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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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해군대신께서 포격할 때 조심해 달라고 신신당부하셔서 각 함정에 철저히 지시를 해 두었으니 오폭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래야지요. 저게 다 돈으로 치면 얼마입니까?” 

“하하! 이 사람 갑자기 돈 예기는 왜 하는가? 하긴, 저 전함을 돈으로 사려면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긴 하겠지.”

김성태 제독과 민선우 대좌의 말대로 일본군은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순전히 사람의 힘만으로 러시아함정을 인양했다. 그러기 위해서 수많은 청국인부들을 강제 동원시켰고 인양도중 많은 인부들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악전고투했다.

하지만 인양한 전함은 규모가 대단했다. 

일본군에 의해 인양된 전함은 13,000톤의 팔라다. 12,700톤의 레트비잔. 12,600톤의 퍼레스비트와 배수량 11,000톤의 방호순양함 포르타 등 무려 3척의 전함과 1척의 순양함이었다. 인양된 러시아전함은 노후함정도 있었지만 레트비잔 같이 취역한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최신형 전함도 있어서 개장을 모두 끝마치면 새롭게 함대를 편성해도 될 정도의 막강화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본은 여순 항에 좌초된 러시아함대의 인양과 개장에 사활을 걸고 수많은 인원을 투입한 것은 연합함대의 실종으로 인한 해군력 상실 때문이었다.

여기에 1905년 6월에 벌어진 흑해함대전함 포템킨수병들의 봉기로 러시아군의 해군력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더 이상 함대를 아시아로 파견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일본으로서는 어떻게든 해군력을 부활시켜야 했기에 그동안 외국수송선을 이용해 자신들이 보유한 각종 수리장비를 대거 여순 항으로 가져와 전력을 기울여 인양된 전함들을 수리하는 중이었다. 

“제독님. 여순 항까지 50km남았습니다.”

함교에 있던 관측장교의 보고에 김성태 제독은 즉각 명령을 내렸다.

“현재시간 5시 30분. 공격개시 30분전이다. 지금즉시 전파교란을 실시하고 전 함대는 공격태세를 최종 점검하라.”

잠시 후 전파교란이 실시되었다는 보고를 듣자 김성태는 바로 다음지시를 내렸다.

“마라도는 수리온을 띄워라.”

김성태 제독의 명령이 있자 1함대 전 함정은 곧바로 공격태세 최종점검에 들어갔고 마라도 갑판에서 시동을 걸고 대기하고 있던 10대의 회전날틀이 가뿐히 떠올라 요동반도를 향해 하늘을 가르고 날아갔다.

타! 타! 타! 타! 타!·······

대한제국군은 러시아군이 처음예상을 벗어나 연해주로 후퇴하고 일본군이 이를 추격하고 나서자 신속히 병력을 재배치했다. 

육군은 병력을 재편해 특전군단과 1군단은 신의주에 그대로 두고 평안도만포와 함경도혜산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친위군단과 2·3·5군단을 한반도최북단인 온성방면에 전부 이동시켜 러시아와 일본과의 결전을 대비했다. 

온성방면으로의 병력배치는 병력을 불과 보름 만에 병력을 이동시켜야 하는 엄청난 강행군이었지만 보름간의 강행군에도 낙오되는 병력이 거의 없을 정도로 국군장병들의 사기와 전투력은 최상이었다.

전투 병력의 재배치와 때를 같이하여 개마고원에서 훈련받던 10만의 예비 병력도 전부 신의주방면으로 이동시켰다. 이러한 예비 병력의 신의주이동은 손실되는 병력의 충원은 물론 장춘일대에 엄청나게 쌓여있는 것이 확인된 러·일 양군의 총기류를 획득해 그 자리에서 병력을 신편하기 위해서였다. 

육군의 병력재배치와 함께 대한제국군이 보유한 최고의 무력인 회전날틀도 당연히 재배치되었다. 

회전날틀은 1함대의 여순 공략에 10대, 신의주에 10대, 그리고 남은 20대는 함경북도온성방면에 20대를 배치시켜 결전에 대비하도록 조치했다. 

거기에 압록강진격에 도움을 주기위해 친위군단이 보유한 장비 중 5대의 K-9자주포와 호치키스기관총이 거치된 천마장갑차20대를 특전군단에 별도로 지원해주었다.

여순 전투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던 여순의 후석산은 여순 항과 항만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군사적요충지로 본래 이름보다 203고지로 더 알려져 있었다. 203고지는 여순 전투가 벌어진지 3년이 지났으나 지난 전투의 격렬함을 말해주듯 8월 하순의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거의 헐벗은 상태로 잡풀만 무성한 민둥산상태였다.

러시아군이 이곳에 진지를 구축했던 것처럼 일본군도 이 203고지를 점령한 후 상당히 공을 들여 해안포진지를 구축해 놓고 있었다. 일본군이 구축한 해안포진지는 이상한 일에다 아주 큰 명분을 거는 일본군답게 대륙을 넘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북경방향과 모스크바방향에도 상징적의미로 해안포진지를 각각 구축해 놓았다.   

