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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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혁이 창밖에 깔려있는 운해(雲海)를 잠시 바라보다 최경석을 돌아보며 질문했다.

“공군대신님, 이 비행선이 백두산을 넘을 수 있습니까?”

“당연하지. 비행선의 장점이 부력 아닌가. 백두산정도의 높이는 쉽게 넘을 수 있다네.”

비행선제작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장병일 소장도 질문공세에 가세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러·일 양국이 대공사격을 시도하지 않겠습니까?”

“아마 그렇게 될 것으로 봐야할 걸세. 그들이 보유한 기관총을 잘 운용하면 될 테니 말일세.”

“웅비호가 적의 대공사격에 제대로 맞서려면 1,500미터 이상의 상공에서의 작전수행능력을 갖춰야 할 텐데 그 고도에서 지상 촬영을 할 장비는 별도로 준비되어 있습니까?”

“아쉽게도 현재는 따로 준비해 놓은 촬영 장비는 없다네.”

“그렇다면 비행선의 장점인 정찰에 문제가 되는 것 아닙니까?”

“지금 우리가 보유한 수리온 회전날틀에는 촬영장비가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네. 우리 공군에서는 우선 급한 대로 이 회전날틀에 탑재된 영상장비를 비행선에 옮겨 장착할 계획이야. 그래서 이번에 시험비행하고 있는 3척의 비행선에도 이 영상장비를 장착되어 있고.”

“아! 그렇습니까?”

“앞으로는 추가 되겠으나 이번 전쟁에서는 아쉽지만 3대의 영상장비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

“전투를 벌어질 사할린과 봉천 등 만주지형이 대부분 평지라 3대라고 해도 충분히 훌륭한 활약을 보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공군도 그렇게 예상하고 비행선제작을 최대한 서둘렀던 것이니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어.”

최경석의 설명대로 공군은 그동안 한반도에서 직접 만주일대를 정찰하고 폭격할 수 있는 장거리비행이 가능한 비행선제작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비행선제작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가스를 저장하는 특수천의 제작이었다. 대한제국에서는 이 정도 넓이의 천을 제작할 기술력이 당장은 전무한 상태라 처음에는 비행선제작경험이 있는 독일에서 아주 고가로 수입해야만했다.

다행한 것은 그 사이 서한만안주유전에서 원유가 생산되기 시작하여 화학연구소 연구원들의 노력으로 합성고무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 비행선의 밀식유지에 결정적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3척을 동시에 제작할 수 있었고 또 계속해서 분기별로 3척의 비행선생산계획도 가능했던 것이다.

최경석은 두 사람과 대화중에도 비행선점검을 계속했고 1층에 있는 화물칸도 꼼꼼히 확인 했다.

그렇게 점검하는 도중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비행선내부에 부착된 확성기로 강운형 대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있으면 신의주 상공에 도착합니다.”

최경석이 방송을 듣고는 몸을 돌렸다.

“자! 이제 점검도 대충 마친 것 같으니 조종실로 올라가세.”

세 사람이 조종실로 들어서자 부조종사는 바로 일어나 자리를 비워줬고 다시 조종석에 앉는 최경석에게 강운형 대위가 보고했다.

“대신님. 전방에 보이는 강이 압록강입니다.”

비행선조종실은 비행기와 달리 사방이 거의 발밑까지 확 트인 구조로 되어 있어서 지상의 상황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기체를 1만 피트로 상승시기도록 하게.”

최경석이 지시하자 강운형은 바로 기체를 상승시켰다. 

“1만 피트입니다.”

“사무장, 촬영 장비를 구현하게.”

최경석의 지시가 있자 조종석 뒤에 있던 사무장이 능숙하게 촬영기기를 작동했다. 그러자 조종실 아래 부분이 열리더니 안에 들어있던 촬영장비가 외부로 노출되었다.

사무장이 보고했다.

“준비되었습니다.”

“장비이상은?”

잠시 촬영장비 상태를 점검한 사무장이 바로 보고했다.

“이상 없습니다.”

“그럼 압록강 건너 안동지역을 촬영하라. 특히 강변의 일본군배치상황을 최대한 확대해서 촬영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조종실에는 영상장비로 촬영된 장면을 실시간 방영될 수 있는 모니터가 조종석전면과 귀빈석 앞에 설치되어있었다. 최경석의 지시를 받은 웅비1호사무장 박용철중사가 영상장비를 구동하자 촬영되는 장면이 그대로 화면에 비춰졌다. 

