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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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시험비행 하는 비행선을 겁도 없이 시승하겠다고?”

“공군대신님께서도 시승하실 것 아니십니까?”

“시승은 아니고 내가 직접 시운전할 것이야.”

“그렇다면 더욱 걱정 없이 시승해야겠습니다.”

“하하! 그런가?”

정병일 소장도 동승하겠다고 나섰다.

“저도 빼놓지 마십시오.”

“정 소장께서도 시승하시려고?”

“연구소장으로 당연한 일 아닙니까?” 

차준혁이 추임새를 넣었다.

“맞습니다. 힘든 일을 우리가 솔선 해야지요.”

장병일이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뜬금없이 농담을 하며 앞장섰다.

“좋아. 모두 함께 갑시다.~”

장병일이 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최경석과 차준혁이 웃으며 따라갔다. 

긴장을 한 것은 차준혁도 마찬가지였지만 실제로 가장 긴장한 사람은 공군대신 최경석이었다. 비행선의 최초 시험비행을 위해 많은 조종사들이 자원했으나 최경석은 혹시 발생할 안전사고를 우려해 다른 자원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본인이 먼저 비행선조종간을 잡았다. 

그리고 다른 비행선 2척도 자신이 직접 조종사를 지정 선발해 조종간을 잡게 했다. 비행선은 철저한 설계 및 제작검수와 함께 가스누출검사까지 거쳐 안전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대한제국에서 비행선조종은 누구도 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더구나 공군조종사들 전부가 회전날틀만 조종해본 경험이 있을 뿐이어서 지난 몇 개월 동안 전투기 조종경험이 있는 최경석은 선발된 비행선조종사들에게 조종교육까지 직접 실시해야할 정도로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최초비행을 최경석이 직접 나선 것이라서 긴장감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차준혁이 봐도 최경석의 안색에서 긴장감이 역력한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많이 긴장되십니까?”

최경석이 부인하지 않았다.

“이 비행선에 우리 공군의 미래는 물론 대한제국군의 발전이 걸려있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지 않는 다면 거짓말이겠지.”

세 사람이 비행선에 도착했으나 아직 최종점검을 마치지 않아서 비행준비가 완비되지 않았다. 

잠시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차준혁이 질문했다.

“비행선이 당장 잘못 되어도 공군의 위상에 큰 문제가 있겠습니까?”

최경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아직 시간이 조금 있으니 자네는 모르고 있는 우리가 살았던 이전시대 군대이야기 한 번 들어볼 텐가?”

“듣고 싶습니다.”

“이전시대 우리 한국군은 지상군에 의해 거의 모든 군 정책이 결정되어 왔었네. 이러한 지상군우월주의는 한국전쟁의 영향도 컸지만 멀게는 일본제국군대의 영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네.”

“일본제국군이 우리국군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하지.”

그러면서 최경석의 설명은 시작되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이 된 후 이승만정권이 들어오면서 최초로 국군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일본과 싸웠던 광복군 출신이 아니라 아쉽게도 대부분이 일본군출신들이었다. 그랬기에 초기 국군지휘관들은 일본 육사와 만주육사출신들이 대부분이었다.

거기다 일본군에서 장교보다 진급하기 훨씬 더 어렵다고 일컬어지던 오장(하사), 군조(중사), 오조(상사), 등 일본군하사관출신들이 대거 국군에 들어오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들 일본군하사관출신들은 일본군대에서 그 자신들이 당했고 또 그 자신들이 당했던 극심한 구타를 새로운 한국군대에 일상화시켜 버렸다. 

이들은 후임들을 인간이하로 비하했고 개인보다는 집단을 중시하는 방식을 비롯해 병사들의 인격을 아예 말살하는 방식 등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최악의 방식으로 부대를 이끌어 나갔다. 

본래 대화보다 폭력이 일을 풀기가 쉽듯이 이들의 이런 방식은 고스란히 한국군의 군사문화로 정착되어 폭력을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구타가 횡횡하고 인격모독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일본군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 대한민국국군은 수십 년 가까운 세월을 공을 들여야 했지만 아직까지도 완전히 일소되지 않았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육군과 해군이 극단적으로 대립해서 모든 것을 별도로 운용될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2차 대전 당시 육군항공대가 해군항공대에 불시착하면 해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연료공급밖에 없을 정도로 나사하나까지 서로 호환하려고 하지 않았다. 

