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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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기에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와 연결할 수 있는 동청철도를 아주 중요하게 관리하고 있었고 그 중심이 바로 하얼빈이었다.

“귀관들도 아시다시피 이곳 하얼빈은 우리 극동러시아의 목숨 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일본도 지금 경제사정이 최악이라 반드시 이 전쟁에서 승전해서 국가위기를 넘기려고 할 것이 분명하오. 그러려면 일본은 이번의 일전에 모든 것을 걸 것은 분명하니 우리 극동군은 이점을 명심해서 일본을 반드시 격멸할 수 있는 최선의 작전을 수립하시기 바라오.”

리네비치 대장도 그 말에 공감했다.

“어차피 우리 러시아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습니다. 일본이 만일 이 하얼빈을 점령한다면 연해주를 그대로 둘리는 만무하지 않습니까?”

“총사령관이 바로 보셨소. 일본이 이 하얼빈을 점령한다면 우리가 연해주 방어병력도 이 전투에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무주공산이 된 연해주는 물론이고 극동 전부가 위태롭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주시오.”

“명심하겠습니다.”

이후 전략회의는 각 군 사령관들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일본군은 독일군의 체계를 그대로 채택한 탓에 작전수립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대본영의 참모부관할이었다. 일선지휘관들이 이에 대해 거의 개입하지 않았으나 러시아는 그와 반대로 일선지휘관들이 작전을 수립하고 참모가 그것을 보좌하고 있어서 전략회의 같은 경우 지휘관들이 회의를 주도 했다.

이러한 양군 전통은 모두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일본군은 대부분의 작전을 도상에서 수립하기 때문에 간혹 현장상황과 맞지 않는 작전이라도 변경절차가 까다로워 쓸데없는 인명피해를 양산했다.

반면에 러시아는 작전수행권한이 있는 일선지휘관들이 부여되어 있어 작전을 임의로 변경하여 당장의 전과는 좋았으나 전체적인 전황을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만들어 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리네비치 총사령관과 알렉세예프 총독은 두 사람의 독대를 위해 전략회의가 시작되기 전 미리 자리를 빠져 나왔다. 회의장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다시 총사령관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당. 알렉세예프 총독은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큰 덩치를 털썩하는 소리가 나도록 주저앉으며 욕설이 터져 나왔다.

“빌어먹을 포츠머스종전협상에서 세르게이 비테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런 고생은 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야.”

리네비치 대장이 앞자리에 마주앉으며 물었다.

“전임 총리대신 비테 말입니까?”

“그렇다네.”

“종전협상에서 비테총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우리 러시아제국에 총리제도가 없다가 국정이 혼란해지자 차르가 국정을 총괄할 총리를 신설한 것은 알고 있을 것이네.”

“그래서 초대 총리로 차르의 신임이 두터운 비테각하가 선임된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그 비테가 총리가 되기 전 차르의 전권을 위임받아 일본과의 정전협상대표가 되었던 것이 문제였네.”

이렇게 말을 한 알렉세예프는 시가를 잘라 불을 붙여 깊게 한 모금 빨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후!~ 비테는 이 일본과의 종전협상을 자신의 정치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로 삼고는 일본에 항복만을 요구하며 엄청난 압박을 가했었네. 하지만 항복을 하면 나라가 흔들린다는 것이 빤한 일본에게 항복은 절대 들어줄 수 없는 요구라 종전협상이 끝내 결렬되고 말았네. 

여기까지 말한 총독이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빨았다.

후!~ 결국 비테는 귀국 후 총리가 되었지만 종전협상 결렬의 책임문제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것이네. 그러니 지금부터 벌어지는 전투는 비테의 정치적인 욕심을 우리 극동군이 뒤치다꺼리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분명할 것이야.”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알렉세예프 총독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내가 한 말은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되네. 자칫 군의 사기에 치명적일수가 있어.”

“하지만 지난 종전협상의 실패가 이번에 벌어질 전투와 연결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비테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좋네.”

