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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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이 넘는 병력이 참전해서 승전을 했는데도 겨우 2개 사단 병력도 남아 있지 않단 말인가?”

“마지막 전투에서 러시아군의 저항이 워낙 강력해서 병력피해가 더욱 크게 났습니다.”

오야마가 고개를 저었다.

“후!~ 이건 이겨도 이긴 게 아니로군. 러시아군은 병력이 얼마나 남았다고 했나.”

“최종확인은 해봐야겠지만 저들이 항복청원 때 제출한 것은 20,000명이 조금 넘습니다.” 

“저들도 처지가 우리와 별로 다를 바가 없군.”

3군 사령관 노기 대장이 고다마 대장에게 질문했다.

“총참모장 봉천은 어떻게 되었는가.”

순간 고다마 대장의 얼굴이 아주 어두워졌다.

“무선통신이 되지 않아 전령을 보냈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봉천이 국적불상의 적에게 넘어간 것이오?”

“아직 어떠한 판단도 내릴 수 없습니다.”

“속단은 금물이라고 하지만 무선교신이 되지 않는 것은 적이 봉천을 점령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지 않는가.”

“죄송하지만 아직 확인 된 것이 아무 것도 없어 각하의 말씀에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고다마 총참모장의 대답이 확실하지 않자 노기 대장의 얼굴이 화가 나는 듯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오야마 원수가 서둘러 나섰다.

“노기 대장.”

“예, 각하.”

“귀관은 선발대를 이끌고 먼저 연해주로 들어가 우라지오스토쿠(블라디보스토크)를 수습하도록 하시오.”

붉어졌던 노기 대장의 안색이 크게 환해지면서 바로 일어나 허리까지 숙이며 고마워했다.

“본관에게 그러한 영광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연해주에 입성할 때 쓸데없는 교전을 방지할 수 있도록 극동총독 알렉세예프와 그의 참모들을 전부 대동하도록 하고 병력은 귀관이 적당한 선에서 선발하시오.”

“감사합니다. 그럼 본관은 바로 병력을 수습해 출발하겠습니다.”

노기 대장은 자신의 성격대로 오야마 원수에게 바로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막사를 나갔다.

“허!~ 사람 참, 급하기는.”

오야마가 말이 떨어지자마자 행동에 옮기는 노기 대장을 보고 모처럼 웃음을 짓자 고다마 대장이 심각한 안색으로 오야마의 의견을 물었다.

“각하, 지금 아군도 그렇지만 러시아군포로 중에서 부상병들이 수만 명이 넘습니다. 이들을 처리하는 일이 발등의 불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제1군사령관 구로키 다메모토 대장이 팔에 부목을 댄 채 나섰다.

“그들을 모두 데리고 연해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씀입니까?”

“어차피 노기 대장의 선발대가 연해주로 먼저 입성을 했으니 우리는 여기서 잠시 머물며 오랜 전투로 지쳐있는 병력을 추스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군은 물론 러시아군의 부상병도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야마가 구로키 대장의 말에 찬성하고 나섰다.

“그렇게 하세. 지금 아군 병력도 많이 지쳤으니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병력을 추스르도록 하지. 연해주는 노기 대장이 들어갔으니 잘 접수할 것이니 큰 문제는 없을 걸세.” 

모두들 힘들었던 전투를 막 끝마친 터라 심신이 지쳐있어서 급한 성격에 당장 선발대를 뽑기 위해 막사를 나간 노기 대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오야마 원수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아무도 이의가 없으니 모두 나가 병력을 추스르도록 하게.”

“예, 각하.”

일본군지휘관들이 오야마의 막사를 나오자 당분간 머물기 위해 서둘러 군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노기 대장은 일본군 병력 중 남아있던 기병병력 거의 전부와 보병 등 5,000명을 선발했고 러시아극동총독 알렉세예프와 그의 참모 등 100여 명의 러시아군고위지휘관을 포로로 하여 보무도 당당하게 연해주로 떠나갔다.

이러한 장면을 온성에 있는 대한제국군지휘부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국방상 김종석이 노기 대장의 선발대를 보고 입을 열었다.

“역시 우리의 예상대로 선발대를 먼저 연해주로 움직이고 있군. 김 본부장 저들을 맞을 준비는 철저히 하고 있겠지?”

김종석의 물음에 김우섭 대좌가 대답했다.

“며칠 전부터 5군단이 미리 연해주 길목에서 매복해 대기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본군선발대의 이동속도를 감안한다면 아마도 오늘 일몰 전에는 5군단매복지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성환 군단장이 잘 해내겠지?”