해안포진지는 함포와 같은 곡사화기를 방어하기 위해 토치카상부에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를 퍼부어서 함포포격에는 거의 난공불락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함에 직사화기가 장착되지 않을 때라 정면공격에 대해서는 거의 무방비나 다름없는 치명적 약점을 지닌 채 구축되어 있었다. 

203고지 해안포수비대장 엔도 소좌는 아침점호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 기상해 있었다. 그러고는 평상시같이 해안포진지를 일일이 점검한 후 진지 앞으로 나가서는 마치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자신의 것 인양 두 팔을 벌리고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으아 함!~”

하품을 한 탓에 눈에 맺힌 눈물을 닦기 위해 손을 올리던 엔도 소좌는 저 멀리 외항 끝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조그만 물체를 보게 되었다.

“응? 저게 뭐지?”

엔도 소좌가 하늘에서 날아오는 회전날틀에 의혹이 들었으나 처음 보는 것이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러한 엔도 소좌의 고개 짓과는 전혀 상관없이 이번에는 그의 귀로 회전날틀 특유의 둔탁한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타! 타! 타! 타! 타!·······

그 소리를 듣자 엔도 소좌는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어 비상을 걸려고 할 때 그보다 먼저 해안포요새위에 설치된 관측망루에서 전방을 관측하던 관측병의 손이 더 빨랐다.  

땡! 땡! 땡! 땡! 땡········

203고지의 관측망루의 비상종타종은 주변에 있던 비상종을 타종하게 했고 곧이어 여순 항 전체가 비상종소리로 뒤덮였다.

땡! 땡! 땡! 땡! 땡········

“비상! 비상! 비상!”

비상종 소리가 나자 엔도 소좌는 돌아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하늘을 주시했다. 회전날틀은 비상종소리를 뚫고 빠르게 203고지로 다가왔다.

‘저게 대체 뭐지?’

엔도 소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수리온에서 무언가가 쏘아져 날아왔다.

쐐~~~액~~

쏘아진 것은 공대지미사일인 현궁이었다. 

본래 보병용대전차미사일이었던 현궁은 2020년부터 헬기용으로 개발되어 실전에 배치되어있었다.

웅비비행선의 항공촬영으로 203고지의 해안포진지가 함포사격으로는 공략하기 어려운 거의 난공불락의 요새인 것을 확인한 대한제국군은 당분간 실전사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궁미사일을 203해안포진지에 아낌없이 사용했다.

“어!”

씽!~~~~

엔도 소좌는 갑자기 연기를 내 뿜으며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는 현궁을 보며 놀라 입을 벌렸으나 그의 입이 다 벌어지기도 전에 현궁은 수km를 쏜살같이 날아와 그의 옆을 스쳐 해안포진지로 빨려 들어갔다.

쾅!~~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수많은 파편이 터졌고 진지 앞에 서있던 엔도 소좌를 그대로 덮치면서 엔도 소좌를 순식간에 하늘로 날려버렸다. 

초탄발사에 정확히 성공하며 한 개의 해안포진지를 폭삭 주저앉힌 수리온은 바로 옆에 연이어있는 해안포진지를 현궁을 이용해 차례로 무너트렸다.

쾅!~ 쾅!~·····

일본군이 함포사격에 대비해 엄청나게 공을 들인 203해안포진지는 현궁미사일의 직선공격에 무력하게 무너졌고 계속된 현궁미사일의 공격으로 진지 안의 화약고가 유폭으로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203고지 전체를 하늘로 날려버렸다.

콰~~앙 꽝!~~~~화악!~~~

203해안포진지화약고의 대폭발은 엄청난 버섯구름과 함께 시꺼먼 연기를 하늘 높이 치솟았다. 

여순 항 전투는 이렇게 203진지공략과 함께 회전날틀의 폭격으로 시작되었다. 폭격에 사용되는 포탄은 마산에서 일본해군에게 노획한 시모세화약이 장약된 포탄이 사용되었으며 가장먼저 일본군병력이 집결해 있는 주둔지폭격이 감행되었다.  

쾅! 쾅! 쾅! 쾅!·····

수리온이 화물칸에 탑재해온 포탄을 모조리 퍼부어 일본군주둔지를 온통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고 난 후 기체를 높여 마라도로 귀함하자 때를 놓치지 않고 1함대의 함포사격이 시작되었다. 

쾅! 쾅! 쾅! 쾅!··········

드디어 대양함대함포사격이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하늘에 떠 있는 웅비비행선이 보내온 좌표에 의해 정밀 유도되는 대양함대함포사격은 이전에 마산과 부산에서의 2함대의 포격과는 차원이 달랐다.

당연히 아주 정밀하게 실시되었고 분당발사속도는 물론이고 사용되는 포탄의 위력 또한 대단해서 여순 항의 포격대상물을 조금의 오차도 없이 포격하면서 도시전체를 차곡차곡 폐허로 만들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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