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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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함대가 여순 공략을 시작한 것과 같은 시각 압록강을 넘기 위한 특전군단과 1군단을 지원하는 10대의 회전날틀도 신의주 지상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타! 타! 타! 타! 타!········

회전날틀이 자신들의 머리를 넘어서 압록강으로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던 특전1여단장 김영문 대좌는 금년 초 임관해 자신의 부관으로 참전하고 있는 초임소위에게 전투에 참여하는 감회를 물었다.

특전1대대장이었던 김영문은 이번에 진급과 함께 여단장이 되었다.

“김 소위, 이번 북진에 참전한 기분이 어떤가?”

김영문이 소감을 묻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좌진 소위였다. 17살의 김좌진 소위는 무관학교를 졸업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아 아직은 생도와 다름없이 몸에 군기가 잔뜩 들어간 모습이었다. 

“고토를 회복하는 북진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 그런데 얼굴은 그게 아닌데?”

순간 김좌진 소위의 얼굴이 벌게졌다.

“아닙니다.”

“왜? 아직도 일선부대소대장으로 참전하지 못한 게 아쉬운가?”“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묻는 말에 쉬지도 않고 그대로 대답할 정도로 김좌진이 아쉬워하자 김영문이 그를 위로했다.

“이보게. 김 소위.”

“예, 여단장님.”

“장병들을 지휘하려면 열의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험이 축척되어야 해. 만일 경험이 없는 장교가 일선 소대장이 되면 전투에서 벌어지는 돌발 상황에 즉각 대처를 못해 휘하병력을 죽음에 내 몰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었는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 대한제국군이 일선 소대장들을 전부 경력자들로 선임한 것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소관은 1년간의 무관생도시절이 결코 생도로만 지낸 것은 아니라고 자부합니다.”

“물론 자네의 충정이나 능력은 충분히 알고 있지. 그러니 내가 부관으로 선임한 것 아닌가. 그리고 자네를 1년 만에 무관학교를 졸업시킨 것이 다 이번 북진에 자네를 특별히 참여시키려고 특전을 베푼 것을 모르는가?”

김좌진의 눈이 커졌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소관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김영문 대좌가 김좌진 소위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네는 모르지만 우리 군은 자네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 그러기 때문에 자네 동기 중 유일하게 자네를 조기 졸업시켜 이번 북진에 참여시킨 것이야.”

“아! 그렇습니까?”

“물론 부족한 사관교육은 복무 중에 다시 입교하여 받겠지만 자네는 앞으로 남들보다 월씬 더 노력해야해. 그래서 먼 후일 대한제국육군의 최고지휘관이 되었을 때 남들에게 존경받는 지휘관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지금 당장 직접전투에 참여한 것을 아쉬워하지 말고 대규모전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한 전체 흐름을 보는 눈을 배양하도록 하게. 또 나와 같이 움직이면서 단위부대를 어떻게 지휘해야 하는지도 몸소 느껴보고. 그것이 이번 북진에 특별 참여한 자네의 가장 큰 임무야. 알겠나?”

김좌진 소위는 김영문의 말을 듣자 감격한 모습으로 자세를 바로 갖추고는 큰 소리로 소리쳤다.

“여단장님 말씀 명심해서 기대에 부응하는 지휘관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아직은 어린 티가 역력하지만 그래도 기개가 있어 보이는 모습에 김영문은 저절로 흐뭇해지면서 한 번 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그래, 기대해 보겠네.”

가와무라 카게아키 중장이 지휘하는 일본군후방지원군인 압록강군은 예하부대 대부분이 장춘에서 벌어진 전투에 차출되어 있어서 지금 안동일대에는 정규 1개 보병사단만이 남아서 압록강을 방어하고 있었다.

가와무라 카게아키 중장은 평상시와 같이 기상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압록강군사령부본관에서 조금 떨어져 있던 사령관관사를 나와 부관을 대동하고 사령부본관을 향해 걸음을 걸어가고 있었다.

“각하! 일찍 기침하셨습니다.”

가와무라 중장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11사단 사단장 이시이(石井) 소장이 부관과 함께 서 있었다.

“오! 이시이 소장. 아침 일찍부터 어쩐 일인가?”

“급히 상의 드릴 일이 있어서 찾아뵈었습니다.”

이시이 소장이 안색을 굳히며 말하자 가와무라 중장의 안색 또한 굳어졌다,

“무슨 일인가?”

“며칠 전부터 압록강 너머 조선쪽의 상황이 심상치 않았었는데 어제는 밤새도록 병력이 기동하는 조짐이 있었다는 보고입니다.”

