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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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히 보고하라.”

“조선쪽에서 날아온 이상한 기물이 떨어트린 폭탄에 아군의 주요시설물대부분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군의는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고 설명을 듣던 가와무라 중장은 기가 막혔다. 그가 정신을 잃은 사이 안동에 있던 압록강군사령부를 비롯한 화약고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주요 군사시설물들이 폭격에 대부분 파괴되었던 것이다.

문득 의아한 생각이든 가와무라 중장이 질문했다.

“그런데 군 참모들은 전부 어디가고 자네만 있는 것인가?”

“사령부본관 건물에 있던 주요지휘관들이 폭격에 모두 전사했습니다.”

“뭐라고!”

군의의 설명에 놀란 가와무라는 더 이상 병상에 누워있을 수 없었다.

“군의는 본관을 부축하라.”

그 말에 군의가 화들짝 놀라며 만류했다.

“지금 움직이시면 위험하십니다.”

가와무라 중장이 화를 벌컥 냈다.

“여기서 죽으나 나가서 죽으나 마찬가지다. 쓸데  없는 소리 말고 본관을 부축하라.”

가와무라의 서슬에 군의는 어쩔 수없이 다른 한 명의 군의와 함께 그를 부축했다.

“으음!~~”

몸을 움직이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와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모르핀을 가져오라.”

“각하.”

가와무라가 격하게 소리쳤다.

“쓸데없는 입 나불대지 말고 빨리 가져와라.”

그러면서 손으로 소총을 찾으려고 허리춤을 더듬었다. 모르핀을 맞겠다는 것을 만류를 하려던 군의는 소총을 찾는 폼을 보고는 더 이상 반대하면 즉결 처형될 것 같은 불안감에 서둘러 모르핀을 가져와 그의 몸에 주사했다.

아편이 주성분인 모르핀이 순간적으로 온 몸에 퍼지자 일순간에 통증이 진정되었다. 크게 한숨을 내쉰 가와무라 중장은 군의에게 지시했다.

“가자.”

군의의 부축을 받으며 병실을 나선 가와무라는 눈앞에 펼쳐진 지옥도를 보고 발길이 멈춰졌다.

“으악!~~”

“살려줘!~”

“아아아!!~~아!!!~”

그가 머물던 병실 밖 일반병실에는 사방에 폭격으로 부상을 입은 일반사병들이 제대로 된 병상도 없이 줄지어 누워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부상이 거의 대부분이 화상이었다.

일반 총상과 달리 엄청난 열기와 불길에 의해 부상부위가 짓뭉개져 있어서 부상병들 사이로 뛰어다니는 군의와 위생병들은 제대로 된 치료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가와무라 중장은 화상이 고통스러워하는 부상병을 보자 반쯤 넋이 나갔다.

“이게! 이게. 하늘에서 떨어진 폭탄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런 참혹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단 말인가?”

그때 군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참전하기전 군의학교에서 시모세화약이 폭발하면 이런 화상을 입게 된다는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뭐라고 시모세화약이라고?”

“그렇습니다. 각하. 부상병 대부분이 관통상이나 파편에 의한 부상이 아니라 화상입니다.”

가와무라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시모세화약은 러시아군에도 없는 우리 대일본제국만이 만들 수 있는 폭탄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적도들의 우리 포탄을 탈취했다는 말인가?”

“소관은 군의라 그런 것까진 알 수 없고 단지 부상병들의 상태가 그것과 비슷해서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군의의 말을 듣고 부상병들을 살펴보니 그의 말대로 대부분의 화상환자였다. 그것도 엄청난 고열에 노출되었는지 부상부위가 거의 짓뭉개져 있었다.

“그렇다면 본관이 입은 부상도 화상인가?”

“그렇습니다. 각하.”

가와무라 중장은 순간 이상한 것을 느끼며 황급히 사방을 둘러봤다. 그는 망연자실 했다.

“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군의의 말대로 사방에 보이는 건물들은 방금 전 자신이 나온 붉은 십자가가 걸려있는 야전병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복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있었다. 더구나 폭발의 위험성 때문에 곳곳에 분산해서 만들어 놓은 화약고들도 모조리 파괴되어 아직까지도 유폭으로 인한 불길과 함께 시꺼먼 연기가 끝도 없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총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가? 내가 정신을 잃은 사이 적과의 교전이 끝났는가?”

“교전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폭격만 있었단 말인가?”

“이상한 기물에 의한 폭격이 두 번 있었습니다. 그 폭격이 끝이 나고 난 후 압록강 방면에서 엄청난 포탄이 날아와 가뜩이나 폭격에 부서진 건물들을 저렇게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렸습니다.”

