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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됐다. 됐어. 이제부터 병력걱정은 한 시름 놓게 되었다.”
변기식 대좌가 보고를 계속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뭐가 더 있나?”
“일본군이 노획한 러시아군 군수물자가 일본군에게서 노획한 물량과 거의 비슷합니다.”
이번에는 강명철도 놀란 표정이었다.
“노획한 러시아물자가 그렇게나 많아?”
“예, 먼저 모신-나강 소총이 무려 180,000정이고 중량이 무거운 중포 60문을 비롯해 산악포와 야전포가 800문이 노획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소총탄은 일본군과 같이 없었지만 다행히 엄청난 양의 포탄이 함께 노획되었다고 합니다.”
엄청난 노획물에 강명철은 기분이 좋아 벌어진 입도 다물지 못했다.
“이야!~ 그 정도 물량이면 이거 새로 군대를 만들어도 될 정도구나.”
“거기다가 엄청난 양의 식량은 물론이고 일본군에게 지급할 겨울군복도 신품으로 20만 착 이상을 노획했다고 합니다.”
강명철의 입이 귀밑에 걸렸다.
“신품겨울군복까지 있다고? 일본군이 아예 우리에게 선물을 주려고 작정했군. 작정했어.”
“일본군이 대한제국이란 존재를 그들의 머리에서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힘도 거의 들이지 않고 이런 막대한전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입니다.”
“멍청한 놈들이지. 조금만 주의하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인데 설마 설마하고 있었겠지.”
“우리가 오지 않았었다면 아마 일본군이 생각한 대로 전황이 전개되었을 것이라서 일본군지휘관들 중 누구라도 대한제국을 경계한다는 생각은 못했을 것입니다.”
“하긴.”
고개를 끄덕이던 강명철이 김우섭에게 지시했다.
“노획물자 중 보급을 마치고 남은 물자는 전부 본토로 후송시키도록 하게.”
“전부 말입니까?”
“그래. 어쨌든 만주는 전장이야. 그렇게 많은 물자는 일단 본토에서 사용처를 정하는 것이 좋아. 더구나 마지막 전투가 끝나면 추가로 노획할 소총 숫자 만해도 십만 정이 넘을 테니 미리미리 후송해 놓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바로 지시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일본군의 물자가 이렇게 풍성한 것을 보니 송 참모장님의 예상대로 미국이 일본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한 참 기분이 좋던 강명철은 미국이 일본을 지원해주는 것이 확실하다는 말에 바로 욕이 튀어 나왔다. 강명철은 북한에서 어릴 적부터 미국이 적이란 교육을 받았기 때문인지 미국에 대해서는 경기를 할 정도로 싫어했다.
“미제 놈들이 일본 놈들 뒤에서 대한제국 죽으라고 별짓을 다하고 있었군. 하여튼 미제 놈들은 정말 맘에 들지 않는 놈들이야. 내 생각에는 우리가 일본군을 몰아내면 다음 번 상대는 미제 놈들이 될 것이 분명해.”
“그렇지 않아도 총참모부에서 이번에 새로 취역한 웅비선 1척을 필리핀 방면으로 배치하도록 했습니다.”
“총참모부가 선제적 대응을 했군. 그거 아주 잘한 결정이다.”
강명철은 다시 러시아군에게 항복을 받고 있는 일본군의 모습을 비추는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이제 마지막으로 저들만 해결한다면 만주는 완전히 대한제국의 품으로 들어오게 되는 거야.”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김우섭의 말에 강명철이 동의했다.
“그래, 정말로 남은 적군도 그렇고 시간도 이제는 모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면서 강명철은 마치 사냥을 앞둔 사자의 눈으로 화면에 비친 일본군을 노려봤고 그런 그의 눈에는 일본군총사령관 오야마와는 또 다른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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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최북단 온성의 대한제국육군지휘본부가 일본과의 결전을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을 때 일본열도에는 러시아군의 항복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온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하느라 열도가 온통 뒤흔들릴 정도였다.
일본은 3년간의 전쟁으로 국력은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져 있었다. 명치유신이후 농업 국가를 공업국가로 변모시킨다는 국가개조계획으로 노동력을 전부 산업화에 투입하면서 부족한 식량을 한반도에서 강제 공출해서 채우던 일본이라 작년부터 극심한 식량난을 겪어야만했었다.
