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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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밤부터 팀원들과 함께 일본군을 저격하기 위해 압록강 변에 매복해 있었고 특전군단은 민경구의 팀과 같은 저격 팀을 압록강 변 곳곳에 매복시켜 놓고 있었다.

민경구는 회전날틀이 두 번에 걸친 대대적인폭격에 이어 K-9자주포의 전방포격이 한동안 진행 된 후 부교를 설치하기 위해 증기선이 올라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민경구가 팀원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바짝 긴장해 있을 때 강 건너에서 햇빛에 반짝하고 빛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으음? 저건?”

순간 민경구는 그것이 망원경렌즈가 반사된 빛이란 것을 바로 알아채고는 자신의 드라그노프에 장착되어 있는 고배율망원경에 황급히 눈을 댔다.

그가 망원경의 배율을 조절하자 강 건너편에 몇 명이 말을 타고 증기선을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그들은 바로 가와무라 중장일행이었다.

민경구는 바로 헤드셋을 열고는 팀원들을 불렀다.

“전원 저격준비. 위치는 정면이다.”

이어서 민경구의 헤드셋으로 팀원들이 대상물을 확인했다는 보고가 바로 들어왔다.

“감지.” “감지.”·····

“저들의 군복을 보니 최고지휘관 급이니 저격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라. 나는 좌측에서 첫 번을 맡겠다.”

“저는 바로 옆 이번입니다.”

“저는 그 옆 삼 번입니다.”·······

순식간에 팀원들이 저격대상을 지목하자 민경구가 바로 다음지시를 내렸다.

“준비가 되면 각자 사격을 개시한다. 순서는 내가 먼저 하겠다.”

지시를 마친 민경구가 심호흡을 한 번하고는 조준을 시작했다. 이윽고 최대사거리 3,000미터에 유효사거리 1,300미터의 사정거리를 갖고 있는 드라그노프 저격소총망원렌즈 십자표시 중앙에 가와무라 중장의 망원경의 렌즈가 정확히 들어오자 민경구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탕!

째깍 퍽!!!!

드라구노프는 민경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거리가 멀어 1초의 시간이 흐른 후 총탄은 정확히 가와무라 중장의 망원경렌즈를 정확히 뚫고 들어가면서 그의 머리를 그대로 터트렸다.

만주일본군을 후방 지원하고 있는 압록강군의 지휘권은 총사령관 오야마 원수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도 한국주차군사령관에게 있었다. 

이러한 이상한 지휘권은 대본영 참모총장인 야마가타 아리토모 원수 때문이었다. 

일본육군의 대표인맥인 조슈번 출신의 야마가타 아리토모 원수는 만주군총사령관에 자원했었으나 해군의 대표인맥인 사쓰마번 출신의 오야마 이와오 원수에게 밀렸다. 그러자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면서 한국주둔군과의 협력이라는 말도 안 되는 구실로 압록강군의 지휘권을 한국주차군사령관에게 부여했던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안동과 봉천간의 안봉철도를 개통시킨 것은 물론이고 안동에서 예하부대를 이끌고 봉천전투에 참전해 대활약을 하면서 혁혁한 전공을 세었지만 총사령관 오야마의 추천을 받지 못해 대장승진도 못하고 있었다. 

이런 가와무마 중장이 결국 승진도 못해보고 민경구의 귀신같은 저격솜씨에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것이다.

탕! 탕! 탕!······

퍽! 퍽! 퍽!······

민경구의 저격성공과 때를 같이하여 몇 발의 총탄이 더 날아갔고 그 총탄들은 민경구와 같이 정확히 적의 머리를 터트리지는 못했다. 민경구가 소유한 드라그노프 저격소총과 달리 모든 팀원들은 K-14저격소총을 사용하고 있어서 유효사거리를 살짝 넘기는 곳에 표적이 위치한 일본군을 정확히 머리에 저격시키지는 못했지만 저격에는 모두 성공해서 표적들을 전부 고혼으로 만들었다. 

“대단하군. 역시 특전군단 저격 팀이야.”

이렇게 감탄한 사람은 바로 망원경으로 적정을 살피다 저격 장면을 목격한 김영문 대좌였다. 그는 부교가 설치되면 제일 선두에서 압록강을 넘기 위해 부대를 이끌고 압록강 바로 앞까지 전진해 있었다.

“김 소위 저격 팀 실력이 어때?”

김영문 대좌의 옆에서 같이 망원경을 들고 있던 김좌진도 감탄사를 터트리긴 마찬가지였다.

김좌진은 아주 탄복했다.

“정말 대단합니다. 1,000미터나 되는 먼 거리의 표적을 단 한 명의 실수도 없이 제거할 수 있다니 저격 팀 사격실력에 정말 탄복했습니다.”

“저 정도 실력을 쌓으려면 저격소총의 위력도 있어야 하지만 저격수 자신도 부단히 노력해야해.”

“아마도 우리민족의 활잘 쏘는 능력이 저격에서 진가를 발휘 하나 봅니다.”

김영문 대좌는 임관 된지 얼마 안 된 김좌진이 주눅 들지 않고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모습에 내심 당돌하다고 생각했지만 모른 채했다.