“각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 5월에 들어서자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양국은 노골적으로 새로운 전투준비가 진행되었다. 

일본과 러시아가 이렇게 대결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 대한제국도 차곡차곡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러·일 양국의 만주결전과 때를 맞춰 한반도전역은 모든 것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만 한성은 각국외교관들이 주재하고 있는 탓에 군사행동은 되도록 자제하자는 분위기라 다른 지역과 달리 아주 차분했다.

하지만 총리부와 경운궁만은 어쩔 수없이 분주했다. 5월 초가 되자 각종 군사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어전회의가 황궁에서 자주 열렸다.

이날도 내각의 모든 대신들은 물론 감사원장 최익현까지 참석한 어전회의가 경운궁석조전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대회의실은 석조전에 본래 없던 구조였다. 

하지만 황제가 거주하고 있는 중명전의 접견실은 실내가 좁아서 어전회의를 할 때마다 민영환이 뭔가를 들고 오는 것 차 불편했다. 그러던 중 석조전의 구조를 변경하여 접견실을 크게 확장시켰다. 

이 석조전의 접견실은 내각대신들이 모두 참석하는 확대어전회의가 열려도 충분한 정도로 넓혀졌으며 명칭도 대회의실로 변경되었다.

오늘어전회의에서는 미르부대 기무대장출신의 오창권 중앙정보부장이 중정요원들이 입수한 만주지역에서 대치하고 있는 양국군움직임과 일본열도의 상황과 서양제국에 대한 동향보고가 있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동향보고였기에 보고는 상당한 시간동안 계속되었으며 모든 보고가 끝이 나자 박충식이 결론을 맺듯 질문했다.

“중정에서의 판단으로는 5월 하순 양군이 격돌한다는 것인가?”

“만주의 현지사정과 일본대본영의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그때가 개전 시기로 추정됩니다.”

박충식이 국방대신 김종석에게 지시했다.

“국방상, 지금까지 병력확충에 대해 폐하께 종합해서 보고 드렸으면 하네.”

“예, 전하.”

대답을 마친 김종석이 손짓을 하자 미리 준비된 자료가 황제를 비롯한 참석자들에게 배포되었다. 

자료배포가 끝나는 것을 기다렸던 국방대신 김종석이 설명을 시작했다.

“지난 11월부터 실시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징병은 초기 자원입대자들이 너무 많아 입영대상자들의 입대시기를 조절할 정도로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신군의 간부교육과 대한제국군의 간부화작업 또한 징병과 더불어 아주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자료에 보시는 데로 큰 성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국방성에서 배포한 자료에는 위관과 하사관으로 승진시킨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거기에 기존대한제국군 간부들은 이번에 설립된 국방대학원에 순환 입교시켜 고급군사지식을 습득하도록 하면서 간부들의 지휘능력을 향상시킨 것도 보고되었다. 

특히 국방대학원교육은 그동안 색출하지 못한 친일장교들을 솎아 낼 수 있는 기회로도 활용되면서 대한제국군간부들의 충성심은 물론 개인의 역량강화에 큰 기여를 했다.

물론 모든 간부교육은 혹독한 훈련을 수반하고 있었기에 개개인들에게는 간부교육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교육은 대한제국군 출신 간부들과 신군 출신 간부들에게 충성심은 물론이고 동료의식을 배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전투력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 이러한 노력으로 대한제국군간부들 역량은 단기간에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에 우리 군은 이번 북진을 반드시 성공시켜 우리제국의 강역을 만주 끝까지 넓히는 목표를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만만한 보고가 끝나자 황제가 국방상 김종석을 치하했다.

“훌륭하오. 불과 6개월 동안 대한제국의 도약을 위한 반석을 마련한 일에 대해 짐은 국방대신의 노고에 치하를 보내는 바요.”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이날의 회의에는 많은 안건들이 상정되었으나 대부분은 만주결전을 위한 군에 대한 지원이었다,

이날 경운궁석조전대회의실에게 개최된 어전회의는 곧 있을 북진을 위한 준비를 점검하느라 밤이 늦도록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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