“고급간부교육을 받으셨기 때문에 그분도 이제는 별 무리 없이 병력을 지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 신군출신 참모들이 군단장님을 보좌하고 있어서 저 정도 병력을 막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김종석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긴 일본군 전 병력이 움직인 것도 아니고 병력도 얼마 되지 않는 선발대 정도야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야.”

“그렇습니다. 믿고 기다려 보십시오.”

“나머지 병력배치는 어떻게 되었나?”

“적의 퇴로를 차단할 2군단도 이미 자리를 잡았다는 보고가 들어와 있고 직접 적과 교전할 친위군단과 3군단도 모든 준비를 마치고 공격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김종석이 결전을 다짐하듯 두 손을 비볐다.

“자!~ 그럼 이제 밤이 될 때까지 시간만기다리면 된다는 말이구나.”

“잠시 쉬십시오. 이제 겨우 정오가 지나고 있으니 저녁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며칠 잠을 못 주무셔서 그런지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며칠 동안 적정을 살피느라 제대로 눈도 붙이지 못하고 있던 김종석은 참모본부장의 말에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그렇게 해야겠어. 강 대신 우리 잠시 쉬지?”

하지만 강명철은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다.

“대신님께서 먼저 쉬십시오. 저는 적정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오늘 밤을 새워야 하니 난 좀 쉬어야겠어.”

그렇게 말하며 김종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휘본부를 나갔다. 김종석을 배웅한 강명철이 일본군을 비추고 있는 모니터를 바라보다 다른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바로 러시아와 일본군이 최후의 격전을 치룬 장춘이었다. 일본군이 겨우 봉천을 걱정하고 있을 때 여순 항과 압록강 양방향에서 동시에 기차로 북진을 시작한 대한제국군은 봉천은 물론 장춘까지 점령을 마치고 이미 하얼빈방면으로 병력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었다.

불과 보름만의 엄청난 속도전이었지만 단선이기는 하나 러시아가 부설해 놓은 철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진격이었다.

모니터를 바라보던 강명철이 엄청나게 쌓여 있는 군수물자를 보고 김우섭 참모본부장을 불렀다.

“김 본부장 노획한 물자가 대단하다며?”

김우섭 본부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예상 밖의 대단한 노획입니다. 장춘에 있던 일본군보급부대가 중국인노무자를 동원하여 그동안 얼마나 철저하게 장부정리를 확실히 해가면서 군수물자를 챙겨놓았는지 그 바람에 장춘을 점령한 아군이 아주 편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여튼 뭔가 정리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놈들이야. 그럼 노획물자보고서가 넘어왔겠네?”

“그렇지 않아도 장춘에서 노획물자료가 넘어와서 보고를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변 대좌. 대신님께 노획물획득관련보고를 해 드리게.”

“알겠습니다.”

미르부대군수참모였던 육군참모본부 작전참모인 변기식 대좌가 장춘에서 올라온 자료를 보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일본군의 제식소총인 무라다 소총이 325,500정, 호치키스기관총 100문, 그리고 중량이 무거워 쉽게 옮기지 못하는 중포 146문과 야포 450문과 포탄도 다량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소총실탄은 일본군이 전부 가져갔는지 남아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보고를 듣던 강명철이 휘파람을 불었다.

“휘~~ 노획한 군수물자가 정말 엄청나구나.”

김우섭이 거들었다.

“노획한 소총은 러시아군과의 전투에서 발생한 사상자들의 소총을 수거한 것으로 보이고 대포와 기관총은 러시아군을 추적할 때 이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물량의 절반 정도를 장춘에 남겨둔 것으로 보입니다.”

김우섭의 설명에 강명철이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일본군이 러시아군을 추적할 때 병력이 많지 않아서 모든 무기를 가지고 갈 수는 없었을 거야. 더구나 실탄이야 이미 해주에서 일본소총의 규격으로 양산하고 있으니 없어도 별 문제가 없어. 하여튼 그 정도 물량이면 아군의 예비 병력이 전부 무장을 갖추고도 엄청나게 많이 남겠구나.”

“물론입니다.” 

“이제 만주에 있는 아군의 숫자가 이곳의 병력을 제외하다라도 13만 명이 넘었어.”

“맞습니다. 1군단에서는 지금 예비 병력을 전부 무장시켜 처음 계획한 대로 병력을 편성하여 요하방면은 물론 만주북부지역으로 병력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보고도 같이 해왔습니다.” 

강명철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통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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