가와무라 중장의 얼굴이 더욱 심각해졌다.

“조선쪽에서 밤새 병력이 움직였다고?”

“그렇습니다.”

“조선의 적도(賊徒)들이 러시아군하고 작당을 해서 무슨 짓을 벌이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그동안 조선으로 보낸 척후를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압록강 너머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으니 지금으로선 어떤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설사 조선의 적도들과 러시아군이 압록강을 넘을 작정이라고 하더라도 도강에 필요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지금 압록강에는 전혀 그러한 것이 보이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병력이 움직인 것으로 봐서는 뭔가 일어나는 것만은 분명하니 미리 대책을 강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군인인 우리가 추측만 가지고 병력을 도모할 수는 없네.”

“그래도 대비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은 아니니 너무 서두르지 말게. 더구나 조선쪽에서 도발을 하더라도 먼저 대포공격으로 시작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그에 대한 방비는 충분히 해두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는 합니다.”

가와무라 중장도 이렇게 말은 하고 있었지만 뭔가가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은 들었다. 하지만 폭이 900여 미터나 되는 압록강을 도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당한 준비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병력이 움직이기는 했어도 도발은 아직 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이시이 소장의 안색이 펴지지 않는 것을 본 가와무라 중장이 그에게 지시했다.

“미리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귀관은 지금 곧 연대장급 이상의 지휘관들을 전부 본부회의실로 소집하게.”

“알겠습니다. 각하.”

두 사람이 이렇게 말을 주고받으며 사령부본관에 거의 다다르고 있을 때 압록강방면에서 회전날틀특유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타! 타! 타! 타! 타!·······

걱정이 한가득한 이시이 소장이 그 소리를 먼저 들었다.

“각하.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압록강 방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시이 소장의 말에 가와무라 중장이 귀를 기울이자 그의 귀에도 회전날틀의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저도 처음 듣는 소리입니다.”

두 명의 지휘관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이시이 소장의 부관이 하늘을 가리켰다.

“각하. 저 쪽 하늘에 뭔가 보입니다.”

“응?”

이시이 소장이 부관이 가리킨 곳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자 하늘 높이 무언가 날아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뭐지?”

이시이 소장이 궁금해 하건 말건 회전날틀은 거침없이 날아오다 사방으로 분산되기 시작했다.

“이시이 소장, 하늘에 날아오는 게 뭔가?” 

“저도 처음 보는 괴물체입니다.”

두 사람이 떠들든 말든 회전날틀은 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깝게 날아왔고 회전날틀비행소리는 엄청나게 커졌다.

타! 타! 타! 타! 타!·······

가와무라 중장은 갑자기 귀를 울릴 정도로 커진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그때 하늘을 날아오던 회전날틀이 하늘에서 정지했다. 그러자 소리는 더욱 커졌고 그 순간 회전날틀에서 일본군이 만든 두발의 폭탄이 묵직한 느낌으로 떨어졌다.

이시이 소장은 하늘에서 낙하하는 것이 폭탄이란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이시이 소장의 부관이 먼저 소리쳤다.

“폭탄입니다!!!”

가와무라 중장도 곧이어 폭탄을 확인했고 그 폭탄이 사령부본관을 향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모두 피하라.”

가와무라 중장이 소리치고 몸을 숙일 때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덮치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이었다.

콰앙!~~화~~악~~~

“으윽!~~”

엄청난 폭발소리와 함께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뜨거운 불길이 온몸을 뒤덮는 것을 느끼며 가와무라 중장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며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으~~~”

“각하, 정신이 드십니까?”

가와무라는 온 몸이 화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엄청난 통증이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

“으으윽.”

지독한 통증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토해낸 가와무라 중장은 힘들게 눈을 떴다. 

“으윽!~ 여기는 어딘가?”

“야전병원입니다.”

가와무라 중장은 억지로 몸을 일으키자 순간 팔과 다리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으으윽!~~”

“조심하십시오. 부상이 심하십니다.”

가와무라 중장은 자신의 몸을 내려도 보자 한쪽 팔과 다리에 엄청난 두께의 붕대가 감겨있었다.

“어떻게 된 건가.”

“적이 떨어트린 폭탄에 심한 화상을 입으셨습니다.”

“같이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나?”

“안타깝게도 이시이 소장님과 두 명의 부관은 모두 전사했습니다.”

“크윽!”

가와무라 중장은 그제야 부관 때문에 자신이 목숨을 구한 것을 알고는 깊은 신음소리를 냈다.

“상황이 어떻게 되었나?”

“그게~~”

자신의 물음에 군의는 우물거리자 그 모습을 보고 가와무라가 호통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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