어쩔 수 없이 일본은 일부 노동력을 농촌으로 돌려야 했고 미국의 지원으로 외국에서 대량의 식량을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식량은 배급제로 바뀌었으며 반지와 목걸이 등 금붙이는 물론이고 밥 짓는 솥을 제외하고는 쇠붙이는 그릇조차도 전부 공출해가는 바람에 나무로 만든 그릇과 수저로 밥을 먹어야 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이렇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졸라매며 겨우 견디던 일본국민들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을 듣자 기쁨에 앞서 이제 고생이 끝났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전부 밖으로 뛰쳐나왔던 것이다.
승전소식이 전해지자 대본영은 서둘렀다.
지금 만주는 병력의 공백상태나 다름없었고 대한제국(이들은 구태여 국적불상이라 부르지만)이 요동반도는 물론 요동과 봉천까지 점령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병력의 파병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미 대본영은 만주일본군총참모장 고마다 대장의 의견대로 혹시 있을지 모를 국적불상 적의 공격에 대비하기위해서 일본열도근해를 방어하고 있던 크고 작은 모든 함정들을 북해도로 모조리 끌어올려 놓은 상태였다.
승전소식과 함께 북해도에 꼬리같이 빠져나와있는 오시마(渡島)반도 끝의 하코다테(函館) 항에서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10만 명의 병력들이 수송선에 승선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새로 취항한 웅비 4호 기장 이평진 대위는 하코다테 항에서 수송선에 승선하는 일본군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일본군들이 움직이는군.”
부기장 윤석환 중위가 이평진 대위에게 질문했다.
“기장님. 10만 명 정도라면 병력이 수송선에 승선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물자는 이미 선적을 마쳤다고 해도 저 병력을 전부 승선시키려면 아마 2~3일 정도는 걸릴 거야.”
“그럼 우리는 그동안 이곳에 계속 머물러야합니까?”
“어쩔 수 없지. 지겨워도 참아야지.”
윤석환 중위가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을요. 고생하고 있는 육군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호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긴 그렇지. 그런데 아래를 봐. 일본군이 정말 빨리 움직이고 있지 않아? 어떻게 승전 보고를 받자마자 당일 이렇게 병력을 움직일 생각을 다 할 수 있는지 말이야.”
“아군이 요동반도는 물론 봉천과 장춘까지 점령했다는 것을 저들이 알고 있으니 파병을 최대한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박 사무장, 전송은 잘 되고 있지?”
기장의 질문에 웅비4호사무장 이준희 중사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주 잘 되고 있습니다.”
“그럼, 나는 잠시 선체를 둘러보고 오겠으니 윤 중위 조종간을 부탁해.”
“중위 윤석환. 지금 시간부로 웅비4호의 조종을 넘겨받았습니다.”
웅비 4호는 이때부터 북해도 상공에서 정지비행에 들어갔다.
신군출신 전영진 대위는 미르1대대작전과장출신으로 이번에 대위로 진급하여 연해주방면을 담당하는 5군단 51여단 511대대 본부중대장을 맡고 있었다.
“전 대위, 긴장되나?”
“예. 솔직히 그렇습니다.”
그런 그에게 긴장이 되느냐고 묻는 사람은 강화진위대대 대대장였던 이동휘 상좌로 511대대장을 맡고 있었다.
“후!~ 나도 긴장이 되긴 마찬가지라네.”
“대대장님은 지난 번 인천수복작전 때 실전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교전경험은 없었고 그때 강화와 김포일대의 방어를 맡았을 뿐이었네.”
“그렇더라도 직접참전하신 것은 맞지 않습니까?”
“어떻게 보면 그렇기도 하겠군. 솔직히 자네에게 하는 말이지만 직접 전투에 참여하려니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야.”
전영진은 이동휘 상좌의 솔직한 심정을 듣게 되었지만 상관인 그를 위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대장님이시라면 충분히 잘 해 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가 매복해 있는 곳은 적과 직접 마주치더라도 위치가 유리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전영진 대위의 말대로 511대대매복지는 일본군의 예상이동로의 칠십여 미터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곳이었다.
“전 대위가 잘 도와주게.”
“열심히 보좌하겠습니다.”
이동휘가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그의 대대가 5군단 중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매복하고 있어서 노기 대장이 이끄는 일본군선발대를 제일 먼저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