병사들의 개인화기도 육군과 해군이 각각 별도로 생산했으며 총탄조차 공유를 안 할 정도로 사실상 별개의 군대나 다름없었다.

이런 일본의 전통은 그대로 한국군에 계승되어 지상군우월의식이 극심하게 팽배했고 이는 곧 해군과 공군의 실질성장에 있어 최대걸림돌이 되었다.

그나마 통일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지상군의 대대적인 감축이 진행되고 넓어진 영토방위를 위해 해군과 공군력 증강이 필연적으로 수반되었기에 어느 정도 육군의 독주를 막을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해군과 공군의 대폭적인 전력증강은 요원한 일이었다.

최경석의 긴 설명을 듣는 동안 차준혁은 처음 듣는 말이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했다. 이윽고 설명이 끝나자 차준혁에게서 저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건군초기 그런 최악의 경우가 있었군요.”

“다행히 이번에 이곳에 온 지상병력인 미르부대는 해병대이고 특전부대도 비록 육군출신이기는 하나 북한군출신이라 이전에 팽배했던 지상군우월의식을 거의 없는 것이 앞으로 대한제국군을 균형적으로 키워나가는데 있어서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야.”

“그래도 군 전력은 지상군이 우선 아닙니까?”

“당연한 일이지. 그러기 때문에 처음 출발할 때부터 각 군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앞으로 당연히 육군으로 쏠리게 될 추를 어느 정도는 제어할 수 있을 것이야. 이렇게 하는 것이 앞으로 대한제국군의 균형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아! 그런 생각을 하셨기 때문에 조금 전 비행선 시험비행이 꼭 성공을 거둬야 하는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셨군요.”

“첫 작품부터 실패한다면 면목이 서지 않잖아. 더구나 육군에서도 이 비행선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많은데 당연히 긴장되지.”

그때 정비사복장을 한 기술자가 달려와 최경석에게 보고했다.

“공군대신님 운항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알겠네. 차비서관 장 소장, 두 사람 이제 탑승합시다.”

비행선은 이층구조로 일층은 화물칸으로 되어 있었으며 이층은 조종실과 객실로 나뉘어있었다. 

“이야! 안이 생각보다 넓습니다.”

차준혁이 감탄 할 정도로 조종석 앞에 있는 객실은 십여 명은 충분히 탑승할 정도였고 시험비행인 탓에 의자 등이 마련되지 않은 빈 공간 그대로여서 인지 훨씬 넓어 보였다.

“자 우리들은 조종실로 들어갑시다.”

최경석이 조종실문을 열고 들어서자 조종실에는 두 명의 조종사와 사무장이 대기하고 있다가 곧바로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어서 오십시오.”

“비행준비는 다되었나?”

“예, 모든 점검을 마쳤습니다.”

“그럼 이륙준비를 시작하자. 장 소장과 차 비서관은 조종석뒤편자리에 앉아서 이륙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조종실도 생각보다 넓은 편이었다. 전면에 기장과 부기장이 앉는 조종석이 있었고 그 뒤편으로 귀빈을 위한 세 개의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비행선사무장의 자리가 조종석과는 별도로 자리 잡고 있었다.

차준혁과 장병일이 사무장의 안내로 뒷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자 조종석에 앉은 최경석은 옆 좌석에 앉은 본래 비행선기장인 강운형 대위에게 지시했다.

“강 대위 이륙을 시작하자.”

“알겠습니다. 먼저 시동을 켜겠습니다.”

대답한 강운형 대위는 곧 4대의 엔진시동을 켜고는 이륙순서에 맞춰 기기들을 점검했다.

“엔진작동 이상 없고 기기 모두 정상입니다.”

강 대위의 보고를 받은 최경석은 바로 관제탑과 교신했다.

“관제탑, 웅비1호 이륙하겠다.”

공군이 만든 비행선은 모두 웅비(雄飛)호로 명명되었고 제작순서에 따라 연번호가 부여되었다.

그러자 바로 관제탑에서 답신이 들어왔다.

“알겠습니다. 기체를 개방하겠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관제탑은 곧바로 지상의 정비사에게 웅비1호의 기체개방을 지시하자 사방에서 줄로 비행선을 지탱하고 있던 연결고리가 정비사들에 의해서 풀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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