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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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병력을 직접 격려하고 점검하던 중에 여순 항과 압록강전투에서 승리했다는 낭보가 연이어 들어오자 당연히 크게 기뻐했다. 

“인명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했던 압록강전투가 여순 항 함락작전보다 인명피해가 훨씬 적게 나면서 하루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니 참으로 다행이구나.”

김종석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자 강명철도 웃으며 기뻐했다.

“하하하! 압록강전투에서 일본군이 끝까지 버텼다면 상당한 인명피해가 났었을 텐데 다행히 항복을 받아 냈다니 정말 잘 되었습니다.”

“압록강에서 최소의 인명피해가 난 것은 김좌진소위의 항복을 유도하자는 제안 때문이라고 하더군.”

김종석의 말에 강명철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달라도 뭐가 다르군요.”

“그렇지? 앞으로 얼마나 커갈지 정말 기대가 돼.”

이렇게 말을 하던 김종석이 고개를 돌려 육군참모본부장 김우섭 대좌에게 질문했다.

“김 본부장. 여순 항의 해병대병력 전개는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여순 항에 무사히 상륙한 해병대는 공진규 사령관님의 지휘로 대련 항을 접수 한 후 대련 옆 금주(金州)를 거쳐 지금 기차를 이용하여 북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요하(遼河)하구에 있는 영구(营口)에 곧 도착할 수 있겠구나.”

“그렇습니다. 일본군을 소탕하며 전진하기 때문에 아마 내일 정도면 영구까지는 진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흠! 잘 하고 있군. 그리고 압록강을 도강한 특전군단과 1군단 상황은 어떤가?”

이번에는 압록강전투를 관장하고 있는 작전참모 변기식 대좌가 설명했다.

“먼저 일본군포로들로 하여금 안동지역을 정비토록 한 후 일본군12사단병사들의 개인화기를 전부 수집하여 아군의 예비 병력을 1차 무장을 시킨 후 전부1군단으로 분산 배치시켰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예상대로 1차 병력확충은 마쳤군.”

“그렇습니다.”

그러자 강명철이 김우섭 본부장에게 질문했다.

“김 본부장. 여순 항에서 노획한 러시아 전함들이 대단하다고?” 

“예, 그렇지 않아도 보고를 드리려던 참입니다.”

그러면서 김우섭이 자료를 보고 설명했다.

“이번에 노획한 함정은 배수량 11,000톤의 방호순양함 1척과 12,600~13,000톤 급전함 3척 그리고 300톤 급 수뢰정(水雷艇) 10척입니다.”

“이야!! 대단하구만.”

“그뿐이 아닙니다. 일본군이 러시아전함을 인양한 후 수리를 하기 위해 본토에서 엄청난 수리장비들을 가져왔던 터라 그 노획물이 또한 엄청나다고 합니다.”

“송 대신의 입이 귀밑에 걸렸겠군. 그렇지 않아도 지난 회의 때 꼭 노획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신당부까지 했었는데 말이야.”

김우섭 본부장이 웃으며 보충 설명했다.

“더 좋은 것은 일본군이 전함의 수리를 거의 마쳤쳐 놓았다는 것입니다.”

“아! 그래?”

“예. 그래서 해군에서 일본선박수리기술자들을 특별대우를 해 주면서 개장의 마지막 박차를 가하겠다는 보고도 같이 들어왔습니다.”

국방대신 김종석이 질문했다.

“해군에서 어떻게 특별대우를 해준다고 하던가?”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여순 항에서 선박수리를 하던 자들은 대부분 민간기술자들로 일본 전역의 조선소에서 선발된 최고의 기술자들이라고 합니다. 중정(중앙정보부)에서 보내온 일본정보로는 일본의 해군공창 등의 군항에서 전함건조에 참여하고 있던 기술자들 중 최고 기술자들 거의 전부가 러시아전함 개장작업에 투입되었다고 했습니다.”

김종석은 그제야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전함을 새로 건조하는 시간보다 러시아전함을 수리하고 개장하는 시간이 훨씬 덜 걸릴 것이고 더구나 4척이나 되는 전함을 얻을 수 있으니 일본해군이 당연히 그렇게 조치했겠지. 그런데 이거 잘 하면 러시아전함보다 더 귀중한 것을 얻을 수 있겠어.”