“음!~”

장병일 연구소장은 압록강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견고하게 구축된 일본군방어진지와 주변 상황을 둘러보자 저절로 신음소리가 났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만주안동은 일본군이 압록강 변에 지어져 있던 주택 등 건축물을 모조리 헐어내어 1km이상이 완전개활지로 변해 있었고 그 개활지에는 철조망과 같은 방어물들이 빼꼭하게 깔려 있었다.

“여기서 내려다보니 일본군이 압록강 변을 따라 상당히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해 둔 것이 한 눈에 보이는 구나.”

차준혁도 화면에 나오는 일본군방어선을 바라보면서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거들었다.

“저 정도로 일본군이 견고한 방어선이 구축되어 있으면 아군이 압록강을 넘을 때 대비책을 강구해 놓지 않는다면 상당한 곤욕을 치루겠습니다.”

“그렇겠어. 안동에 주둔해 있는 일본후방군이 그동안 놀고 있던 것은 아니었어.”

그때 최경석 장군이 별 걱정 없는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정면에서 접근하면 방어선을 돌파하기 힘들겠지만 먼저 폭격을 퍼붓고 나서 공격한다면 저 정도 방어선은 돌파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야.”

화학이 전공인 장병일은 물론 차준혁도 공군전략에 대해 큰 지식이 없었다. 그래서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설명을 해달라며 최경석을 바라보자 그는 마치 뒤에 눈이 있는 듯 바로 알아채고는 일본군방어선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저 방어선을 자세히 살펴보면 압록강 너머에서의 포격을 예상해서 구축해 놓은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지. 러시아와 일본의 지상포는 대부분 최대사거리가 5km가 넘지 않기 때문에 일본군은 우리의 야포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 예상하고 저렇게 강변과 일정한 거리를 띄워놓고 방어선을 구축한 것이라네.”

차준혁이 의아해하며 질문했다.

“거리를 띄워 놓은 것이 어떻게 공중폭격을 쉽게 합니까?”

“하하! 그게 아니고 잘 보게. 만일 한반도에서 병력을 기동하여 압록강을 도강한다면 도강한 부대는 당연히 새로 포대를 설치해야 하네. 그런데 일본의 방어선의 위치가 아주 절묘해서 도강한 부대가 포대를 설치하기 어려운 위치를 점유하고 있어.”

차준혁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아!~ 일본군포진지가 그런 거리를 감안해 설치되었군요.”

“그렇지, 물론 도강 후 무리해서 포대를 설치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일본군방어선 뒤에 포진하고 있는 일본군포대에 그대로 노출되어 버리니 제대로 포 한 번 쏘지도 못하고 적의 대 포병포격에 박살나 버릴 것은 뻔 한일이겠지. 그렇다고 지반이 약한 모래사장에 포대를 설치할 수는 없고 말이야.”

“예, 그렇겠습니다.” 

“하지만 아군이 보유한 자주포는 40km의 사거리를 갖고 있으니 저런 방어선은 완전히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지 않겠어?”

최경석이 이렇게까지 설명하자 차준혁은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아!~ 그렇기 때문에 일본군방어진지가 자신들의 척도로 지어졌기 때문에 외견상으로 보기보다 우리의 장거리포격에는 힘을 전혀 쓰지 못하게 지어졌다는 말씀이군요.”

“바로 맞혔어. 저 방어진지는 그 지형적 위치나 철조망, 그리고 여러 방어물을 혼합 구축한 방식이라 전방에서 보병이 돌파하기에는 아주 어렵게 되어있지. 하지만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야. 일본군은 자신들의 포대가 확실한 방어선을 확보했다는 생각에 포격에 대비한 진지구축을 별로하지 않고 있어서 우리의 장거리포격이나 공중폭격에는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네.”

최경석의 설명이 있자 장병일도 그제야 방어선을 보며 부족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군요. 말씀하신 걸 듣고 다시 보니 일본군방어선이 포격에 대비한 토치카(기관총 등을 보호하기 위해 철근과 콘크리트로 전방 총구를 제외하고 사방이 뒤덮이도록 만들어진 구조물)같은 구조물이 구축되어 있지 않는 게 확인됩니다.”

“그렇지. 이제야 두 사람 눈에 저 방어선의 약점이 들어오는 가보군. 저렇게 극단적인 전방 지향적 방어선정도는 일본군에게서 노획한 시모세화약 정도의 인화성포탄으로 공중폭격을 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네. 거기에 네이팜탄으로 폭격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더 좋아질 것이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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