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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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바로 관제탑의 다음 지시가 떨어졌다.

“비행선 기체개방완료. 웅비1호 이륙해도 좋습니다.”

“알았다. 웅비1호 이륙한다. 관제를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최경석은 관제탑과 교신을 마치고 나서 엔진을 아래로 향하게 위치를 조정하고는 조종간을 살짝 들어 올리면서 엔진출력을 서서히 높였다.

최경석의 부드러운 조정은 웅비1호 기체를 가뿐하게 들어주었다. 기체가 들린 것을 계기판으로 확인한 최경석은 엔진의 출력을 서서히 높이기 시작했고 기체는 그에 맞춰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70미터 크기의 비행선기체가 떠오르는 장면은 대단한 장관을 연출했다. 

활주로에 나와 구경 하던 국방과학연구소직원들 떠오르는 웅비1호를 보고 저마다 환호하며 한마디씩 했다.

“와!~~~ 떠올랐다.”

“대단하다. 저렇게 큰 물체가 하늘로 떠오르다니 정말 대단해.”

“이야!~ 잘 날아오른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환호를 받으며 하늘로 떠오른 웅비1호는 1,000미터 높이인 3,280피트 상공까지 쉽게 수직상승했다. 

최경석은 비행선의 장점인 회전날틀의 호버링(정지비행)같이 동체를 바로 목표상공에 정지시켰다.

“관제탑, 웅비1호다. 1차 목표고도에 도달했으니 2호와 3호도 이륙지시를 내리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최경석의 지시를 받은 관제탑은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웅비2호와 3호의 이륙을 허가했다. 그러자 웅비1호와 같이 2호와 3호도 같은 방식으로 가뿐히 이륙에 성공했고 그 사이 웅비1호는 고도를 더욱 높여 6,500피트 상공까지 기체를 상승시켰다. 

관제탑을 통해 2호와 3호가 무사히 이륙한 것을 확인한 최경석이 교신을 시도했다.

“웅비2호 나와라. 여기는 1호다.”

“웅비2호 기장. 홍선영입니다.”

홍선영은 회전날틀의 몇 명 되지 않은 여군조종사로로 이번에 비행선조종사로 자원한 여걸이었다.

“고도는 얼마인가?”

“3,300피트입니다.”

“기체 상태는 어떤가?” 

“모든 기기 정상작동 중이며 지금까지 이륙은 최상입니다.”

“잘했다. 계획대로 2호기는 부산방면을 왕복하면서 기체 상태를 최종 점검하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최경석은 그러면서 성질 급한 것으로 소문난 홍선영 대위에게 주의를 주었다.

“홍 대위, 비행선의 상태를 계속 점검해야 하니 아직은 대한해협을 넘으면 안 돼. 알았지?”

“알았습니다.”

“그래. 앞으로 많이 넘어 다녀야 하니 앞으로 열흘간은 다른 생각하지 말고 비행선기체점검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라고.”

최경석이 일부러 자신에게 거듭해서 주의를 주자 홍선영 대위의 대답이 약간 퉁명스러워졌다.

“예. 알겠습니다.”

2호와의 교신을 끝내는 최경석을 보고 부기장석의 강운형 대위가 웃었다.

“홍 대위 입이 댓 발 나왔겠습니다.”

최경석도 따라 웃으며 대꾸했다.

“홍 대위 성격에 당연히 그러고도 남았을 거야. 그래도 어쩌겠어. 이렇게 지적해 주지 않으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분명 대한해협을 넘어가 일본을 둘러보려고 할 텐데.”

“하긴 그 급한 성격이 어디 가겠습니까?”

그때 사나운 여인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통해 터져 나왔다.

“두 분 계속 제 욕하실 거예요?”

홍선영 대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리자 두 사람은 그제야 이번에 제작된 비행선의 무선이 모두 공용주파수로 통일 되어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순간 당황해 했고 강운형 대위가 서둘러 홍선영 대위에게 사과했다.

“홍 대위 미안해.”

“강 선배, 내 성격이 어떻다고 그렇게 지적을 하세요?”

“아니, 나는 그냥 조금 홍 대위 성격이 활달하다고 대신님께 말씀드렸을 뿐이야.”

두 사람은 항공대에서는 공식적인 연인으로 소문난 사이였다.

“흥! 왜?~ 아예 성격이 지랄 맞다 하지 그래요.”

강운형이 능글맞게 대답했다.

“그럴 수야 있나.~”

“뭐예요?”

강운형의 능글맞은 반응에 홍선영 대위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려고 할 때 이어폰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 사랑싸움은 내려가서해. 오늘 공식비행 첫날이야.”