김우섭이 바로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선박건조기술이었는데 일본인 기술자들을 잘 설득해서 활용하게 된다면 일거에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명철이 은근히 질투 섞인 목소리로 투덜댔다. 

“인천에 있던 러시아순양함도 인양해서 개장하고 있는데 여순 항의 전함까지 힘 하나들이지 않고 고스란히 손에 들어왔으니 해군이 완전 살판났겠습니다. 그런데 우리육군은 아직 소총도 제대로 못 만들고 있어서 있는 병력도 놀리고 있으니 이거 너무 대비가 되어도 너무됩니다.” 

 김종석이 웃으며 강명철을 위로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천마장갑차가 100대나 되잖은가. 더구나 친위군단과 1군단이 곧 요동과 봉천을 함락하면 육군상의 고민은 일거에 해소될 테니 너무 섭섭해 하지 말게.”

김종석의 진정어린 위로에 강명철이 얼굴까지 붉히며 손사래 쳤다.

“아이고. 농담으로 한 말을 국방상께서는 너무 귀담아 두지 마십시오.”

김종석이 이렇게 강명철을 위로하는 까닭은 일본군의 남은 병기를 수거해 모아 놓은 곳이 봉천이었고 거기다 러시아군에게서 노획한 무기도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것을 웅비호의 항공촬영으로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육군에서는 예비병력 전부를 실탄만 지급한 채 친위군단과 1군단 뒤를 따라 북상하도록 조치했던 것이다.

김종석의 대화의 화재를 바꿨다.

“지금 러·일 양군이 있는 것이 어디인가?” 

김우섭 대좌가 작전지도를  짚어가며 설명했다.

“연길에서 50km 떨어진 이곳에서 교전 중에 있습니다.”

“또 교전이 벌어졌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야. 정말 일본군이 이번에 아예 사생결단을 내려고 작정을 했구나.”

“그래서 러시아군이 만주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동청철도 경비 병력까지 모조리 불러들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김종석이 작전지도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이제 양군병력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일본군이 작심을 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구나.”

“맞습니다. 양군 병력이 이제 3~4만도 겨우 될 정도라서 아마도 연길에서 훈춘으로 이어지는 산지지형에서 양군전투의 마지막승부가 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군이 승리한다면 연해주는 무혈입성을 하게 되는 것인가?”

“거의 그렇습니다. 지금 블라디보스토크에 주둔해 있는 경비대병력이래야 겨우 대대병력 정도인데 무슨 수로 독이 오를 데로 오른 일본군을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국방대신 김종석이 작전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잠시 생각을 하다 손으로 지도의 한곳을 짚었다,

“만일 이곳에서 만일 일본군이 대기하고 있다면 어떻게 되겠나?”

김우섭 대좌는 김종석이 짚은 곳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예?”

김종석이 가리킨 것은 일본의 북해도였다.

“지금 일본군이 보급도 도외시하고 거의 막무가내로 러시아군을 밀어붙이는 것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네.”

“그렇다면 일본이 대규모 병력을 북해도에 대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만일 북해도에 일본군이 대기하고 있다가 만주결전에서 일본군이 러시아군에게 승리한 후 곧바로 블라디보스토크로 병력을 수송시킨다면 병력부족은 물론이고 군수물자부족까지 단 번에 만회할 수 있지 않겠나?”

김우섭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차피 일본과 러시아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이 기회에 아예 연해주까지 먹어치우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지. 그렇게 되면 약해빠진 대한제국이야 손안대고 코 풀듯 먹어치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  

강명철이 거들고 나섰다.

“어떤 이유에서건 일본군이 추가로 대륙에 상륙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골치 아파집니다. 국방상의 말씀이 충분히 일리가 있으니 공군에 연락해 웅비를 보내 북해도를 정찰을 하게하고 해군에게도 북해도방면 해역을 철저히 방어하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해야겠네.”

강명철까지 나서자 김종석이 바로 일어나 신의주의 합동지휘본부에 있는 송의식 총참모장을 호출했다. 그 결과 이날 당장 웅비비행선 1척이 북해도로 날아갔으며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해도방면 바다를 경계하기 위해 울릉도 근해에 머물고 있던 2함대 전체가 뱃머리를 북방으로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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