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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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군이 이렇게 정면격돌하고 있는 전장을 웅비비행선이 교대로 비행하면서 전황을 빠트리지 않고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 웅비비행선에 오늘은 국방대신 김종석과 육군대신 강병철 그리고 해군대신을 겸직하고 있는 총참모장 송의식이 전투를 직접 보기 위해 함께 승선해 있었다.  

해군출신 송의식 참모장은 양군이 격돌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정말 대단하군요.”

강골의 강명철도 만세돌격을 직접보고 그 기세가 대단한 것을 보자 걱정을 토로했다. 

“일본군만세돌격이 듣던 대로 정말 대단합니다. 이건 목숨은 아예 도외시하고 달려드니 전투경험이 별로 없는 우리 애들이 전장에서 저런 돌격과 직접 마주치면 냉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겠습니다.”

김종석 국방대신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고 강명철은 한걱정이었다.

“뭔가 별도의 대책이 강구되어야겠어. 무모하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죽자고 덤벼들게 되면 까딱하다가 기세에서 밀려 버리고 말겠어.”

강명철의 걱정대로 일본군의 만세돌격을 위에서 내려다봐도 기세가 대단했지만 그런 일본군과 정면으로 격돌하고 있는 러시아군의 기세 또한 대단했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훈련만 죽어라고 받아 온 대한제국군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훈련이 실전처럼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훈련은 훈련이었다. 대한제국지휘관들이 무거운 안색으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지상의 양군 격돌은 점점 더 격렬하게 전개되었다. 

양군의 격돌은 날이 어두워지면서 잠시 끝을 맺었고 대한제국 지휘관들도 그때까지 전황을 살펴보다 돌아갔다.

며칠 동안 러시아군의 격렬한 공세에 밀리기 시작했던 일본군은 기병대를 앞세운 죽음을 불사한 만세돌격으로 점차 승세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며칠의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러시아군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패퇴하기 시작했고 일본군은 아예 결판을 내기 위해 패주하는 러시아군을 뒤쫓으며 공세를 절대 늦추지 않았다.

평양에 설치된 대한제국지휘본부로 이러한 상황이 속속 보고되었다.

“러시아군이 드디어 패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총참모장의 보고를 받은 박충식에게서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는 대답이 나왔다. 

“음! 역시 일본군의 기세를 견디지 못했군. 러시아군이 하얼빈으로 퇴로를 잡고 있는가?”

“아닙니다. 하얼빈 방향이 아닌 길림 방면으로 병력을 빼고 있습니다.”

예상 밖의 퇴각에 박충식이 다시 확인했다.

“길림? 하얼빈이 아니고?”

“그렇습니다.”

옆에 있던 국방대신 김종석이 나섰다.

“길림으로 퇴로를 잡고 있는 것을 보니 러시아가 만주를 포기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주를 포기한다면 이번 대결전에서 병력손실이 아주 커서 병력을 연해주로 철수를 시키겠다는 것이로군.”

“그렇게 보입니다.”

“송 참모장, 일본군의 상황은 파악되었나?”

“병력을 전개시키는 것으로 봐서 끝까지 추적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충식이 김종석과 강명철을 차례로 바라봤다.

“우리가 전투에 참전하는 시기를 언제로 잡으면 좋겠나?”

김종석이 나섰다.

“만일 지금예상대로 러시아가 연해주로 패주하고 일본군이 그 뒤를 따라 계속 추격을 한다면 양군이 연해주근방까지 진군을 한 시점이 참전시기로 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강명철도 즉각 동의 했다.

“육군의 생각도 동일합니다.”

그러면서 강명철이 작전지도를 보고 설명했다.

“지금 러시아군이 움직이는 것으로 봐서 그들의 퇴로는 이곳 길림을 지나 돈화와 연길을 거쳐 연해주로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오소리강을 넘지 않고 흥개호(興凱湖)와 두만강 사이를 지나가게 되겠군.”

국방대신 김종석이 나섰다.

“그렇습니다. 오히려 그게 우리에게는 병력을 기동하기가 훨씬 유리합니다.”

김종석도 작전지도를 보며 빠르게 설명했다.

“우리는 일본군과 러시아군이 서로 상당한 병력피해를 본 후 봉천과 하얼빈에서 다시 대치국면으로 돌입할 것을 예상하고 작전을 수립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본군이 이번기회에 끝장을 보려고 러시아군을 끝까지 추적해 연해주까지 병력을 기동하는 것은 오히려 아군에게 훨씬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김종석이 지도로 요동반도를 가리켰다.

“이 요동반도와 연해주까지는 보급로가 아주 길고 중간에 엄청나게 험한 지형이 가로막혀 있어서 직접적인 보급은 불가능합니다. 일본군보급은 분명 봉천까지 기차로 물자수송을 한 후 다시 우마를 이용해 만주를 가로 지르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길어진 보급선으로 보급이 아주 어려워 질것입니다.”

