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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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이 도착하려면 얼마나 남았는가?”

“약 30분 정도면 우리가 매복한 곳에 도착한다고 했습니다.”

“부하들이 잘 해주어야 할 텐데 걱정이로군.”

“염려 마십시오. 오늘을 위해 1년 가까이 땀 흘린 것이 얼마입니까?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 내가 내 부하를 믿지 누구를 믿겠어.”

그러면서도 이동휘는 긴장이 되는지 아직 적군이 올 시간이 아닌데도 자신도 모르게 망원경을 들어 일본군예상이동로를 관측했다. 

‘이전시대 독립운동을 하실 때는 최후의 일인까지 필사의 각오로 싸우자고 강변하셨던 강한 분이라고 알고만 있었는데 저렇게 긴장하시는 것을 보니 첫 전투가 어렵기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구나.’

전영진 대위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자신도 망원경을 들어 전방을 관측했다. 그러기를 십여 분 후 여단본부에서 무선이 날아왔다.

“대대장님. 적군이 10km 전방까지 다가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삼십분이면 아군의 박격포사정거리에 들어오겠군. 전 대위 각 중대와 화기중대에 박격포포격준비를 하라고 지시하게.”

“알겠습니다.”

전영진 대위가 무전기의 수화기를 들었다.

“여기는 511대대본부다. 각 중대 나와라.”

“여기는 511대대본부다. 각 중대 나와라.”

두 번의 호출이 있자 각 중대에서 연달아 답신이 들어왔고 전영진 대위는 이동휘대대장의 지시사항을 바로 전달해 주었다.

511대대 1중대 박격포포반장 하영식 중사는 중대장의 포격지시가 있자 미리 전방에 나가있던 관측병을 헤드셋으로 호출했다.

“김일훈 병장. 들리나? 나 포반장 하영식이다.”

“하 중사님 잘 들립니다.”

“일본군이 보이나?”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본부에서 적군이 10km 전방까지 왔다고 하니 철저히 전방을 감시하도록 하라. 김 병장이 우리 대대의 관측점인 것은 잊지 않고 있는 것이지?”

“알고 있습니다.”

“실수하면 대대전체가 큰일 나니까 정신 똑 바로차려.”

“예, 알겠습니다.”

하영식 중사는 미르부대 일반사병출신으로 60박격포(KM-181 60mm박격포)포수였다. 

‘내가 직접 관측을 나갈 걸 잘못했나.’

관측병을 걱정하던 하영식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신군출신인 우리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김일훈 병장도 진위부대에서 군복무경험이 있으니 이 정도는 충분히 해 낼 수 있으니 믿어보다. 후!~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구나.’

이렇게 하영식 중사가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무전기에서 김 병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포반장님. 적군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척후병인가? 일본군선발대본대인가?”

“인원수로 봐서 본대가 분명합니다.”

“이 자식들이 척후도 없이 바로 본대가 왔나보네. 알았다. 적이 사거리로 들어올 때까지 계속 주시하라.”

하영식 중사는 곧바로 무전기로 대대본부에 일본군선발대가 발견된 것을 알렸고 이 보고는 곧 군단사령부를 거쳐 전 예하부대에 알려졌다.

“적이 곧 유효사거리까지 접근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좌표를 불러라.”

김일훈 병장이 좌표를 부르자 하영식이 그것을 받아 적어서 계산병에게 넘긴 후 다시 지시했다.

“김 병장, 일본군부대가 더 안쪽으로 들어올 때까지 잠시 기다려라.”

몇 분 후 김일훈 병장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포반장님 일본군선발대 중 기병이 지나가고 이제 보병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알았다. 잠시 대기해라.”

하영식 중사가 계산병을 돌아봤다.

“좌표계산은 마쳤어?”

“그렇습니다. 이미 기준포 포수에게 좌표를 넘겼습니다.”

그러면서 좌표사거리를 넘기자 하영식이 그 것을 받아들며 기준포 포수에게 다시 확인했다.

“사거리 조절은 마쳤어?”

“예, 그렇습니다.”

하영식은 바로 옆 포탄이 적재된 곳에서 포탄1발을 꺼내 장약을 조절한 후 기준포 탄약수에게 포탄을 넘겼다.

“고폭탄 장약1호다.” 

포탄을 넘겨받은 탄약수가 소리쳤다.

“고폭탄 1발 인수, 장약 1호.”

복명복창을 마친 탄약수가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 안전핀을 제거한 후 포탄을 포신위에 올렸고 그와 동시에 포수가 소리쳤다.

“발사!” “발사!”