이렇게 끼어든 사람은 웅비3호 기장 신기철 대위였다. 강운형 대위는 자신보다 한해 선배인 신기철 대위에게 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사과는 나한테 할 게 아니라 옆에 계신 대신님께 드려야지. 두 사람 사랑싸움을 어디 홀아비들이 눈꼴시어서 듣고 있겠어?”

그러자 최경석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

“하하 사과는 됐고. 3호기는 상태가 어떤가?”

“예. 대신님. 모든 게 아주 좋습니다.”

“그럼 3호기는 계획대로 경흥까지 조심해서 올라갔다 오도록 해라.”

“기체 상태를 봐서 국경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올라가 보면 안 되겠습니까?”

“오늘은 일단 기체점검에 중점을 두자고. 앞으로 수없이 넘어가야 할 곳을 기체점검도 완벽하게 마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성급하게 갔다 올 필요는 없잖아?”

“알겠습니다. 그럼 웅비3호, 북동방향으로 선회하겠습니다.”

이어서 홍선영 대위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웅비2호, 남동방향으로 항진하겠습니다.”

“모두들 수고하도록 해. 나도 지금부터 북진하겠다.”

해주상공에 머물던 3척의 비행선은 교신을 마치고는 각자 자신들이 운항하려는 세 방향으로 분산되어 날아갔다.

시간이 지나자 웅비1호는 어느덧 평양상공에 접어들었다. 시험비행인 탓에 비행선이 고도를 높이거나 낮추고 또 엔진속도도 수차례나 조정해가면서 비행했기에 해주에서 평양까지 비행시간이 한 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제법 걸렸다.

평양을 지나자 웅비1호는 본격적으로 정속비행을 시작했다. 그러자 최경석은 뒤에서 대기하던 부기장에게 자신의 조종간을 넘겨주고는 차준혁, 장병일과 함께 비행선사무장의 안내로 비행중인 비행선을 점검 차 둘러보기 시작했다.

차준혁이 조종실을 나서며 장병일 소장과 탑승느낌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소장님, 소음이 정말 적게 들리지 않습니까?”

“그러게 말이다. 소음이 너무 없어 이건 밖을 내다보지 않으면 비행선이 정지해있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야.” 

“소음도 없이 이 정도 정숙하다면 장거리비행을 해도 피곤함이 크게 줄어들겠습니다.”

최경석이 두 사람대화에 끼어들었다.

“1900년부터 독일에서 만들고 있는 체펠린비행선도 정숙함은 최고라고 하더군.”

장병일이 웃으며 최경석의 말을 받았다.

“하하! 체펠린백작이 우리 비행선을 보면 놀라서 뒤집어지지 않겠습니까?”

최경석도 미소를 입가에 걸고 대답했다.

“지금 우리가 설계한 비행선경식구조가 앞으로 이십 년 후에나 등장하는 방식이니 비행선의 선구자라고도 할 수 있는 체펠린백작으로서는 충분히 놀라고도 남을 것이야.”

“아마도 우리가 이와 같은 비행선을 제작했다는 것을 체펠린백작이 알게 된다면 견학을 올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

“그렇게 된다면 독일에 기술전수를 해주실 겁니까?”

“물론이라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지금 우리나라 근대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독일 아닌가. 당연히 제작기술을 넘겨줘야지.”

차준혁이 최경석에게 질문했다.

“헬륨가스도 같이 넘겨줄 것입니까?”

“당연히 그래야하지 않겠어.”

“무상으로 말입니까?”

차준혁의 거듭되는 질문에 최경석이 웃었다.

“하하! 무슨 소리, 당연히 전부 유상이어야지. 우리가 지금 수많은 공작기계 도입과 제철소건설대금으로 얼마나 많은 국고를 독일에 쏟아 붇고 있는데 예산절감에 위해서라도 반드시 모든 것을 유상으로 전수해줄 생각이네.”

“설계기술전수보다 헬륨가스판매에 더 많은 수익을 볼 수 있겠습니다.”

“당분간 원유에서 헬륨을 추출해 내는 기술을 우리가 독점할 테니 아마 그렇게 될 공산이 크다고 봐야겠지.”

이 세 사람이 주고받은 말대로 만주에서의 전쟁이 끝난 후 대한제국에서 최신예비행선을 제작했다는 소문을 듣고는 체펠린백작이 급거 내한한다. 

내한한 체펠린백작은 차준혁과 최경석의 예상대로 비행선설계기술과 함께 불연성가스인 헬륨가스를 도입해 간다. 이렇게 대한제국제작기술을 도입해간 독일은 이후 수많은 비행선을 제작하게 된다.

이전의 수소가스와 달리 폭발하지 않는 헬륨가스를 사용하며 안정성을 크게 높인 체펠린비행선은 독일군사력증강은 물론 여객과 화물운송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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