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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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상당수의 대포들이 회전날틀의 폭격을 받아 무력화되어 있었던 일본군포병은 이번에 K-9자주포의 대 포병정밀포격을 받자 마지막 남아있던 압록강군의 포병전력마저도 완전히 와해되었다.

일본군포병이 완전 제압된 것을 확인한 후 부교설치가 다시 재개되었다. 

그러는 사이 회전날틀의 3차 출격이 감행되었다.

타! 타! 타! 타! 타!·······

회전날틀의 3차 출격은 2번에 걸친 출격과 자주포의 포격에도 남아있던 일본군군사시설들을 붉은 적십자기가 게양되어 있는 야전병원을 제외하고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으며 이 사이에도 압록강부교설치는 계속 되고 있었다. 

고속침투함정은 압록강을 날아다니면서 방어를 계속했고 저격 팀들은 일본군이 적정을 살피기 위해 압록강 변에서 머리만 내밀기만 하면 여지없이 머리를 박살내 버렸다. 이렇게 이중 삼중의 방어망 속에서 공병대원들의 최선을 다한 노력으로 해가 저물기 전에 부교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출발하라.”

부교를 가장 먼저 넘은 부대는 친위군단에서 파견된 20대의 천마장갑차였다.

부릉 부릉~~~

철갑을 덧대어 비록 겉으로 보기에 투박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녹을 방지하기 위해 페인트를 두껍게 덧바르고 얼룩무늬를 그려 넣고 상부에 호치키스기관총을 거치한 천마장갑차는 그런대로 위용 있는 모습이었다.

상당한 무게가 있는 천마장갑차가 올랐어도 약간의 출렁임만 있었지 부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20대의 장갑차가 도강을 마치고 강변에 포진을 하자 1차 저지선을 포기하고 2차 저지선으로 후퇴했던 일본군에게서 수많은 총탄이 날아왔다.

차체의 높이로 거의 표적이 되어 버린 탓에 쏟아지는 총탄은 엄청났다.

탕! 탕! 탕! 탕!····타타타타타·····

팅. 팅. 팅. 팅.····팅팅팅팅팅·····

장갑차운전병 김종수 일병은 제주에서 자동차운전을 배운 후 군에 입대한 병사였다. 장갑차를 향해 총탄이 무차별 쏟아지자 김종수 일병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리며 자라목이 되었다.

“이크, 이크.”

김종수의 위축된 모습을 보자 전차장인 홍순길 중사가 그를 불렀다.

“이봐 김종수 일병.”

“예. 일병 김종수.”

“총탄이 뚫고 들어오지도 못하는데 뭐가 무서워서 그렇게 움찔거려?”

“그게 아니고 총탄소리에 저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을 합니다.”

“걱정하지 마. 외부의 철갑은 기관총으로도 뚫어지지 않는 것을 자네가 직접 확인했다고 했잖아.”

“예.”

홍순길이 김종수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힘내. 자네도 나처럼 군 간부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까짓 걸 두려워하면 되나?”

홍순길의 격려에 김종수가 바로 반응했다.

“아닙니다. 절대 두렵지 않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그때 홍순길의 헤드셋에서 명령이 들려왔다.

“차장들은 전방의 적들에게 기관총사격을 실시하라.”

명령을 받은 홍순길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 총좌로 올라탔다. 그 순간 일본군이 쏜 총이 기관총사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철판을 두드리자 홍순길도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러들었다.

팅! 팅!······

‘이크! 이거 장난이 아니군.’

하지만 주어진 명령이 있었고 방금 김종수 일병에게 대범해지라는 격려까지 한 자신이었다.

철커덕

홍순길이 안전장치를 풀고 초탄을 장착한 후 전방을 바라보자 200~300여 미터 전방의 참호에서 총을 쏴대는 일본군이 들어왔다.

홍순길 중사는 그곳을 향해 총구를 돌린 후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타타타······

순간적으로 엄청난 진동이 팔을 통해 온 몸에 전달되었고 날아간 기관총탄이 아직 철모가 없는 일본군들을 순식간에 덮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거리가 있어서 적의 상태는 알 수 없었지만 멀리서도 피가 터져나가는 모습을 처음 본 홍순길은 내심 크게 질려 버렸고 속까지 울렁거렸다.

타타타타타타······

“이야!!!!~~~~”

홍순길 중사는 내심을 감추기 위해서 더욱 전방을 주시하며 소리를 지르며 사격했다.