텅!~

포수의 외침과 동시에 박격포포탄은 특유의 발사음을 남기며 고각사격(高角射擊)을 하는 박격포답게 포탄이 하늘 높게 치솟았다. 그러기를 수십 초 후 꽝하는 폭발음이 들려왔고 전방에서 폭발지점을 확인한 관측병 김일훈 병장은 무전기로 다급히 수정된 좌표를 불러주었다.

“좌표 수정합니다.”

수정된 좌표로 계산병이 사거리를 다시 계산해 포수에게 넘겨주자 포수는 곧바로 사거리를 조절했고 그때부터 박격포의 일제포격이 시작됐다.

텅! 텅! 텅! 텅! ·····

1중대박격포반과 같은 박격포포격은 5군단의 전방을 책임지고 있던 511대대의 모든 중대에서도 똑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다.

쾅! 쾅! 쾅! 쾅! ······

노기 대장은 정신이 없었다. 처음에는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를 포탄 4발이 순차적으로 날아오더니 그 뒤를 이어 포탄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쾅! 쾅! 쾅! 쾅!······

히히힝~

퍼버벅!!~~~

노기 대장은 갑작스런 폭발음에 놀란 말의 고삐를 움켜쥐면서 제자리를 맴돌며 사방을 확인했지만 포탄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게 사방어느 곳에서도 포연이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날아오는 포탄인가?”

노기의 물음에 제3군 참모장 이지치 소장이 황급히 사방을 둘러봤지만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전부가 얕은 산지로 둘러싸여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포연도 보이지 않았다.

“위치가 확인되지 않지만 사방에서 날아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우리가 적들에게 포위되었단 말인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각하, 일단 위험하니 몸을 피신하셔야겠습니다.”

꽝! 꽝! 꽝!······

“으악!~”

노기가 황급히 몸을 피하려다 포탄에 맞아 죽어나가는 러시아지휘부를 보자 이지치 소장에게 의문을 표시했다.

“러시아지휘관들도 저렇게 죽어나가는 것을 보니 포격을 하는 것은 러시아군은 절대 아닐 텐데 그렇다면 지금 아군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 만주를 침범하고 있다는 국정불상의 적군이란 말인가?”

꽝!!~~

이렇게 말하는 순간 노기 대장 바로 옆에서 포탄이 터지면서 그는 폭발의 압력으로 나뒹굴었다.  그리고 그 폭발로 주변에 있던 장병들이 폭사되면서 피의 파편이 노기 대장을 그대로 덮쳤다.

후드득!!!

‘우욱’

파편이 덮치며 역한 피비린내가 온 몸을 뒤덮자 노기 대장은 울컥하며 헛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휘하장병들이 흘린 피를 뒤집어쓰면서 지휘관으로서 구역질을 해대는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노기 대장이 얼굴에 붙은 살점을 떼어내면서 헛구역질을 참으려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려 참모장 이지치 소장을 찾았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자신의 옆에 있었던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노기 대장이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다 폭격에 의해 이지치 소장의 찢겨진 시신의 일부를 발견하고는 탄식했다.

“아!~ 안타깝게도 연해주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지치가 여기서 죽었구나.”

꽝! 꽝! 꽝!······

노기 대장이 이렇게 탄식을 하는 중에도 박격포탄세례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일본군이 있는 곳이 마땅히 숨을 만한 곳도 없는 절묘한분지형 지형이라 포탄세례를 고스란히 받아야만했다.

꽝! 꽝! 꽝!······

지리멸렬할 순간이었으나 노기 대장은 옆에 누군가가 타던 말에 올라타서는 기세를 세우면서 차고 있던 일본도를 빼들고 소리쳤다.

“여기서 이렇게 있으면 모두 끝장이다! 앞으로 진격하며 돌파구를 찾아라!! 전군은 진격하라!!!”

노기 대장의 지시는 포탄소리를 뚫고 모든 일본군에게 전달되었다. 그러자 선발대지휘관들이 휘하 장병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돌격!! 돌격하라. 돌격해야 산다.”

“앞으로 전진 전진해라!!”

“대형을 유지하며 진격하라!!!!”

도망치는 것 보다 돌격하는 것이 더 익숙한 일본군들은 지휘관의 지시를 듣는 순간 조금도 주춤거리지 않고 앞으로 그대로 돌격해 나갔다.

“와!~~”

“가자!~~”

두두두두두·····

일본군들이 박격포세례를 받으며 지리멸렬되기 직전 노기 대장이 일본도를 빼들고 병력을 수습해 돌격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던 이동휘 대대장이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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