렵게 넘겼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일본에 의한 양곡수탈이 없어져 엄청나게 일본으로 공출되던 양곡을 고스란히 차지할 수 있었고 넘치는 재정으로 청국에서 막대한 양의 쌀을 수입해 들여오는 것은 물론 프랑스와의 협상을 통해 베트남에서 안남미까지 들여오면서 개국 이래 처음으로 보릿고개를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새해가 되면서 정부정책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가장 문제가 되었던 삼정(三政)은 당연히 철폐되면서 각종조세제도가 근대화되었고 도량형은 미터법을 도입하여 전면 개정되어 실시되었다.
황실에서도 특산물을 진상 받던 것을 전면 철폐하고 필요한 품목들을 모두 예산으로 구매하기 시작하자 그동안 공물과 방납 때문에 허리가 휘었던 국민들이 쌍수를 들어 환호했다.
이렇게 차츰 행정이 투명해지고 각급공사들이 도처에서 진행되자 인부들이 모자란다는 아우성이 사방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임금인상이 자연스럽게 되면서 그 혜택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양곡시세가 안정되고 각종공사로 주민들 살림살이가 나아지자 당연히 소비욕구가 늘어났다. 그러자 물산이 돌기 시작하면서 실물경제가 서서히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거기다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각종위생교육과 하수구정비사업과 함께 시작된 화장실개선작업은 주민들 위생상태가 몰라보게 향상되었다. 서해안 일대에서 전면적으로 선보인 염전에서 값싸고 질 좋은 천일염이 보급되자 염장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주민들 식탁이 더욱 풍요로워졌다.
여기에 국정홍보처에서 실시하는 주민의식개혁사업이 몇 개월 지속되며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높은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패배적이고 부정적이었던 국민의식을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바꿔 놓으면서 사회전체가 점차 활력을 찾아나갔다.
이렇게 되자 처음 정부에서 실시하는 대대적인 개혁정책과 경제발전계획에 기연가미연가하던 주민들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자발적인 참여가 늘어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정부계획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되면서 개혁속도는 처음보다 훨씬 배가 되면서 한반도가 온통 개혁과 경제발전의 용광로로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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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의 이런 열기와는 다르게 3월의 만주는 봄이 아직 먼 탓에 일본군이 주둔한 봉천은 아직도 눈으로 뒤덮인 동토그대로였다.
일본군이 봉천을 점령한지 1년이 지나자 비록 단층이나마 만주주둔군사령부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날이 아직 풀리지 않은 탓인지 만주주둔일본군사령부는 쌓인 눈높이보다 더 무거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1906년 3월 중순이 되자 일본군총사령관 오야마이야오(大山 巌) 원수는 각 군 최고지휘관들을 전부 사령부로 불러들였다.
불려온 최고지휘관들은 만주일본군 1·2·3·4군사령관과 후방지원군으로 예비사단을 관장하던 압록강군사령관 등 5명의 사령관과 각 군 참모장들이었다.
거기에 총사령관 오아먀 이야오 원수와 총참모장 고다마 겐타로(兒玉源太郞) 대장까지 그야말로 만주일본육군을 이끌고 있는 12명의 지휘관들이 사령부회의실에 모두 모였다.
정식으로 열리는 주요지휘관회의답게 이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와 일왕에 대한 예의 등 그들만의 국민의례를 마치고 지휘관들이 자리에 앉자 총사령관 오아먀 이야오 원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드디어 천황폐하의 봉칙명력이 떨어졌소.”
우당탕 착!!
자리에 앉아 있던 모든 지휘관들이 일왕의 명령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다.
“총참모장 폐하의 봉칙명령을 낭독하게.”
이렇게 지시하고는 오아먀 이야오 원수 또한 발을 모으고는 부동자세를 취했다.
총참모장 고다마 대장은 앞에 놓인 무선전문을 마치 일왕이 직접 하사한 듯 두 손으로 아주 공손히 집어 들고 자세를 바로하면서 낭독을 시작했다.
“위대한 황군의 만주원정군 지휘관들은 들으라.”
고마다의 낭독이 마치 일왕의 목소리 인양 모든 일본군지휘관들은 다시금 자세를 바로 했다.
“대일본제국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만주전장에서 연전연승하고 있다는 것을 짐은 잘 알고 있도다. 이는 대일본제국역사에서도 유래가 없는 일로 이 모든 것이 총사령관 오야마 이야오 원수를 비롯한 각 군 지휘관들의 공이란 것 또한 짐은 너무도 잘 알고 있도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 들어간 막대한 전비로 인해 대일본제국은 지금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니 만주황군은 이번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제국의 위기를 타개해 짐의 고심을 덜어주기 바라노라.”
총참모장 고다마 대장의 낭독이 끝이 나고도 지휘관들 전부는 몸을 풀지 않고 그대로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