그는 신음 소리를 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으으으!~~ 어떻게 압록강에서 이곳까지 포탄이 날아올 수 있다는 말인가. 이곳은 포탄사거리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곳인데.”

가와무라 중장은 믿을 수가 없었다. 

“안되겠다. 내가 압록강으로 나가봐야겠다. 나를 부축해라.”

“잠시 기다리십시오.”

군의가 서둘러 어딘가로 달려가서는 군마 두필을 끌고 왔다.

“이 군마를 타십시오. 각하의 몸 상태로는 여기서 압록강까지 걸어서 가시는 것은 도저히 무리입니다.” 

“팔과 다리가 부상을 입은 상태로 말을 탈 수 없다.”

“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군의의 말을 듣자 가와무라 중장은 두 말하지 않고 군의의 부축을 받으며 말에 올랐다. 그러자 군의가 그의 다리를 군마에 힘껏 묶자 부상한 몸이 고정되어 그런대로 말을 탈 수 있었지만 그의 몸에서는 응급처치한 곳이 터지면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와무라는 그것을 보고도 그냥 무시했다.

“가자.”

그가 직접 말을 몰 수 없었기에 군의가 다른 말을 타고는 그의 고삐를 잡고 말을 이끌었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전방에서 몇 필의 말이 달려오다 그를 보자 바로 정지했다.

“워!~”

“각하!!”

가와무라는 그 중 한 명의 장교를 보고 반색했다.

“아! 그대는 사카모토(坂本) 대좌 아닌가?”

가와무라 중장의 앞에서 장교는 바로 압록강 방어선을 지키고 있던 12사단예하 연대장이었다.

“그렇습니다. 각하. 그런데 부상을 입으셨습니까?”

사카모토 대좌의 물음에 가와무라가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되었네.”

“부상이 심하신 것 같은데 일단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가와지마 중장의 눈빛을 빛냈다.

“다리하나 팔 하나 못 쓴다고 죽지 않는다. 지금은 앞으로의 상황이 더 중요하다.”

사카모토 대좌가 바로 고개 숙였다.

“죄송합니다. 소관이 어리석었습니다. 각하.”

“그건 그렇고 귀관은 경계지역을 이탈하고 어디로 가는 길인가?”

“아! 지금 이상하게 무선교신이 전혀 되지 않아 소관이 직접 사령부로 보고를 드리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가와무라 중장이 심각하게 입을 열었다.

“조금 전의 폭격으로 이시이 소장은 전사했다. 그리고 여단장들과 참모들도 대부분 전사 또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되었으니 보고할 것이 있으면 본관에게 바로 하라.”

사단장과 여단장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자 사카모토 대좌의 안색이 어두워졌으나 그는 곧바로 감정을 추스르며 상황을 정리했다.

“알겠습니다. 보고 드리겠습니다. 지금 압록강에 부교를 설치하기 위해 바다 쪽에서 많은 선박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가와지마 중장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래? 그렇다면 어서 가보자.”

“예, 각하.”

이들이 서둘러 압록강에 도착했을 때는 100톤에서 200톤 급의 증기선 50여척이 10척의 고속침투함정의 보호를 받으며 바다 쪽에서 천천히 올라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망원경을 주게.”

그러자 사카모토 대좌의 옆에 있던 장교가 자신의 목에 걸린 망원경을 풀어 건네주었다. 망원경을 건네받은 가와무라 중장이 압록강을 살피자 사카모토 대좌도 자신의 망원경을 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연대 참모들도 망원경을 들었고 이때 이들의 망원경의 렌즈가 햇빛에 반사되며 반짝거렸다.

하지만 이들은 압록강이 900미터가 넘었기에 개의치 않고 전방을 살폈다.

“저 배들이 무언가를 끌고 오고 있는데 뭐로 보이나?”

“아마 부교를 설치할 자재를 끌고 오는 것 같습니다.”

가와무라 중장의 물음에 사카모토 대좌가 바로 대답하자 가와무라는 망원경의 배율을 조절해가며 상세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망원경에는 증기선 50척이 전차도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튼튼하게 철재로 조립된 바지선부교를 끌고 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그 무게 또한 상당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부교가 맞습니다. 그리고 철재로 만들어 아주 튼튼하도록 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흐음!~ 조선의 적도들이 상당한 준비를 한 모양이로군.”

가와무라 중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부교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전부대 최고저격수인 민경구는 지난 용산에서의 활약과 신군의 간부양성계획에 따라 간부교육을 받은 후 중위로 임관되며 저격 팀장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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