타타타타타타······

20대의 호치키스기관총이 갈겨대는 위력은 상상이상으로 대단해 일본군들이 머리를 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군의 방어선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사방에 깔려있는 철조망 때문에 바퀴가 타이어인 천마장갑차의 기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만일 이대로 돌파를 감행한다면 일본군과 정면충돌을 할 수밖에 없어 상당한 인명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가장 먼저 도강을 마친 김영문이 그 장면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기관총이 꼭 좋은 것은 아니군.”

“왜 그러십니까?”

11대대장 류원형 중좌의 물음이었다.

“기관총사격 때 참호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우리가 다가설 때를 노려 반격한다면 아군 병력의 피해가 상당히 발생할 것이 예상돼. 더구나 적이 깔아놓은 철조망으로 천마의 기동이 상당히 제약을 받고 있잖아.”

그러면서 잠시 작전을 구상하던 김영문은 옆에 있던 김좌진 소위를 불렀다.

“김 소위”

“예 여단장님.”

“자네라면 적을 어떻게 적의 방어선을 아군의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며 효과적으로 돌파할 수 있겠나?”

그러자 김좌진 소위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의견을 설명했다.

“저는 공군의 지원을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어떻게 지원을 받으면 좋겠나?”

“아침부터 시작된 폭격과 포격으로 일본군의 기반이 거의 무너졌습니다. 아군이 파악하기로 안동지역일본군은 사단병력입니다 이 병력 중 상당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예상한다면 적의 병력은 절 반 정도일 것입니다.”

“아주 좋군. 계속하게.”

김영문의 칭찬에 김좌진은 신이 났다.

“지금 일본군은 화약고와 군수물자가 날아가 총탄도 아껴야 할 정도로 사면초가일 것입니다. 그런 일본군을 향해 전진을 시도한다면 저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덤벼들 것이 분명합니다. 소관의 소견으로는 아군병사들이 일본군의 만세돌격을 정면으로 받으면 아직은 상대하기 어려워 아군의 인명피해가 막대하게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전날틀로 저들을 다시 폭격하자는 말인가?”

“아닙니다.”

당연히 폭격을 하자고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김좌진이 뜻밖의 대답을 하자 공군의 지원을 받아 폭격을 더 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김영문은 의아했다.  

“그럼 공군의 지원으로 무엇을 하자는 말인가?”

“이쯤에서 저들에게 일차 항복을 권유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아직 직접교전도 벌이지 않았는데 항복을 권유한다고?”

“그렇습니다.”

“가능하다고 보는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저들은 오늘 지옥을 봤을 거고 또 아군과 교전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일본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격을 감행하는 자들이네.”

“하지만 오늘의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김영문은 김좌진의 말이 점점 흥미진진해졌으며 그것은 옆에 있던 류원형 중좌도 마찬 가지였다. 

교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김좌진의 말에 빠져 들어갔고 김좌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일본군들은 지금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경험하면서 무력의 차이를 분명히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계속 저들을 몰아붙인다면 저들은 절대 굴복하지 않고 최후의 일인까지 싸우다 죽으려 들것이나 만일 적당한 설득과 위협으로 항복을 권유한다면 분명 통할 수 있다고 소관은 생각합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김영문과 류원형은 김좌진 소위의 설명을 듣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으며 두 사람의 얼굴에는 똑같이 놀랍다는 표정이 올라 있었다.

“만일 일본군이 항복을 거부하면?”

“그땐 본보기로라도 철저히 몰살시켜야합니다.”

“몰살을?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그렇습니다. 아군에게는 일본군에게서 노획한 포탄이 아직 엄청나게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 폭탄을 전부 폭격에 동원하는 한이 있더라도 철저하게 일본군을 몰살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소문이 나서 다음에 이런 일이 또 발생했을 때 적의 무모한 도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영문은 17살의 입에서 이렇게 잔인한 말이 서슴없이 나올 수 있는지 크게 놀랐으나 군인으로서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흠, 자네 의견이 상당히 일리가 있으니 자네의견을 총참모부에 보고를 드려보겠네.”

김좌진은 김영문의 말에 얼굴전체가 웃음이 가득 걸렸다.

“감사합니다.”

김영문은 김좌진 소위의 웃는 모습을 보며 그제야 그의 17살의 나이가 제대로 보였다.

‘저렇게 웃으니 어린 소년 같군. 아참! 작년에 결혼 했다고 했으니 이제부터는 소년이라고 부르면 안 되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김영문은 신의주에 있는 총참모부와 교신을 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국방대신 김종석은 육군대신 강명철과 함께 한반도 최북단 온성까지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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