박충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일본군이 너무 무모한 진격을 하고 있어.”

“주변의 군대가 러시아와 자신들 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이런 무모한 추격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일본은 이 기회에 연해주까지 점령해 버린다면 보급문제는 물론이고 러시아를 아시아에서 몰아내는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지난번 동해해전에서 도주하다 연합함대에 피격되어 좌초해있는 1척의 전투함뿐이 없어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는 점도 저들이 러시아군을 끝까지 추격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송의식이 김종석의 분석에 적극 동의했다.

“국방대신님의 분석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말씀입니다. 일본으로서는 분명 이 기회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을 것입니다.”

“하긴 러시아군이 연해주로 물러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얼마 남지 않은 병력으로 만주를 지켜낼 수 없다는 것도 일본군지휘부가 생각하고 있겠지.”

그렇게 말하며 박충식이 송의식을 불렀다.

“송 참모장. 러·일 양군의 남아 있는 병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가?”

“러시아군과 일본군은 이번 열흘간의 결전에서 절반 이상의 병력이 손실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춘에서 연길까지 오면 양군 병력이 각각 오만도 남지 않겠군.”

“러시아군도 퇴각하면서 계속 응전을 하고 있어서 이 상태로 연길까지 전투가 계속 진행된다면 양군은 훨씬 더 적은 병력만 남게 될 것입니다.”

박충식이 연길일대를 지도로 가리켰다.

“양군이 이곳까지 오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나?”

“지금 교전을 벌이며 이동하는 속도로 봐서는 적어도 한 달 정도는 걸려야 연길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쿵!

박충식이 탁자를 내려쳤다.

“그래. 잘 되었다. 그 정도면 충분해. 이번이 우리 대한제국으로서는 다시없을 절호의 기회야.”

“바로 보셨습니다.”

“작전계획을 변경해야겠네.”

“이미 작전계획을 변경 수립해 두었습니다.”

송의식의 바로 이어진 대답에 박충식이 크게 만족해했다.

“신속해서 좋군. 총참모장 지금 즉시 최고지휘관회의를 소집하게. 장소는 이곳 평양이 아닌 신의주로 하세.”

“알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각 군단장들에게 회전날틀을 보내도록 하고.”

“예, 전하.”

박충식이 김종석과 강명철을 돌아봤다.

“우리도 이제 신의주로 이동하세.”

“알겠습니다.”

박충식은 한쪽에서 지휘관들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던 의친왕과 차준혁에게도 동행을 권했다.

“의친왕과 차비서관도 같이 동행하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1906년 7월 31일의 평양은 박충식의 명령으로 대한제국합동지휘부가 신의주로 이동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여름의 긴 하루가 다른 날보다 훨씬 빨리지나갔다.

#북진(北進)

1함대사령관 김성태 제독은 여명과 함께 항공촬영을 하고 있는 웅비2호가 전송해 오는 장면을 모니터로 살펴보고 있었다. 영상에는 여명이 밝았음에도 일본군이 기상하기 전이어선지 여순 항전체가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화면에 비친 여순 항을 바라보다 마라도 함장 민선우 대좌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독님. 항구가 너무 조용합니다.”

민선우의 말을 들으며 화면을 바라보던 김성태가 화면을 보며 의아해했다.

“아직 일본군이 기상시간 전이라 그렇겠지. 그보다 민 함장, 저기 내항의 보게. 러시아와의 전쟁이 막바지이라지만 정박해 있는 배들이 몇 척 되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아.”

“일본본토에서 보낼 수 있는 군수물자를 모두 보내서 그럴 것입니다. 어쨌든 포격을 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외국수송선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오폭부담을 덜 수 있어 다행입니다.”

김성태는 화면 한 곳을 가리키며 감탄했다.

“저 옆의 선박수리소를 보게. 정말 대단해.”

김성태제독이 감탄대로 항구 한구석에 만들어진 선박수리소에는 좌초되었던 러시아전함들이 빼곡하게 견인되어 있었다.

민선우 함장도 그것을 보고는 감탄했다.

“이야! 정말 사진에서 보던 대로 일본군의 집념이 대단하군요. 인양선도 인양장비도 제대로 없이 저 많은 전함들을 어떻게 인양했을지 궁금합니다.”

“전부 인력으로 인양했다고 봐야겠지.”

“인력을 인양했다면 정말 무지하게 고생했겠습니다. 연합함대가 실종되고 난 후 일본이 사력을 다해 함대재건을 하려고 한 것이 표가 납니다.”

“어쨌든 저 전함들의 아직까지 수리가 덜 된 것이 우리로선 다행 아닌가.”

“맞습니다. 힘 하나 안들이고 저 많은 전함을 손에 넣을 수가 있을 테니 우리로선 얼마나 다행입니까? 정말 오폭에 주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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