하지만 김좌진 소위는 자신의 실수는 먼저 알아챘다.

“소관이 주제넘게 나섰습니다. 죄송합니다.”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김좌진을 보고 김영문이 웃으며 다독였다.

“괜찮아. 많이 보고 배워야하는 게 자네의 임무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지휘관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먼저 생각하고 말하는 법을 알아야해.”

“명심하겠습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한성수복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특전1여단 1대대장 류원형 중좌였다.

“여단장님 그렇게 하고 계신 모습이 마치 스승과 제자 같습니다.”

“아! 1대대장. 어서 오게.”

류원형이 다가서자 김좌진이 황급히 자세를 바로하고 인사했다.

“충성. 어서 오십시오.”

“그래, 김 소위. 잘 하고 있나?”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류원형이 김좌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잘해보게.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커.”

“감사합니다.”

김영문은 류원형이 김좌진의 격려를 끝내는 것을 보고는 질문을 했다.

“오늘 중으로 부교설치를 마칠 수 있다고 하던가?”

“공병대에서 오늘 중으로 마치겠다고 했으니 돌발변수가 없으면 가설을 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빨리 끝을 내야 적의 방어선정비를 마치기 전에 도강을 할 수 있을 텐데 걱정이군.”

이렇게 말을 한 김영문은 시선을 다시 압록강으로 돌렸다. 압록강에는 10척의 고속침투함정의 보호를 받으며 압록강을 거슬러 오던 증기선이 강변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공병대의 신호로 운항을 멈추기 시작했다.

부아~~앙~

10대의 고속침투함정은 부교가 조립을 시작하자 곧바로 이물(배의 앞머리)을 돌려 압록강을 훑기 시작했다.

팅! 팅! 팅! 팅!·····

고속침투함정은 일본군이 만들어놓은 최전방방어선 중 기관포진지와 같은 돌출된 표적 등에 특유의 발사음을 내며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고속침투함정이 쏘아대는 화기는 K4고속유탄발사기였다. 

팅! 팅! 팅! 팅!·····

1,500미터사거리에 총탄 1발의 살상반경이 5~10미터인 K4고속유탄발사기는 함정에 승선해 있는  노련한 사수들의 실력으로 적당히 사격속도를 조절해 가면서 가장 강력한 화력이 집중되어 있던 일본군최전방방어선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일본군도 손을 놓고만 있지 않았다. 

일본군은 남은 병력을 추슬러서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폭격에도 살아남은 중포를 끌고 와서는 부교를 설치하고 있는 곳을 향해 포격을 감행했다.

쾅! 쾅! 쾅!·····

펑! 촤악!!!, 펑! 촤악!!!!, 펑! 촤악!!!,·······

일본군의 포격실력이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소문 난 것처럼 단 한 발도 부교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지만 포탄이 강에 떨어져 커다란 물기둥이 솟아오르는 것만으로도 위압을 주기 충분했다.

“작업 중지! 작업 중지!”

“공병대원들은 대피하라!” 

대한제국군은 일단 공병대원들을 대피시키고 반격에 나섰다. 일본군중포의 포연은 강변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K-9자주포들에게 그대로 노출되었다.

 K-9자주포포차장인 이종근 상사는 무작정 쏴대는 일본군중포를 보고 기가 찼다.

“이것들이 우리를 물로 보나. 어디다 대고 똥 포를 쏴대는 거야.” 

이종근 상사가 사수인 강호민 하사를 불렀다.

“강 하사 대 포병레이더 작동시켰나?”

“이미 작동되고 있습니다.”

K-9 자주포에는 대 포병 레이더가 장착되어있다.

이 레이더는 적이 아군을 향해 대포를 발사하면 그 궤적을 역 추적하여 포탄발사장소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장치다.

곧이어 강호민 하사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발사위치 확인 되었습니다.”

“좋다. 장전수”

“예, 포차장님.”

“순발신관(瞬發信管)고폭탄 1발 장전하라.”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장전수는 작은 충격에도 폭발해서 인마살상용으로 사용되는 순발신관이 장착된 고폭탄을 장전하기 위해 사격통제장비를 조작했다. 자동으로 포탄이 장전되는 K-9자주포는 포차장의 지시가 있자마자 바로 포탄을 장전시킬 수 있었다.

“포탄 장전완료!”

“사수. 포탄발사.”

포차장의 지시에 사수가 복명복창했다.

“발사.”

쾅!

K-9자주포인근의 땅을 들썩일 정도의 반동을 남긴 포탄은 힘차게 하늘을 가르고 날아올랐다. 이종근 상사의 자주포만 포격을 한 것이 아니었다.

쾅! 쾅! 쾅! 쾅!

옆에 있던 4대의 자주포도 역시 대 포병레이더를 작동시켜 일본군포병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자주포를 발사했다. 

각각의 K-9자주포에서 발사된 포탄은 단 한 발도 중복되지 않고 일본군포병을 정확히 타격했다. 

콰앙!~ 쾅···· 

5대의 자주포는 이 후 몇 발의 포탄을 더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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